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화 〉44화
“꺄악~!”
병사들을 너무 얕본 듯 했다. 그리고 너무 야생에 적응해버려 장거리 무기를 간과한 듯 했다.
“잡았다!! 다들 둘러싸!!”
“흑~ 아파..!!”
화살을 맞고 나무위에서 떨어져 크게 부상을 입어버렸다. 허벅지부분이 화끈거리는걸 보면 그곳에 화살을 맞은게 틀림없었다. 그렇게 잠시 지체하는사이 병사들이 날 둘러싸 버리고 말았다.
“으으~ 거의 다 도착했는데...”
“호오? 이건 또 일품이군. 설마 우리가 찾던 공녀인가?”
들켜버린 듯 했다. 동물우리의 동물 신사가 된 것 같았다. 너무도 많은 병사들... 인간들에게 둘러쌓이다보니 조금 심장이 두근거렸다. 오랜만에 만나게 된 인간이라 그런 듯 했다.
“갈레아 공국의 엘레미아 공녀 맞나? 하긴... 맞겠지 이곳에서 발견한 여자아이라면 틀림없겠어. 게다가 생긴것도 꾀나 예쁘군. 후후후.”
“힉?! 다..당신은 누..누군가요.”
아픔과 함께 오는 혼란스러움. 분명 공국의 기사는 아닌 것 같았다. 찰랑이는 흑발 그리고 호쾌하게 생긴 얼굴. 다부진 근육. 그리고 모두를 아우르는 리더쉽까지... 분명 공국에서 볼수 있는 기사는 아니었다.
“흐음. 나 말인가? 쯧~ 역시 촌 구석에 붙어있는 공국이라 그런지 내 이름까진 알려지지 않았나보군.”
자부심이 철철 넘치는 남자였다.
“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철혈의 사자 레온님을 모르다니 말입니다. 흐흐.”
간신배 같은 녀석이 레온의 곁에 손을 비비며 그렇게 아부하기 시작했다. 저녀석은 아는 얼굴이었다. 셀바르 후작의 아들인 알베르였다. 정말 그아버지에 그아들임에 틀림없었다. 레온이라는 남자도 그런 알베르는 싫은지 인상을 찌푸렸다.
“좋아. 그럼 포획... 응? 이 기세는?! 다들 긴장하라! 대형몬스터다!!”
“아! 오우거... 와 준건가?!”
하긴 이렇게 인간의 냄세가 진한데 당연히 오우거도 그 냄세를 맡았을게 틀림없었다. 그렇게 오우거의 포효가 들려오며 모두가 긴장하기 시작했다. 일단은 한숨 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단 안전한 곳으로...”
흉포한 녀석의 몸부림에 휩쓸리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그래서 아픈 다리임에도 불구하고 힘을내 병사들이 오우거에게 신경쓰는 그틈을 이용해 근처 바위뒤로 몸을 숨겼다.
“후아~ 정말 다행이... 읏?! 너..너는!”
“흐흐. 어딜 그렇게 가시나? 설마 도망치려고 한건가 미아~”
“으윽! 미아라고 부르지 마!! 너따위에게 불릴 애칭이 아냐!!”
칼이라면 또 몰라도 저런 녀석에게까지 애칭인 미아라는 이름을 불리고 싶지 않았다. 다만 다리가 다치는 바람에 녀석이 하는짓을 보고만 있어야 했다.
“으윽~ 놔! 어..어딜 잡는거야!!”
“큭큭. 뭐 어때? 다른 녀석들이 오우거에 신경쓰는틈에 좀 즐기자는데... 아아! 공국 제일의 미녀인 미아 너를 이렇게 맛볼 기회가 오다니!! 쯧~ 아버지는 왜 레온 저녀석에게 이런 아까운 미녀를 주려는건지... 아무리 공왕이 되고싶다고 해도... 어차피 미아 너랑 결혼하면... 다 끝나는건데... 역시 아르덴 왕국의 비호라는게 필요한건가?”
“으으... 너..너희들은! 내..내 나라를 팔아먹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아바마마가 있는데도!!”
“킥킥. 그딴 늙어빠진 공왕따위야... 어차피 오늘내일 하는걸? 자자. 그렇게 앙칼지게 나오지 말고 같이 즐기자고. 흐흐~”
정말 대 위기였다. 허벅지에 화살을 맞지만 않았어도 녀석따위는... 하지만 녀석도 기사나부랭이이긴 했다. 불편한 몸으로 상대하긴 조금 벅찰게 분명했다.
