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화 〉65화
그런 와중에 파티소식이 들려왔다. 게다가 나와 레온의 참여는 필수. 결국 참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셀바르 후작의 입김이 있는 것 같았다. 이런 긴장 가운데서 파티를 열 생각을 하다니... 하긴 이제 반응을 보일때가 됐긴 했다.
“그치만 이건 너무하잖아? 밀리아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뭐... 보내온 드레스가 조금 야하긴 하네요. 뭔가 천박하다고 해야하나? 하지만 안입으면 보내온 사람에게 실례겠죠?”
“으응. 보내온 사람이 셀바르 후작이라 입기는 싫지만... 아바마마를 언급한걸 보면... 입어야 겠지. 으으~ 게다가 안입으면 또 무슨 트집을 잡을지 모르니까 말야.”
“그래도 공녀님이 입으면 잘 어울릴거예요. 몸매가 이리도 훌륭하시니 말이죠~ 호호.”
결국 보내온 파티복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정말... 이런 옷은 어디서 잘도 공수해 온 것 같았다. 게다가 천 또한 얇고 손만 대도 찢어질만큼 약해보였다. 설마 그런 일은 없을테지만... 방심할 수는 없었다. 셀바르 후작이 좀 음흉해야 말이지.
“이번에도 같이 갈거지?”
“당연하죠! 설마 절 떼어놓고 갈 생각이셨어요? 저번에 쟝 선생님에게 맞춘 드레스를 입어봐야 하지 않겠어요!!”
“으응. 그렇긴 하네. 이왕 파티를 하는거니 밀리아도 즐기도록 해. 근데 칼... 너도 갈거야?”
“응! 밀리아랑 갈거야. 미아 나빠~!”
“으윽... 역시 미워하는구나. 하아~”
아무래도 아직 꽁해 있는 것 같았다. 잠시 사이가 좋아지는 것 같았지만... 여전히 내가 레온에게만 신경쓰고 있어서 그런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게 지금 상황이 너무 좋지 않게 돌아가고 있어서 였다. 물론 레온보다 내가 더 위험한 상태였지만... 그래도 걱정되는건 어쩔 수 없었다.
“윽~ 역시 야해... 치마는 왜이리 짧은거야? 이건 너무 천박해 보이잖아? 꼭 몸파는 창녀처럼... 설마 셀바르 후작은 날... 또다시 제국에 팔아넘기기라도 할 예정인가?”
어쩐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셀바르 후작이라면 그럴지도 몰랐다. 지금 돌아가는 꼴을 보면 그랬다. 아무래도 셀바르 후작이 날 오해하고 있는 것 같으니 말이다. 내가 아르덴 왕국의 레온에게 나라를 가져다 바친다나 뭐라나? 그러는 셀바르 후작은 어떠한가? 내가 나라를 바친다는게 사실이라고 해도 이건 악수나 다름없었다.
“후우~ 일단 가자. 가서 만나보면 알겠지. 근데 레온이랑은 따로따로 초대받은건가?”
“셀바르 후작님이라면 그렇겠죠. 두분이 결혼하는걸 못마땅해 하고 있잖아요? 팔아넘길때는 언제고... 뭐 하긴 두분 사이가 이렇게 좋아질줄은 몰랐겠죠. 호호~”
“으응. 그런 것 같아.”
그렇게 파티장으로 향했다. 과연 제국에서 온 마스터 나이트는 누구일까? 분명 멋진 남자일거라 생각됐지만... 그래도 궁금하긴 했다. 설마 레온보다 멋지면 어쩔까 하는 생각도... 뭐 그럴 리가 없지만 말이다.
“엘레미아 폰 갈레아 공녀님 입장이십니다.”
“웅성웅성~ 오오~ 이번에도 대단히 야하군. 츄릅~”
“그러게 말야. 저번에도 화끈하더니. 역시 공녀님이야.”
다시한번 파티장 모두의 시선을 이끌고 말았다. 하긴... 이번 드레스도 상당히 야한 모습이었다. 그나마 다행인건 어느누구도 창녀같이 입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듯 했다. 이게 바로 귀족과 평민의 차이라고 해야할까? 평민이 이렇게 입었으면 분명 창녀라고 손가락질 받을게 틀림없었다.
“휴~ 다행이야.”
“거봐요. 공녀님에게 그 드레스는 잘 어울릴거라고 했죠? 육감적인 몸매에 귀여운 얼굴~ 아아 어쩜 좋아~ 젖어버릴 것 같아요~!”
“으으~ 젖긴 뭘 젖어!! 밀리아 넌 변태같은 소리좀 그만해!”
“그치만~ 공녀님이 너무~ 매력적인걸요~ 호호.”
