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3화 〉붕괴 1일차 (4)
혜지는 몸을 바들바들 떨며 발목을 움켜쥔 손에 힘을 더했다.
커뮤니티에서 본 것이 갑자기 떠올라 오빠에게 제안한 새로운 채찍질.
구둣주걱으로 보지를 얻어맞는 여자의 사진을 보며 이런 사람도 있구나 했었는데 자신이 그 주인공이 될 줄은 몰랐다.
한 번도 고통을 느껴본 적 없던 연약한 속살을 허리띠의 제물로 내어준다니.
생각만 해도 두려웠다. 너무도 두려워 당장에라도 울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은 참아내야 했다.
자신은 오빠의 하나뿐인 여자친구이니까. 오빠의 모든 것을 이해해줄 수 있는 이 세상 유일한 사람이니까.
닥쳐올 고통이 두렵긴 해도, 죽을 정도는 아니지 않겠는가.
그래, 이번의 고통 또한 분명 그 정도는 아니리라. 충분히 참아낼 수 있는 고통이리라.
혜지는 막중한 책임감을 짊어진 스스로를 다독이며 용기를 끌어올렸다.
이윽고 그녀의 입이 열렸다.
"주인님... 저 준비 됐어요. 보지 채찍질 해주세요."
"그래? 생각보다 길게는 안 걸렸네? 혼날 각오 확실히 끝낸거 맞지?"
"네!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우는 그녀의 말을 신호 삼아 잠시 내려두었던 허리띠를 다시 손에 쥐었다.
처음에는 바로 그녀의 보지를 후려칠까도 했었지만, 마음대로 때리라고 했다고 곧바로 매타작을 시작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절제 없는 폭력을 휘두르기 이전에 미리 안전 장치를 마련해두지 않는다면 소탐대실의 우를 범할 수도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혜지에게 잠깐의 시간을 내어줄 테니 한 번 더 생각해보라고, 정말 혼날 각오가 섰다 싶으면 다시 말하라고 일렀다. 물론 그녀가 마음을 바꿀 리는 없었으니 배려해주는 척하는 겉치레에 불과했지만.
그렇게 잠시간 기다린 끝에 얻어낸 그녀의 확답.
이로써 지금부터 가해질 폭력은 폭력이 아니라 합당한 처벌로 자리매김 했다. 혹여 나중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너도 동의해놓고 왜 이제와 딴말을 하냐며 더 크게 화를 내면 될 뿐인.
현우는 최후의 휴식을 마친 눈앞의 죄수에게 다시금 규칙을 알려주었다.
"맞으면서 개처럼 짖으라고 한거 기억하지? 그렇게 짖으면서 정혜지로 살아온 지난 21년은 전부 잊어버리는거야."
"... 네, 주인님."
"어차피 나 아니었으면 오늘 자살했을지도 모른다며. 그러니 다시 태어나는 셈치고 오늘부터 새 인생 살아야지."
현우는 때리기 직전까지 그녀의 복종심을 끌어올릴 말들을 섬세히 골랐다.
단순한 폭력일 때보다, 거창한 의미가 부여된 폭력일 때에 한층 더 노예의 사기를 진작할 수 있는 법이니까.
"이해했지? 좀 아프긴 할텐데, 아픈 만큼 네 잘못 반성하면서 불행했던 과거는 지워버리란 말이야. 잘못은 다 털고 우리 같이 행복해지자. 그래줄 수 있지?"
"네, 그럴게요. 근데 맞다보면... 울지도... 울지도 모르는데..."
"그래그래. 울고 싶으면 울어도 돼. 대신 어리광은 피우면 안 된다? 눈물 나온다고 울기만 하지 말고 짖는 것도 잘 해야 해?"
"네, 주인님."
현우는 고분고분히 대답하는 그녀의 표정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곧 있을 체벌에 대한 두려움과 자그마한 용기가 공존하는 앳된 얼굴.
그녀의 눈동자 속에는 지금의 처우에 대한 불만은 존재하지 않았다.
어찌 사람이 이럴 수 있는지, 현우는 그녀의 복종심이 볼 때마다 신기했다.
개처럼 짖으며 오줌을 핥아먹고 나서는, 조금 정색하고 소리를 질렀다고 보지를 때려달라 애원한다라.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적인 사람의 반응은 아니었다. 그녀를 두고 더 이상 사람이라 부르기도 민망했다.
차라리 가축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지 않을까.
눈앞의 이 여자는, 아니 이 여축(女畜)은 사람이라면 응당 가져야 할 의지와 감정이 결여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현우는 자신의 손아귀에 들어온 짐승을 앞으로 어떻게 사육하여야 할지를 고민하며 허리띠를 뻗었다.
지금부턴 광기에 몸을 실을 차례다.
