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0화 〉40화 (40/132)



〈 40화 〉40화

오크정도는 쉽게 잡을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녀석이 은근히 신경을 거스르며 묘하게 기습하기 어려운 구간을 돌고 있었다. 아마도 녀석은 경비일을 하는 녀석중 하나인 듯 했다. 결국 인내심이 바닥을 보인건 내가 먼저였다.

“으으~ 저따위 녀석 때문에... 좋아. 저쪽 공터에서 잡는거야.  어서 가. 올치~ 좋아. 그렇게 가버려. 어서~!”

그렇게 열심히 오크가 공터로 향하길 기다렸다. 그리고 공터에 도착하자마자 기습하려는 찰라!! 하지만 운이 나빴다. 하필 그 반대편에서 오크들이 여럿 나왔던 것이다. 결국 오크 한 마리가여러마리로 불어나버렸다.

“인간! 취익 취익~! 인간이다!! 취익~”

“힉?! 젠장~! 이럴땐 도망... 칠 수도 없겠구나.”

어쩐지 함정에 빠진 듯 했다. 앞쪽에도 그리고 뒤쪽에도 퇴로는 없었다.

“어떻게?!”

“취익~ 냄새! 취익 냄새가 났다. 인간의 달콤한 취익~ 냄새~ 취익”

“큭... 너무 들떠서 눈치채지 못했어. 하아~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하나?”

바보같은 짓을 해버렸다. 녀석들의 후각을 생각하지 못하고 마냥 좋다고 사냥감 한 마리를 보고 그대로 쫄래쫄래 뒤를 따르다니... 정말 영악한 녀석들이 아닐 수 없었다. 내 방심을 유도하기 위해 한 마리만 보낸게 틀림없었다. 하긴... 대화가 통할정도의 지성이면... 그럴 듯 하기도 했다.

“으으~ 좋아. 덤벼!”

너무 많은 숫자라 차라리 안싸우는게 이득 같았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상대는 될 것 같았다.

“취익~ 우리가 유리하다. 인간 불리하다. 취익! 곱게 잡혀라! 취익~”

“흥! 곱게 잡히면 잡아먹으려는 속셈이지?”

“아니다. 취익~ 족장에게 취익 상납한다. 취이익~ 인간 여자 보이면 취익 족장 취이익~ 상납하라고 했다. 취익!”

어쩐지 희망이 보였다. 족장의 말을 듣고 최대한 날 다치지 않고 잡으려는 듯 했다. 결국 하는 수 없이 항복하고야 말았다. 잡아먹히지 않는다면 기회는 있으니 말이다. 차라리 이렇게 잡혀 마나를 아끼는게 더 나았다.

“좋아. 그럼. 족장에게 안내해줘.”

물론 대화가 통하는 족장을 만나보고싶기도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간만에 대화를 하게 되어 나름 기분이 좋았다. 매번 칼에게 일방적으로 말하는건 조금 피곤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서로 대화가 통하는건 나름 기쁜일이었다. 그렇게 오크녀석들을 따라 오크마을로 향했다.

“가까이서 보니 더... 크네. 꾀나 많은 수의 오크들이야.”

 자체는 부실하기 그지없었지만... 오크들의 숫자는 정말 많았다. 고릴라들의 열배에서 스무배는 되는 것 같았다.

“취익~ 족장의 집. 취익 저기다. 들어가라 인간 여자 취익.”

“흥. 꼴에 족장이라고 다른 오크들의 집이랑은 다른 모습이네. 좋아. 들어가서 그 면상좀 구경하지 뭐.”

위기이긴 했지만... 오크 한두마리 쯤은 충분히 상대 가능했다. 물론 그 이상은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많은 숫자의 오크보다 차라리 족장 하나를 해치우는게 더 쉬울게 분명했다. 게다가 단 둘이 만나는게 아니던가? 분명 도망칠 기회는 있을게 틀림없었다.

“헉?! 무..무슨 오크가 이렇게 커?!”

기회는 무슨... 절망이 눈앞을 가리는 듯 했다. 거의 오우거라 해도 과언이 아닌 크기. 물론 오우거녀석보단 작았지만.. 일반오크보다 족히 다섯배는 컸다.

“서..설마 오크 로드...? 아냐. 그정도는... 그럼 오크히어로인가?”

대략적인 크기를 가늠해보면 히어로 아니면 챔피언급 인 것 같았다. 그렇게 그 족장앞에 서게 되었다.

“크륵. 인간 암컷이구나. 취익~”

“그..그래! 그래서 어쩌겠다는거야. 이렇게 잡아 왔으면 뭔가 하고싶은 말이 있는거겠지?”

“크륵. 꾀나 훌륭한 마나홀이군. 크륵. 맛있어보여. 하지만 잡아먹지는 않아. 취익.”

어쩐지 꾀나 대화가 통할 것 같았다.다만 덤비기에는 꾀나 강력해 보였다. 결론은 대화로 이야기를 풀어나아가야 할  같았다.

“흥. 쉽게 잡아먹히지는 않아.”

“크륵. 그래 보인다. 인간 암컷. 좋은 마나홀. 그리고 좋은 밭을 가지고 있다. 취익. 좋아. 좋은 암컷이다. 너 나의 아이를 가져라. 그럼 곱게 풀어주겠다. 취익”

“으응? 에엑? 날 잡아온 목적이 그것뿐이야?”

“그렇다. 크륵. 오크 암컷은 너무 약하다. 취익. 인간 암컷은 다르다. 이 숲속에 살정도면 강인하다. 취익. 그러니 좋은 밭을 가진 인간 암컷인 네가  아이를 낳아줘야겠다. 취익. 다음 후계자는  아이로 한다. 취익. 어떤가. 취익.”

고민 됐다. 족장의 말을 듣는다면 쉽게 풀려날 것 같았지만... 다른 수컷의 아이를 임신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에겐 칼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아... 조금... 그래 조금 생각할 시간을 줘.”

“크륵. 좋다. 취익. 하지만 긴 시간을 주지 않는다. 취익. 도망치면 강제로 취익 하겠다. 취익~!”

“조금 신사답네. 호호. 역시 다른 오크들과는 달라.”

그렇게 오크 족장 녀석에게 유예시간을 얻을 수 있었다. 물론 당연하게도 도망갈 궁리를 하려는 목적이었다. 다만 오크 서넛이상이 감시하고 있어 쉽사리 빠져나갈 수 없을 것 같았다. 부실한 집에 같혀있는 신세라니... 칼이 날 찾아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아~ 그냥 칼이랑 같이 나올걸... 그치만 칼에게 좋은 영양식을 주고싶었는걸... 우우~ 정말 어쩌지? 분명 며칠안에 대답해줘야 할텐데... 그렇다고 거부도 못하고...”

그랬다. 거절할 방법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저 형식적인 질문일 뿐이었다. 허락하지 않으면 당연히 강제로 할게 뻔했다. 오크족장이 아무리 신사적으로 나와도  흉폭한 본능을 가릴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족장으로써의 위엄을 생각해 이런 암컷이 스스로 다리를 벌렸다. 라는걸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은거겠지.

“으으~ 절대 싫어! 그치만...”

정말 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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