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화 〉45화
“진형을 천천히 물려라!”
아마도 더는 전투가 힘든 것 같았다. 오우거 녀석도 너무 많은 숫자의 인간들에게 둘러쌓여 있어 혼란스러운 듯 했다. 게다가 마나또한 얼마 가지지 못한 병사들이지 않던가? 그저 무기의 이점을 이용해 싸우는 것 뿐이라 오우거로써는 딱히 입맛에 맞지 않는 것 같았다.
“으으. 이대로 싸움이 끝나면 안돼는데...”
하지만 점차 진형을 물리며 전투가 소강상태로 진입했다. 그러자 오우거도 더는 있고 싶지 않다는 듯 뒤돌아 자신이 사는 동굴로 가버리고 말았다.
“대단한 녀석이군. 그나저나... 거기 계속 숨어있을건가?”
“으윽! 아..알고 있었나요?”
“후훗. 귀엽군. 그렇게 마나를 줄기줄기 뿜어내고 있으면 모르는척 하기도 힘들지. 아직 마나 컨트롤이 서툰 것 같군. 게다가 거칠어. 제대로 훈련을 하긴 한건가?”
“그..그건... 홀로 터득한거라서 어쩔 수 없다구요!!”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나라고 그런 생각을 안한건 아니었다. 지금 다시 기사들을 바라보니 내가 얼마나 허투루 마나를 사용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알베른 녀석도 물리치지 못한거겠지. 아무리 허접한 녀석이라지만... 그래도 평기사 이상은 돼 보였다. 분명 마나를 사용하는 특별한 방법이 있는거겠지.
“호오? 그 짐승은? 길들인건가? 대단하군. 좋아. 정말 마음에 들었다. 공녀라고 해서 그저 곱쌍한 요조숙녀일줄 알았는데... 넌 다르군. 마음에 들어.”
“엣? 마..마음에 들다니요?”
“크르릉!!”
갑자기 가만히 있던 칼이 레온이라는 기사에게 적대감을 표출했다. 아마도 칼 특유의 감각때문인 듯 했다. 수컷끼리 무언가 통하는 그런 감각 말이다. 암컷을 사이에 두고 서로 차지하기 위한 그런 것 있지 않던가? 어쩐지 그래보였다.
“칼. 착하지. 자자~ 그렇게 흥분할 것 없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게 칼 너인거 알고 있잖아~”
“후훗. 사이가 좋은가보군. 좋아. 그 녀석도 데려가 주지.”
어쩐지 내 처지가 결정되어버린 듯 했다. 하긴... 더는 도망칠 방법도 없었다. 계획도 실패해버렸고, 더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렇다고 칼과 함께 병사들을 돌파하기엔 레온이라는 기사가 정말 강해보였으니 말 다한 거라고 생각한다.
“자 그럼 따라와라. 설마 도망치는 미련한 짓은 하지 않겠지? 공녀를 결박하는 우를 범하게 하지 않길 바라지.”
나름 신사적인 기사인 레온이었다. 정말 알베른과는 천지차이인 제대로된 기사였다. 저런 기사라면... 그래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팔려가는거나 다름없었지만... 그래도 셀바르 후작에게 시집가는 것 보다는 나았다.
“그리고 아바마마가 걱정되기도 하니까.”
그랬다. 마음 한켠이 내내 불편했다. 그래서 계획도중 실수를 해버린걸지도 몰랐다.
“후훗. 좋은 따님을 뒀군. 도망치지만 않는다면 공녀로 대접해주도록 하지. 마음에 들기도 하니 말야. 지금 다시보니 꾀나 미인이군. 게다가 내 타입이야. 좋은 아내가 될지도 모르겠어.”
“아..아내라니요!! 으으... 나..나에겐 칼이 있는데...”
물론 레온이란 기사도 멋지긴 했다. 하지만 내겐 칼이라는 든든한 수컷이 있었다. 다만 심장이 조금 두근거리긴 했다. 하긴... 멋진 남자임에는 틀림없지 않는가?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 기사이기도 했고... 그래서 조금 신경쓰이는 것 같았다.
“말하지 않았나? 셀바르 후작을 후원해주는 대신 널 데려가기로 한걸... 분명 말 한걸로 아는데? 넌 그래... 인질이라고 해야겠지. 아직까진 공국의 국민들에게 사랑을 받는 공녀니까 말야. 형식적인 일일 뿐이지.”
“으으. 그런게 어딨어요!! 제가 머물곳은 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요!!”
“훗~ 앙탈부리는 모습도 예쁘군. 정말 마음에 들어. 게다가 마나도 꾀나 많이 보유하고 있고. 잘만 가르치면 멋진 여기사가 될수도 있겠군.”
“여..여기사...”
