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2화 〉붕괴 1일차 (3) (72/87)



〈 72화 〉붕괴 1일차 (3)

현우는 서서히 멎어가는 오줌줄기를 마저 그녀의 입 속에 털어넣었다.

집에 들어온 직후 한 번도 화장실에 들리지 않았던 탓에 꽤 많은 양이 나왔다.

"후우  쌌다... 가만히 있지 말고 대딸치면서 계속 빨아먹어. 요도에 남아 있는 오줌방울도  나오게."

그녀의 볼을 툭툭치며 명령하는 현우. 공손히 무릎 위에 올려져있던 혜지의 양손이 자지를 거머쥐고 앞뒤로 움직였다.

"아니, 그렇게 빨리 흔들지말고, 쭈쭈바 짜듯이 쭉쭉 짜내보라고. 옳지. 소리도 더 크게"

"쭈우웁! 흐으응... 쭈웁!"

혜지는 중간중간 신음소리를 섞어가며 마치 바닥을 보여가는 커피 잔을 빨 때처럼 흡입력을 높였다.

양만 많다 뿐이지 오줌 줄기를 받아마시는게 잔뇨를 처리하는 것보다 훨씬  편하다는 생각이 든다.

숨을 참으며 곧장  뒤로 삼킬 때에는 맛과 향이 느껴지지 않았지만 지금은 비릿한 맛의 오줌 방울들이 혀 위를 맴돌며 지린내를 풍겼으니 말이다.

그녀는 숨을 쉴 때마다 올라오는 역겨움을 애써 무시하며 부지런히 혀를 움직였다.

메슥거리는 속과 치미는 구토를 눌러참는 일이 생각보다 고역이었다.

"다 빨아먹었어? 더 안 나온다 싶으면 감사 인사해."

혜지는 몇 번 더 쭈웁하는 소리를 내다가 뒤로 물러나 바닥에 이마를 댔다.

왠지 감사 인사를 전하는 것도 엎드린 자세로 해야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젯밤 자지님에게 후장을 뚫어주셔서 감사한다고 절을 올린게 아직 잔상으로 남아있어서 일지도 몰랐다.

"흐으으... 주인님의 오줌을, 읍. 마실 수 있게 해주셔서... 후, 감사합니다. 맛있었어요."

"잘 했어. 씻겨줄테니까 일어나서 입 벌려."

현우는 샤워기의 물을 틀어 그녀의 입을 헹구어주며 그녀를 다독였다.

하나의 과업을 이뤄낸 그녀가 자부심을 느낄  있도록 어느 정도 진심이 섞인 찬사도 늘어놓았다.

"힘들었지? 이건 아무나 할  있는 일은 아니니까. 나도 자기가 이것까지 해준다해서 깜짝 놀랐다니까. 아, 입 다 헹굴 때까진 오빠라 불러도 돼."

혜지는 몇 번 입을 우물우물하며 물을 뱉어내고는 현우를 바라봤다.

미안함, 안쓰러움, 그리고 고마움이 뒤섞인 주눅든 눈빛.

자신의 눈치를 살피며  주변을 씻겨주는 오빠의 모습은 그녀가 사랑하는 모습 그대로였다.

"후웁... 아니에요.  만 했어요."

"지금은 잠시 편하게 말하라니까."

"아... 응, 오빠."

혜지는 밝게 웃어주는 현우를 따라 미소지으며 볼에 보조개를 그려냈다.

그래, 오빠의 이런 미소 하나면 고생한 보람은 충분했다.

방금까지 울렁거리던 그녀의 속이 현우의 미소를 보자 순식간에 진정되었다.

비록 힘들긴 했지만 사랑의 증명에 성공한 것이다.

눈앞에서 반짝이는 오빠의 미소도, 편하게 부르라는 오빠의 배려도 자신을 격려하는 따스한 찬사로 느껴졌다.

"힘들지?   해도 알아. 자기가 얼마나 용기낸건지, 얼마나 날 사랑하는지. 난  알아."