휘익 - 짝!
"흐으윽! 멍! 멍멍!"
여자의 보지를 때려보는건 또 처음인지라 잠시 풀이 죽어 있던 현우의 물건이 순식간에 기운을 되찾았다.
허리띠를 따라 파르르 물결치는 가녀린 속살이 몹시도 색정적이었다.
휘익 - 짝! 휘이익 - 짝!
"흐읍! 멍! 흐읏... 멍멍! 흑..."
연거푸 울려퍼지는 끔찍한 파열음과 점차 인간과 멀어지고 있는 그녀의 비명소리.
현우는 벌써부터 섞이기 시작하는 그녀의 울음기를 감상하며 허리띠를 쉬지 않고 놀렸다.
일단은 인간으로서의 인격을 모조리 무너뜨리는게 제대로 된 가축화의 첫 걸음일 터.
무자비한 폭력은 한 사람의 정신을 폐허로 만들기에 가장 효과적이며 효율적인 수단이었다.
휘익하고 공기를 가르는 허리띠가 혀를 날름거리는 뱀처럼 그녀를 덮쳤다.
휘이이익 - 짝! 휘이익 - 짝!
"멍멍멍! 흐으으... 멍멍! 흑..."
혜지는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에 목청이 찢어져라 울부짖었다.
허리띠가 훑고 지나간 자리가 살점이 떨어져 나간 것은 아닌지 걱정될 정도로 욱신거린다.
순식간에 벌겋게 달아오른 보짓살. 그녀의 눈시울도 덩달아 붉어졌다.
"후우... 자세는 그대로 유지한 채로 손 뻗어서 보지 벌려봐."
혜지는 터져나오는 울음을 삼키며 아래로 손을 뻗었다.
발목이 딸려내려가며 자세가 흐트러질 뻔했지만 가까스로 힘을 주고 버텼다.
붉게 달아오른 살덩이가 그녀의 손을 따라 벌려지며 질 안이 훤히 드러났다.
"좋네. 천장 향해서 구멍 쫙 벌린게 뭔가 변기통 같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 멍멍!"
"야. 내가 맞으면서 짖으랬지, 아예 말도 하지 말라는건 아니었잖아. 지금은 묻는 말에 대답해."
"... 네, 주인님."
"뭐가 네, 주인님이야? 똑바로 말해. 변기통이야, 아니야?"
"아... 맞아요. 변기통이에요."
"그럼 네 보지에 오줌도 싸도 되겠네? 좆물통일 때는 좆물 싸줬으니까 변기통이면 오줌 싸줘야지. 응?"
생명을 잉태하는 소중한 생식기에 오줌을 싸는 행위.
현우를 만나기 전 그녀라면 절대로 이해하지 못할 만행이었겠지만 지금의 그녀에겐 아니었다.
보지로 오줌을 받는 여자들이 있었으니까. 자신도 그걸 보았으니까.
더군다나 지금은 혼이 나는 상황이 아닌가. 고민하거나 망설일 여유따윈 없었다.
"... 네. 변기통에 오줌 싸주세요."
"네 후장은? 후장에도 싸도 돼? 내가 네 구멍들 좆물통으로 쓰든 변기통으로 쓰든 다 괜찮아?"
"네, 괜찮아요. 마음대로... 마음대로 다 써주세요."
항거할 수 없는 폭력에 잔뜩 위축되어버린 지금의 그녀는 어떤 상식 밖의 요구에도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쭈뼛거린다고 혼나는 와중에 또 쭈뼛거릴 수는 없었으니까. 오빠의 화를 풀어주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화를 더 돋굴 수는 없었으니까.
현우의 앞에서 벌벌 떠는 그녀의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안타까운 폭력의 희생양이었지만, 오직 그녀만이 모를 뿐이다.
사랑에 대한 광적인 집착이 그녀의 눈을 가려버렸기에, 지금의 폭력은 당연히 받아야 할 체벌이며 실수를 용서받을 기회라 믿었다.
"그래. 이렇게 대답 잘해주면 좀 좋아. 봐봐. 넌 맞아야 정신을 차린다니까. 지금은 얼마나 잘해."
현우는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옅은 미소를 보여주었다.
숨이 콱 막힐 만큼 짓밟았으니 잠시 숨통을 틔어준다. 그리고 다시 짓밟는다.
궁지에 몰린 그녀가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더욱 허우적대도록, 채찍과 당근을 번갈아 흔들어주며 조련한다.
"흑... 죄송합니다. 반성할게요. 앞으로는 잘할게요."
"그래, 그러라고 혼내는거야. 혼낸 보람이 없진 않는 것 같아서 다행이네. 그래도 아직 멀었어. 보지 더 활짝 벌려."
현우는 거의 O자로 벌려진 그녀의 보지를 구경하며 클리토리스를 조준했다.