조금 혹했다. 솔직히 요즘은 단련도 지지부진했다. 마나야 늘어났지만... 딱히 배운 검술이 없어서 그런지 비슷한 상대도 이겨내기 힘들긴 했다. 그래서 이리도 쉽게 잡혀버린것이기도 했다. 마나만 많으면 뭐하겠는가? 검술이 허접한데...
“그래. 내 아내라면 그정도 능력은 있어야지 않겠어?”
“흥~ 그렇게 꾄다고 해도 내겐 칼이 있다구요! 저에겐 칼만 있으면 되요. 칼이 날 얼마나 좋아해준다구요. 매번 위기때마다 구해주기도 하고...”
“그랬나? 하긴... 너 혼자선 이 숲속에서 살아남기 힘들었겠지.”
사실이 그랬다. 레온의 말대로 칼이 없었다면 이 숲속에서 살아남기 힘들었을게 분명 했다. 그래서 더 칼이 좋았다. 칼만 있으면 아무래도 상관 없는데... 왜 날 못 잡아가서 안달인걸까?
“오오~ 레온님! 대단하시군요. 저 년.. 아니 공녀를 잡으시다니. 그옆에 짐승도 꾀나 강력해보이는데...”
“응? 넌... 알베른이었지. 그래 어디가 있었나? 전투중엔 보이지 않던데...”
“아하하.. 저야 뭐 오우거를 잡을 정도는 아니라서... 그저 조금 몸을 사리고 있었습죠.”
정말 얄미운 녀석이었다. 도망간 주제에 저리도 당당히 몸을 사렸다고 말하다니... 게다가 칼에게 잽도 안 되면서 레온 옆에 있다고 우쭐대기는... 정말 짜증나는 녀석임엔 틀림없었다. 게다가 날 향하는 저런 음욕에 찬 눈빛도 싫었다.
“알베른. 적당히 해라. 곧 내 부인이 될 공녀이시다. 감히 너 따위가 쳐다볼 신분이 아니지.”
“큭~! 하하.. 그..그렇죠. 감히 저같은게 어찌 레온님의 부인되실분을 쳐다보겠습니까! 공녀님 혹시 기분나쁘셨다거나 하신건 아니시겠죠?”
내게 은근히 시선을 주며 그렇게 말하는 알베른이었다. 아마도 내가 기분나빴다고 하면 아까전 날 범하려 했던 이야기를 각색해서 레온에게 말하려는 듯 했다. 아니면 병사들에게 소문을 내던지... 분명 내 스스로 다리를 벌리고 창녀처럼 헐떡였다고 소문낼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는가? 일단 레온은 다른 왕국의 기사였다. 그런 기사에게 팔려가는 신세나 다름없는데.. 그 누가 그런 나를 좋아하겠는가?
“기분... 나쁘지 않았어. 별일도 아닌걸...”
“마음씨도 좋군. 더 마음에 들어. 그럼 어서 숙영지로 돌아가지. 이번엔 너무 피해가 심했어. 역시 어둠의 숲의 오우거는 대단하군. 일반 오우거따위는 열 마리가 있어도 상대하지 못할 것 같아.”
“그..그렇군요! 역시 대단하십니다. 레온님. 그런 녀석을 붙잡아두시다니!!”
“아니. 병사들이 없었다면 힘들었을거다. 아무리 내가 마스터나이트라지만... 아직은 말단이기도 하고... 역시 돌아가면 조금 더 수련을 해야겠군.”
정말... 어쩜 저리 알베른과 비교되는걸까? 정말 기사중의 기사인 레온이었다. 저러니 멋져보이는건 당연한거겠지. 정말 이러면 안되는데... 점점 멋있는 면모가 보이는 레온 이었다.
“하아... 읏?! 이..이런건 아아 내겐 칼이 있는데...”
칼에게 조금 미안했다. 역시 짐승보다는 같은 동족인 남자에게 끌리는걸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 물론 칼도 수인형으로 변할때는 멋질 것 같았지만... 아직은 작아서 마냥 귀여울 뿐이었다.
“끼잉~”
“으응. 미안. 칼이 있는데... 나도 참~”
그렇게 숙영지에 도착해 감시하에 쉴 수 있었다. 다만 병사들이 날 바라보는 시선이 어쩐지 끈적끈적했다. 하긴... 남자들 사이에 홍일점으로 나 홀로 여자이지 않던가. 욕정어린 시선은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다만 기사인 레온이 있어서 섣불리 추행하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에휴~ 남자들이란~ 쯧. 알베른부터 시작해서 다들 변태같아... 물론 칼 너랑 레온님은 다른 것 같지만...”
“크릉!!”
“미안... 자꾸 레온님을 생각해서 화난거야?”
“크르릉!!”
화가 난 것 같았다. 아마도 다른 수컷에 시선을 줘서 그런 것 같았다. 칼의 그런 질투가 조금 귀여웠다.
“자 그럼 이제 다시 거대화를 해제하자. 에너지 낭비는 안되니까. 언제든 기회가 있으면 도망 칠 수 있어야 하잖아?”