“오..오우거를 상대해야하잖아! 저들은 네 병사들이라구!!”
“풋~ 저딴 병사들따위... 어차피 돌아가면 또 징집할 수 있지. 하지만 미아 널 따먹는건 오늘이 아니면 불가능할테니 말야. 흐흐~ 자자. 이제 할 이야기는 다 끝난거지? 그럼 맛을 좀 보실까?”
이런 녀석이라니... 그래도 조금은 신사다운 면모를 보여야 하지 않는가! 후작의 아들이 개망나니라는 소리를 듣긴 했지만... 이런 위급한 순간에도 저런 면모를 보일 줄은 몰랐다. 정말 개자식임에는 틀림없는 듯 했다.
“칼... 으으. 저리꺼져!!”
“응? 칼? 호오. 이곳에 또다른 사람이 있다는건가? 그 칼이라는 녀석과 설마... 붙어먹은거냐? 이런이런... 내가 처음일줄 알고 좋아했더니... 걸래였구만. 큭큭. 그렇다면 딱히 죄책감에 휩싸일 필요도 없을 것 같군.”
“크윽... 이 거짓말쟁이! 죄책감? 그런것따위 상관하지도 않는 녀석이!! 네 소문은 나도 들었어. 개망나니 알베른. 공국의 도시에 파다하게 소문난걸 모른다는건 아니겠지?”
“후후. 그거야 한때지. 나도 이제 후작이 될 몸이시라고. 어차피 너 따윈 한번 따먹고 말 존재일 뿐이지. 내것이 되지도 못하니 맛있게 먹고 레온 녀석에게 넘겨줘야겠군. 흐흐.”
개망나니인 알베른이 점점 내 몸을 범해오기 시작했다. 그 느낌이란 절로 날 오싹하게 만들었다. 차라리 짐승인 칼이 더 나았다. 강인하고 날 생각해주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런 약하고 보잘것없고 쓸모없는 녀석은 싫었다.
“저..저리가!!”
“오오~ 대단한 몸매야. 흐흐. 정말 육감적인데? 이런 야생에서 1년간 살아온 몸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모습이야. 이런 뽀얀 살결이라니...츄릅~ 정말 맛이 좋을 것 같아. 비록 처음은 아닐테지만...”
멋대로 생각하는 알베른 녀석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처음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렇다면 더 좋다고 달려들게 뻔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최대한 발버둥쳤지만... 허벅지에 꽂힌 화살 때문에 더는 아파서 움직이기도 힘들었다. 화살이 박혀 상처 입은 허벅지가 발버둥치는 바람에 더 심한 출혈을 일으킨 듯 했다.
“으읏~ 하아... 그..그만둬...”
약간 어지러워진 듯 했다. 그리고 팔다리에 조금씩 힘이 빠졌다. 어서 출혈을 멈춰야 했지만... 알베른은 상처입은 나를 배려해주지 않고 제 욕심만 챙기고 있었다. 그렇게 알베른이 욕구를 채우려는 그때였다.
“컹!! 크르릉! 커헝~!!”
“아아! 칼~!! 와준거구나!! 에잇~”
“크윽?! 이..이년이~!! 으악~!! 개..개새끼까지?! 설마 이게 니가 대줬다던 칼? 큭큭.. 개새끼에게 처음을 주다니 갈레아 공국의 공녀도 다 된건가? 크흐흐.”
내가 알베른을 밀치자 칼이 때를 맞춰 녀석의 손목을 물고 늘어졌다. 하지만 작은 모습의 칼이라 그런지 치명상을 입히지는 못했다. 정말 안타까운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어느정도 위기는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게 위기에서 벗어나 서둘러 벗겨진 옷을 차려입었다. 알몸으로 도망칠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칼.. 정말 고마워. 너 아니었으면 저딴 녀석에게 내 처음을... 줄뻔했어.”
“크릉~ 커헝!”
“으응. 그래. 나중에... 해줄테니까 우선 저녀석부터 어떻게 해보자. 자! 그럼 거대화 시켜줄게 날 지켜줘 칼!!”
그렇게 말하며 팔찌를 조작해 칼을 거대화 시켰다. 그러자 알베른이 놀라며 움찍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하긴 오줌을 지릴만한 모습이긴 했다. 거대화 한 칼은 오우거에 필적하는 크기였기 때문이다.