"... 다행이다. 오빠가 내 마음 알아줘서, 진짜 다행이야. 난 오빠에게 해줄  있는게 없어서 계속 걱정했는데..."

"에이, 그런 말 하지 말라니까. 지금 자기가  이해해주는 것만 해도 내가 얼마나 기쁜데."

현우는 이번에도 이해를 들먹이며 샤워기를 다시 제자리에 가져다놓았다.

가진건 쥐뿔도 없는 여자에게 네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이해 뿐이라 재차 강조하였으니 그녀의 이해심이 바닥날 일은 없어보였다.

"좀 쉴까?"

"그래도 돼? 오빠 그... 불알 안 아파?"

"응?"

"아니, 저번에... 계속 발기만 하고 못 싸면 불알 땡겨서 아프다고 했었잖아. 오빠 아까부터 쭉 발기하고 있어서... 걱정돼서..."

"아아."

현우는 본인이 아닌 주인의 안위부터 살피는 그녀에게 작게 감탄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지금 누가 누굴 걱정하는건지,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때가 되면 어련히 알아서 구멍을 쑤셔줄 텐데, 되도 않는 오지랖을 부리는 꼴이 같잖았다.

"음... 아직은 괜찮은 것 같아. 자기는? 자기도 괜찮아? 속은  어때? 토할  같으면 변기에 가서 토하고.  두드려줄게."

"아냐, 나도 괜찮아. 오빠가... 처음으로 제대로 싸준건데... 이것도 나름대로 의미있는 오줌이잖아.  토할래."

혜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오줌을  속에 품고 있어야할 기묘한 이유를 가져다댔다.

남들은 하지 못  행위를 했다는 정체 불명의 우월감에 도취되어 그녀의 사고가 뒤틀린 방향으로 튀어나간 탓이었다.

이 오줌을 받아내느라 얼마나 고생했던가.

간신히 받아낸 사랑의 증명을 아깝게 게워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혹여나 토해냈다간 오빠가 작게라도 실망할 수 있었으니 결코 토해낼 수 없었다.

"맞아, 의미가 있긴 하지. 자기를 진짜 변기로 만들어준 오줌이니까. 자기 근데 이런 용기는 어떻게 낸거야. 하여튼 대단해, 아주."

"아, 사실 그... 커뮤니티에서 봤어. 닉네임은 기억 안 나는데 음뇨 어쩌고라고 베스트에 올라간 글. 혐오주의 붙어있고."

"아, 나도 그거 본 것 같기도 하다. 그거 보지에 깔때기 꽂고 오줌 받는거 아니야?"

"어, 맞아! 오빠도 역시 봤구나."

"응, 당연하지. 그거 보면서 나도 해보고 싶다고 많이 생각했었는데, 자기 덕분에 소원 이뤘네."

현우는 그녀가 발휘한 용기의 원천이 자신이 알려준 커뮤니티라는 것을 깨닫고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그녀의 열렬한 사랑과 자신이 알려준 참고자료가 만나 훌륭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났다.

아마 숱한 정신 나간 년들을 보며 그녀도 내적 동기를 끌어올린건 아닐까. 나도 오빠에게 이런걸 해줄 수 있어 하면서.

정상인이라면 경악할 플레이였지만 제대로 된 사리분별을 못하는 그녀라면 경외심을 품는 것도 이상하지 않아 보였다.

"맞아. 오빠도 그거 보고 해보고 싶어  것 같아서... 그래서 나도 해봤어."

"잘 했네. 내 로망 중 하나이긴 했거든. 오늘 자기 각오 어마무시한데? 계속 기대해도 되지?  아직  쌌잖아."

"아... 맞다, 오빠 아직 못 쌌지. 슬슬... 다시 시작해?  이제 괜찮아. 그만 쉬어도 돼."

"그래, 그러자."

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서있다가 물방울이 송글송글 맺혀있는 그녀의 하얀 젖가슴을 허리띠로 때렸다.

