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7화 〉동거 혹은 사육 (4) (87/87)



〈 87화 〉동거 혹은 사육 (4)

『사랑은 맹목적이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스스로가 저지르는 어리석음을 보지 못한다.』

톨스토이가 남겼다는 사랑에 대한 짧은 통찰.

지금의 혜지를 설명할  있는 말로 그보다 더 적절한 말은 없었다.

휘익 - 짜악!

"더 맛있게 빨아. 침 질질 흘리면서."

"쮸으읍 - 츄읍! 헥헥..."

그녀는 스스로가 저지르는 어리석음을 보지 못한 채, 현우로부터 '훈련'을 받고 있었다.

지난 21년간 체득한 인간으로서의 사고와 행동을 버리고, 오로지 주인의 성욕처리용 애완동물이 되기위한 훈련을.

쇼파에 편히 기대 앉아있는 현우의 가랑이 사이에서 연신 추잡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앞뒤로, 또 양옆으로 움직이는 혜지의 턱을 따라 침방울이 흘러내리고, 그 침들이 바닥에 뚝뚝 떨어져 자그마한 웅덩이를 이뤘다.

혜지는 며칠 간 물  모금 못 마신 사람이 수도꼭지라도 발견한 것처럼 정신없이 자지를 빨아대고 있었다.

"좋아. 이제 좀 마음에 드네."

현우는 그런 혜지의 머리를 툭툭 두드리며 등받이에 더 깊숙이 몸을 묻었다.

사료 그릇에 고개를 쳐박은 개라도 된듯 꺽꺽거리며 자지를 삼켜대는 모습이 보기 흡족했다.

"더 빨리. 더 헥헥거리면서."

"헥헥! 쮸으으읍!"

역시 사람을 길들이는 데에 폭력만한 것은 없었다.

작은 실수를 트집잡아 뺨을 후려치고 채찍질좀 해줬다고 시키는 대로 척척 움직이는 것을 보니 말이다.

얼굴에 낙서를 적어준 후에 현우가 그녀에게 내린 명령은 간단했다.

먹이 앞에서 코를 킁킁거리는 개처럼 자지에 코를 묻고, 혹여 자신의 먹이를 뺏길까봐 허겁지겁 먹어치우듯 정액을 탐하라는 것.

그 명령의 결과물이 지금 그녀의 행동에 고스란히 묻어나왔다.  어느 때보다 음탕하게, 또 요란하게 자지를 빨아대는 그녀의 모양새가  마음에 들었다.

"그만. 대기 자세."

"헥헥... 멍! 멍멍!"

혜지는 현우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재빨리 뒷발로 일어나는 자세를 취했다. 무언가를 물고   취하는 자세에도 대기 자세라는 이름이 붙었다.

방금까지 자지를 물고 있던 그녀의 얼굴은 온통 침범벅이었다.

"앞으로는 이렇게 자지 빠는거야. 넌 지금 정혜지가 아니라 밍밍이니까. 무슨 말인지 알지?"

"... 네, 주인님!"

"애완동물이 됐으면 자지도 사람처럼 빨면 안 된다는 말이야. 방금처럼  삼 일 굶은 개새끼처럼 빨라고. 알아들었어?"

"네!"

현우는 그녀의 뺨에 적힌 낙서를 매만지며 방금의 훈련 내용을 한  더 상기시켰다.

성욕처리용 애완동물이라는 낙서가 보면 볼수록 괜찮았다.

그러고보니 아직 그녀에겐 이걸 보여주지 않았던가. 그녀가 얼굴에 적힌 낙서를 보고 보일 반응이 궁금했다.

"안방으로 기어가."

그녀를 전신 거울이 위치한 안방으로 데려가는 현우. 공손히 바치는 목줄을 건네받고, 꼬리를 흔들어대며 기는 그녀의 엉덩이에 채찍을 날리며 그녀의 뒤를 따랐다.

삑 -

컴컴했던 안방에 LED등이 켜지는 소리와 함께 한쪽에 놓인 커다란 전신 거울이 빛을 받아 반짝였다.

