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6화 〉46화 (46/132)



〈 46화 〉46화

날 자신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신사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묻는 말에도  대답해주고, 불편한점이 있나 하는 부분도 꼼꼼하게 살펴줬다. 정말... 이러다 레온의 부인이 되어도 괜찮을 것만 같은 기분이 간혹 들었다.

“아... 왜이러지. 정말~ 그저 다른 왕국의 기사일뿐인데...”

“크르릉~!”

“으응. 정신차릴게. 하아~ 그치만 조금... 두근거리는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

점점 레온에 대한 호감이  더 진득한 감정으로 변하는 듯 했다. 내겐 칼이 있는데도 마음이 움직이는건 어쩔 수 없는  같았다. 이러다 정말 레온에게 반해버릴지도 몰랐다. 그런 내 모습이 싫은 듯 칼이 칭얼거리듯 발버둥쳤다.

“그렇다고 칼  버리겠다는건 아니잖아. 그저... 레온님도 조금... 좋아졌다는 거야. 어차피 같이 살게 될지도 모르잖아? 그러니 너무 적대시 하지 말아줘.”

“낑..끼잉~”

하지만 그렇게 달래도 잘 통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여전히 칼은 날 자신의 것이라고만 생각하는  했다. 인간과 짐승이라는 점은 전혀 상관하지 않는  같기도 했다. 하긴... 그간 해온짓이 있으니 그러기도 했다.

“이제 거의 도착했어. 칼. 저기가 내가 사는 갈레아 공국이야. 작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곳이었는데... 이젠 잘 생각이 나지 않는 것 같아.”

이 몸을 사용한지도 이제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거의 1년이 넘을정도로... 물론 갈레아 공국에 대해 그리고 아바마마나 다른 모두를 기억하곤 있었지만... 그저 그뿐이었다. 물론 더 가까운 사이... 그리고 이 몸의 전주인을 사랑해줬던 사이일수록 약간의 두근거림을 선사해주긴 했지만... 매우 보고싶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끼잉~”

“괜찮아. 별로 슬프거나 그러진 않으니까... 물론 아바마마가 돌아가시면 조금쯤은 슬프겠지만... 이겨낼  있겠지. 나에겐 칼이 있잖아?”

그랬다. 의지가 되는 칼이  곁에 있었다. 그래서 더는 슬프지 않을 것 같았다. 게다가 이제 내 나라가 아니게 될테니 그 마음이  했다.

“그랬지... 레온님의 부인이 될 예정이니까...”

그렇게 공국의 성으로 들어섰다.

“드디어 도착했군. 기분이 어떤가? 거의 1년만에 돌아오는 집일텐데...”

“별로... 아무렇지도 않아요. 제가 나오고 싶어서 나온 것 뿐이니까요. 셀바르 후작의 부인이 되고싶지 않아서...”

“그랬었나? 그럼 설마...  부인이 되기싫어 도망치거나 하는건...?”

“도망치게 내버려 두실건가요?”

“그럴 리가 있나? 이런 예쁜 부인을 도망치게 둘 수야 없지. 후후후.”

“우으.. 예..예쁘다니... 숲속에서 1년이나 살아오느라 몸치장을 하지도 못했는데... 너무 놀리지 말아주세요.”

어쩐지 심장이 간질간질 한 기분이 들었다. 이러다 정말 정이라도 드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자. 들어가지. 엘레미아 공녀.”

“네... 레온 기사님.”

그렇게 성으로 들어섰다. 정말... 기억상으론 있었지만... 그래도 꾀나 훌륭한 성이었다. 이런 성에서 살아왔다니... 그렇게 두리번 거리며 기억을 더듬었다.

“오오~ 이게 누군가? 엘레미아 공녀 아니신가. 흐흐~ 외유는 잘 하고 돌아온건가?”

“으윽.. 셀바르 후작... 네. 잘 하고 돌아왔답니다. 그러는 당신은 저 없는 동안 여전히 계집질이나 하고 있었겠죠?”

“커험. 무슨... 사람을 뭘로보나. 커허험. 아르덴 왕국의 기사님을 앞에두고 너무 망발이 심한 것 아닌가!.”

“없는 사실도 아니잖아요. 당신의 아들인 알베른을 보니 알겠더군요.”

“뭐 아무튼 잘 지냈다니 다행이군. 그럼 공왕님을 뵈러 갈텐가? 이제 골골하니 얼마 살지 못할  같던데... 크흐흐.”

정말... 한 대 때려주고 싶은 면상이었다. 하지만 참아야 했다. 다음 실세인 셀바르 후작 아니던가. 게다가  결국 아르덴 왕국으로 팔려갈 몸이었다. 물론 그 모든걸 셀바르 후작이 그렇게 만든게 틀림없었지만...

“네. 아바마마를 뵈러 갈 예정이랍니다. 그러니 이제 비켜주세요. 아. 그리고 망나니 아드님좀 잘 간수하시는게 어떤가요? 전투가 벌어지면 꽁무지가 빠져라 도망치는 것 하고는 쯧쯧~”

“커험. 뭐 그럴수도 있지. 목숨은 하나이지 않던가. 그럼 난 이만 가보겠네.”

