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3화 〉23화 (23/132)



〈 23화 〉23화

정말 바보 같았다고 생각한다.

“으으~ 정말... 내가 왜그랬지? 바보같으니라구!! 해주긴 뭘해줘?! 아아악~!!”

히스테리를 부리는 중이었다. 어쩐지 기분이 엉망진창인게 어제 칼에게 했던 부끄러운 말들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그렇게 할 작정은 아니었는데... 기분에 취해 그런 말을 해버린 듯 했다. 결과는 이렇게...

“칼을 피해다니고 있지. 어휴~ 정말 창피해서 얼굴을 볼 수가 있어야지.”

잠잘때마저 은신처 구성탱이에서 칼이 접근하지 못하게 추위에 떨며 자버렸다. 솔직히  녀석의 따뜻한 품 안에서 그 부드러운 털을 만지작거리며 잠들고 싶었지만... 여간 부끄럽잖아 그럴  없었다.

“으으~ 정말 왜이러지? 갑자기 엄청 부끄럽기도 하고... 칼의 물건을... 으읏~ 아냐. 내가 그럴리 없잖아?”

아마도 이건 생리때문이라고 생각됐다. 아마도 사나흘 이상은 이런 기분으로 생활해야 할  같았다. 그 이상 지속하기도 힘든게... 너무 추워졌기 때문이다. 칼을 이불삼아 잠들지 않으면 얼어 죽을 만큼 점점추위가 강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런지 동물들도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좀있으면 호숫가도 얼어붙어 얼음을 깨고 얼음낙시를 해야할것만 같았다. 물론 아직은 여유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기간이 길지는 않을 것 같았다. 이제 월동준비에 들어가야 했다.

“그러니까... 거기 서서 내말 들어줘.”

“끼잉~”

자기가 뭘 잘못했느냐고 낑낑대는 칼. 물론 칼의 잘못은 딱히 없었다. 그저 내게 발정한 게 잘못이라면 잘못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칼을 가까이 둘 수는 없었다. 또 잘못하면 칼에게 깔려... 이번엔 제대로 한판 해버릴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칼의 눈치도 그랬고 나또한 그걸 인지했다.

“일단 비축할 식량부터 구해와. 물고기도 좋고 다른 짐승들도 좋아.”

“크릉~ 컹!”

그러면 가까이 가도 되냐는 요청. 물론 그런 요청따윈 깔끔하게 무시해줬다. 솔직히 지금도 마음이 요동칠 것 같아 칼의 진한 수컷의 향을 최대한 피하고 있었다. 다만 그것도 간혹 바람이 바뀌는 바람에 잔뜩 취하고 말았지만... 그래서 그런지 아랫도리가 근질거리는 것 같았다. 아마도 강한 수컷에게 끌리는 암컷의 본능인 듯 했다.

“으으~ 안돼. 난 인간이고 칼은 짐승이야. 절대... 게다가 넣으면 찢어져버릴지도...”

그랬다. 일단 종족이 달랐다. 그리고 칼의 물건의 크기를 생각하면 절대 집어넣을 수 없었다. 어느정도 크기가 맞아야 집어넣지 않겠는가? 하지만 칼의 물건은 커도 너무 컸다. 겨우 입으로 어찌 해줄 수는 있었지만... 그 이상은 불가능했다.

“크릉~ 컹컹~!”

“그래도 안돼!! 아무튼 어서 다녀와!”

그렇게 칼을 보내고 월동준비에 들어갔다. 다만... 아직까지 불을 피우지 못해 과연 올 겨울을 제대로  수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그래도 최대한 버텨내야 했다. 올 겨울만 넘기면 어느정도 몸을 건사할 수 있으니 유적으로 향해 그곳의 힘을 얻어 올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래. 칼이랑 어찌할 생각을  시간이 없잖아. 올 겨울만 버티면 칼이랑도 헤어져야해.”

안타까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설마 칼이 날 따아올리도 없었으니 말이다. 칼에게 이곳 숲은 고향이자 자신의 터전이었다. 그런데 그걸 내버려두고 날 따라오라고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으읏~ 점점 추워지는 것 같네. 그것때문인가? 아랫배도 아파...”

생리통이라는 것인  했다. 정말... 태어나서 처음으로 겪는 요상야릇한 기분인 듯 했다. 남자였는데... 이젠 여자아이 몸으로 생리통을 겪어야 하다니... 묘한 인생살이인  했다. 그런 생각을 할때쯤 갑작스레 아랫배가 또 쿡쿡 쑤셨다. 이번 격통은 정말 진절머리 쳐질정도의 아픔을 내게 선사했다.

“끄으윽~ 아파...!”

정말 아랫배를 잡고 바닥을 뒹굴어버릴뻔 했다. 그렇게 간혹 아픔이 와서인지 월동준비도 지지부진했다. 이러다 얼어죽는게 아닐까? 그렇게 식은땀을 흘려 추워진 몸을 잔뜩 웅크리며 칼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칼... 우으.. 빨리와줘...”

아쉬울때만 찾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어쩐지 칼이 보고싶었다. 방금 일을 시켰는데...  이리도 칼이 보고싶은걸까? 역시 아플 때 누군가 곁에 있어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일까? 아무튼 정말 칼이 보고싶었다.

부스럭~ 털썩~

“컹컹~!”

“칼~!! 우으~ 왜 이제 오는거야?”

 그야 당연히 내 심부름대로 짐승을 잡아오느라 그런  같았다. 그렇게 칼에게 불평불만을 내려놓으며 타박하기 시작했다. 칼은 또 내게 뭔가 잘못한거라도 있나 하는 눈빛을 보내며 조금 기운 빠진 모습을 보여줬다.

“어휴~ 너 잘못한거 없으니까... 이리와. 곁에 와도 좋아... 그러니 어서 와.”

“끼잉~ 크르릉~!”

좋다고 달려와 내 얼굴을 핥는 칼이었다. 정말... 그렇게 내가 좋은걸까? 하긴 이 숲에 정상적인 암컷은 나 하나뿐일지도 모르겠다. 고릴라들도 그랬지만... 어느정도 지성이 있는 동물들은 죄다 수컷들 뿐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포악한 오우거녀석 때문에 암컷의 숫자가 줄어든  같았다.

“하긴 암컷들의 육질이 더 쫄깃하긴 하니까...”

그랬다. 간혹 잡히는 짐승들조차도 암컷이 더 맛있긴 했다. 그러니 숲의 지배자인 오우거 녀석도 그렇게 암컷만 죄다 잡아먹어버리는 거겠지. 결국 고릴라든 뭐든 죄다 수컷만 존재하게 되어버린  했다.

“그래서 내 꼴이 우습게 됐던 거겠지. 하아~”

하나 남은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고릴라들도 그렇고 칼 녀석마저... 그렇게 달려들었다. 자신의 씨앗을 남기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라고 해야할까? 다만 종족간의 격차가 심하니 수정이 될리는 없었다. 물론 체험해보지 않아 정말 그런지는 몰랐다. 다만 통상적인 경우를 따져보자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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