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화 〉2화 (2/132)



〈 2화 〉2화

이상야릇한 느낌이 들었다. 바람이 불어 그런걸까? 하는 생각에 눈을 살짝 치켜뜨자 보이는건... 순간 경직을 일으킬 정도로 날 놀라게 하는  무엇이었다. 그것은... 대단히 커다란 동물... 까맣고 부드러운 털로 둘러싸인 내 몸집의 10배는 될듯한 크기의 야생 동물이었다.

“힉?!”

“크르릉~”

순간 놀라 목소리를 내버렸지만... 다행이 움직이지는 않아 그 동물의 주의를 끌지 않은 듯 했다. 그렇게  동물이 내게 관심을 표해도 모른척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었다. 정말 오줌이 찔끔 나올정도의 공포였다. 야생동물 그것도 육식동물인 듯 그 몸에선 노린내가 조금 역하게 났다.

“하읏?!”

“낼름~찹~찹~”

게다가 그 짐승은 내 몸을 자신의  혓바닥으로 낼름거리며 핥아대고 있었다. 설마 한입에 꿀꺽 하기 전에 맛이라도 보는걸까? 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그런 것 치곤 적대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조금 용기를 내며 슬며시 감고있던 눈을 떠보았다. 그러자 그런 날 감지한 듯  두눈을 주시하는 짐승이었다.

“으으. 차..착하지...?”

이런 바보같으니라고!! 짐승이 말을 알아듣기나 할까? 그런데 거기에 대고착하지~ 라니... 여자가 돼서 그런가? 아니면 원래부터 멍청했던걸까? 하지만 내 그런 잡생각들과는 달리 정말 착하게도  손길에 그르릉거리며 낮은 울음소리를 내며 좋아하는 짐승이었다.

“다..다행이다. 휴~ 그나저나... 퓨마 인가? 근데 어째서...? 내가 맘에 들기라도 한걸까?”

그러고보니 내 몸을 핥던 혓바닥이... 상당히 미묘한 곳에 자주 머물러 있긴 했다. 아마도  짐승은 수컷인게 확실해보였다. 즉 날 암컷으로 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좋...지 않을 수가!! 물론 잡아먹히지 않는다는데 안도의 한숨을 내쉬긴 했지만... 그래도 위기상황은 가시지 않았다.

“조..조금 비켜주지 않을래?”

“크릉!”

“히익?! 아..아냐~ 너 편한대로 있어도 좋아. 마..마음껏 핥아!!”

작게 으르렁 거리는 소리에 순간 기겁하며 경직되어 버리고 말았다. 결국 좀 더 이 짐승에게 핥아져야만  것 같았다. 그렇게 나름 장시간 핥아지며 긴장이 풀리길 기다렸다. 그러자 느껴지는 묘한 기분... 역시 알몸을 깔깔한 혓바닥에 핥아지느라 조금... 민감하게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으흣~ 이..이런 느낌.. 으으 싫어..”

묘하게 달아오르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거절하기엔... 너무 무서웠다. 이렇게 커다란 짐승이 날 암컷이라고 여기지 않고 먹이라고 여기기라도 한다면... 한입에 꿀꺽 삼켜지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절대 그럴 수는 없었다. 어떻게얻게된 목숨이던가! 분명 내  몸에 큰일이 있어 이런 여자아이 몸으로 옮겨왔을텐데... 여기서 다시 죽을 수는 없었다.

“으윽.. 우으 팔다리가 저려. 히잉~ 제발 좀... 그..그만 핥아줘.”

“크릉~크르릉~”

“우으.. 아..알았어. 그..그치만 조금... 일어나도 돼지 않을까?”

물론 못알아들을테지만... 그렇게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기우나 다름없었다. 이제 다 핥았는지 아니면 맛을 그만 보겠다는건지 그 짐승이 몸을 슬쩍 비켜서 내가 일어날 수 있게 해 줬기 때문이다.

“으으~ 찝찝해.. 어쩌지? 다시 씻어야 하나... 그것도 그렇고 저 짐승은...”

