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화 〉8화
오우거가 없는 시간에 이렇게 얌채짓을 한다는게 조금 미안하기도 했지만... 괴물인 오우거에게 사실 미안할 것도 없었다. 그저 살짝 마음이 쓰일뿐이었다. 그렇게 물고기를 잡고... 물론 한 마리 그것도 작은녀석 한 마리였지만... 아무튼 잡은건 잡은거였다.
“조금 쪽팔리지만... 그래도 스스로 잡은 첫 물고기니까.”
이제 나무열매라던가 쉽게 보관할 수 있는 먹을거리를 찾아야 했다. 매일 물고기만 잡아뜯을 수는 없지 않는가. 아무리 힘든 숲속 생활이라지만 고른 영양섭취는 필수 였다. 그래야 몸도 더 튼튼해질게 분명했으니까.
“그럼 또 부탁해. 칼.”
“크릉~!!”
걱정말라는 듯 다시 등을 내주는 칼이었다. 칼의 등은 정말... 여간 부드러운게 아니었다. 하긴... 털이 이렇게 부드러우니 그럴 수 밖에... 뭘 먹으면 이렇게 부드러운 털을 가질 수 있을까? 썰렁한 내 하체를 부드럽게 감싸는 칼의 털은 정말... 가져가고 싶을 정도였다.
“그나저나 옷도 필요한데... 언제까지 이런 나뭇잎만 입고있을 수는 없잖아?”
동물가죽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나뭇잎으로 가리긴 했지만... 몸을 숙이거나 엎드리면 치부가 모두에게 보여버리기 때문이다. 특히 칼 녀석... 어쩐지 내가 움직일때마다 내 그곳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는 것 같았다.
“으으. 너 설마...? 하하.. 아..아니겠지~”
더 이상 생각하면 위험할 것 같아 기분 탓으로 돌리기로 했다. 그렇게 다시 쌩쌩 달리는 칼과 함께 도착한 숲속. 역시 내 의향을 제대로 파악할 줄 아는 칼이었다. 말만 통하지 않을뿐 정말 파트너로는 손색없는 녀석이 아닐 수 없었다.
“정말... 말이라도 통했으면 좋겠어. 이렇게 혼자만 중얼거리는것도 심심하니까 말야.”
게다가 쓸쓸하기도 하고. 정말 이러다 요상한 성격이 되어버릴지도 몰랐다. 이렇게 말도 통하지 않는 칼에게 계속 말을 걸어보는 이유는 혹시라도 입을 다물고 있다가 말을 잊어버리지나 않을까 해서였다.
“정말 칼 네가 인간이었다면 좋았을텐데...”
“크릉~”
“응? 차라리 나보고 짐승이 되라고? 에이~ 그럴수야 없지.”
아무리 칼이 마음에 들어도 그러고싶지는 않았다. 짐승처럼 네발로 기어다니라니! 남자의 자존심상 절대 그럴 수는 없었다. 게다가 그렇게 기어다니며 짐승처럼 울면, 조금 꼴불견이 아니겠는가?
“그럼 여기서 기다려. 난 나무열매나 식용버섯이라도 찾아볼테니까?”
현대인이라면 어느정도 잡지식은 풍부했으니 그래도 쉽게 이런저런 식용식물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만 비슷비슷한 식물들이 많아서 문제였지만...
“이건... 나물종류인가? 으음. 모르겠네. 하아~ 앗! 저건 먹을 수 있겠다!.”
역시 식물들은 죄다 비슷비슷했다. 다만 그중에 간혹 정말 먹을수 있을만한것들이 있긴 했다. 게다가 어디서 많이 보던 버섯까지 발견하지 않았는가! 모양이야 뭐... 꼭 남자의 물건 같기도 했지만... 먹는거에 그런걸 따지기도 뭐했다.
“그럼 나무열매는... 아! 저기있네? 칼 녀석. 정말 내가 뭘 원하는지 알고 있는 것 같아. 이런 곳으로 안내해주는걸 보면 말야.”
그랬다. 지천에 널린 식용식물들과 나무열매들을 보면 정확히 내가 원하는걸 알고 날 이곳으로 안내한 것 같았다. 다만 열매를 딸려면 나무를 타야해서 문제였지만... 그렇다고 이것까지 칼에게 바랄 수는 없었다. 날 이곳까지 태워다 준게 어디던가. 이정도 쯤은 스스로 해야 했다.
“으읏! 높아! 그렇다면~!”
그렇게 나무를 타기 시작했다. 부쩍 힘이 세진건지 아니면 원래부터 이정도는 가능한건지 몰랐지만, 꾀나 쉽게 나무를 탈 수 있었다. 다만... 아래쪽에서 올려다 보는 칼 때문에 나무타기를 집중할수 없어서 문제였지만.
“으으~ 칼 너! 올려다 보지 말아줘... 차..창피하단말야~!!”
이제 여자아이 몸이라 그런지... 그곳을 훤히 내보인다는데 창피함을 느꼈다. 물론 남자라도 누가 자신의 물건을 빤히 보면 창피한건 마찬가지겠지만... 여자 몸이라 더 했다.
“에잇~!”
“깽~ 끼잉~크르릉!!”
“우우~ 칼 네가 잘못했잖아. 여자아이 몸의 그곳을 그렇게 빤히 보는게 어딨어?”
멍때리고 있던 칼녀석의 정수리에 나무열매를 던져 맞춰버렸다. 그러자 낑낑거리며 머리가 아픈지 앞발로 머리를 긁적이는 칼이었다. 물론 정수리가 제대로 닿을 리가 없어 아픔이 가시지는 않을 것 같았지만...
“아무튼 조심해줘. 뭐 남자이긴 하지만... 그래도 몸은 여자니까. 이 몸 주인에게 미안하잖아?”
그랬다. 언제까지 이 몸을 쓸지는 몰라도 그동안은 그래도 조심해주긴 해야 할 것 같았다. 일단 미소녀에 가슴도 적당히 부풀어오른 여자아이 몸이지 않던가! 분명 새침하고 귀여운 성격일게 틀림없었다. 나중에 다시 내 몸으로 돌아가기라도 한다면... 사귀자고 해보고 싶을 정도의 몸과 생김세였다.
“흐흐~ 좋을지도... 그치만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 설마 평생 이몸으로 살아야 하는건 아니겠지? 서..설마~ 하하...”
내심 불안하긴 했지만... 우선 열매나 따기로 했다. 그렇게 칼녀석의 정수리를 간간히 맞추며 열매를 땄다. 어느정도 열매를 따자 몇일정도 넉넉히 먹을 분량을 마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칼이 있다고 너무 긴장을 풀어버렸던 걸까? 나무 위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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