짜악 -

"이건 시작 신호. 젖탱이가 뽀얀게 때리고 싶게 생겼길래."

"흐읍! 감사합니다. 흐으응..."

"그렇지. 여기선 신음 내야지."

그녀의 가슴에 새겨지는 붉은 자국으로 재개를 알리는 현우.

잠시 연기하던 남자친구의 이미지는 눈 깜짝할 새 사라지고 채찍을 손에 든 주인만이 남았다.

"복종 자세. 개처럼 엎어져."

꽤 오랜만에 취하는 복종 자세였지만 그녀의 몸은 매끄럽게 반응했다.

쏜살같이 등을 바닥에 대고 다리를 활짝 벌린다. 무릎을 접어올리고 주먹쥔 양손을 젖가슴 옆에 가져다붙인다.

혀를 내민 채 헥헥거리는 소리를 토해내는 그녀는 이미  마리의 암캐였다.

"야. 여태 보지도 안 적셔놓고 뭐했어. 이제껏 데리고 놀아줬으면 씹물 좀 흘리고 있을 줄 알았는데."

"아, 죄송합니다. 지금... 자위할까요?"

"아니. 오줌 싸봐."

"네?"

"조금이라도 좋으니까  상태로 오줌 싸보라고. 내가 오줌 싸고나니까 네가 싸는 것도 한 번 보고 싶어서 그래."

"아..."

혜지는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다가 서둘러 표정을 수습했다. 탐탁치 않다는  눈을 게슴츠레 뜨고 흘겨보는 현우 앞에서 당황은 사치였다.

"야. 다시 시작했어. 정신 차려."

"죄송합니다."

"후... 시작하자마자 또 이러네. 넌 그냥 씹물을 흘리라면 씹물을 흘리고, 오줌을 싸라면 오줌을 싸면 돼. 알아들어? 넌 주인이 싸라면 똥이고 오줌이고 다 싸대는 애완동물 같은 거라고."

"... 죄송합니다. 지금 오줌 쌀게요. 오줌 싸는거 구경해주세요."

그녀는 현우의 질책에 어떻게든 방광을 쥐어짜내며 요의를 느끼려 애썼다. 그러나 샤워를 하며 한  비워낸 탓인지 좀처럼 신호가 오지 않았다.

"지금 싸기 싫다고 대드는건 아니지?"

"아니에요. 잘  나와서...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쌀  있어요. 잠시만요."

혜지는 다급히 스스로를 변호하며 아랫배에 힘을 주고 끙끙거렸다.

다행히 그녀의 노력이 헛되지 않은 모양인지 소음순을 비집고 가느다란 물줄기가 흘러나왔다.

쪼르륵 -

물론 억지로 쥐어짜낸 물줄기는  초 가량 이어지다 금세 사그라들고 말았지만.

"다 쌌어?"

"네, 주인님."

"그럼 핥아."

"네?"

"야! 오늘 되묻는게 벌써  번째야! 네가 싼거  입으로 핥아서 청소하라고, 개년아!"

현우는 인상을 굳히며 단호한 목소리로 외쳤다. 고함소리에 놀란 그녀가 다급히 몸을 일으키는 것을 지켜보다 허리띠를 다시 고쳐잡는다.

"넌 진짜 안되겠다. 잠시 쉬게 해줬다고 그새 헤이해져가지고는... 이래도 네, 저래도 네, 계속 되묻기나 하고 말이야."

"아... 죄송합니다."

"좀 풀어줬다고 바로 이러기야? 내 오줌이든  오줌이든 내가 쳐먹으라 하면 재깍재깍 쳐먹어야지, 왜 지랄이야."

혜지는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현우의 아찔한 비난에 정신이 멍해졌지만 그녀의 입은 서서히 바닥을 향해 가고 있었다.

화이트 톤의 화장실 바닥에 퍼져있는 노란 웅덩이.

스스로의 오줌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구경하기도 난생 처음일진대, 거기에 혀를 가져다댄다니.

