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화 〉36화
“응...? 이 건축양식은..?!”
특수합금으로 된 반질반질한 문이었다. 그 양식은 지금 이 세상에선 전혀 볼 수 없는 독특한 양식이었다. 수백년 후의 미래에나 있을법한 그런 특수한 양식이었다.
“고대의 유적이 아닌건가...?”
아무리 봐도 전혀 고대에 지어진 양식은 아니었다. 그렇게 문을 열지 못하고 서성일 때 문 바로 위쪽 센서가 반짝 하고 빛났다. 그러더니 여성적인 기계음이 들리며 내게 경고하기 시작했다.
“생명체 탐색. 침입자의 신체 스캔. 지성을 가진 개체로 확인.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본사 코페른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핫?!”
정말 이 숲속과는 어울리지 않는 기계문명이었다. 아무래도 판타지에서나 볼법한 그런 세상은 아닌 듯 했다. 물론 왕이 있고 귀족이 있는 그런 중세와 비슷한 세상이긴 했지만... 이런 문명을 보게 되니 딱히 그런것만은 아닌 듯 했다.
“문... 문을 열어주지 않을래?”
“문을 개폐하기 위해선 개인정보를 등록해야 합니다. 개인정보 등록을 원하시면 문 오른쪽 인식장치에 손을 가져다 대 주십시오.”
“아.. 여긴가? 이렇게 하면 되는거야?”
“개인정보 확인중. 개인정보 확인 불가. 첫 방문자 개인정보 등록.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렇게 잠시 기다리자 개인정보가 등록됐다는 설명과 함께 문이 활짝 열렸다. 특별히 마스터 인증이나 그런걸 하지 않는걸 보면 특별한 기업은 아닌 듯 했다. 아마도 개인에게 그 무언가를 판매하는 그런 회사 같았다.
“그럼 어디로 가면 되는거지...?”
“정확한 지명을 말씀해 주십시오. 본사인 코페른의 약도를 보실려면 오른쪽 패널에 손을 가져다 대십시오.”
자세한 설명대로 오른쪽 옆에 있는 패널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러자 코페른이란 이 회사 건물의 약도가 나타났다. 1층은 로비 그리고 2층은 손님들이 머물 공간이었다. 그리고 지하 1층부터는 연구실과 특별상품실 이었다.
“특별 상품...? 저기... 특별 상품이란게 뭐야?”
“특별상품. 특별상품이란 그간 모아왔던 유전자를 이용한 손님께 제공해드리는 펫 상품입니다. 현제까지 모아온 유전자는 작은 짐승부터 거대 짐승 그리고 특이생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지하1층의 특별상품 전시실로 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특별상품실로 가능 엘리베이터는 로비의 왼쪽 벽면에 위치해 있습니다.”
“아... 저긴가?”
안내음에 따라 로비로 들어서 벽면의 엘리베이터를 탔다. 정말... 이런 구세계에서 이런 과학문명을 다시 경험할 수 있다니... 너무도 반가웠다. 그간 너무 야생의 생활에 물들어 조금 새로운 기분이 들었지만 썩 싫지는 않았다.
“그럼 바깥에 경질화 된건... 역시 샘플들이었나?”
“네. 그렇습니다. 다종다양한 샘플들을 채취하고 남은 찌꺼기 들입니다. 침입의 우려가 있어 경질화 과정을 거친겁니다. 또다른 문의사항이 있으시면 언제나 말씀해주십시오.”
“응. 고마워. 아참! 혹시... 거대한 퓨마 한 마리 못봤어?”
너무 정신을 놓고 있었던 것 같았다. 애초에 이곳에 온 이유가 칼 녀석을 찾기 위해서 였는데... 너무 신기한 나머지 깜빡하고 말았다.
“근래에 들어온 유전자 샘플을 검색해 보겠습니다. ...검색결과 열 두종의 새로운 샘플 확보. 그중 한종류가 손님께서 말한 것과 동일한 패턴을 나타냈습니다. 2층 연구실로 향하시면 해당 펫을 보실 수 있을겁니다.”
“아...! 칼! 이곳에 있었구나... 하아~ 정말 다행이야.. 아니 잠깐... 샘플? 그..그렇다면? 설마 칼도 경질화 시켜 회수한거야?”