"거울 앞에서 대기 자세."

굳이 긴 말은 필요없었다. 그저 차분히 명령하고 그녀의 반응을 기다리면 될 뿐이다.

처음 몸에 낙서를 새기고 사진을 찍어 보여준 날, 위화감을 느낀 모양인지 이상하다고 말하던 그녀다.

그런 여자가 이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천박한 말들을 주렁주렁 매단 스스로의 모습에 어떤 반응을 보여줄지가 사뭇 기대됐다.

"어때?"

"아..."

혜지는 아무런 말없이 거울 속을 응시했다. 그녀의 침묵은 한동안 이어졌다.

"어떠냐고."

"어... 좋아요."

말과는 달리 어색하게 굳어 있는 혜지의 얼굴을 바라보던 현우는 그녀를 뒤에서 안았다.

그녀가 쪼그리고 앉아 있는 상태였기에 현우도 무릎을 굽혀야 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해줘. 뭐가 좋은지, 왜 좋은지. 내가 듣고 싶어 하는 말 알잖아."

그렇게 백허그를 한 상태로 체온을 나누며 따스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

그녀의 입에서 나올 말에 속으로 조소를 날릴 준비는 일찌감치 마쳤다.

"귀도 예쁘고... 꼬리도 예쁘고... 어... 주인님 애완동물 할 수 있어서 좋아요."

"낙서는? 낙서는 어때? 얼굴에 적어준거. 마음에 들어?"

"... 네."

풉.

현우는 소리 없는 비웃음을 흘리고는 재차 그녀에게 입을 열었다.

"마음에 들면 읽어도 봐. 네가 뭔지."

"정혜지는..."

"밍밍이."

"아, 죄송합니다. 밍밍이는... 주인님 성욕처리용 애완동물이에요."

"후... 듣기 좋네."

현우는 떨리는 목소리로 낙서를 읽는 그녀의 젖가슴을 주무르다 다시 몸을 일으켰다.

"다시. 예쁘게 웃으면서. 거울에 네 눈 보고 똑바로 말해봐."

한 손에 들린 채찍. 다른 한 손에 들린 그녀의 목줄. 그리고 양 무릎을 활짝 벌린 채 예쁘게 웃는 강아지까지.

거울 속에 펼쳐지는 기묘한 광경을 눈에 담으며 그녀가 말하는 예속의 맹세를 음미한다.

"밍밍이는 주인님 성욕처리용 애완동물이에요."

"그렇지. 하... 잘 들어. 넌 내 불알에 좆물 찰 때마다 좆물 빼려고 기르는 강아지야. 뭐라고?"

"주인님 불알에 좆물 차면... 좆물 빼려고 기르는 강아지요."

"그래, 그럼 주인님한테 예쁨 받을려면 어떻게 해야겠어?"

"주인님 좆물... 다 받아먹으면 돼요."

현우는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며 다정한 목소리로 다시 말을 걸었다. 눈치를 살피면서도 어떻게든 주인의 마음에 들법한 말을 쥐어짜내는 강아지의 노력이 가상했다.

거울에 비치는 현우의 눈동자에 날 것 그대로의 욕망이 일렁거렸다.

"단순히 받아먹기만 해서는 안되지. 주인님이 기분 좋게 불알 비울 수 있도록 더 귀여운 강아지가 되려고 노력해야지."

"아, 네... 노력도 하고... 네..."

"내가 여러번 말했지. 소극적으로, 시키는 것만 하는건 별로라고. 이왕 하는 김에 빡 집중해서 제대로 해달라고."

"... 네."

"나는 자기 믿어. 자기는 나 이해할  있잖아. 음... 혹시 해서 묻는건데... 지금 이상하다고 생각하거나 나보고 미쳤다고 생각하는건 아니지?"

"아니에요! 절대로... 절대로 아니에요!"

현우가 조심스레 묻는 말에 격렬히 고개를 저으며 부정하는 혜지.

