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2화 〉침식 (3) (82/87)



〈 82화 〉침식 (3)

현우는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오는 혜지를 바라보며 어처구니가 없었다.

미친 년, 미친 년 그랬지만  꼴은 또 무엇인가.


붉게 달아오른 두 눈에서 뚝뚝 떨어지는 눈물방울하며,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 하고 덜덜 떨리는 손까지.

그녀는 왼손으로 목걸이를 움켜쥔 채 울고 있었다. 아니, 웃고 있었다.

굵직한 눈물을 흘리면서도 올라가 있는 입꼬리가 기괴했다.


"오빠... 흐윽... 오빠..."


그녀는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애타게 현우를 불렀다. 기이한 한이 서려있는 듯한 목소리가 소름 끼친다.


"아, 응.  울어, 자기야. 나 그렇게 보고 싶었어?"


현우는 케이크에 꽂던 초를 내버려두고 얼른 달려나가 그녀를 안았다.

이사를 기념하는 깜짝 파티를 준비하는 것보다 일단 그녀의 자초지종을 듣는게  중요했다.


"흐윽... 그게 아니라... 매니저가, 흑. 매니저가..."

그녀는 울먹거리며 방금 있었던 일을 털어놓았다.

스스로가 얼마나 바보 같았는지, 또 매니저가 얼마나 야박했는지.

슬프다는 말과 서럽다는 말이 뒤섞인 그녀의 한탄은 한참이나 이어졌다.

좀처럼 말의 두서가 없었지만 현우는 차분히 그녀를 다독이며 사건의 전모를 파악했다.

정신이 나간 것처럼 굴길래 큰 일이라도 생겼나 싶었는데 이야기를 듣고 보니 언젠가 터질 일이 생각보다 빨리 터진 것에 불과했다.


서로에 대한 오해로 불거진 직장 내 괴롭힘과 더 큰 힘을 지닌 쪽의 일방적인 린치.

실컷 얻어맞고 온 그녀는 스스로를 탓하다가 매니저를 탓하며 엉엉 울었다.


"헐, 그런 일이 있었어?"


"응, 흐윽... 나 이제 내일부터 출근은 어떻게 해.  정말 멍청한가봐. 오빠 말대로 진짜 난... 아무 짝에도  쓰나봐."

"에이, 왜 그래. 자기가 그러면 내가 마음 아프잖아."


현우는 어젯밤 들려준 세뇌의 말에 붙들린 그녀를 위로하며 침대로 이끌었다.


생각해보면 너무도 완벽한 타이밍에 터진 너무도 완벽한 헤프닝이 아닌가.


가히 온 우주가 나서서 그녀의 몰락을 응원하는 것이 틀림 없었다.

"자기, 나 봐봐."

"흑..."


"매니저라는 사람이 자기한테 중요해? 나보다?"

"아니. 당연히 아니지!"

혜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현우의 얼굴을 바라봤다.

언제나 잘 생긴 얼굴. 그 얼굴로 전해주는 따스한 눈빛은 그 자체만으로도 위안이 되었다.


"그럼 슬퍼하지 마.  사람은 자기 이해 못 해도, 난 자기 이해할 수 있으니까.  실수하고 서툴고 느리면 어때. 아직 어린데 당연히 그럴 수도 있는거 아니야?"


현우는 서서히 그녀의 울음이 멎어가는 것을 느끼며 위로를 가장한 세뇌의 말을 꺼냈다.


비록 급조한 것이라 디테일은 부족했지만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간단했다.

나는 너를 이해해줄 수 있다는 말.

그리고...

"내가 많이 사랑해, 혜지야. 매니저가 뭐라 하든,  자기 사랑한다고. 그러니까 그 사람이 아무리 못 되게 굴든 간에 신경쓰지마."

그녀가 간절히 듣고 싶어 했을, 나는 너를 사랑한다는 말.

 세상 유일한 이해자가 되어 자신만이 건넬 수 있는 사랑을 건넨다.


그녀의 예속을 부추기기에 이보다 완벽한 그림은 없었다.

"내일 출근 어떻게 하냐고 했지? 맘에 안 들면 때려쳐도 돼. 내가 자기 먹여살릴 수 있어. 내 집에 들어와서 같이 먹고 살면 되지."


그렇기에 세상에 둘도 없을 그녀의 편이 되어주며 다정히 위로했다.