“유전자 샘플 회수과정중 경질화는 제1 처리과정중 하나입니다.”
“그..그런! 그럼 칼은... 주..죽은거야?”
칼이 죽다니... 그럴수가!! 그럴 수는 없었다. 내가 얼마나 힘들게 칼을 찾아왔는데... 절대 그럴 수는 없었다.
“본 코페른 사는 함부로 생명체를 살상하지 않습니다. 경질화 된 생물들도 경질화가 풀리면 생명활동이 가능합니다. 다만 현재까지 수집된 샘플들은 모두 사용 소모되어 그 존재가 조금씩 변모해 있습니다. 해당 펫의 정보를 보실려면 오른쪽 패널을 조작해주십시오”
“저...정말? 그게 진짜야? 하아~ 다행이다. 칼... 죽은건 아니구나. 하지만... 이제 뭘 어떻게 해야하지? 함부로 찾아서 데리고 나갈 수도 없을 것 같고...”
아마 그렇게 마구 데리고 나가는 순간 나 또한 경질화를 당해버릴 것 같았다. 물론 빠져나갈 수 있지도 않을 것 같았다.
“칼을... 아니 그 거대 퓨마를 데리고 나갈 방법이 있을까?”
“본 사 코페른의 펫을 구입하시기 위해선 펫을 고르신 후 금액을 지불해 주시면 됩니다.”
“금액이라면...”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은 직접 지불과 유전자 샘플 분양 두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직접 지불은 힘들 것 같았다. 그런데 유전자 샘플 분양은 무엇일까? 설마 다른 특이 생물을 대신 잡아 코페른에 납부하는 방법인건가? 어쩐지 그런 내용 같았다.
“유전자 샘플 분양 방법에 대해서 설명해줘.”
“유전자 샘플 분양방법은 해당 손님의 귀중한 샘플을 본사에 귀속 납부하는걸 의미합니다. 본사는 손님의 유전자를 이용해 소중한 펫을 만들어 다른 손님들에게 분양하고 있습니다. 유전자 샘플 분양 방법을 택하시겠습니까?”
“설마... 키메라 같은건가?”
어쩐지 비슷해 보였다. 아마도 내 유전자와 특이 생물의 유전자를 섞어서 꾀나 매니악한 펫을 제조하는 것 같았다. 그걸 다른 손님에게 판매하는 방식의 장사를 하는게 이 코페른 인 듯 했다. 그래서 다종 다양한 샘플들을 모으고 있는 것 같았다. 다만 그런 장사를 하기엔 이곳이 터무니 없이 깊은 숲속에 있을 뿐이었지만... 아마도 무언가 격변이 시기를 거치며 간신히 시스템만 살아남아 계속해서 유전자 샘플을 모아온 듯 했다.
“호..혹시 말야. 그럼... 짐승의 유전자와 인간의 유전자를... 합칠 수도 있는거야?”
“당연히 가능합니다. 본사 특유의 펫 생성 방법중 하나입니다. 혹시 원하시는 펫이 있으신 거라면 패널을 조정해 주십시오.”
가능하다는 듯 했다. 그렇다면 이왕 이렇게 된거 칼을!! 근데 나 말고도 이곳에 인간이 있던가?
“으음 이걸 조정하면 되는건가. 아! 이게 혹시 칼인가? 비슷한 모습이야. 으응. 맞는 것 같아. 역시 이곳에 있는거였구나. 그럼 이걸... 으으 잘 모르겠어.”
너무 야생의 생활에 적응해서 그런지 패널 조작이 쉽지 않았다. 그렇게 가까스로 칼을 선택하고 인간의 유전자를 찾았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런건 없었다.
“하아~ 역시나... 내가 첫 손님인거네. 그럼... 내유전자를... 안돼. 그럼 칼이 여자아이가 되어버릴지도 몰라.”
절대 그건 싫었다. 사랑하는 칼이 여자아이가 되어버린다면... 절대로 안 될 말이었다.
“좋아. 내 유전자 샘플을 넘기겠어.”
“유전자 샘플을 넘기기 위해선 2층 연구실의 샘플 추출실로 가 주시기 바랍니다.”