혜지는 뭔지 모를 위화감을 느끼다가 더 이상의 사고를 포기했다.

방금 오빠의 오줌도 실컷 잘 받아먹지 않았는가.

이또한 아까 일의 연장선일 뿐이다.

누구의 오줌이든 간에 오줌은 그냥 오줌이고, 자신이  일은 그저 오빠의 명령을 따르는 것이니까.

심지어 이미 한 번 해본 일이니, 두 번이라고   것은 없었다.

그녀는 고민을 끝내고 첨벙이는 웅덩이에 혀를 가져다댔다.

"야. 네가 핥아먹는 동안 몇  때려줄테니까 한 번 개처럼 짖어봐. 최선을 다해서, 진짜 암캐처럼."

현우는 몸을 웅크린 채 고개를 쳐박은 그녀의 등 위로 허리띠를 갈겼다.

언젠가 그녀를 애완동물로 길들이겠다 결심했었기에, 이와 관련된 체벌 방식을 즉흥적으로 떠올렸다

휘익 - 짝-

"멍...!"

"더 크게!"

휘익 -  -

"멍멍!"

"더 크게  짖지? 반항하냐? 개새끼가 꼬리치는 것처럼 엉덩이도 흔들어제끼면서 제대로 짖어보라고. "

휘익 - 짝 - 휘익 - 짝 - 휘익 - 짝 -

현우는 어젯밤 그녀가 고통을 비명으로 승화시키던 것이 생각나 가차 없이 허리띠를 휘둘렀다.

아픈 만큼 진심어린 비명을 토해낼 테고, 지금 그녀가 토해낼  있는 유일한 비명소리는 개처럼 짖는 소리였으니까.

"흐윽... 멍멍! 멍멍! 멍...!"

비참하게 엉덩이를 실룩여가며 목이 터져라 울부짖는 혜지.

시작과 동시에 벌어진 갑작스러운 상황이 그녀의 혼을 쏙 빼놓았다.

그녀는 어쩌다 이렇게  것인지 영문조차 모르는 채로 채찍질에 몸을 맡겼다. 도대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 것인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렇기에 일단 현우의 명령을 무조건 따르고 본다.

어찌 되었든 간에 오빠를 사랑하니까. 무엇이든 해주고 싶은 마음은 진짜였으니까.

지금은 그 마음을 오빠가 바라는 방식대로 표현하는 것일 뿐이다. 그래, 단지 그것일 뿐이다.

휘익 - 짝 -

"개년아! 더! 더 개새끼처럼 짖어!"

"끄읍! 멍! 멍멍! 흐으윽... 멍!"

그녀는 쉴  없이 짖어대며 속으로 합리화의 말을 되뇌었다.

그녀의 합리화를 작동시키는 기제에는 어느새 사랑과 더불어 두려움이 섞여들었다.

현우가 큰소리를 치며 계속 허리띠를 휘둘러대는 탓에 덜컥 겁이 났기 때문이다.

오빠를 사랑하는 만큼 오빠가 화를 내는게 무서웠다.

오빠가 없으면 도저히  세상을 살아갈  없는 만큼, 오빠가 실망할까봐, 그래서 자신을 떠나갈까봐 두려웠다.

결국 공포에 휩싸인 혜지가 할  있는 일은 더 크게 짖으며 엉덩이를 흔들어대는 일.

불안하게 날뛰는 정신을 부여잡고 자신의 주인에게 필사적으로 아양을 떤다.

어찌 흘러가는지 모를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자신에게 확실한 안도를 안겨줄 현우의 자비에 인생 모두를 바친다.

"흐읏... 멍! 멍멍! 하응... 멍멍!"

바닥의 오줌은 이미 그녀의  속으로 모두 들어갔다.

온 힘을 다해 엉덩이를 좌우로 흔든 탓에 허리가 저릿하다.

그래도 그만 하라는 말이 없었기에 주인의 노여움을 풀어줄 천박한 애교를 멈추지 않았다.