그러면 젖어 있던가... 아무튼 그렇게 모두에게 내 매력적인 몸을 마음껏 뽐내고 있었다. 다들 어째... 아랫도리가 불룩한게 매력발산은 확실히 해보인 것 같았다. 다만 다들 귀족들이라 그런지 채신머리는 단단히 붙잡고 있는 것 같았다. 다만 그중에 채신머리따위 생각지 않는 귀족이 있긴 했지만...
“후후 멋진 모습이야. 꼭 창녀같은걸? 설마 그 레온이라는 녀석에게 여지껏 대주다 늦은건 아니지? 큭큭”
“흥~! 너 따위에게 그런 소리 들을 내가 아냐! 너같은게 귀족이긴 한건지 쯧~”
“이익! 그러는 네년은 나라를 팔아먹는 년 아니던가? 그 레온이란 놈에게 가랑이를 벌려주고 도움을 바랐다면서? 그정도로 이 나라를 가지고 싶었다는건가?”
“여긴 내 나라야! 아바마마와 내 나라! 그러는 너와 셀바르 후작이야 말로 제국에 나라를 가져다 바칠 속셈인거야? 어떻게 제국에 손을 벌릴 수가 있어?”
“큭큭. 몸이 달아올라 안달이 난건가? 하긴 이제 그럴만도 하겠어. 제국에서 온 마스터 나이트에겐 역시 무리겠지? 그 레온이라는 놈도 말야. 그래서 아직 오지 않은건가? 역시 제국에는 안된단 말야~ 흐흐.”
알베른은 정말 상종 못한 인간이었다. 저런 것도 아들이라고 둔 셀바르 후작이 불쌍할 정도였다. 게다가 아직도 절뚝거리는걸 보면... 칼이 물어뜯은 물건이 덜 나은 듯 했다. 하긴... 그렇게 심하게 물어 뜯겼는데 쉽게 나을 리가 없지 않은가!
“쿡~ 거시기 간수나 잘 하시지 그래? 아직 거기가 낫지 않은 것 같은데?”
“으윽~ 이..이건... 큭~! 이 창녀같은 계집이!! 으득~! 두고보자!”
황급히 돌아나서는 알베른이었다. 하긴 쪽팔릴 만도 했다. 그 계집이라고 불린 나에게 거시기를 손상당했으니 말이다. 그러게 날 도발하지 말았어야지.
“쿡쿡. 공녀님 멋졌어요~ 정말 속이 다 시원해지는 것 같다니까요~”
“난 열불이 터지던걸. 으으~ 감히 나보고 창녀라니... 게다가 아직 레온이랑 첫날밤도 지내지 못했는데 뭐? 가랑이를 벌려? 으득! 두고봐. 녀석의 물건 꼭 뜯어내버릴거야!”
그렇게 분을 삭이고 있을 때 제국의 마스터 나이트가 등장했다. 다만 놀라운 점은 제국의 마스터 나이트로 온 사람의 성별이었다. 나와 같은 여자. 헌데 나와는 달리 마스터 나이트라니...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됐다.
“에밀리아 폰 아르세이아 황녀님 입장하십니다!”
게다가 무려 황녀! 어쩐지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같은 성별이라서 그런걸까? 아니면 입장이 비슷해서 그런걸까? 그건 아직 알 수 없었다. 황녀임 에밀리아도 날 발견한 듯 이쪽을 보며 두눈을 빛냈다. 어쩐지 호기심 어린 눈빛. 아마 내 마나량을 보고 호기심을 보인 듯 했다.
“어머.어머~ 레온님의 연적을 보내올 줄 알았는데... 어쩜~ 공녀님과 같은 여성이예요! 혹시 그쪽...?”
“그럴 리가 없잖아? 무려 제국의 황녀라구. 물론 취미로 그런짓을 할 수는 있지만... 역시 시집은 남자에게 가겠지. 황녀니까 말야. 정략결혼의 도구나 다름없잖아? 물론 마스터 나이트니까 그런 경우는 좀처럼 없겠지만 말야. 하아~ 나도 마스터 나이트가 됐다면... 저렇게 당당한 모습으로 있을 수 있었을 텐데...”
“공녀님도 열심히 수련하시면 돼잖아요? 레온님이 말하길 검술수련만 조금 더 하면 마스터 나이트도 문제 없는 마나량이라고 했잖아요?”
“으응. 그렇긴 하는데... 좀처럼 소드오라가 커지지 않아서... 우우~”
그랬다. 수련이 어느정도 돼서 소드오라를 발현할 수 있었지만... 그뿐이었다. 좀처럼 소드오라의 범위도 강도도 변함이 없었던 것이었다. 아마도 이건 수련이 막힌 정체기라고 생각됐다. 역시 남자인 레온의 방법이 문제인걸까? 여자에겐 잘 맞지 않는 느낌이 간혹 들었다. 하지만 그런걸 레온에게 말하기도 힘들었다. 그렇게 말하면 날... 싫어할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앗~ 황녀님이 이쪽으로 오는데요? 어머 어쩌지?! 저 혹시 이상하지 않죠?”
