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화 〉6화
그간 너무 배가 고파서 그런지 칼이 잡아온 물고기를 게 눈 감추듯 죄다 먹어버리고 말았다. 솔직히 나도 놀랄정도의 식성이었다. 크기도 꾀나 크고 마릿수도 제법 됐는데 죄다 먹어버리다니!! 살이 찌는게 아닐까? 물론 어차피 상관 없지만... 이런 숲속에서는 일단 먹어서 에너지를 저장해야 하는게 맞았다.
“에휴~ 내일 먹을거는 남겨둘걸...”
물론 다시 잡거나 칼에게 부탁 하면 될 것 같기도 했지만... 그래도 움직일 에너지를 위해선 남겨두는게 더 나았을거라고 생각됐다.
“응? 손바닥이...? 나았어?”
아까전에 쓸려서 상처가난 손바닥이 아물어 있었다. 그러고보니 왠지 힘이 나는 것 같았다. 설마 방금전 먹은 물고기 때문일까? 어쩐지 그런 기분이 들었다.
“에이 설마~ 아니... 혹시 모르지 먹으면 먹는데로 에너지가 저장되는 신체일지도... 오우거도 있고 모든게 다 커다란데 이런 특이한 신체도 있을 수 있잖아?”
정말 그랬으면 좋을 것같았다. 아니면 이런 숲속에서 몇일도 버티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칼이 날 도와준다고 해도 나 스스로 일어서지 않으면 분명 어느순간 위기상황에 빠져 칼의 도움이 없으면 곧 죽어버릴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시험을 해봐야 할텐데... 그렇다고 다시 손에 상처를 낼 수도 없고... 게다가 먹을게 없잖아?”
일단 신체 능력을 최대한 알아보는게 중요했다. 앞으로 이 숲속에서 얼마나 버틸지 모르는데, 자신의 몸에 대해선 알고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오늘은 늦었으니까... 내일. 그래 내일 알아보는거야.”
그리고 만들다 만 작살도 다시 만들어야 했고, 할 일은 많았다. 오늘 만들어 놓고 내일은 다시 호숫가로 이동해 물고기라도 잡아 놔야할 것 같았다. 물론 근처에 나무열매라도 있다면 그것도 따다 놓을 예정이었다.
“작은 동물같은걸 잡는것도 좋을텐데... 역시 함정같은것도 만들어 놔야하나?”
자꾸 생각하다보니 바라는게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하나씩 차근차근 준비해야할터였지만... 조바심이 나는건 어쩔 수 없었다. 분명 오우거 말고라도 날 위협할 생물들이 이 숲엔 지천으로 널려있을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칼의 도움으로 빠져나올수 있었던 식충식물이라던지... 위기는 넘쳐났는데 몸을 지킬 자신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았다.
“그래. 얼마간은 칼에게 의지하는거야. 칼도 날 도와주려고 하잖아? 그정도 도움은 받아도 괜찮겠지...?”
칼의 속셈은 내 몸이 분명 했다. 아마도 짝짓기를 하고 싶은 것이겠지. 하지만 나라고 짐승인 칼에게 그런 짓을 당하고 싶지는 않았다. 결국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칼의 보호에서 벗어나야 했다. 지금이야 날 도와주고 있지만 언제 돌변할지 모르지 않던가.
“조금 미안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칼의 그.. 거대한 물건... 으으~ 절대 싫어~!”
솔직히 덜렁거리는 칼의 그 물건을 생각하자면... 절대 짝짓기는 사절이었다. 당하기라도 하는 날엔 그대로 망가져 버릴게 분명했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이 어쩐지 구차하게 느껴졌지만... 여자로 변한 이후 부쩍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제 입구를 가리면... 좋아. 다됐다. 이제 아무도 모르겠지?”
혹시라도 날 위헙할 짐승들이 있을지도 몰랐다. 그래서 바위틈의 입구를 덤불과 나뭇가지로 막는 건 필수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입구를 막고 들어가자 아늑한 나만의 공간이 펼쳐졌다.
“하아~ 정말 힘든 하루였어. 오늘은 이만 자고 내일은... 물고기랑 나무열매라도 따자.”
숲속에 홀로 떨어진 결과 가장 중요한건 먹을 것 즉 식 이었다. 굶어죽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는 일! 일단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식을 정하고 그 이후 옷가지를 다시 구해야할 것 같았다. 언제까지 이런 나뭇잎으로 몸을 가릴수야 없기 때문이었다. 집이야 이곳으로도 충분했으니 두말할 것 없고 말이다.
“하아~ 배도 부르고... 잠이오네. 하암~ 이곳은 안전 하겠지...? 바깥에 칼도 지키고 있을테니까...”
날 지켜보는 칼. 그런 칼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신세가 조금 처량했지만... 나중에 보답을 해주면 될거라고 생각했다. 나라고 언제까지 약자에 머물러 있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우선 내일은 먹을것부터 구하고 몸을 지킬 방법을 궁리해야할 것 같았다.
“으으... 안돼. 아으~ 그런!! 아악~!! 모두 죽으면~ 꺄악~!!”
머릿속에 떠도는 수많은 기억의 파편... 누군가 죽고 누군가는 도망쳤던게 문득 기억났다. 아마도 이건 이 몸의 주인이 경험했던 기억 같았다. 그게 안정된 공간에서 잠이 들어 어느정도 정리되서 꿈으로 보여진 것 같았다.
“하악..학.. 뭐..뭐였지? 으으. 머리가...”
지끈거렸다. 바깥은 벌써 아침이 밝아 온건지 막아놓은 입구를 지나 햇살이 동굴안을 어느정도 비췄다. 그렇게 잠시 멍하게 햇볕을 바라보자 어느정도 지끈거리는 머리가 정리되는 것 같았다. 이 몸의 이름은... 미아 애칭인 것 같았다. 앞으론 이 이름을 사용해야할 것 같았다. 뭐 나름 귀여운 이름임에는 틀림 없었으니 상관 없긴 했다. 예전 이름이야 이 몸에 어울리지도 않으니 말이다.
“이제 좀 낫네. 하아~ 아파 죽는줄 알았어. 그래도 이름은 건졌네. 미아... 라. 나중에 칼에게 알려줘야지.”
어쩐지 짐승인 칼이 먼저 생각났다. 하긴 칼 말고는 이름을 알려줄 상대도 없지 않는가? 그렇다고 호숫가에서 본 오우거녀석에게 이름을 알려줄수도 없으니... 역시 너무 칼에게 의지하는 것 같았다. 오늘부터라도 조금씩 숲속에 적응해 나가야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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