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화 〉15화
가벼운 운동을 마치고 본격적인 단련을 시작했다. 적당히 무거운 돌을 들었다 놨다 하거나 칼의 은신처가 있는 절벽을 타고 오르는등 조금 험난한 단련을 시작했다. 돌을 아령대신 사용하는건 그래도 어느정도 할만 했지만 역시 절벽을 타는건 너무나도 힘들었다. 하지만 이런 곳에서 제대로 된 단력이란 겨우 이런 것 뿐 달리 할만한 것들이 생각나지 않았다.
“헉..허억.. 꺄악~!”
물론 절벽을 타고 오르다 미끄러져 떨어져 버리기도 했다. 그때마다 엉덩방아를 찧느라 엉덩이가 남아나지 않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포기하지는 않았다.
“으윽. 역시 힘들어. 하지만 해내야해! 언제까지 칼에게 신세질수는 없어!”
그랬다. 두려움을 떨쳐내기 위해. 그리고 홀로서기 위해선 이런 험난한 단련정도는 이겨내야 했다. 다만 역시 절벽을 오르는데 젖가슴은 너무 거추장스러웠다. 절벽의 울퉁불퉁한 부위에 젖가슴이 쓸리고 있어서 더욱 그랬다.
“으윽.. 다 까져버릴 것 같아.”
젖가슴을 보니 조금 쓸려있는게 보였다. 여자아이 몸이라 그런지 피부가 남자였을 때보다 더 연약한 듯 했다. 정말... 이런식으로 해서 언제 이 한몸을 지킬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그렇게 한참을 절벽을 올라갔다가 내려오길 반복할때였다.
“앗~! 칼~ 입에 문건..?”
묘한 짐승을 물고 온 칼이었다. 아마도 내 부탁대로 사냥을 마치고 돌아온 듯 했다. 역시나 일반 토끼보다 서너배 크고 흉포해보이는 토끼였다. 저런걸 토끼라도 해야하긴 할까? 정말 부담스러운 생김세였다.
“으으~ 묘한 모습이야. 특히 이빨이 왜 이러는건데? 토끼는 초식동물 아니었나?”
뾰족한 이빨이 특히나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렇게 칼이 내려놓은 토끼를 낑낑거리며 들고 가지고 있던 날카로운 돌조각으로 토끼의 가죽을 벗겨나갔다.
“으윽. 힘들어... 그치만 달콤한 냄새가 츄릅~”
피냄새가 진동해야 하건만... 어쩐지 그저 달콤한 냄새로만 느껴졌다. 이제 정말 야생 소녀가 다 되어버린 것 같았다. 그렇게 열심히 토끼 가죽을 벗겨내고 내장을 제거한 이후 토끼를 바라봤다.
“으음... 역시 그냥 뜯어먹어야 하나? 불에 구워먹으면 더 맛있을텐데... 쩝~”
“크릉~”
“아. 칼 너도 있었지. 이거 나눠먹어야할까?”
“크르릉~!”
“너나 많이 먹으라고...? 설마 너! 날 통통하게 살찌워서... 하하 장난이야 장난~!”
내 그런 장난스런 말에 확 하고 째려보는 칼이었다. 솔직히 그 부라리는 눈빛에 살짝 쫄아버리고 말았다. 아무리 칼이 내게 좋은 친구라지만... 흉포함을 간직한 야생동물이긴 했다. 그것도 육식을 주로 하는...
“그럼 잘먹을게... 정말 고마워 칼~ 냠냠~ 우물우물~”
한입 배어물자 육즙이 주르륵~ 하고 흘러내리는 토끼고기였다. 정말 내가 이렇게 날고기를 먹게 될줄은 몰랐었다. 게다가 이런 날고기가 입맛에 맞다니... 이 몸의 원주인은 도대체 무슨 생활을 했던걸까? 정말 알 수가 없었다.
“우물우물 꿀꺽~ 으음~”
먹으면 먹을수록 아랫배에 차오르는 마나. 이것때문이라도 먹는걸 멈출 수 없었다. 솔직히 토끼가 좀 컸어야지. 하지만 금세 다 먹어버리고 말았다. 정말 너무 대식가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하지만 먹을게 있을 때 많이 먹어놔야 하는 야생의 삶 아니던가! 물론 저장도 해야하지만... 아직은 내게 칼이라는 조력자가 있어서 괜찮았다.
“정말 맛있었어. 고마워 칼~ 그럼난 이 토끼 가죽으로 옷을 만들고 있을게...”
칼에게 그렇게 말하고 토끼의 잔해를 치운 후 적당히 토끼가죽을 나누기 시작했다. 이정도 크기의 가죽이면 정말 제대로 몸을 가릴 옷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토끼 이빨로 인해 돌조각도 더 이상 필요 없었다.
“읏차~ 좋아. 이정도면...”
대략적인 치수대로 상의와 하체를 가릴 옷을 만들었다. 그렇게 만든 옷을 입긴 해야할텐데... 하지만 이대로는 금세 토끼가죽이 그대로 부패해버릴게 분명했다. 무두질이라거나? 그런게 필요했는데 너무 섣불리 그대로 옷을 만들어 버린 것 같았다.
“으휴~ 내 정신좀 봐. 이거 어쩌지? 그냥 입어야 하나?”
일단 이번엔 그냥 입어야할 것 같았다. 물론 가벼운 조취를 취하긴 해야했다. 솔직히 토끼는 가장 약한 짐승이지 않던가! 먹이사슬에 가장 아래쪽에 존재하는 동물의 가죽을 그대로 뒤집어쓰는 우행을 범할 수는 없었다.
“좋아. 칼. 여기에 네 오줌좀 쏴줘!”
조금 묘한 부탁이긴 했지만... 이거라면 어느정도 괜찮을 것 같았다. 육식동물의 배설물 이지 않는가! 물론 그렇게 칼의 오줌에 담궈둔 후 적당히 씻어내긴 해야할 것 같지만... 그정도 수고는 위험에 비하면 그리 수고롭지도 않았다.
“크릉?”
“응 오줌 말야. 쉬~ 자 어서~!”
“크릉...”
한심하게 날 바라보는 칼. 하지만 필요했다. 그에 고개로 날 가르키더니 뒤돌아 서라고 하는듯한 모습을 취했다. 그에 손에 든 토끼가죽옷을 칼 녀석의 발치에 두고 돌아서서 기다렸다. 그러자 솨아~ 하는 소리와 함께 힘찬 배뇨를 하는 칼. 역시나 대단한 녀석이었다. 정말 폭포수가 흐르는듯한 소리같았다.
“읏~ 지린내. 정말 오래도 싸네.”
하기야 크기가 크기인 만큼 방광도 크겠지. 그렇게 토끼가죽옷에 칼의 오줌을 가득 묻힐 수 있었다. 이제 이걸 적당히 말리고 한번 행구면 될 것 같았다. 그동안엔 뭐... 다시 알몸으로 단련을 해야할 수밖에...
“그럼 배도 꺼트릴겸 다시 움직여 볼까? 칼 너도 같이 달릴래?”
“크릉~ 컹컹!!”
“좋아! 시합이야!!”
그렇게 칼과 함께 알몸으로 숲속을 누볐다. 역시 칼이 옆에 있어서 인지 정말 안전한 기분이 들었다. 위기가 있더라도 칼과 함께라면 모조리 넘어설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정말 칼은 내게 좋은 친구인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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