“아니... 왜 밀리아 네가 더 호들갑인건데?”
“그..그야~ 호호호.”
얼버무리는 밀리아였다. 아마도 그간 탐한 시녀들처럼 황녀에게까지 마수를 펼치고 싶었나보다. 역시 레즈끼 충만한 밀리아였다. 그러다 황녀의 칼질 한방에 훅 가는수가 있는데... 저렇게 어여쁜 황녀를 먹을 수 있다면 그래도 상관 없다는걸까?
“흐응~ 안녕. 난 에밀리아라고 해. 넌 엘레미아였지?”
“네. 에밀리아 황녀님...”
“에이~ 뭘 그렇게 어려워 하는거야? 같은 여자에 마나사용자잖아? 자자. 에밀리아 언니~ 라고 해도 좋아. 난 미아 라고 부를테니까.”
“제가 어찌 제국의 황녀님에게...”
“우우~ 정말 그럴 거야?”
기세를 발출하는 에밀리아였다. 결국 그 기세를 버틸 수 없어 항복하고야 말았다.
“읏~ 하아... 에밀리아님. 제발... 밀리아가 힘들어 하잖아요.”
“어머~ 미안. 호호~ 어쨌든 말 놓는거다? 내 또래에 이렇게 강력한 마나사용자는 정말 처음이야. 미아 너 정말 마음에 들어~ 호호호.”
어쩐지 황녀의 호기심 대상이 된 것 같았다. 하긴... 레온도 말하지 않았던가? 내 마나량이 왠만한 마스터나이트를 상회한다고... 아마도 그런 부분을 보고 대충 같은 마스터나이트 취급을 해주는 것 같았다.
“네. 그럴게요. 에밀리아 언니. 그나저나 저도 처음봐요. 여성 마스터 나이트라니... 성차별을 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여성으로써 마스터나이트가 되는건 힘들잖아요?”
“으응. 그렇지만 난 황녀니까. 기회라면 얼마든지 있었어. 게다가 팔려가듯 결혼하고 싶지 않았거든? 그럴려면 힘이 필요했어. 절박했다는거야. 그러는 미아도 그런 것 같은데? 힘이 필요해서 가출하고 그런 마나량을 보유한거 아냐? 뭐... 검술은 또 다른 것 같지만... 마나량은 이렇게나 많은데 검술은 초보? 정말 재밌어. 호호호.”
“하아... 저도 고민이예요. 마나량에 비해 검술이 지지부진해서요. 레온에게 배우고 있는데... 아. 레온이 누구냐 하면 제... 약혼자예요. 곧 결혼을 할 예정이었는데... 제국에서 온 에밀리아 언니로 인해 급히 취소하고 이렇게 파티를... 그..그렇다고 에밀리아 언니 탓을 하는건 아니예요. 게다가 여자인걸 알게 됐으니 한결 마음이 놓이는걸요. 레온과 결혼에 차질이 없을 것 같으니까 말이에요.”
“흐응~ 그렇구나. 그치만 어쩌지... 나 미아가 참 마음에 들어버렸는걸? 그렇게 남자에게 매이게 하고 싶지 않아졌어.”
“으윽?! 그..그런~ 서..설마...”
“응. 미아가 내 약혼녀가 돼 줘야겠어. 여자지만... 상관없겠지? 호호호~”
자기 멋대로 날 약혼녀로 만드는 에밀리아였다. 아무래도 내가 정말 마음에 들었나보다. 게다가 황녀이니만큼 언젠가는 하게 될 결혼 아니던가? 그러니 이왕이면 자기가 맘에 드는 사람을 골라 결혼하려 하는 듯 했다. 그게 남자든 여자든 어차피 제국의 황녀에겐 상관 없었다.
“가..같은 여자끼리잖아요?! 저..전 그런 취향이 아닌데...”
“흐응~ 나도 그쪽 취향은 아닌걸~ 아버지와 오빠가 하도 결혼하라고 극성을 피우잖아. 그러니 이렇게 예쁜 미아를 데리고 가서 놀래켜주려고. 호호~ 그럼 결혼이야기가 쏙~ 하고 들어가겠지?”
아무래도 그냥 들러리가 필요해서 그런 것 같았다. 뭐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다만 레온과 결혼은 어차피 차질을 빚을 것 같았다. 그렇게 에밀리아와 대화중에 레온이 등장했다. 아마도 내가 에밀리아와 친해질 시간을 벌기위해 레온을 뒤늦게 파티에 초대한 것 같았다. 정말 치사하다면 치사한 셀바르 후작의 처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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