여체에서 가장 민감한 기관.
손끝으로 조금만 강하게 눌러도 흠칫 놀라는 그 기관을 허리띠로 후려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지금 때려보면 알 일이었다.
휘이이익 - 짝!
"흐으으으으윽! 끄윽... 흐읍..."
아래로부터 척추를 타고 올라오는 고통에 말을 잇지 못하는 혜지. 마치 작살에 꿰뚫린 물고기처럼 입을 뻐끔거리며 바둥댔다.
현우는 그녀가 고통에 몸부림치느라 규칙을 어긴 것을 트집잡으며 매섭게 소리질렀다.
"하... 어째 좀 잘한다 했다. 나랑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칭찬해주자마자 또 이러네. 안 짖고 뭐하냐."
미소를 보이며 잠시 마음을 놓이게 했다가 그와는 비교도 안 될만큼 다시 옥죈다.
이 정도면 멀쩡한 사람도 정신병에 걸릴 지경이었으니, 그녀라면 두말 할 것도 없었다.
"멍! 흑... 멍멍! 멍멍멍!"
"야. 고작 열 대도 못 맞고 이러기야? 너 이딴 헐렁한 각오였어?"
"흐으으윽...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흑. 아파서... 너무 아파서, 흑... 다시 때려주세요. 더 때려주세요."
그녀를 몰아세우기 위한 말도 안되는 억지였지만 정작 그녀의 반응을 보아하니 억지가 아닌 듯 했다.
뒤늦게 짖어대며 제발 더 때려달라고 미칠 듯이 빌고 있었으니 말이다.
현우는 그녀의 호응에 장단을 맞추어야겠다고 마음 먹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후... 그럼 혼내는건데 아프지, 안 아프겠냐? 아프라고 때리는거잖아. 내가 분명 시작하면서도 어리광 부리지 말랬지. 근데 왜 정신을 못 차리고 자꾸 어리광을 부려! 잘못해서 혼나는 주제에 또 이러면 나보고 어쩌라고!"
도저히 이대로 넘어갈 수 없다는 듯 길길이 날뛰며 화를 내는 현우.
그녀가 더 큰 죄책감을 느끼도록, 그리하여 복종말고는 아무 것도 생각해내지 못하도록 연기에 몰입했다.
번번이 똑같은 잘못을 저질러 혼나면서 또 잘못을 저질렀다는 프레임으로 몰고가면 분노의 수위를 높일 개연성은 충분해보였다.
혜지의 영혼은 버럭하고 소리치며 눈을 부라리는 현우를 보며 더 이상 쪼그라들 수 없을 만큼 쪼그라들었다.
그녀에게는 현우의 술수를 막아낼 재주가 없었다.
"야. 왜 이러는데? 진짜 궁금해서 물어보는거야. 잘못 했다고, 혼내달라고 그러면서 계속 이러는거 보면, 이건 뭐, 나 엿먹이고 싶어서 그러는건가?"
현우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잔뜩 가시 돋친 목소리로 물었다.
"흐읍! 절대로... 죽어도 아니에요. 흐으윽... 그런거 아니에요. 정말이에요."
"그럼 이유가 뭔데?"
낮게 쏘아붙이는 현우의 목소리에 정신이 나가버릴 것만 같은 혜지는 서둘러 변명을 찾았다.
지독한 고통에 녹아내린 몸과 마음은 정상적인 사고기능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당장의 변명이 될 만한 말이라면 뭐든 주워섬겼다.
"멍청해서요! 너무너무 멍청해서... 혼나면서도 까먹을 정도로, 흑, 머리가 나빠서 그래요. 절대로 주인님 엿먹인다거나 그런거 아니에요."
"야. 그게 말이 돼? 개라 해도 이 정도 혼났으면 말귀 알아듣고 잘 짖어대겠다. 넌 그럼 개만도 못한 년이야?"
이미 멍청하다는 말을 내뱉어버린 그녀가 피해갈 곳이 없는 막다른 질문.
한 번 꺼내버린 말을 주워담을 수는 없었기에 그녀는 허겁지겁 입을 열었다.
"네, 제가... 개만도 못해서... 흐윽. 개만도 못한 년이라서... 흑."
"울먹거리지말고 똑바로 대답해. 지금 장난치는거 아니니까."
"흡! 죄송해요. 제가 개만도 못한 멍청한 년이라서 그랬어요. 맞으면서 배울게요. 제발 계속 때려주세요. 짖으면서... 잘 짖으면서 반성할게요."
"아니. 난 이제 너 혼내기도 지쳐."
현우는 그녀의 눈물어린 호소를 매몰차게 외면하며 등을 돌렸다.
"후... 그냥 씻고 나와. 목걸이도 알아서 챙겨나오고. 난 먼저 나가서 화좀 식힐게."
