〈 67화 〉67화
그날의 파티는 그렇게 에밀리아를 보게 된걸로 끝이 났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내 고난이 시작되었다. 그 고난이란 바로... 지금 하는 검술 수업때문이었다. 물론 약속을 하긴 했지만... 이렇게 당장 다음날부터 검술수업을 하게 될줄은 몰랐다.
“자. 미아. 이렇게 날 따라해봐.”
“이..이렇게요?”
“응. 잘 하는데? 다른건 몰라도 레온이 기초는 잘 가르쳤나봐? 그치만 너무 경직돼있는 것 같아. 역시 남자가 가르쳐서 그런가?”
“훗~ 그거야 내 미아가 쉽게 잘 따라해서 그런거지. 아무튼 그동안 퇴보하지 않고 열심히 한 것 같은걸?”
“우읏~ 레온이 잘 가르쳐줘서... 그동안 열심히 연습했는걸요?”
“흥~ 검술 수업하는데 잡념은 금지야! 이것들이 어디서 연애질이야?! 누구 약올라 죽는꼴 보고싶어서 그러는거지? 레온 너는 나와 투닥투닥 하고싶어 그러는거고?”
에밀리아가 뿔이난 듯 했다. 하긴... 쏠로인 에밀리아로써는 커플의 그런 애정공세가 못마땅하긴 할 듯 했다. 게다가 마스터 나이트로써 호승심도 작용해서 레온에게 더 시비를 걸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호오? 황실의 꽃인 황녀가 날 이길 수나 있겠어? 큭큭. 제대로 된 전투나 경험해봤는지 모르겠군.”
“으윽! 그..그래도 경지는 내가 더 위야!!”
아무래도 황녀인만큼 전투는 그다지 경험하지 못한 듯 했다. 다만 그 재능이 출중해서 경지만 높아진걸지도 모르겠다. 결국 레온의 실력이 조금 쳐진다고 해도 싸워봐야 그 결과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럼 한번 붙어볼까?”
“좋아! 덤벼! 아주 묵사발을 만들어줄테니까! 흥~!”
“두분 모두! 그..그만해요! 정말~ 설마 진짜로 싸울건 아니죠?”
걱정이었다. 일단 적대국가의 기사들 아니던가? 둘이 싸워 한쪽이 죽기라도 하는 순간 전쟁이었다. 그것도 제국과 왕국의... 그리고 그 사이에 낀 공국은 분명 쑥대밭이 될게 틀림없었다. 그런건 절대 싫었다.
“후훗. 나야 상관 없지만... 그래도 그냥 싸우면 재미가 없겠지? 좋아. 내기를 하는게 어때?”
“내기? 뭐 좋아. 어차피 내가 이길테니까. 흥~ 내기 상품으론... 으음. 미아를 걸면 응해주겠어!!”
“미아를? 그럼 난 널 가지도록 하지. 후후후.”
“으윽! 나..날? 그건 너무 불공평한걸?”
“아아. 하루. 그래 딱 하루 널 가지도록 할거야. 어차피 마스터나이트로 대우해 달라고 했잖아? 설마 이제와서 말을 바꾸는건 아니겠지?”
어쩐지 점점 싸움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건 내가 원치 않았다. 나와 황녀가 상품으로 걸리는건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레온이 지는건 상관 없었다. 레온이 지면 그저 내가 황녀인 에밀리아에게 가면 될뿐이었다. 하지만 만약 레온이 이기기라도 하면... 절대 안됐다. 황녀를 하루동안가지겠다니... 그렇다면 필시 황녀의 처음을 가지겠다는 게 틀림없었다.
“아..안돼요! 에밀리아 언니의 하루라니... 으으~ 절대 용납할 수 없어요!!”
“미아. 걱정해주는거야? 호호~ 어차피 내가 이겨서 미아를 독차지 하면 되는거잖아? 아무리 치사한 레온이라도 내 실력이면 이길 수 있어! 비록 대련위주로 실력을 쌓긴 했지만... 그래도 실력차이란게 있으니까.”
“훗~ 그렇다면 이쪽도 상관없지. 비록 미아가 걸려있다지만... 황녀의 하루라... 후후 얼마나 감미로울지 모르겠군.”
“흥~ 퍽이나~ 잘도 레온 네가 이기겠어. 식은수프마시기라고 생각하는건 아니겠지? 마스터 나이트로써 너와 내 실력은 레온 네가 더 잘 알텐데? 설마 추잡한 수작을 벌이는건?”
“설마~ 어차피 대련위주의 싸움을 한 황녀는 실전에선 아무리 해도 날 이길 수 없을걸? 뭐 규칙을 정하면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점점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이제 더 말리는건 소용없었다. 그저 에밀리아를 응원하는 수밖에... 정말... 레온은 어쩌자고 저런 시비를 거는걸까? 설마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라도 선걸까?
