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9화 〉29화 (29/132)



〈 29화 〉29화


그렇게 한참을 처량함에 슬퍼하고 있을 때 동굴 바깥에서 컹컹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칼?! 칼인 거지? 흑~ 칼~!! 구해줘!!”

“쿠아앙~ 크허어엉~!!”

칼이 분명한 듯 했다. 오우거도 칼이 짖는 소리를 들은 듯 날 힐끗 바라보다니 이내 흉포한 포효를 내지르고 동굴 바깥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뒤를 몰래 따라가는 나. 아무래도 이번이 기회일 듯 했다. 알몸이라 추위가 한결 강하긴 했지만... 아직 마나는 넉넉했다. 역시 오우거녀석의 정액을 잘 받아먹은 것 같았다.

“정말 다행이야. 흑... 칼이 날 위해서 또...”

동굴 바깥으로 나가자 칼이 보였다. 그에 한결 마음이 놓여 안도의 한숨을 내쉴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칼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오우거에 비하면 정말 외소한 몸집. 그런 칼이 오우거를 당해낼 수 있을까? 그런 걱정이 되었다.

“칼... 다치면 안되는데...”

다시 또 칼에게 구해진다니... 정말 울컥하는 마음뿐이었다. 역시 내겐 칼이 필요한 것 같았다. 이렇게  위해주는 칼을 어떻게 싫어할  있겠는가?

“악! 칼 조심해!!”

“크릉~ 깨잉~깽~”

오우거가 휘두르는 팔에 맞고 멀리 날라가는 칼이었다. 그나마 다행인건 칼이 오우거의 손아귀에 잡히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오우거에게 잡혔다면 필시 그 강인한 악력에 상처를 입었을게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휴~ 다행이야. 아니 이럴게 아니라 칼과 함께 저 오우거를...!!”

다만 오우거를 어떻게 해볼 무기가 없었다. 아무리 마나를 사용할 줄 알아도 날붙이가 없어서야 백프로 활용할  없었다. 날붙이 하나만 있었어도... 정말 나 자신이 너무도 보잘 것 없는 것 같았다. 매번 칼에게 구함받는 신세. 그걸 제대로 갚지못하는 자신이... 너무도 싫었다.

“흑~ 칼!!”

“크릉~ 크엉~!!”

내게 도망치라고 눈짓하며 오우거의 시선을 끄는 칼이었다. 오우거도 딱히 내게 관심은 없는 듯 칼의 도발에 응하며 몸을 움직였다. 칼이 어떻게 될까봐 망설여졌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었다. 차라리 어서 빨리 이곳을 벗어나 주는게 칼을 도와주는 길이었다.

“칼~!! 꼭~!! 꼭 무사해야해!! 흑~”

칼이 너무 신경쓰였지만... 어서 빨리 이곳을 벗어나기로 했다. 내가 벗어나면 칼 또한 오우거녀석에게서 도망칠 수 있을게 분명해서였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 호숫가까지 도달 할 수 있었다. 다행이 호숫가엔 벗어놓은 토끼가죽옷이 있었다.

“휴~ 누가 집어가지 않았구나... 정말 다행이야.”

그렇게 토끼가죽옷을 집어들고 서둘러 몸에 걸쳤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마나가 죄다 소모되었다. 너무 급한 마음에 마나컨트롤을 제대로 못해서 그런 듯 했다.

“흣~ 추워... 이제 은신처로 돌아가서 칼을 기다리면...”

칼이 무사해야할텐데... 너무도 걱정이 됐다. 그렇게 은신처로 돌아와 근처에 널려있는 가죽을 몸에 둘렀다. 정말 너무도 춥고 두려웠기 때문이다.

“으으... 추워... 칼은 무사할까? 지금쯤이면 도망쳤겠지? 어디 다친건...”

정말 별에 별 생각이  들었다. 분명 무사할텐데도 이렇게 걱정이 될 줄이야. 그간 너무 칼을 도외시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칼이 내게 해준게 얼마나 많은데... 역시 이번에 무사히 돌아오면... 내 처음을 주는게 좋을 것 같았다.

“그래. 무사히만 돌아와줘... 그러면 칼 네가 원하던  처음을... 흑흑... 줄테니까.”

하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칼이 돌아오지 않았다. 점점 두려워지는 마음. 그리고 불안감. 정말 너무도 불안했다. 설마 칼이 죽어버린건? 그러면 안됐다. 하지만 계속 그런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살아있다면 벌써 돌아와서 내게 칭찬해달라고 몸을 부비댈텐데... 아직도 돌아오지 않다니...

“아니겠지... 아니어야해. 칼이 어떤 짐승인데... 분명 도망쳐서 어딘가에서 몸을 회복하고 있을거야. 그래... 그럴거야... 흑.”

아닐거라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불안한건 어쩔  없었다. 그렇게 뜬눈으로 밤을 세고야 말았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칼은 돌아오지 못했다.

“흑... 정말... 정말 죽어버린거야? 칼...”

오우거녀석에게 정말... 죽어버린걸지도 몰랐다. 하지만 바깥에 나가 그걸 확인하는게 더 두려웠다. 이렇게 은신처 안에 있으면 칼이 돌아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불안감은 현실이 되어가는 것 같았다.

“안돼...!! 그럴  없어.. 흑 나 때문에... 나 때문에 칼이...”

정말 모든게 내 탓 같았다. 혼자 호숫가에 간것도... 그리고 오우거에게 잡혀버린것도... 모조리 내탓이었다. 그렇게 하루가 이틀이 되고 사흘이 됐다.

“배고파...”

배고프고 졸리웠다. 뜬눈으로 밤을 세우길 사흘째... 칼은 오지 않았다. 아마도 영영 보지 못할 것 같았다. 칼이...칼이 죽고 만 듯 했다.

“으윽... 나가서... 그래 나가서 확인해보는거야. 이러고 있을 수만은 없어!!”

일단 그러기 위해서 배부터 채우기로 했다. 그나마 다행인건 언제 잡아놓은건지 몰라도 은신처 바깥에 짐승이  마리 잡혀있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내가 잡힐 그때 칼또한 사냥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아아... 칼... 흑흑. 정말... 정말 미안해... 나 때문에 칼 네가...”

그렇게 짐승을 손질해 고기를 뜯어먹으며 울먹거렸다. 정말 너무도 슬펐다. 그리고 칼이 곁에 없다는게 너무도 불안했다.

“이제 칼을... 찾아보는거야. 정말... 죽어버린건지 아니면 어딘가에 다쳐서 힘들어 하고 있는건지 모르잖아...”

물론 죽은게 거의 확실해 보였지만... 희망을 가지긴 해야 앞으로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이 드는걸 보면... 내게 칼이 얼마나 소중했던 건지 너무도 절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없어... 흑... 어디에도 없어!!”

칼은 자취를 감춘  같았다. 아니면 오우거의 위장속에서 천천히 소화되고 있던지... 지칠때까지 찾아 헤맸지만 칼을 도통 발견할 수 없었다. 그렇게 다시 은신처로 들어와 오들오들 떨며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제 이 숲속에서 의지 할 수 있는 존재는 없었다. 단 하나의 존재도...

“아아... 칼이... 이젠 없어... 이제 어떻게... 살아야하지?”

정말 넋이 나간 듯 그렇게 중얼거렸다. 정말 칼이 없다는게 이토록 내게 충격을 주다니... 그동안 소중한 칼을 너무도 함부로 대한 것 같았다. 칼이 살아있다면... 정말 좋을텐데... 정말 너무도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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