싸늘한 말과는 달리 화장실 문을 보며 서있는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선명했다.
지금 이 행위가 그녀를 얼마나 더 미치게 만들까.
개만도 못한 년이라고 외쳐대며 체벌을 애원하는 여자에게서 체벌 당할 기회마저 빼앗는다면, 과연 어느 만큼이나 절박해질지가 궁금해졌다.
현우는 서서히 문고리를 향해 손을 뻗으며 그녀의 반응을 기다렸다.
사실 별 반응 없이 이대로 끝난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둘 사이의 관계에서 절대갑의 위치를 틀어쥔 것은 자신이었으니, 이깟 불화쯤이야 언제든 마음대로 만들어내고 또 지워낼 수 있었다.
"제발... 제발요! 주인님, 제발요!"
그리고 그녀가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전제부터가 애초에 말이 안 되기도 했고.
서둘러 기어와 현우의 다리를 붙잡는 혜지의 얼굴은 기괴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손을 넘어 몸까지 심하게 떨며 현우의 발에 매달려 읍소한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생각 뿐이었다. 이대로 오빠를 화장실에서 내보내선 안 된다는 생각.
이곳에 들어온 이유가 무엇이던가. 오빠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서, 또 오빠의 정액을 빼주기 위해서다.
그런데 본래의 목적도 달성하지 못한 채로 이렇게 끝나버린다면...
미래를 떠올리는 혜지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아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제발... 제발..."
떨어지지 않는 입술을 필사적으로 달싹이며 빌고 또 빌었다.
제발 그 문을 열지 말아달라고, 이곳에 자신을 버려두고 떠나가지 말아달라고.
간절히 애원했다.
"제발 뭐? 하... 자기야. 내가 우물쭈물 하지말고 똑바로 말하랬잖아."
"아... 아..."
자기라니. 현우의 자기라는 말은 역설적이게도 그녀에게 가늠할 수 없는 공포감만 안겨주었다.
방금까지의 상황에 종료를 고하는 듯한 그 말은 그녀에게 사형 선고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절대로 이렇게 끝낼 수는 없었다. 이렇게 끝냈다간 모든 것이 끝나버릴지도 몰랐다.
"할 말 있으면 빨리 해."
혜지는 온몸이 얼어붙어 가는 것을 느끼며 참담한 눈물만 흘렸다.
빌어야 하는데, 용서를 구해야하는데 애석하게도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화장실 바닥에 이마를 가져다대며 쓰러지듯 몸을 웅크렸다.
말이 나오지 않는다면 몸으로라도 빌어야했다.
"흐으윽... 주인님... 흐윽..."
숨을 제대로 들이마시지 못해 안그래도 어지러운 가운데 급하게 몸을 숙이니 현기증까지 일었다.
어지로운 머릿속에는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에 대한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
"내가 혼내기 전에 분명히 말했었지? 마지막으로 참고 넘어가는 거라고. 그 말이 농담처럼 들렸어?"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강조해서 말하며 그녀의 발작에 기름을 콸콸 끼얹는 현우.
몇 번 겪어본 익숙한 상황이지만 볼 때마다 재밌지 않은가.
적당히 어울려주다가 깽판을 놓으면 눈물을 질질 짜며 어버버거리는게 혼자 보기 아까울 정도다.
"흣... 멍청해서... 멍청해서 그랬어요... 멍청해서... 멍청한 년이라서..."
"그거 자랑 아닌거 알지? 멍청하다 그러면 끝이야? 그렇게 책임 회피해버리는건 자기가 보기에도 좀 비겁해보이지 않아?"
"흐윽... 흑..."
"하... 일 생기면 울 생각부터 말고 자기 잘못에 책임을 지란 말이야. 계속 울기만 할거야?"
"흑... 죄송해요... 책임질게요. 다 책임질게요."
"어떻게 책임질건데? 구체적으로 말해."
현우는 잡고 있던 문고리에서 손을 뗀 뒤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들어올렸다.
생기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넋나간 눈동자.
그녀의 의식은 불안과 공포에 잡아먹힌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의식이 자취를 감춘 자리에는 절대적인 복종심만 남아 있을 테니 그녀의 입에서 나올 말이야 뻔했다.
"뭐든... 흑... 뭐든 다 할게요. 제발요... 흐윽... 뭐든지... 흑, 다 할게요."
바로 뭐든 다 하겠다는 저 말.
현우는 바라던 말을 얻어내고는 그녀의 얼굴을 다시 바닥에 쳐박았다.
그녀의 발작 스위치에 제대로 불이 켜졌으니 가축화에도 본격적인 시동을 걸 타이밍이다.
오늘 밤 그녀를 망가뜨릴 리미트가 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