부자가 도망치는 꼬라지는 정말 똑같은 것 같았다. 누가 잡을세라 사라지는 모습 하고는...“

“풋~ 대단하군. 셀바르 후작을 그렇게 가지고 놀다니... 역시 내 부인으로 손색이 없어.”

“뭘 이정도 가지고 그래요. 숲속에서 살다보면 이보다 더한 일도 겪게 된답니다.”

그랬다. 정말 별에  꼴을 다 겪었는데 겨우 저런 인간쯤이야 얼마든지 덤벼도 상대할 수 있었다. 그렇게 발걸음을 좀더 빨리해 아바마마가 있는 궁으로 향했다. 건강상에 문제가 많다고 했는데... 내가 나갈때까지만 해도 거동은 가능했는데... 정말 어떻게 된건지 알 수가 없었다.

“아바마마~!”

“쿨럭... 미아더냐...? 아아. 우리 예쁜 미아구나. 그래. 재미있게 놀다 왔더냐? 쿨럭쿨럭.”

“네... 죄송해요. 그렇게 도망치듯 나가는게 아닌데... 아무리 셀바르 후작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버텨보는건데 그랬어요. 그치만... 나가서 좋은 친구도 사귀고 귀중한 경험도 했답니다. 게다가 어느정도 힘도 얻을  있었어요.”

“그랬구나... 쿨럭... 내가 정말 미안하구나. 이렇게 예쁜 미아를 놔두고... 가야하다니. 쿨럭... 셀바르 후작의 속셈을 더 빨리 알아차려야 했는데... 이젠 늦어버렸지. 그래서  아르덴 왕국에 보내는 거란다.. 쿨럭..”

“아...! 그럼... 아바마마가 그걸...?”

어쩐지 셀바르 후작치고 순순히 날 보내더라니... 아바마마의 입김이 들어간 것 같았다. 아직은 공왕으로써의 권력이 조금은 남아있는 듯 했다. 다만 그것도 이제 끝인 것 같았지만... 아바마마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은  같았기 때문이었다.

“저 때문에 이렇게...”

“쿨럭. 아니란다... 셀바르 후작때문이지.. 쿨럭. 아무튼 아르덴 왕국에 가더라도... 쿨럭쿨럭..  지내야 한다. 알겠니? 미아...”

“네...  지낼게요. 아바마마가 힘써주신걸요. 그러니 아바마마도 힘내세요. 아직 죽으면 안되요. 손자의 제롱까지는 보셔야 하잖아요?”

“쿨럭.. 하하.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아놓고선 손자라니... 나도 그러면 좋겠지만... 그건 힘들 것 같구나. 쿨럭... 이제 그만 나가보거라.. 쿨럭...”

“네... 그럼 쉬세요.”

어쩐지 마음이 찡했다. 아마도 이 몸의 주인의 마음이 아직 남아있는  같았다.

“하아~ 그래도 아버지인건가... 셀바르 후작에게 팔 듯이 넘긴게 아니었던 거구나... 그저 오해였어. 난 그것도 모르고 도망칠 생각만 했다니... 그래서 아바마마가 더... 힘들어지신걸지도...”

그래도 딸이라고 생각해준 듯 했다. 하긴... 자신의 딸을 다늙은 셀바르 후작에게 넘기는것도 못마땅하긴 할 듯 했다. 그래서 심사숙고해 날 아르덴 왕국의 기사 레온에게 넘긴거겠지. 어차피 팔려가듯 결혼해야할 처지였으니 이것도 감지덕지였다. 게다가 레온은 꾀나 마음에 들기도 했다.

“설마 내 취향까지 알고 보내신건가...?”

어쩐지 그런  같았다. 그러니  대화도 하지 않고 어서 나가라고 하는거겠지. 레온과 좀  대화하며 친해지라는 게 아니겠는가?

“내 행복을 원하시는거겠지. 좋아. 행복해지는거야. 레온님정도면 그래도 만족스러운 상대니까.”

이제 수긍하기로 했다. 셀바르 후작보다는 낫지 않던가?

“그래. 공왕께서는...”

“하아... 힘들 것 같아요.”

“그런가? 아무리 작은 공국이라지만... 그래도 권력이란거겠지. 어차피 엘레미아 공녀 당신은 더 이상 이나라 사람이 아니게 될테니까 상관없겠군.”

“그렇게 되겠죠. 그래도 제가 태어난 나라였는데...”

레온과 소소한 대화를 하며 내가 기거하던 궁으로 향했다. 마음을 정하고나니 레온과 대화하는것도 썩 나쁘지 않았다. 물론 버둥거리는 칼 때문에 제대로 대화를 하지는 못했지만...

“그럼... 쉬세요. 저도 조금 씻고 치장이란걸 해봐야겠네요.”

“좋은 모습 기대하지.”

정말... 일단 미녀라면 덥치고보자는 누군가와는 너무도 다른 레온이었다. 이러니 반하지 않을 수가 없지. 다만 내겐 칼뿐이라서 문제라면 문제였다. 호감은 가지만 아직은 그정도 뿐이었다.