지금의 위로가 그녀의 복종을 얼마나 더 강화시킬 것인지를 기대하면서.

매번 그녀가 힘들고 지칠 때마다 반복했던 일이었기에  고민을 하지 않아도 말이 술술 흘러나왔다.

"흑... 맞아. 계속 말해줘, 오빠. 나 사랑한다고, 나밖에 없다고 말해줘."

"사랑해.  항상  편이야. 나한테는 혜지 너밖에 없어. 네가  첫 사랑이고 마지막 사랑이라고 느껴."

현우는 모처럼 어리광을 부리는 그녀에게 그녀가 바라는 먹이를 잔뜩 베풀어주며 미소지었다.


사귄지 고작 5일. 그동안 이해와 운명을 내걸고 얼마나 그녀를 험하게 굴렸던가.

슬슬  번 터질 때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다행히 매니저가 결정적인 악역을 맡아주었다.

그럼 자신에게 남은 역할은 상처받은 그녀를 보듬어주는 왕자님 역할이겠지.

마침 그녀의 신뢰를 다질 용도로 준비한 케이크와 편지도 있었으니 아다리가 기가 막히게 맞았다.

"자기야, 나... 편지 쓴거 있는데, 지금 읽어줄까? 이게 지금 자기한테 힘이  것 같은데."


"편지?"


혜지는 갑작스러운 현우의 말에 주위를 둘러보다 책상에 놓인 케이크에 시선이 꽂혔다.

들어올 때는 오빠만을 바라본다고 몰랐는데, 하얀 생크림 케이크 위에는 커다란 초 하나가 꽂혀있었다.

"웬 케이크야? 오늘 무슨 날인가? 생일은 아닌데?"

"무슨 날이지. 여기서 자는 마지막 날. 내가 용달도 예약해놨어. 오늘 짐싸고 내일 짐 실으면 이 집이랑 빠이빠이야. 그러니까 파티해야지."

"아..."

혜지는 자신의 기분을 풀어주려는 듯 너스레를 떠는 현우의 말에 조금 놀랐다.

마지막 날이라니. 집을 뛰쳐나와 처음 얻은 자취방과의 작별이 그제야 실감났다.

"자기는 가서 불 꺼. 내가 초에 불 붙일게."

현우는 그녀를 살며시 밀어내며 좀전에 내려두었던 성냥을 다시 들었다.


탁 소리를 내며 꺼지는 전등과 작은 불꽃을 일으키며 방 안을 밝히는 촛불.


은은히 퍼져나가는 붉은 온기 사이로 둘의 입술이 맞닿았다.

 -


"소원부터 빌래, 편지부터 들을래?"

"편지! 편지부터 듣고 소원 빌래."


혜지는 방금까지의 슬픔이 모두 가신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오빠의 품에 안겨 오빠의 사랑한다는 말을 들으니 불안하게 널뛰던 마음이 신기할만큼 가라앉았다.


이 세상에 아직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음을, 자신의 편이 되어줄 사람이 있음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크나큰 위로가 된 탓이다.


"후우...  짧긴 한데... 내가 처음으로 써본 편지니까 그래도 잘 들어주라. 그럼 시작할게."


현우는 불빛이 일렁이는 혜지의 눈동자를 마주 보다 편지지로 시선을 옮겼다.

오직 그녀를 위한 특별한 편지가 그녀를 감동시킬 마법의 주문이 되어 울려퍼졌다.

안그래도 마지막 날이라는 애틋한 감상에 젖어든 그녀였는데, 거기에 생각도  했던 케이크와 오빠가 손수 적은 편지까지.

희미한 촛불을 사이에 두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읽어나가는 사랑고백은 그녀를 홀릴 마법으로서 손색이 없었다.

"안녕, 혜지야? 우리가 이 방에서 처음 만난 지도 벌써  달이 넘게 흘렀네. 자기가 일하러 간 사이 나는  방에서의 마지막을 기념하려고, 또 우리의 새로운 출발을 기념하려고 이렇게 편지를 써봐."


현우는  문장을 읽고는 슬쩍 그녀를 곁눈질 했다.

벌써부터 붉어진 그녀싀 뺨과 눈은 단순히 촛불 때문만은 아닌 듯 했다.


