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화 〉41화
하루 이틀 시간이 흘러갔다. 오크 족장이 간혹 들려서 가부를 묻긴 했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하며 시간을 끌었다. 하지만 그것도 오늘부로 마지막이었다. 더는 시간을 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으으~ 도망가야 하는데...”
칼도 날 찾아오지 않고 결국 홀로 어떻게든 해봐야 했지만... 쉽사리 도망칠 기회는 찾아오지 않았다. 이러다가 정말 오크족장의 부인이 되어버릴지도 몰랐다. 물론 아이를 하나 낳아주면 풀어준다고 하긴 했지만... 그렇게 아이를 낳을때까지 어떻게 기다린단 말인가? 게다가 오크 족장의 아이를 낳아주기도 싫었다.
“절대 그럴 수 없지. 낳을거면 차라리 칼의 아이를... 아아~ 칼과 나의 아이... 분명 귀여울건데...”
그런 생각에 빠져있을 때 또다시 오크족장이 문을 열고 들어와 내게 가부를 물었다.
“크륵~ 오늘이 마지막이다. 취익. 어서 결정하고 내 신부가 되라. 취익!”
“으윽... 좀 더 시간을...”
“크륵. 시간은 많이 줬다. 취익!”
하긴 꾀나 오랜 시간을 끌어버린 듯 했다. 오크족장으로써도 인내심에 한계를 느끼고 있겠지... 뭐 나만큼 좋은 밭을 보유한 암컷오크가 없어서 이렇게나 기다려준거 아니겠는가? 하지만 그것도 오늘이 마지막이었다. 오크 족장의 눈치를 보니 오늘 결정하지 않으면 내일은 분명 강제로 날 범할 작정이 틀림없었다.
“하아~ 정말 어쩌지... 칼만 있었어도... 칼 녀석 도대체 어디있는거야? 설마 아직까지 은신처에 있는건 아니겠지?”
정말 칼이 보고 싶을 따름이었다. 내가 얼마나 힘들게 먹이를 구해오고 있는데... 여지껏 나를 찾지 않다니!! 조금 괴씸하기도 했다.
“에휴~ 별 생각을 다 하게 되네. 칼 녀석 그 작은 몸으로 힘들게 오고 있을게 뻔한데... 그러고 보니 그 작은 몸으론 분명 위험할텐데... 으으~ 나 때문에 칼이 또 위험에...”
그랬다. 칼을 거대화 시키지 않고 영양식을 구하러 온 참이었다. 그런데 이런 불평을 하고 있다니. 나도 정말 멍청한 것 같았다.
“우으.. 정말 바보 같아. 분명 칼... 배 곪고 있었을텐데...”
설마굵어 죽은건? 그건 아닐거라고 생각했다. 불안하긴 했지만... 칼도 엄연한 육식동물이었다. 아무리 작아졌어도 기본적인 사냥능력은 있었다.
“칼보다 내가 더 문제였지. 하아~ 정말 어쩌지?”
정말 어쩌나 싶었다. 차라리 오우거라도 와 줬으면 좋을 것 같았다. 오우거라면 필시 맛좋은 오크들을 좋아할게 분명했으니 말이다.
“다만 동굴 뒤쪽 유적지에 더 맛좋은 마물들이 많아서 올 리가 없지만... 으으~”
문제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도통 이곳을 빠져나갈 방법이 없었다. 어찌어찌 감시하는 오크들을 죽이고 빠져나간다 해도 얼마 못가 잡힐게 분명했다. 그렇게 잡히면 분명 오크족장에게 강제로 모두가 보는 앞에서 당해버릴게 틀림없었다.
“절대 싫어~!!”
“시끄럽다 취익~!!”
“으으~ 저딴 저녁들까지~! 하아~”
그렇게 마지막 하루가 지나가버리고 말았다. 이제 더는 시간이 없었다. 곧 날이 밝아오고 오크족장이 다시 와 내게 가부를 강요할게 분명했다. 그렇게 하염없이 시간을 보냈다. 시간은 지나 어느덧 오크족장이 올 시간이 되었다.
웅성웅성.
“응? 무슨일이 났나?”
