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화 〉12화
“아악~! 아..아파앗~! 그치만...흑... 어서 가서 잡아와야해...”
물고기를 잡으러 가는 길은 험난했다. 칼이 날 태워줄때는 몰랐는데... 혼자 이렇게 걷다보니 더욱 더 칼의 고마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험난한 여정 끝에 겨우겨우 호숫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으으.. 발도 아프고 거기도... 너무 아파...”
정말 너무 아팠다. 칼의 몸보다 내 몸을 먼저 건사해야할 것 같았다. 그렇게 겨우겨우 작살을 의지해 알몸으로 물가로 들어섰다. 여전히 물고기는 많았지만... 과연 그 많은 물고기중에서 내 손에 잡힐 물고기가 있을지 그게 문제였다.
“그래. 해보는거야.. 아으윽~”
정말 움직일때마다 눈물이 찔끔 나올정도의 아픔이었다. 하지만 칼을 위해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이 일은 필요했다. 그렇게 작살을 던져 한 마리 두 마리... 물고기를 잡아낼 수 있었다.
“그래도 다행이야. 아까처럼 하니까 잡히긴 하네.”
정말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칼과 있을 때 어느정도 요령을 터득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역시 이건 모두 칼의 덕택이었다. 점점 칼에게 의지하는 부분이 커진 것 같았지만... 그래도 이번엔 내가 칼을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칼... 버텨야해. 절대 죽으면 안돼...”
일단 나부터 살고 봐야했다. 아픔이 느껴지는 아래쪽 그곳... 그리고 상처로 인해 피가 흘러내리는 손과 발... 게다가 고릴라로 인해 온몸이 멍들어 버린 듯 했다. 우선 나부터 물고기를 먹고 더 힘내서 칼을 위해 많은 물고기를 잡아가기로 했다.
“냠냠... 맛있어... 으음. 역시... 몸이 낫고 있어.”
정말 몸이 낫고 있었다. 쓸려서 아픈 손바닥과 발바닥은 물론 온몸에 든 멍 그리고 계곡사이의 그곳에 난 상처까지 말끔히 나아버렸다. 이런걸 보면 나도 특별한 몸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여기 동물들은 다 그런걸까?”
먹는대로 상처를 재생수준으로 낫게 만들다니... 정말 괴물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런 생각따위 할 필요 없잖아.? 어차피 이런 위험한 숲속에서 이정도 능력은 아무것도 아닐거야. 대부분의 짐승들이 다 그런 것 같으니까. 그것보다 어서 칼에게 물고기를 가져가야해.”
그랬다. 이런 건 아무데도 쓸데 없는 생각일 뿐이었다. 먹는대로 몸이 재생되면 그거야 말로 좋은 일 아니던가! 그런 이점을 이용해서 잘만 단련하면 이런 나약한 몸이라도 개선 여지가 있을테니 말이다.
“읏차~ 좋았어. 이제 아픔도 가셨으니까. 어서 물고기들을 더 잡자.”
칼을 위해서 그렇게 좀 더 많은 물고기들을 잡았다. 하지만 문제는 또 있었다. 물고기를 담아갈 그 무언가가 없었다. 양손 가득 들어봤자 너댓마리가 다였다. 하지만 잡은 물고기는 거의 스무마리는 넘는 것 같았다. 결론은 무언가 담아갈것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으으.. 어쩌지? 아! 나무줄기들을 엮어서... 좋아. 해 보는거야!”
번뜩이는 아이디어. 물론 천천히 생각해 보면 금세 생각날 정도의 흔한 아이디어였다. 그렇게 생각대로 나무줄기들을 엮어 바구니를 만들었다.
“좋아. 이정도면 될 것 같아.”
그렇게 겨우 잡은 물고기 전부를 나무줄기로 만든 바구니에 담아 힘차게 끌기 시작했다.
“으읏~ 힘드네. 역시 너무 많은걸까? 아니면 내 힘이 그만큼 작은걸까...?”
큼직큼직한 물고기를 보자면... 양이 너무 많은 것 같지만... 칼이 먹을 분량으로는 넉넉지 않아보였다. 하지만 이 이상을 담아갈 힘이 없어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힘차게 물고기를 담은 바구니를 끌고 칼이 있는 은신처로 향했다.
“읏차~ 힘들어. 그치만 칼을 위해서... 그래 날 도와준 칼을 위해서라도 힘내야해.”
알몸이라 조금 썰렁했지만 어차피 누가 볼 것도 아니고 상관없었다. 게다가 나뭇잎으로 옷을 만들 시간도 부족했다. 나중에 칼에게 부탁해서 작은 동물이라도 잡아달라고 해야할 것 같았다.
“하아~ 또 칼에게 의지할 생각부터 해버렸네. 하지만... 지금 이런 몸으론 작은 동물도 잡기 힘드니까 어쩔 수 없지 뭐...”
그랬다. 아직 여린 몸으론 칼의 도움없이 이런 위험한 숲속에서 살아남기 힘들었다. 힘을 기르고 몸을 단련해야 그나마 어느정도 자기 자신을 건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먹는 족족 힘으로 변하지 않던가! 물론 그 양이 정말 미미 했지만 이제는 느낄 수 있었다. 아랫배 근처에 아주 작지만 힘차게 유동하는 에너지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게 그... 판타지에서 말하는 마나 일까? 정말 그랬으면 좋을건데...”
그렇게 아랫배에 뭉친 에너지를 이용해 물고기가 든 바구니를 은신처로 옮겨낼 수 있었다. 정말 엄청난 힘이 아닐 수 없었다. 그 긴 거리를이런 연약한 몸으로 주파할 수 있다니... 정말 마나라는 그 힘은 대단한 것 같았다. 물론 진짜 마나인지 아닌지는 지금은 알수 없었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야. 앗! 칼~!! 서..설마?! 휴~ 다행이다. 잠든거구나...”
아니 더 문제일지도... 이대로 잠들면 영영 깨어나지 않을것만 같은데... 역시 깨워야할 것 같았다. 그렇게 칼은 흔들어 깨워 가지고 온 물고기를 들이 밀었다.
“칼! 어서 먹어. 이거 다 내가 잡아온거야~”
“끼잉... 크릉... 덥썩~”
“그래. 그렇게 먹고 어서 낫는거야!”
힘들게 한입씩 물고기를 배어먹는 칼이었다. 그렇게 점점 먹는 속도가 빨라지더니 순식간에 스무마리가 넘는 물고기를 먹어치우는 칼이었다.
“아~! 낫고 있어. 정말 다행이야.. 흑. 칼 정말 다행이야~!!”
칼을 부둥켜 안고 그렇게 눈물을 흘렸다. 정말 가슴이 조마조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것만 같았다. 날 위해 이렇게 다칠때까지 힘내준 칼이 너무도 고마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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