그녀의 정신을 난도질 한 뒤 심어놓은 이해라는 세뇌는 이제 그녀의 새로운 트라우마가 된듯 보였다.

하긴, 스스로의 존재 가치가 이해심에 있다고 세뇌시킨 것이나 다름 없었으니까.

오빠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은 곧 여자친구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것이고, 사랑이 모든 것이라 믿는 그녀에겐 삶의 의미가 없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터.

이해심의 부족이 불러오는 공포가 그녀의 이성을 덮고 인격을 침몰시키는 것이 일견 당연해보이기도 했다.

"그치? 나도  자기 믿고 하는 일이야. 특별한 사람이니만큼 남들과는 좀 달라도 될거라 믿고. 남들 다하는 도그플하면 그냥 남들 따라하는 것밖에  돼?"

그런 까닭에 혜지는 절대로 현우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었다. 어떤 일이든 이해의 대상으로 인식시키기만 하면 그녀의 놀라운 이해심이 모든 합리화를 마칠 테니까.

지금처럼 발로 걷어차고, 뺨을 때리고, 멍이 들 때까지 채찍질해도 이해할  있다고 외쳐대는 것처럼.

"자기니까 할 수 있는 특별한 일이잖아.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지?"

"... 네."

현우는 이번에도 그녀의 두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대답을 강요했다.

스스로의 입으로 '해줄 수 있는 일'이라 말하도록 했으니, 방금까지의 모든 학대는 '해줄 수 있는 일'이 되어버리고 만다.

심지어 특별한 그녀만이 해줄 수 있는 특별한 일이라는 그럴싸한 감투까지 뒤집어씌웠다.

"좋아, 그럼 다시 밍밍이로 돌아가서..."

현우는 칭찬의 의미로 그녀의 머리를 헝클어뜨리고는 씨익 미소 지었다.

"주인님 좆물 빼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할건데?"

"아... 주인님 자지도 아까처럼 빨고... 구멍도 언제든 다 벌리고..."

"또?"

"음... 아! 똥꼬도! 주인님 똥꼬도 말만 하면  빨고..."

"밍밍아."

"... 네?"

혜지는 멍하니 거울을 바라보며 주인을 위해 해줄 수 있는 봉사들을 나열하다가 고개를 들었다.

위를 올려다보며 꿈뻑이는 눈망울에는 약간의 불안감이 내비쳤다.

현우가 조용히 부르는 목소리만 들어도 무의식적으로 가슴이 쿵 내려앉을 만큼 그녀는 현우의 말 하나, 행동 하나에 길들여져버렸다.

"뭐라 하려는건 아니니까, 놀라지는 말고. 다 빨고 다 벌리고 좋다 이거야. 근데 짧게 말해도 되잖아."

"아... 어떤...?"

"아까 내가 혼내면서 어떻게 하랬어."

"아!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된다고..."

혜지는 흡사  깨달음을 얻은 사람처럼 입을 벌리고 소리쳤다.

"그렇지. 간단한 말 놔두고 길게 말할 필요는 없잖아. 다시 말해봐."

"주인님이 시키는건... 다할게요."

"아니, 처음의 말까지 붙여서. 내가 시키는건 왜  한다고?"

"주인님 좆물... 빼드리려고요."

현우는 드디어 정답에 도달한 그녀에게 환하게 웃어주며 지금까지의 가르침을 정리했다.

"자, 그럼 쭉 한 번에 말해봐. 네가 뭔지, 어떻게 해야하는지."

"밍밍이는 주인님 성욕처리를 위한 애완동물이에요. 주인님이 좆물  때마다 뺄 수 있도록... 시키는건 뭐든 다할게요."

"잘했어. 그게 내가 원하는 강아지야. 내가 하고 싶은 도그플이고. 잘 기억해 둬."

현우는 거울 속 그녀와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거울을 보고 약간은 동요하는 그녀를 위로하며 그녀의 역할을 다시금 각인시켰다.