정말 뭘 어째야할지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가운데 그짐승이 날 힐끗 쳐다보는  같았다. 그것도  치부를 낱낱이... 아무래도 작정하고 날 암컷으로 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설마 짐승과 처음을... 하게 되는건 아니겠지? 설마 그럴 리가...

“으으. 걱정인걸... 아무튼 옷이... 아 저깄다. 정말 다행이야. 꼼짝없이 알몽생활로 다시 돌아가는줄 알았어.”

“크릉~ 할짝~”

“흣?! 나뭇잎마저.. 으으~ 안그래도 침 범벅인데...히잉~ 다시 씻어야 돼잖아!!”

“크르릉!!”

“힉?! 미..미안. 너에게 화내는거 아냐. 그냥 다시 씻어야 해서...”

“크르릉!!”

“씨..씻지 말라고? 어째서...? 우으.. 모르겠어. 아..알았어! 안씻으면 돼잖아!!”

조금 찝찝했지만... 얼추 짐승의 으르렁거림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자신의 침을 씻지 말라는게 확실해 보였다. 게다가 등을 떠미는 녀석의 발길질까지... 순간 덮쳐지는줄 알고 겁먹어 버렸다.

“으응. 저..저쪽으로 가라고? 알았어. 그..그러니 밀지 마.”

“크르릉!!”

“빨리 간다니깐~!”

결국 그 짐승의 인도하에 호숫가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였다. 어디선가 포악한 동물 울음소리가 들리며 숲속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이 숲의 지배자 라는 느낌의 울음소리였다. 그만큼 거대하고 흉포한 울음소리였기 때문이다.

“힉?! 으으.. 설마.. 이것 때문에...?”

“크릉~”

“그랬구나. 고..고마워. 침 범벅을 만든것도 네 냄새로 날 가리려는거지?”

“크릉~!”

그렇다고 하는 듯 했다. 정말 고마운 짐승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것도 모르고 난... 이런 고마운 짐승이 날 어떻게 하려는지 알고 두려워하기나 하다니. 그렇게 적당히 호숫가에서 멀어져 나무위로 올랐다. 물론 그 짐승이 내 엉덩이를 코로 밀며 올려주긴 했지만... 어쨌든 스스로 오르긴 했다.

“읏~ 축축해...”

다만 촉촉이 젖어있는 짐승의 코 때문에 살짝 오한이 들긴 했지만... 하필 내 그곳을 들이 밀게뭐람? 설마 알면서 그런걸까? 어쩐지 그런 것 같기도 했다. 짐승주제에 인간에게 발정하는건 아닐까 조금 걱정이 들기도 했다.

“하아... 걱정해봐야 뭐해. 어차피 이녀석 손아귀 안인걸...”

그랬다. 이런 짐승에게서 도망갈 힘이 내겐 없었다. 게다가 조금 배도 고프고 목도 다시 말라왔다. 거기다 삼중첩으로 오줌까지 마려웠다. 정말... 고난은 연속해서 온다는 옛말이 다 맞는 것 같았다. 그렇게 호숫가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헉! 저..저게 뭐야?!”

흉포한 육식동물이 나타날줄 알았지만... 그런 애교스런 동물이 아니었다. 퓨마같은 이녀석의 크기를 보고 알아봤어야 하는건데... 정말 거대한 두발달린 괴물이 호숫가에 나타났던 것이다. 이걸 뭐라고 해야할까? 판타지에 나오는 오우거? 그래. 그건 오우거였다.

“여..여긴 도대체 어디야? 설마 저..저런 괴물 투성이의 숲인거야? 하하... 그..그럴수가..”

나무가 거대했을때부터 내가 살던 세상이 아니란걸 알아봤어야 했다. 누군가  버린거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그런곳이 이런 괴물이 사는 숲속이라니... 나약한 이런 몸으론 순식간에 잡아먹힐게 확실해보였다.

“흑... 정말 여긴 어디인거야...? 넌 알고 있니?”

“크릉...”

어쩐지 울지 말라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런  못하는 짐승까지  걱정해주는데... 그저 울먹거리고 있을 수많은 없었다. 이왕 이렇게 된거... 어떻게든 살아서 이곳을 나가야만 했다. 이제는 정말 위기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멋모르고 숲속을 뒤적거릴때와는 또 달랐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