“으으~ 맘대로 해버려요!! 흥~”
“윽~ 미아. 삐쳐버렸네. 하아~ 그래도 이제와서 멈출 수는 없지. 규칙은... 그래 검을 먼저 떨어뜨리는 쪽이 지는걸로 하자.”
“뭐 좋지. 그정도라면야... 목숨을 거는것보다는 가볍군. 후훗~”
역시 실전으로 단련한 레온은 달랐다. 처음부터 목숨을 담보하겠다는 생각인 듯 했다. 다만 적대국가의 기사인 황녀를 죽일 수야 없겠지만 말이다. 결국 그렇게 대련이 시작됐다.
“호오~ 조금 대단한걸. 역시 마스터 나이트 다워. 하지만 역시 내가 조금 실력이 높은 것 같은데?”
“훗~ 그렇군. 역시 쉽지만은 않아. 나름 내 실력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대련은 점점 격렬해 졌다. 일단 에밀리아의 실력이 조금 더 높아 우세가 확실했다. 다만 레온도 감춰둔 한수 정도는 있어 에밀리아의 승리를 속단 할 수는 없었다.
“으읏~ 에밀리아 언니 힘내세요! 그..그치만 레온이 지는것도 싫은데.. 히잉~”
정말 누굴 제대로 응원하기 힘들었다. 레온이 지는걸 보는것도 싫었고, 그렇다고 에밀리아가 지는건 더 안됐다. 역시 에밀리아를 응원해야만 할 것 같았다.
“읏~ 꺄악~”
“훗~ 빈틈!!”
그렇게 잠시 대등한 전투를 벌이다 주변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에밀리아 언니의 빈틈으로 레온이 공세로 돌아섰다.
“읏~ 쉽지 않아! 하지만 나도 나름 한 수가 있다구!!”
그렇게 말하며 검에 소드오러를 키우는 에밀리아였다. 아무래도 마지막 한번의 격돌로 승부를 보려는 것 같았다. 그에 레온도 마찬가지로 소드오러를 키웠다. 하지만 역시 에밀리아의 소드오러에 비해선 손색이 있었다. 아마도 그건 정순함의 차이 그리고 마나량의 차이인 듯 했다.
“큭~! 이런... 검이 부러졌군. 이건 내가 졌다고 해야하나?”
“으으... 내 검도 마찬가지야.”
결국 레온이 지고 만 듯 했다. 하지만 에밀리아의 검도 마찬가지로 아슬아슬하게 매달려있다가 똑 부러지고 말았다. 이러면 무승부라고 해야할까?
“얕잡아 보지 못하겠어. 역시 실전을 경험하면 한단계 위의 실력자와도 겨룰 수 있나봐?”
“후후. 그렇지. 그래도 황녀치곤 꽤나 수준급이더군. 아무튼 이걸로 미아는 에밀리아 황녀 네것이 되어버리는건가... 쯧~ 미안하군. 미아. 이겨서 황녀를 조금 혼내줄려고 했는데...”
“으으. 아..아니에요. 그리고 진건 아니잖아요. 무승부! 그래요! 무승부잖아요!”
“하아..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이건 누가봐도 무승부야. 아무튼 대련 즐거웠어. 그치만 미아를 포기하진 않을거야. 호호호~”
“풋~ 맘대로 하도록. 하루쯤은 미아를 빌려주도록 하지. 큭큭.”
“으으~ 둘 너무하는거 아니예요?! 제가 무슨 물건인가요!!”
어쩐지 둘의 장난에 놀아난 것 같았다. 하지만 정말 다행이었다. 유혈사태도 일어나지 않았고, 레온이 이기지도 않았다. 물론 지지도 않아서 문제라면 문제였지만... 결국 하루정도 에밀리아에게 속해버리고 말 것 같았다.
“그래도 승부는 승부야. 이기진 못했지만... 그러니 미아가 에밀리아 황녀를 하루쯤 즐겁게 해주도록 해. 그럼... 나중에 칭찬해줄테니까 말야. 후후후.”
“저..정말이죠? 그 그럼 키스해주세요. 나중에...”
결국 레온의 그런 말에 혹하며 딜을 외치고 말았다. 에밀리아는 눈꼴시다는 표정으로 날 와락 끌어안고 자신의 품에 가두었다. 아마도 레온의 말대로 하루정도 날 가지고 놀 속셈인 듯 했다. 그것보다 검술 훈련을 마저 하고싶었지만... 정말 안타까운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럼 미아~ 미아의 하루는 이제 내거야. 호호~”
“으윽~ 제발... 이상한 짓 하는건 아니겠죠?”