“그러니 제발 화 풀어줘.. 에휴~ 칼 네가 그렇게 삐쳐있으면 내 마음이 편치 않단 말야~”

“크릉. 컹!”

“알았어. 오늘밤엔 거대화 해서... 그... 해줄게!! 그러니 제발~ 응?”

“컹컹~!!”

결국 오늘은 한번 해줘야 할 것 같았다. 하긴... 그간 병사들과 함께 오느라 칼과 밤을 같이 보내지 못했었다. 그래서 칼이 더 뿔이났던 걸지도... 결국 화를 풀어주려면 이런 방법밖에 없는 것 같았다.

“그래. 너도 수컷이었지.”

수컷의 본능은 여전했다.

“앗~ 엘레미아 공녀님~!! 정말~! 어딜가셨던 거예요!”

“으응? 밀리아구나.”

“밀리아 구나가 아니라구욧!! 어쩜 이런 지저분한 가죽옷을...!! 피부라도 상하시면 어쩌시려구!”

시녀인 밀리아였다. 기억상으로도 잔소리가 심한 시녀였는데... 만나고보니 정말 그랬다. 결국 조잘거리는 밀리아의 속사포같은 수다에 항복하고 그간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해주고 말았다.

“어머! 그랬어요? 와아~!! 그런! 그러면  애가 거대해지기도 한단 말이죠? 정말 대단해요!! 아아.. 그런 모험 저도 해보고싶었는데~~ 저도 데리고 가 주시지.. 칫~”

“밀리아는 버티지 못했을걸?  씻기도 힘들고, 음식은 날것에... 옷은 이런 가죽조각 뿐이었는걸. 버틸 수 있었겠어?”

“히익?! 저는 힘들 것 같아요. 그러는 엘레미아 공녀님은 어떻게... 분명 가시기 전엔 요조숙녀나 다름 없으셨는데...”

“응? 그..그랬나? 호호. 지금도 별로 바뀌지 않았는걸~ 자 보라구?”

“에휴~ 숙녀다운 모습은 벌써 저멀리... 역시 혼자보내는게 아니었어요. 아무튼 어서 옷부터 벗으세요!! 목욕부터하고 옷부터 갈아입으셔야겠어요.”

“으응. 알았어. 정말 밀리아 뿐이라니깐. 날 생각해주는 사람은...”

그랬다. 이 궁성에  생각해주는건 아바마마를 빼면 전속시녀인 밀리아뿐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제 정말 집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안정감이 든다고 해야할까? 그런 우리 둘의 수다에 질린 듯 칼은 한쪽 구석에 자리잡고 하품을 쩍쩍 하며 잠을 자려는 모습을 보였다.

“어머~ 어쩜~ 정말 부쩍 자라셨네요. 아아 이 가슴좀 봐~ 저보다 더... 커지다니!!! 히잉~ 저는 아직도 작은데... 우우~ 게다가 엉덩이도~”

짝~

“히익?! 무..무슨짓이야?! 우우~ 갑자기 때리는게 어딨어?”

“호호~ 조금 만져본  뿐인걸요~ 아아 너무 탄력적인 엉덩이예요. 분명 결혼하면 사랑받으실거예요. 호호호~”

음란한 이야기를 잘도하는 밀리아였다. 이럴거라는걸 알았어야 하는데... 결국 목욕시중을 받으며 약간... 밀리아의 손길에 농락당하고 말았다.

“으읏... 정말 뭐하는 짓이야~”

“흥흥~ 왜요? 조금 만져본 것 뿐이라구요~ 호호~”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지 밀리아의 장난이 조금 심해진 것 같았다. 그렇게 목욕을 마치고 알몸으로 옷방으로 향했다.

“그럼 드레스부터 입어보죠. 아아. 이걸어째~ 옷이 죄다 맞지 않을 것 같아요! 어쩌죠? 역시 새로 맞춰야겠죠? 그럼 디자이너를 부를까요?”

“으응. 알아서 해줘...”

그쪽에 대한건 전혀 알지 못해서 밀리아에게 부탁하기로 했다. 사실 드레스는 입고싶지 않았지만... 여성인...그리고 공녀인 몸이니 만큼 어느정도 치장은 필요했다.

“그럼 부를게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아..알몸으로?”

“호호~ 뭐 어때요~ 설마 부끄러워 하는건가요~ 공녀이시면 부끄러움도 없어야 하는데~ 역시 외유 때문에 그런게 생긴 것 같네요. 다시 교육에 들어가야 할 것 같네요.”

그런다고 하는  했다. 전속시녀인 밀리아의 말이 맞겠지. 어차피 기억상으로도 대부분 밀리아가 해줬던 것 같았다. 옷갈아 입는것도 목욕시중도 그리고 화장실의 뒤처리까지... 정말 손끝하나 사용하지 않는 공녀의 생활이었다고 생각한다. 뭔가 불편할  같았지만... 이젠 다시 공녀의 그런 생활에 적응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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