운이 좋다고 해야할까? 아니면 타이밍이 너무 좋다고 해야할까? 바깥에 무슨 일이 일어난 듯 했다. 아마도 침입자가 발생한 듯 했다. 게다가 대단위의 침입자인 것 같았다. 그러지 않으면 이런 오크마을이 이리도 시끌벅절하지 않을테니 말이다.
“취익! 침입자다!! 취익~ 인간들이다! 취이익~!”
“응? 인간?! 이런 숲속에... 서..설마 날 잡으러 온건가?!”
다행이기도 했지만 불안감도 심했다. 아마도 공국에서 보내온 추적자들인 듯 했다. 여기서 잡히면 그대로 끌려가 팔려가듯 시집을 가야할게 분명했다. 그런건 절대 싫었다.
“힘을 좀 더 키워야하는데... 이런곳에서 잡힐 수는 없어. 그래. 이건 기회야!! 분명 도망칠 수 있을거야!”
이런 소란은 내게 기회를 줬다. 침입자로 인해 감시가 느슨해질게 분명했다. 이때 도망가지 않으면 더 이상 도망칠 기회가 없을게 분명했다. 그렇게 감시가 느슨해진 틈을 타 감시하는 오크를 유인했다.
“저기. 이제 족장에게 대답해야할건데... 날 데려가 주지 않겠어?”
“취익! 좋다. 족장에게 대려가겠다. 취이익~”
다행이도 단순한 오크 때문에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문이 열리자마자 오크녀석을 공격해 무기를 빼앗았다. 정말 다행인점은 소란으로 인해 감시인원이 대폭 줄었다는 것이었다. 겨우 두녀석. 두녀석쯤은 혼자서도 상대할 수 있었다.
“취익! 인간 암컷 속였다. 취익!!”
“흥~! 속은 쪽이 바보잖아! 에잇~!!”
“취익~ 꾸에엑~ 끄륵~!”
그렇게 나머지 오크녀석도 다른 녀석처럼 죽여버리고 말았다. 지성이 있는 녀석들이라 조금 찝찝하긴 했지만 내 코가 석자였다. 이제 어서빨리 도망치는 일만 남아있었다. 서두르지 않으면 이곳 오크마을이 토벌당하고 추적자들에게 잡혀버릴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휘유~ 다행이야. 제때 도망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공격이 앞쪽에 집중되어 뒤쪽이 텅텅 비어있었다. 그렇게 마을 뒤로 빠져나와 현제 인간과 오크의 전투 장면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그건 정말... 대단위 전투였다. 당연하게도 장비가 출중한 인간쪽이 우세를 점치고 있었다. 하지만 오크족장때문인지 인간들도 쉽사리 오크들을 전멸시키지 못했다.
“하긴... 오크족장이 대단하긴 했어. 그정도 몸집이면 오우거처럼 마나도 거대할거야. 아무리 인간들이 대단하다고 해도 그런 오크족장을 잡을 기사는 얼마 없을게 틀림없어.”
예상대로 였다. 오크 족장을 잡지 못해 천천히 후퇴하는 인간들. 다만 오크들도 무사하지는 못했다. 이정도 타격이라면 다른 숲속의 몬스터들에게서 살아남기 힘들 것 같았다. 물론 오크 족장이 이끄는 지라 쉽사리 죽을 것 같지는 않았다.
“일단... 돌아가야겠어. 칼을 찾아야하니까...”
다행이도 팔찌의 기본 기능을 쓰면 칼의 위치정도는 특정지을 수 있었다. 이제야 그걸 생각하게 되어 문제였지만... 그렇게 칼을 찾아나섰다. 다행이도 칼은 멀리있긴 했지만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역시... 칼은 날 잊지 않았어. 그 작은 몸으로 이쪽으로 오고 있다니... 아아~ 역시 내 칼 다워~ 호호.”
조금 기뻤다. 여전히 내 위험을 알고 찾아오는 칼이지 않던가? 그런 칼에게 불평이나 늘어놓다니... 정말 한심할 따름이었다.
“우선 칼을 만나고... 도망치는거야. 이제 이곳도 안전하지 않아...”
몬스터나 마물들보다 인간들이 문제였다. 날 잡으로 온 공국의 병사들... 그들을 피하려면 도망치는 길밖에 없었다. 정든 칼과 나의 은신처를 버린다는게 내키진 않았지만... 이곳에서 잡히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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