"어떻게 보면 평범하고, 어떻게 보면 특별한 인연으로 만난 우리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아. 살면서 누구에게도 털어놓은 적 없던  가족사를 너에게 이야기했더니  날 이해한다며 울어주었지. 그리고 누구도 이해해주지 못 할거라 생각했던 내 취향을 이야기했더니 넌 그또한 이해해줄  있다며 환히 웃어주었어."

그녀에게 지겹도록 들려준 이해를 편지에도 잔뜩 끼워넣었다.

같은 말이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잔소리가 될지, 마음에 새길 천금같은 말이 될지 달라지기 마련.

가뜩이나  생긴 얼굴에 완벽한 분위기가 합쳐지자 수십 번 우려먹은 이해라는 말도 둘 사이의 운명적 끌림을 부각시키는 로맨틱한 말로 둔갑했다.


"그런  보며 나도 많은 생각이 들더라. 네가 정말 내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고, 이런 사람이 내 운명의 짝이 아니면 누굴 보고 짝이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네가 내가 없었으면 자살했을지도 모른다고 했었지? 나도 그래. 모든걸 잃고 허무함만 남았던  삶에 찾아와줘서 정말 감사해. 우리 이제 같이 행복해지자. 내가 평생 사랑할게. 많이 사랑해. 혜지의 퇴근을 기다리며 혜지를 보고 싶어하는 남자친구가."


현우는 편지지를 내려놓으며 자신이 지을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미소를 만들어보였다.

이 정도면 반칙에 가까울 만큼의 치트키였다. 어찌 그녀가 이를 당해낼 수 있을까.


커다란 눈을 끔뻑이며 질질 짜는 모양새가 더할 나위 없이 흡족했다.

"어때? 이상해? 막상 읽으려니까 좀 부끄럽네."

"아냐, 너무 좋았어. 이런건 또 언제 준비한거야."

"자기 보내고 준비했지. 자기가 얻은  집이잖아. 그리고 오늘은 그 집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고. 시작은 어땠을지 몰라도 마지막은 좋은 기억으로 남겨주고 싶었거든."


잔혹한 능욕과 대비되는 배려 넘치는 남자친구의 모습.

지금  모습은 그녀가 신뢰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아무리 난폭하게 굴고, 아무리 가혹하게 착취하더라도 지금의 모습을 되새기며 몸과 마음을 내어줄 것이 눈에 보이는  했다.


"고마워, 오빠. 진짜... 고마워."

혜지는 가슴 깊은 곳에서 북받쳐 오르는 감동을 담아서 감사의 인사를 꺼냈다.


그래, 이런 남자이니까. 자신이 사랑하는 오빠는 이렇게나 마음이 따뜻한 남자이니까.

요 며칠의 고생이 조금도 아깝지가 않았다. 비록 몸이 힘들기는 했지만 오빠이기에, 그리고 그런 오빠를 사랑하는 자신이기에 해낼 수 있었던 일인 만큼 모종의 뿌듯함도 느꼈다.


"그럼 소원 빌고 후 - 불어 자기야."


"아..."

소원이라. 지금의 그녀에게 소원이라 할 것은 하나 뿐이다. 그녀는 그녀답지 않은 빠른 속도로 고민을 끝내고는 입을 열었다.


"현우 오빠랑 평생 행복하게 해주세요. 후우 -"


그녀의 입김과 함께 방 안에는 어둠이 찾아왔다.


 달 전 그녀의 마음을 짓누르던 어둠이 지금은 눈꼽만큼도 신경쓰이지 않았다.

그때와 달리, 지금은 오빠가 있으니까.


숨 막힐 듯한 외로움도, 세상에 혼자라는 불안함도 남아있지 않았으니까.


혜지는 현우의 손을 잡아 침대로 이끌며 침대맡의 무드등을 켰다.


어슴푸레한 무드등의 조명 속. 처음 만난 그 날처럼 둘의 몸이 침대 위에 포개어졌다.

쿵쾅거리는 심장이 얇은 티를 사이에 두고 맞닿는다.

번져가는 따스한 온기와 귓가를 스치는 숨결을 느끼며 혜지는 용기를 끌어올렸다.

"케이크는 나중에 먹어도 되니까...  오빠... 정액부터 먹을래. 오늘부터는 안에 싸도 되는거 알지? 안에 싸줘, 지금."


"헐, 갑자기? 나야 좋긴 한데... 그럼 그럴까? 이러니까 왠지 자기 처음 만난 날 생각나네."

