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6화 〉16화 (16/132)



〈 16화 〉16화

칼과의 생활은 나름 편하고 좋았다. 하지만 점점 찾아오는 두통은 날 괴롭게 만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완벽히 안정을 찾게 되어 그간 떠올리지 못했던 기억이 두통이 날때마다 점점 떠오르는 듯 했다.

“아악~!! 으으...”

“끼잉~낑~”

날 걱정해주는 칼. 이번에도 역시나 두통과 함께 기억이 떠올랐다. 한달 사이 벌써 일곱 차례정도 이렇게 아프곤 했다. 그렇게 떠올린 기억들은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어떤 상황에 처했던건지를 알게 해줬다.

“으으.. 거..걱정하지마. 그냥 기억이 돌아오는 과정이니까.. 흑~”

물론 기억이 돌아오는 과정이긴 했지만...  고통이란... 정말 머리를 누가 송곳으로 후벼파는듯한 아픔을 줬다.

“으으... 엘레미아 폰 갈레아.. 흑.. 그래 내 이름... 아아.. 그래서 미아 였구나...”

그랬다. 갈레아 공국의 공녀의 신분. 그게  몸의 진짜 정체였다. 그리고 이곳에 버려지다싶이  이유또한 기억할 있었다. 대략적인 기억을 떠올려보자면... 아마도 공국에 반란이 난 듯 했다. 그래서 도망치다 싶이 기사 몇과 도망치며 구한 용병몇을 데리고 이곳 어둠의 숲에 있다는 유적을 찾기위해  듯 했다. 다만... 추적자들과 숲속에 사는 짐승과 몬스터를 너무 간과해서 문제였다.

“그래... 그랬어. 그래도 몇 명이서 살아남았었는데... 마지막에 너무 안심해버렸지.”

그랬다. 긴장이 풀린 그때가 문제였다. 바로 그때 주위에서 이름도 들어본적 없는 몬스터들이 난입했던 것이다. 그렇게 끌려가는 날 지켜주던 기사들... 결국 혼자 도망치다 거의 막다른 곳에 몰려 하늘을 향해 기도했었다. 그결과... 번개로 화답해주는 하늘이었다.

“큭~ 그건가... 신들이 가엽게 여겨 번개로 영혼을 승천... 그리고 그 이후 들어온게 나라는 것... 결국 돌아갈 수 없다는 거지... 아아~!! 아아악~!!!”

간신이 붙잡고 있던 마지막 희망이 꺼져버리고야 말았다. 더는  몸에서 빠져나갈...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이 몸에 적응해 이곳에서 살아남아야 했다. 두통에 못이겨 그리고 절망에 못이겨 한참을 소리치자 어느정도 안정할 수 있었다.

“하아~ 그래... 어쩔 수 없지. 이런 몸이라도 감사해야하지 않겠어? 나 자신의 진짜 몸이 어떻게 된지도 모르잖아... 만약 죽어버렸다면...?”

진짜 몸 또한 영혼이 빠져나간 상태일거라 생각됐다. 그렇다면 또 누군가의 영혼이 안착하거나... 그대로 식물인간 상태가 될게 뻔했다. 안좋은 곳에서 그 상태가 되었다면 필시 아사해버렸을게 뻔했다. 어차피 그렇게 죽어버렸다면... 그냥 이대로 사는것도 좋을 것 같았다. 또한번의 기회 아니겠는가?

“그래도 여자는 너무했어. 으으~ 매번 오줌쌀 때... 거길 닦아줘야 하잖아?... 진짜 곤란하다니깐...”

이제 어느정도 적응하긴 했어도 그건 조금 귀찮고 싫었다. 하지만 닦아내지 않을 수도 없는게... 그렇지 않으면 단벌인 토끼가죽 하의에 지린내가 진동해버릴테니 말이다.

“크릉!”

“으응. 이제 괜찮아. 걱정한거야?”

걱정말래도 걱정해 주는 칼 녀석이 정말 기특했다. 이제 기억도 어느정도 떠올랐고 해야할일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연약한 여자아이 몸으로  유적을 탐험할  있을 리가 없었다. 좀 더 단련을 해서 최소한 고릴라 녀석들을 피할  있어야 그나마 유적까지 도달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최소한은 그런데... 하아~ 고릴라 한 마리 정도는 1:1로 이겨야 할 것 같아...”

그럭저럭 힘이 늘고 있긴 했지만... 역시 약한 동물이나 물고기들을 잡아먹어서 그런지 쉽사리 아랫배에 존재하는 마나가 활성화 되지 않고 있었다. 떠오른 기억상 이 마나홀이 최소 주먹하나 만큼의 크기가 되면 중형 몬스터정도는 홀로 상대할 수 있다고 했던거로 기억중이었다. 하지만 지금  마나홀의 크기는... 겨우 엄지손가락 한마디만 했다. 작은 짐승은 몰라도 고릴라 녀석을 상대하는건 절대 무리였다.

“물론 칼이 있으니 위험은 거의 없긴 하지만... 정말 언제까지 칼에게 의지할 수도 없잖아?”