“2층이랬지. 안그래도 그럴작정이었어. 분명 칼도 거기 있을테니까.”
그렇게 2층의 연구실로 향했다. 분명 오랜시간이 지났을텐데도 어디 한곳 손실된 부분이 없는 건물이었다. 얼마나 튼튼하면 이렇게나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떤 에너지를 쓰면 아직까지도 전력이 유지 되는걸까? 정말 알 수 없는 건물이었다.
“여긴가? 아! 칼이다!! 칼!!”
아마도 내가 선택해서 그런지 칼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리고 무언가 조취를 취하는 것 같았다. 아마도 방금전 패널을 조작해 이런저런 기능을 추가해서 그런 것 같았다. 인간형으로 변신 시키면 좋겠지만... 그건 인간 유전자 샘플이 없어서 불가능한 것 같았다. 그래서 최대한 인간에 비슷한 몬스터를 선택해버리고 말았다.
“칼... 설마 화내는건 아니겠지. 으으~ 그러면 안되는데...”
너무 내멋대로 그리고 취향대로 선택해버렸지만... 그래도 나와 간은 인간형태의 모습인 칼을 원했다. 솔직히 짐승상태의 칼에게 첫경험을 선사하기엔... 여러모로 애로사항이 많았다.
“나도 짐승과 하는건 조금... 꺼려지는데 정말 잘 된 것 같아.”
너무 이기적이라고 해도 할 수 없었다. 오우거를 버려두고 온걸 보면 알수 있지 않는가. 처음부터 이기적이었다는걸... 그리고 칼을 대하는 것도... 거의 내 마음대로 부려먹곤 했다. 애초부터 이기적인 면모는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게 딱히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아무튼... 인간형태의 칼... 멋질것같아.”
물론 특이 사항으로 짐승으로 변신기능을 집어넣어버렸다. 솔직히 이곳을 빠져나가기 위해선 짐승형태의 칼이 더 편할 것 같아서 였다. 밤에는 인간형태의 모습으로 변해 나와 해주고... 낮에는 날 태우며 다니는 칼이라니!! 정말 멋진 모습일 것 같았다.
“유전자 샘플 채취를 하겠습니다. 비치된 의료기기에 팔을 넣어주십시오.”
“여기 말이지? 윽~! 혈액을 채취하는건가. 으음~”
그런 듯 했다. 그렇게 유전자 샘플을 채취하고 칼이 완성 되기를 기다렸다. 혹여나 잘못되는게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이런 오버테크놀로지를 보여주는 곳인데 설마 그럴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잠시 기다리자 다시 안내음성이 나왔다.
“아 드디어!! 칼...!”
드디어 칼이 완성된 것 같았다.
“앞에 비치된 팔찌를 착용해 주십시오. 착용하신 팔찌는 펫과 의사소통 및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컨트롤 기기입니다. 팔찌의 전력은 손님이 품고 계신 에너지 파장에 맞춰 파손되지 않는한 반영구적인 기능을 부가했습니다. A/S는 이곳 코페른 본사 그리고 지점들에서 할 수 있습니다. 기기 파손시 코페른 본사와 지점의 A/S를 이용해 주십시오.”
“아.. 이게... 칼을 컨트롤 할 수 있는 기기인건가?”
어쩐지 칼을 강제하는 기기 같았지만... 그렇게 사용하지 않으면 되는 일이었다. 게다가 간혹 칼이 내 말을 안들을 때 쓰면 좋을 것 같기도 했다.
“어서 내 칼을 보여줘!! 아아... 드디어 칼을 볼 수 있어...”
칼을 볼 수 있다는 마음에 가슴이 마구 두근댔다. 이제 곧... 드디어 칼의 무사한 모습을 그리고 새로워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과연 칼은 어떤 모습을 내게 보여줄까? 역시 전과 같은 늠름한 모습? 아니면 좀 더 강인해진 그런 모습? 그렇다면 정말 좋을것 같았다. 부드러운 칼의 털을 또 만지고 그 품안에 폭 안겨 사랑을 나눈다니... 정말 좋을 것 같았다.
"드디어 칼이..."
다만 내 예상을 무참히 깨뜨리는 칼의 모습을 보게 되어 조금... 묘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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