혜지는 첫날처럼 앳띤 미소를 보이며 수줍게 웃었다.

"오빠도  생각했어? 나도 오빠 처음 만난 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역시 우린 뭔가 통하는게 있다니까. 그러면 그때처럼 한 번 해보자. 대신 오늘의 마무리는 질싸로."


"응! 사랑해, 현우오빠."


"나도 사랑해, 혜지야."

현우는 그녀의 옷을 조심스레 벗기고는 마치 그녀를 처음 만난 날처럼 최선을 다한 애무를 시작했다.


그녀의 쇄골을 혀로 핥으며 손 끝으로 유두를 자극한다. 뺨과 목에 입을 맞추며 애정 어린 키스마크를 남긴다.

이런 부드러운 섹스를 해본게 일주일쯤 전이던가.

간만에 안 어울리는 짓을 하려니 귀찮기는 했지만 더 큰 전진을 위한 전략적 후퇴임을 알고 있었다.


오늘은, 그녀가 앞으로 매달릴 완벽한 한 편의 서사를 만들어주어야 했다.

취향 하나만 빼놓고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남자친구의 서사를.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아내들이 늘상 하는 말이 '그 이가 술만  마시면 참 좋은 사람인데'라지.

혜지에게도 그 비슷한 말을 새겨줄 필요가 있었다.

오빠가 취향이 좀 특이하긴 해도 참 좋은 사람이라는.


이를 위해 그녀를 어루만지는 손길에 진심을 담는다.

간만의 연인다운 애무에 그녀가 맘껏 녹아내리도록 사랑한다는 말도 아끼지 않았다.


"예뻐. 가슴도 예쁘고, 거기에 적힌 말들도 예쁘고. 넌 내꺼지? 앞으로도  이해하고 기쁘게 해줄거지?"

"응, 난 쭉 오빠꺼야.  사랑해줘서 고마워. 진짜, 정말로."

혜지는 자신을 쓰다듬는 현우의 손길에 헐떡이며 옅은 신음을 토해냈다.

오빠 취향대로의 섹스도 오빠를 기쁘게 해줄 수 있어 좋았지만 지금의 섹스도 좋았다.


"자기, 최근에 힘들었지? 맘 편하게 즐겨. 내가 보지 빨아줄게."


현우는 물티슈를 빼어들곤 그녀의 아래를 슥슥 닦았다. 항상 물티슈를 가지고 다니며 꼼꼼이 뒷처리를 하는 혜지였기에 냄새는 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냥 입을 가져다 대기가 찝찝했기 때문이다.

"흐으으윽... 오빠..."

현우의 혀가 예민한 클리토리스를 휘감자 자지러질 듯 놀라며 허리를 휘는 혜지.

그녀의 몸에 관해서라면 거의 전문가나 다름 없는 현우는 언제든 그녀를 젖게 만들  있었다.


손가락으로는 그녀의 질 속을 휘저으며 부지런히 혀를 움직인다.

그러기를 한참.

손과 입만으로 그녀를 절정에 이르게 한 뒤 후끈해진 구멍에 자지를 들이댔다.


그녀가 최대의 쾌감을 얻을  있는 각도와 빠르기로 헤어나올 수 없는 쾌락을 선사한다.

"하아아앙... 오빠! 존나 좋아! 보지 존나 좋아!"


"허윽... 나도!  조여줘!  줬다 풀었다하면서 자지 물어줘!"

 안에는 어느새 열기가 가득 들어찼다.

현우는 첫날처럼 그녀를 멀티 오르가즘에 빠뜨리고 농락한다. 그녀가 좋아하는 정상위로, 그 다음은 뒷치기로.


그리고 이번에는 기승위로.

펠라조차 서툴던 여자는 불과 한달 만에 허리를 앞뒤로 돌리며 신음을 쏟아내는 창부가 되었다.


"하앙! 오빠 어때? 좋아?"

"기승위  때는 손도 쓰랬잖아. 오랜만이라 까먹은거야?"


"흐읏... 죄송합니다. 흐으으응."


혜지는 가만히 현우의 배 위에 놓아두었던 손으로 자신의 젖꼭지를 애무했다.


쾌락을 갈구하는 걸레년이 되어 오빠가 보고 즐길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러다 손을 뻗어 현두의 유두도 살살 굴리며 허리를 흔든다.