“크릉...”
거대화 해제가 싫은 듯 고개를 흔드는 칼. 하지만 이대로 거대화시켜놓을 수는 없었다. 에너지 소모율도 심하고, 성장에도 나쁘니 말이다. 그나마 요즘 들어 아주 조금씩은 크고 있었으니 말이다.
“자. 칼도 얼른 커야하잖아? 그러니 너무 뿔내지마~”
“크릉.”
결국 허락해주는 칼이었다. 그렇게 다시 칼을 작게 되돌렸다. 정말... 그 모습이 어쩜이리 귀여운걸까? 청년인 칼도 기대됐지만... 아직 어린 모습인 칼도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그래. 엘레미아 공녀... 응? 그녀석은... 호오? 변신을 할 수 있는건가? 꾀나 멋진 녀석이군.”
“무..무슨일인가요?”
“잘 쉬고 있나 해서 와봤지. 상처는 어떤가? 꾀나 출혈이 심해보이던데...”
“으윽. 음식을 먹으면 나을거예요! 상관하지 말아요!!”
칼 때문이라도 조금 틱틱대며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날 걱정해주는 레온의 모습이 싫지는 않았다. 칼 말고도 날 걱정해주지 않았는가? 아니 되려 조금 더 관심이 갔다. 멋진 모습 말고도 조금 다정한 모습까지 보여주니 어찌 마음이 가지 않을것인가?
“으으. 야생에서 생활하다보니 이제... 강한 수컷에게 끌려버리는 것 같아...”
치료사를 보내준다고 하고 돌아가는 레온의 뒷모습에 어쩐지 눈길을 땔 수 없었다. 정말 이러면 안 되는데... 칼이 옆에 지켜보고 있는데도 본능적으로 강인한 레온에게 시선이 가는건 어쩔 수 없었다.
“하아~ 하고 싶어. 아..아냐~! 으읏~”
조금 욕구가 동했다. 아마도 암컷으로써의 본능같았다. 강인한 수컷의 씨를 품고심다는 본능.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런 강한 수컷의 씨를 품는게 최고였으니 말이다. 칼에게 그랬다싶이... 하지만 동족인 레온을 보게 되니 칼은 조금 뒷전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끼잉~낑~”
“읏~ 칼! 뭐하는짓이야?! 그..그런짓 하고싶긴 하지만...”
칼이 주저앉아 있는 내 그곳을 핥았다. 아마도 조금 느끼느라 흘려버린 그 냄새를 맡아서 그런 듯 했다. 작은 모습이라 하지도 못할거면서 그러다니... 역시 칼도 수컷임에는 틀림없었다.
“조금만... 그래 조금만 참는거야. 알베른녀석에게 무슨 트집을 잡힐 수도 있잖아? 그러면 분명 소문도 이상하게 나버릴테고... 공국에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흐를게 분명해. 그러면 아바마마의 입지도 줄어들테고... 역시 공녀로 돌아가야 하니 생각할게 많네. 에휴~”
조금 한숨이 나왔다. 숲속에 야생의 소녀로 살때는 이런 생각따윈 할 필요도 없었는데... 이제 다시 공녀의 삶으로 돌아가려고 보니 잡다한 생각이 다 들기 시작했다. 역시 인간세상은 이래서 좋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서 칼과 함께 도망치려고 했는데... 이젠 하는 수 없이 다시 공녀의 삶에 적응해야할 것 같았다.
“칼... 내가 어떻게 변해도... 넌 날 좋아해줄거지?”
“크릉~ 컹~!”
“정말 고마워. 역시 내겐 칼 뿐이야. 그러니 레온님에게 너무 그러지 마. 그래도 좋은 분이시잖니.”
“크릉!!”
그래도 싫은 건 싫다는 칼이었다. 역시 수컷은 수컷인가보다. 이렇게 작은데도 질투심은 강한 칼이었다. 그런 칼을 진정시키기 위해 조금 노력해야 했다.
“그럼 같이 가는거다?”
“컹컹!”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칼이었다. 그렇게 몇일을 지내고 숙영지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목적을 이뤄 더는 있을 필요가 없어진 듯 했다. 게다가 오우거녀석도 있지 않는가?
“좋아. 모두 정리했나? 그럼 목적도 달성했으니 돌아가도록 하자!”
“우오오~!!”
“흥~ 뭐... 조금 멋지긴 하네.”
“컹컹!”
멋지긴 했다. 그런 내말을 듣고 칼이 조금 질투를 했지만... 정말 무슨 말을 못하게 하는 칼이었다. 겨우 멋지다고 한마디했는데도 이렇다니... 나보다 더 집착이 심한 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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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돌아가게 된 미아! 과연 무사하게 돌아갈 수 있을것인가!! 점점 레온의 멋진 면모에 빠져드는 미아! 칼은 그런 미아에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질투심 많은 칼! 셋의 관계는 어떻게 변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