다정한 눈빛으로, 다정한 말투로 어루만져주며 도저히 플레이라 할 수 없는 행위를 플레이라 납득시켰다.

진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가 어떻게 믿는지가 중요할 뿐이다.

"할  있지?"

그리고 믿음을 심어주었으니 확답만이 남았다. 그녀가 할 수 있든  수 없든 간에 결국 하도록 만들 생각이었지만 그녀의 확답을 듣고 싶었다.

현우가 원하는 것은 공포로 움직이는 애완동물이라기보다 사랑으로 움직이는 애완동물이었으니까.

그렇기에 방금도 잠시 템포를 늦추고 이해니 뭐니를 지껄인 것이 아닌가.

마음껏 가지고 놀았으니 옥죄었던 숨통을 슬그머니 풀어줄 필요가 있었다. 물론 그 이후에 다시 옥죄어야 하겠지만.

결국 일종의 밀당이다. 연인과 주인을 오고가며, '자기'와 '밍밍이'를 오고가며, 그녀 스스로 인간이길 포기하도록 만드는 밀당.

그리고 현우는 그녀와의 밀당에서 한 번도 져본 적이 없었다.

"네, 할 수... 있어요."

"고마워. 그럼 계속 훈련 받는거다?"

"... 네!"

"대답만 하지 말고, 부탁도 해야지. 주인님이 더 기분 좋게 좆물 뺄 수 있도록, 밍밍이를 주인님 취향의 강아지로 훈련시켜달라고."

꿀꺽 -

혜지의 목울대가  번 꿀렁이더니 거울 속 자신을 향해, 그리고 거울 속 현우를 향해 부탁의 말을 늘어놓았다.

지금의 모든 것은 사랑을 위한 노력이라고, 다정한 연인 사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으면서.

"밍밍이를... 훈련 시켜주세요. 주인님이 더 기분 좋게 좆물  수 있게... 주인님 취향의 강아지로 길들여주세요."

이해할 수 없는 일을 이해하여야만 하는 그녀에게는  수 없는 일도 할 수 있는 일이 되도록 노력할 의무가 있었다.

사랑하는 남자친구의 변태성욕을 로망이라 이해하고, 남들이 본다면 고개를 내저을 폭력을 체벌이라 이해한 그녀였기에 훈련도 예외가 아니었다.

주인의 성욕을 더 잘 처리하는 애완동물이 되겠노라 다짐하는 그녀에게서 불만은 찾아볼 수 없었다.

"후... 정말 고마워. 이런 여자친구는 정말 자기밖에 없을거야. 사랑해."

현우는 그녀가 꽤 오래 기다렸을 사랑한다는 말로 상황을 일단락하며 다시 목줄을 확 끌어당겼다.

"끅!"

"다시 시작하기 전에 자기도 사랑한다고 해줘. 사랑해, 오빠하면서."

"사, 사랑해... 사랑해, 현우 오빠."

휙 딸려간 목이 욱씬거리는 것을 느끼며 사랑을 입에 올리는 혜지.

『누구에게도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것은 큰 고통이며,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한다.』 (오토 L V.그륜베르그)

할머니를 제외하고 그 누구에게서도 받아본 적이 없는 큰 사랑이었기에, 취향이 조금 독특하긴하지만 그 누구보다 완벽하다 믿는 남자친구였기에.

... 그리고 사랑의 부재가 가져다주는 외로움과 절망에 매일 같이 몸부림치던 그녀였기에.

그녀는 고통이 아닌 사랑받길 택했다. 죽음이 아닌 사랑하길 택했다.

휘익 - 짜악!

"멍! 멍멍!"

"옳지. 잘 짖네."

그것이 사랑이라는 탈을 쓴 추악한 악의라는 것을 꿈에도 모른 채로.

뺨이 부어오르고 등에 시퍼런 멍이 든 그녀는 날아든 채찍에 다시 울음소리를 토해냈다.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으니 이젠 다시 훈련을 재개할 차례.

앞을 기어가는 혜지를 바라보는 현우의 입에 섬뜩한 미소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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