“설마~ 그저 조금~ 몸매도 감상하고, 이런저런 옷도 입혀보고, 목욕시중도 시킬예정일 뿐인걸? 호호호~”
이상한짓 안한다며?! 뭐 딱히 야한짓은 없었지만... 그래도 조금 시달릴 것 같았다. 뭔가 약간 아쉬운 기분이었다. 딱히 야한짓을 바라는건 아니었지만... 역시 그동안 밀리아와 조금 야릇한 짓을 해온지라 그게 좀 아쉬웠다.
“하아~ 다행이라면 다행인데... 뭔가 아쉽네요. 쩝~”
“흐응~ 미아는 야한 아이구나. 좋아! 미아를 위해서 큰맘먹고 야한짓도 해줄게~”
“에엑?! 그..그런걸 원한건 아닌데... 히잉~”
괜한 말실수를 해버린 것 같았다. 그냥 입다물고 있었으면 중간이라도 가는건데... 역시 모든 악의 원흉은 입인 것 같았다. 입을 잘못 놀리면 어떻게 된다는걸 이로써 잘 알 수 있었다.
“그럼 들어가서 먼저 씻자~ 땀흘려서 그런지 조금 찝찝하네. 미아. 목욕시중 들어줄거지?”
“으으.. 약속이니까요. 하는 수 없죠. 레온! 다음엔 내게 물어보고 뭔가 하더라도 해요!”
“아아. 미안. 미아의 의향을 묻지 않다니 실수인걸... 좋아 다음번 내기땐 미아의 의향을 묻고 하지. 큭큭.”
그러니까 그 내기를 하지 말아달라는데... 역시 놀리는거지? 정말... 날 놀리는걸 너무 좋아하는 것 같은 레온이었다. 날 놀리는게 그렇게나 재미있는걸까?
“그럼 둘 좋은 시간 보내도록 해. 큭큭.”
그렇게 레온과 헤어져 방으로 돌아왔다. 물론 곁에는 에밀리아가 있었다. 역시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 완력으로 떨어뜨릴수도 없었고... 역시 마스터나이트라 그런 것 같았다. 결국 다른 여자와 목욕까지 해야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우으.. 밀리아 말고는 다른 여자랑 목욕해본적 없는데... 하아~ 어쩌지? 에밀리아 언니의 몸매... 분명 예쁠거야. 보고싶긴 하지만... 그래도 실례아닐까? 아냐. 어차피 에밀리아 언니가 부탁한거잖아? 그래. 이건 같은 여자로써의 호기심일 뿐이야. 저..절대 다른 마음은 없어!!”
이젠 여자이지 않던가?! 예전 남자였을 기억에 영향을 받을 필요는 없었다. 결국 옷을 모조리 벗고 욕실로 들어섰다. 욕실엔 벌써 에밀리아 언니가 몸을 욕조에 담구고 있었다.
“응? 왜 이리 늦게 온거야? 자 어서와서 등좀 밀어줘.”
“네..넷! 와~ 정말 예뻐요. 군살 하나 없는 예쁜 몸매...”
에밀리아의 몸은 정말 완벽 그 자체였다. 어쩜 저리 매끈하게 잘 빠진걸까? 물론 가슴은 여기사답게 조금... 작긴 했지만. 나보다 작은거지 다른 여자들에 비하면 큰 편이었다. 뭔가.. 나 가슴만 큰 여자같아 보이는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읏... 부드러워요.”
“하읏~ 간지러~ 좀 더 쌔게 밀어줘.”
“으윽~ 네에~”
정말 눈둘곳을 찾지 못하는 중이었다. 눈을 뜨면 에밀리아의 가슴이 엿보이고, 그렇다고 안뜨면 등을 제대로 밀 수 없었다. 뭐 차츰 적응이 되는 듯 날뛰던 가슴도 진정되는 것 같았다. 역시 같은 여자라 그런 것 같았다. 남자의 가슴팍에 안겼을때는 떨어지기 전까지 마구 가슴이 뛰었는데...
“하아~ 개운해. 미아 너도 돌아서. 등 밀어줄게~”
“저..저두요?”
“그럼 나 혼자만 씻길 바란거야? 혹시 내 몸 보며 응큼한생각을...?”
“아..아니예요!! 가..같은 여자인걸요! 그럴 리가 없잖아요!!”
너무 당황해서 마구 헛소리를 지껄여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극렬히 부정할 필요는 없었는데... 에밀리아가 혹시 더 이상하게 보는건 아닐까 걱정이었다. 그렇게 당황스러운 마음을 접고 뒤돌아서 에밀리아에게 등을 내맞겼다. 그러자 부드러운 손길이 내 등을 쓸어내렸다. 그에 화들짝 놀라며 묘한 기분에 빠져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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