"후... 그만. 다시 복종자세."

현우는 그녀의 등에 자리 잡은 붉은 실선들이 난잡하게 얽혀있는 모양새를 구경하다가 그녀를 원위치시켰다.

잠시나마 쉬면서 긴장이 풀린 그녀라면 반드시 실수를 하리라 예상했었다.

그래서 일부러 버벅거릴 만한 명령을 내리고는 이를 빌미로 체벌한 것이었고.

잠시 보여주던 거짓된 자상함과는 별개로 그녀의 영혼을 다져놓겠다는 현우의 목적은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아니, 현우의 목적 의식은 방금의 체벌을 계기로 한층 더 불타올라버렸다.

그녀가 바닥에 싸지른 오줌을 핥아먹으며 개처럼 낑낑거리는 모습이 생각 이상으로 볼만했기 때문이다.

하루라도 빨리 그녀를 우리에 가둬놓고 사육하고 싶다는 욕망이 현우의 마음 속에서 들끓었다.

"생각하지 말랬지? 어설프게 사고하지 말랬지? 그냥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도구가 되랬지?"

그러니... 욕망이 아우성 치는 만큼 그녀를 몰아세우는 것에 공을 기울인다.

현우는 눈동자를 불안하게 굴리는 혜지에게 거세게 포문을 열었다.

날카롭게 쏘아대는 말들이 그녀의 마음을 난도질 할 수 있도록 얼굴에 남아있던 웃음기도 전부 지웠다.

"계속 이걸로 혼난다, 그치? 쭈뼛거리고 버벅거리고, 그러다 맞고 나서야 정신 차리고. 죄송하다, 죄송하다 말하면서 맞을 때만 반짝 잘하고."

현우는 무리한 명령을 내린 자신의 책임은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그녀에게 뒤집어씌웠다.

어떤 일이든 다 할 수 있다고 약속한 사람이 그녀였으니 자신은 그녀에게 따져 물을 자격이 있었다. 반대로 그녀는 약속의 불이행을 사죄할 의무가 있었고.

"내가 하고 싶은거  하면서 기쁘게 쌀 수 있도록 해준댔잖아. 그럼 넌 내가 싸기 전까진 내 장난감 같은거 아니야? 내 말이 틀려?"

사실인 말 뒤에 교묘히 왜곡된 해석을 끼워넣는 현우.

오빠를 기쁘게 해주고 싶다는 그녀의 순수한 호의를 추악한 욕망으로 비틀고는 그녀를 장난감으로 규정해버린다.

어차피, 무슨 말을 하든 그녀는 부정할 수 없을 테니까.

그녀를 에워싼 세뇌가, 그리고 그녀의 영혼을 옥죄는 인격장애가 그녀의 부정을 허락치 않았다.

"아니에요. 맞아요. 저는... 장난감이에요."

"그래, 그럼 내가 마음대로 가지고 놀 수 있어야지, 이건 뭐 불량품도 아니고 계속 삐걱대면 어쩌자는거야."

좀처럼 펴지지 않는 현우의 무표정. 가라앉지 않는 성난 목소리.

혜지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의 눈치를 살피며 숨을 죽였다.

명령에 따르지 않아 혼난게 도대체  번이고, 앞으로는 절대 그러지 않겠다 다짐한게 또  번인가.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참을 수 없을 만큼 멍청해보였다. 그것 하나 제대로  하고 덤벙거리는 자신은 정말 쓰레기일지도 모른다.

혜지의 무의식에 새겨진 멍청하다는 말과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쓰레기라는 말이 조금씩 그녀의 의식과 동화되었다.

현우가 그저 말 뿐이라 언급하며 내뱉은 지독한 매도의 말들이 서서히 그녀의 정신을 오염시켜나갔다.

"장난감이면 장난감답게 굴어. 빨라면 빨고, 싸라면 싸고, 벌리라면 벌리고. 이게 그렇게 어려워? 도저히 죽어도 못 하겠어?"