"오빠 자지 존나 맛있어! 하앙, 주인님!"

그녀는 거듭 되는 쾌락에 의식이 희미해지자 자신도 모르게 주인님을 부르짖으며 몸을 떨었다.


어쩐지 좀전부터 무언가가 허전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와는 비교도 안 되는 격렬한 섹스를 겪어본 혜지였기에 지금의 부드러운 섹스가 밋밋하게 느껴졌다.

이러면 오빠가 제대로 즐길 수 없을 텐데. 오빠를 기쁘게 해줘야 하는데.


지금의 행동이 혹시 이기적인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덜컥 겁이 났다.

"하읏... 오빠! 혜지 젖탱이 때려주세요."

"오. 그래도 돼?"


"네! 대신 살살... 살살 때려주세요!"


그렇기에 먼저 폭력을 간청한다.

오빠의 흥을 돋구기 위해 자신의 젖가슴을 제물로 바치며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


짜악 -  짜악 -


"항상 오빠를 기쁘게..."


가슴을 후려치자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예속의 맹세.


그녀는 짜릿한 통증에 보지를 움찔하고 조이며 말을 마저 이었다.


"... 하겠습니다! 흐읏... 좋아요! 가슴 더 때려주세요!"

"오늘은 무리  해도 되는데."

"아냐. 내가 맞고 싶어서 그래. 오빠도 가만히 누워만 있으면 흐응... 심심하잖아."


"좀 그렇긴 하지. 그러면 지금부터 내가 쌀 때까지 허리 흔들어. 젖탱이 쳐맞으면서 꼴리는 신음소리도 내고."


"네, 주인님!"


간만의 연인다운 섹스였건만 결국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추잡한 봉사로 전락해버리고 만다.

최근 이루어진 고강도의 조교 속에서 그것이  편해진 혜지였기에.

그리고 과분한 사랑을 베풀어주는 오빠에게 보답할 길은 이것밖에 없었기에.

그녀는 주인의 질내사정을 애원하며 가녀린 허리를 흔들었다.


오빠가 아무 것도 않고 누워만 있는 것보다 이 편이 훨씬 더 마음이 편했다.

어찌 됐든 이또한 오빠의 사랑이었으니까.

짜악 - 짜악 -

"하앙, 주인님! 개보지에 좆물 싸주세요! 젖탱이 마음대로 때려주세요!"

"자기도 이제 이런 섹스가 더 좋지? 기쁜데? 나랑 취향이 비슷해진 것 같아서."

"네! 더 좋아요! 주인님이 기쁜게 저도  좋아요!"

현우는 발정이라도 난듯 허리를 흔들어제끼는 혜지를 바라보다 그녀의 뺨을 때렸다.

짜악 -


"존나 꼴리네. 넌 쳐맞을 때마다 보지구멍이나 조여. 힘내서 주인님 정액 받아내야지."


"흐응, 네! 더 때려주세요!  조일게요!"


혜지는 괄약근에 힘을 주며 자지를  물었다.

방금 맞은 뺨이 아릿하지만 상관없었다. 그녀의 무의식은 주인의 정액을 받아내는 것을 최대의 과제로 인식하며 온 신경을 거기에 집중할 뿐이다.


짜악 - 짜악 - 짜악 - 짜악 -


현우는 아예 양손을 번갈아가며 그녀의 전신을 후려갈겼다.

그녀의 하얀 뺨. 몽실몽실한 젖가슴. 앙증맞은 배꼽이 달린 복부. 뽀얀 허벅지까지.

눈에 보이는 것은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손자국을 새긴다.

역시, 케이크를 주고, 편지를 줬어도 심연부터 뒤틀려버린 그녀의 본질이 되돌아오는 법은 없었다.

방금의 깜짝 선물은 오히려 그녀의 복종심만 부추겼을 뿐이다.


인간 이하의 존재로 다루어지고 그런 대접이 익숙해져버린 혜지는 주인의 하사품에 감명하며 더욱 스스로를 내려놓고 있었다.

"흐으, 싼다! 씨발년아 네 보지에 싼다고!"


"네! 싸주세요! 주인님 좆물 개보지에 싸주세요!"


"허윽... 흐으윽..."

현우는 그녀의 젖가슴을 터질 듯이 움켜쥐고 정액을 분출했다.

그녀를 만나고 첫 질내사정. 죽어도 이것만큼은 안 된다던 여자에게 삼 주간 약을 먹여가며 이뤄낸 성과다.