“헉! 그..그런!! 설마 유적의 힘인가?! 오오!! 대단해! 좋은걸 알게 됐군. 흐흐”
비열한 웃음. 하지만 어차피 녀석 따위가 유적지에 도착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녀석의 실력도 실력이거니 병사들로써는 마물한마리 잡기도 힘들테니 말이다. 물론 장거리 무기를 잘 사용하면 될테지만... 그것도 한두마리일때나였다. 그 몬스터 웨이브는... 정말 대단히 위협적이었기 때문이었다.
“흥~ 너따위는 무리야! 칼 녀석을 해치워!!”
“제길... 좋은 기회였는데... 두고보자!!”
“크릉~~ 컹!!”
결국 알베른은 그렇게 도주하고야 말았다. 정말... 도망치는것만 재빠른 녀석이었다. 칼이 나서기도 전에 위험을 감지하고 바로 도주하다니... 저런녀석이 후작의 아들이긴 한건가? 역시 망나니임에 틀림없었다.
“하아~ 다행이야. 구해줘서 고마워 칼. 역시 내겐 너뿐이야~!”
“컹컹~”
칼을 와락 껴안으며 그렇게 애정표시를 했다.
“으윽. 아파. 우선 상처부터 치료해야겠어. 그 다음에... 같이 도망치자!”
아직까지 오우거와 전투는 끝나지 않은 듯 했다. 그러니 칼의 모습을 발견하지 못한거겠지. 아니었다면 이렇게 거대한 칼을 발견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역시 오우거는 대단한 것 같았다. 아르덴 왕국의 철혈의 기사 레온을 상대할 수 있다니... 분명 꾀나 고위기사인 것 같았는데... 그 자존심하며 당당한 풍모를 살펴보면 틀림없이 대단한 기사가 분명할 것 같았다.
“윽.. 좋아. 이제 날 태워줘. 칼.”
“크릉~”
칼의 등에 타서 도망칠 기회를 찾기 시작했다. 아무리 전투중이라지만 칼의 거대한 동체가 움직이면 틀림없이 들킬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주위에 병사들이 포진해 있기도 했고, 결국 기회가 올때까지 은신해 있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런 기회가 쉽사리 찾아오지는 않을것 같았다.
"으윽... 언제까지 숨어있어야 돼는거야. 하아~ 피를 너무 흘려서 그런지 어지러워..."
아무래도 상처를 제때 지혈하지 못해 그런듯 했다. 그런 내 모습에 칼이 걱정스러운듯 낮게 으르렁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칼이 해줄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결국 어지러움을 참아내며 때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참는것도 함도가 있었다.
"칼... 아파..."
"크릉...끼잉~낑"
칼도 내 아픈 모습이 너무 안쓰러운지 낮게 으르렁거리고 낑낑대기 시작했다. 하긴... 내가 봐도 이번 상처는 심했다. 그간 몸 간수를 철저히 해 왔는데 이런곳에서 발목이 잡히다니... 역시 너무 방심했던게 문제였다. 하필 병사들중 궁수가 있을게 뭐란 말인가? 그 궁수들만 아니었으면 절대 이렇게 다칠일도 그리고 잡힐 위기에 놓일 일도 없었을게 분명했다. 하지만 이제와서 그게 무슨 소용일까? 벌써 일은 벌어진 상태인걸...
"우리... 조금만 더 참자. 분명 기회가 있을거야... 으윽."
다만 그 기회를 잡기엔 몸상태가 점점 나빠지는것 같았다. 이대로 잠들면 영영 일어나지 못할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에 최대한 정신을 차려봤지만... 너무도 힘들었다. 눈앞이 핑핑 도는것 같기도 하고 몸에 힘이 빠지고 있었다. 칼의 갈기털을 잡은 손이 풀려나가는것 같았다. 정말... 이정도로 몸이 엉망이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칼이 있어 더 버텨낼 수 있을것 같았다. 칼을 생각하자 그나마 약간 남은 마나가 몸을 회복시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대로 잠시만 더 버틴다면 그래도 운신이 가능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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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케릭터들 등장. 기사 레온(?!) 개망나니 알베른 그리고 다수의 병사들... 미아는 겨우 위기에서 벗어났네요. 역시 칼!! 미아가 위기에 처하면 언제든 나타나 구해준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