매번 의지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곤 하지만... 어느세 칼에게 의지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했다. 정말 이대로는 안됐다. 그렇지만 칼에게서 멀어지면 또 고릴라나 다른 짐승들의 표적이 될게 분명했다.

“정말... 날 보고 어쩌란 말인건지... 그래 저번에 칼이 마련해준 은신처에서 홀로 사는거야. 그곳이라면 다른 짐승들도 별로 없으니 괜찮겠지.”

“크릉!!”

“위험하다고? 그래도 할  없잖아. 나라고 매번  너에게 의지하며 살 수도 없으니까.”

“크르릉!!”

“의지해도 좋다고? 아냐! 그럴  없어!! 유적을 탐험할려면 최소한의 자기 한몸정도는 지킬 수 있어야해. 언제까지 이 숲속에 머물 수도 없으니 말야.”

“끼잉...”

풀이 죽은 칼이었다. 하지만 그런 칼의 모습에 약해 질 수는 없었다. 결국 칼의 그런 만류에도 불구하고 은신처로 돌아가버리고 말았다. 내 그런 단호한 모습에 칼도 포기한 듯 그저 주위를 배회할 뿐이었다.

“에휴~ 너무 방치해버렸네...”

은신처는 엉망이었다. 살면서 하나 둘 손봐야 원형을 유지할텐데... 칼의 은신처에서 사느라 전혀 손보지 않아 마른풀들은 어느새 썩어있었고 입구를 막아놓은 갈대들도 죄다 흩어져 있었다. 이대로는 은신처에 들어가 살 수 없을 정도였다. 결국 열심히 치울 수밖에...

“읏차~ 이정도면... 좋아. 이제 다시 단련을 하고 물고기도 잡고... 칼이 없어도 그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

물론 조금 두려운 마음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주변을 배회하는 칼을 생각하면 그런 마음도 쏙 들어가는 것 같았다. 정말... 그러면 안되는데 매번 칼에게 의지하게 되는건 저런 칼의 잘못도 있는 것 같았다.

“으응... 기사들이 아아.. 이렇게 했었나? 아니 이렇게 한 것 같았는데...”

기사들이 수련하던 모습을 가끔 훔쳐보던 기억이 있었다. 지금은 그거라도 감지덕지였다. 마나홀이 열려있으니 어느정도 흉내로도 꾀나 강력한 힘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칼같은 날붙이가 있으면 더 쉬울테지만... 나무막대라도 감지덕지였다.

“쩝~ 그래도 아쉬운걸... 조금  열심히 봐놓을걸... 역시 공녀라는 신분 때문에 몸매를 가꾸는 마나단련법 빼곤 배우질 못해서... 으으~ 정말 이럴거면 천방지축으로 기사들이나 따라 다닐것이지...”

괜한 분풀이였다. 공녀였던 이 몸의 주인이 이렇게 될 줄이야 알고 있었겠는가? 결국 열심히 삽질을 하며 기사의 동작을 하나 둘 되새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런 행위가 쉬울리가 없었다. 알듯 모를 듯 힘든 동작들... 손발이 어지러워지고 몸이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으으~ 왜 안돼는거야?! 보기엔 정말 쉬웠는데... 하아아~"

정말 한숨이  나올정도였다. 기사들은 이런 수련을 어떻게 버티는걸까? 역시 하체힘이 아직 부족한걸까? 아니면 그저 흉내내기라서 그런가? 마나가 지나는 길을 알고 그대로 행해야 하는거지만... 역시 흉내내기로는 힘든것 같았다. 그렇게 열심히 그날 하루의 수련을 마치게 되었다.

"내일부터는 좀 더 열심히... 그래 열심히 하다보면 될거야."

물론 그게 잘 될리는 없었다. 그렇게 다시 집안으로 들어갔다. 집안엔 여전히 아무도 없었다. 그거야 당연하겠지. 칼은 바깥에 배회하고 있을거고, 여긴 숲속이니 말이다. 이런 숲속에서 홀로 생활해야 하다니... 정말 너무도 쓸쓸했다. 그런 쓸쓸함을 견뎌내며 자리에 누워 생각에 빠져들었다. 앞으로의 불안한 상황과 내일 해야할 수련에 대해 말이다.

"으으... 추워. 역시 동굴 바닦이라 그런가?"

생각을 이어가려 해도 차가운 동굴 바닥은 날  쓸쓸하게 만들었다. 차라리 칼이라도 옆에 있었다면... 그 포근한 품에 안겨 잠들 수 있을텐데... 하지만 이젠 홀로서기를 해야 했다. 더는 칼에게 의지하지 않아야 했다. 이렇게 매번 칼에게 의지하는 마음을 가지는게 좋은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혼자는 외로워..."

혼자인건 언제나 그랬다. 외로움... 그래 외로움뿐이었다. 그래서 누군가가 옆에 있어주기를 바라는거겠지.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 해도 눈물이 나는건 어쩔  없었다. 그건 거의 본능이나 다름없는 행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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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주인인 공녀의 기억이 떠오른 미아! 결국 칼의 보호에서 벗어나 홀로서기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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