"발기 풀릴 때까지 계속 조였다 풀었다 해주라. 고마워, 자기야.  여자 보지에 쌀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

혜지는 난생 처음으로 질을 타고 흘러내리는 정액의 감촉을 느끼며 질근육을 꿈틀거렸다.


그녀에게도 방금의 질내사정은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비로소 오빠의 진정한 여자친구가 된 기분이라 해야할까.


"나도 좋았어. 이제 오빠 싸고 싶으면 언제든 보지에 싸도 돼."


"후우... 그 말 뭐야. 미친 듯이 야하잖아."

"그래? 음... 오늘부터  보지는... 오빠 전용 좆물통이니까 오빠 마음대로 사용해줘. 언제든 어디서든 벌릴게."


혜지는 현우의 칭찬에 얼굴을 붉히며 한층 더 천박한 말을 끄집어 냈다.

어린 아이가 칭찬을 받으면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칭찬 받은 행동을 반복하듯, 그녀 역시 현우가 좋아할 법한 행동을 맹목적으로 좇았다.

사랑으로 빚어낸, 진정한 육변기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리로 와. 키스하자."


현우는 몸 위에 올라탄 그녀를 끌어당겨 품에 안고는 진하게 입을 맞췄다.


그녀의 상체가 딸려올라오자 발기가 풀린 물건이 뽁 소리를 내며 구멍에서 뽑혀나온다.


"아, 잠시만 오빠!"


키스를 하다 잠시 양해를 구하고 서둘러 손을 아래에 가져다대는 혜지.

방금 싸지른 정액이 그녀의 하얀 손 위로 떨어졌다.


"뭐해?"

"이것도 특별한 의미가 담긴 정액인데... 흘리면 아깝잖아. 저번처럼 다 먹으면 되는거지?"


"푸흡... 그렇지, 아깝지. 그럼  가슴 위에서 한  긁어내봐. 내가 잘  수 있게."

현우의 말에 조심조심 몸을 옮겨 아랫도리를 위로 가져다대는 혜지.


누워있는 현우의 눈 앞에 하얀 정액이 흐르는 그녀의 보지가 들어왔다.


"옳지. 거기시 긁어내고 핥아먹어. 자기 이제 완전히 마인드가 됐네. 안 시켜도 알아서 척척 잘 하고."

"헤... 그치? 잘했지?"

"응, 최고야. 사랑해."

혜지는 현우의 부드러운 미소에 미소로 답하며 손가락으로 질벽을 긁었다.

찐득한 정액이 중력의 방향을 따라 뚝뚝 아래로 흘렀다.

"거의 다 나온 것 같은데?"


"그럼 인사 올리고 먹어. 반말로 편하게 해줘, 이번엔."

"아, 응! 나 사랑해줘서 고맙고, 질싸해줘서 고맙고... 나도 앞으로  잘 할게. 정액 먹을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

츄읍 - 후릅 -

그녀는 인사를 마치고 개처럼 혀를 내밀어 정액을 핥았다.

기특하게도 한 번 핥을 때마다 눈을 마주쳐오며 예쁜 미소를 짓는다.


지금 스스로의 행동이 얼마나 비상식적이고 잘못된 것인지 느끼지 못하는 그녀는 오히려 가슴을 울리는 행복감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다 먹었어! 오빠 첫 질싸 정액!"


현우는 기쁨에 겨운 웃음을 터뜨리며 봉사를 마친 그녀를 품에 안았다.

"고생했어. 이제 씻고 케이크 먹을까? 밥은 자기 좋아하는 피자 어때?"


"헐, 대박 좋아!"

무드등의 불빛에 의존해 화장실로 향하는 둘.


추억이 담긴 이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었다.

내일밤, 이곳에서 그녀의 흔적을 모두 지운다면 이제 남은건 그녀의 직장 하나 뿐.

어차피 그녀에게는 파탄이 난 인간관계를 수습할 능력따윈 없을 테니 그것도 곧 마무리 될 터였다.

그렇게 모든 것이 정리되면, 그녀를 집에 들인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외로운 여자를 가둬두고 마음대로 가지고 논다.


노예제가 사라진 현대 사회에서, 그것도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합법적으로 집에 들여놓게 될 성노예라니.

그녀가 지옥에 발을 들이는 날이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