"흐읍... 아니에요. 죄송해요."

"근데? 근데 왜 그러는데?  생각말고 똑바로 대답해."

"흐윽! 제가... 멍청해서요.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쓰레기 년이라서... 그래서... 배우는게 느려서요. 대신 몸으로 배울게요. 노력할게요."

슬슬 발작이 찾아온 모양인지 눈물을 글썽이기 시작하는 혜지.

방금의 쉬는 시간에는 얼마나 따뜻하고 부드러운 오빠였는데.

웃지 않는 오빠가 두렵고 속상했다. 그러니 어떻게든 오빠를 되돌려놓아야 했다.

급속도로 번져나가는 불안 증세와 강박증이 그녀의 초조함에 박차를 가했다.

그녀의 극도로 불안정한 정신과  정신이 이끌고 가는 극도로 비정상적인 결론.

현우의 분노와 반응하여 울컥 하고 치솟는 그녀의 정신병적 증세는 보다 강력한 체벌을 갈구했다.

"주인님 화 풀릴 때까지... 더 때려주세요. 원하는 만큼  대든, 스무 대든 다 때려주세요. 아! 주인님이 때리고 싶으면 보지도 맞을게요. 보지에도 채찍질 해주세요."

"... 진심이야?"

"네! 제가 잘못 했으니까... 벌 받을게요. 진짜 벌 다 받을게요."

"후우... 좋아. 네가 그렇게까지 말하니깐 정말 마지막으로 참고 넘어가주는거야. 이걸로 혼나는게 대체 몇 번째냐고. 너도 알지?"

"네... 그래서... 저도 너무 죄송해서... 마음대로 채찍질 해주세요. 정신 차릴  있도록 혼내주세요."

현우는 그녀의 놀라운 반응에 소름이 돋았다.

한  풀어주었으니 다시 조일 속셈으로 그녀를 압박한 것은 맞지만 이런 급발진은 계획에 없었다.

어디가 되었든,  대가 되었든 꼴리는 대로 후려쳐 달라니. 어째 그녀의 의존 성향이 심해진 만큼 불안이 불러오는 그녀의 정신병도 악화된 것만 같았다.

물론 현우로선 그저 즐기기만 하면 그만이었지만.

안그래도 몇 대씩 짧게 후려치는 것에 감질맛을 느끼고 있었기에 듣던 중 반가운 제안이었다.

현우는 조금은 목소리를 누그리뜨리며 그녀에게 무심히 말을 건넸다.

"그럼 목걸이 풀어서 이리 줘. 맞다가 잘못 맞으면 부서질 수도 있으니까. 세면대 위에 둘게."

그녀를 여기까지 이르게 한 시작점이자 원동력이던 목걸이를 압수해가는 현우.

덜덜 떨리는 손으로 목걸이를 내미는 혜지의 얼굴은 더 이상 창백해질 수 없을 정도로 창백해져 있었다.

현우는 속으로 키득거리며 그녀의 목걸이를 세면대 위에 살포시 내려놓았다.

"후... 준비 됐으면 보지까. 누운 채로 발바닥 머리까지 들어올리고 손으로 발목 잡아, 씨발년아."

넋이 나가 있던 혜지는 현우가 뇌까리는 욕설에 황급히 정신을 차리고 허겁지겁 자세를 잡았다.

하반신을 머리 쪽으로 들어올리니 몸이 공처럼 둥글게 말리며 치부가 훤히 드러났다.

"내가 보지 때려주면 넌 아까처럼 짖기만 해. 숫자  필요도, 죄송하다고 할 필요도 없으니까. 그냥 존나게 짖으면서 아, 지금의 나는 사람이 아닌 개새끼구나 하라고."

"... 네, 주인님. 그럴게요. 화 풀리실 때까지... 보지 마음껏 채찍질 해주세요."

현우는 그녀의 통통한 보짓살을 눈에 담으며 손목을 풀었다.

곱게 입을 다문 소음순과 매끈함을 자랑하는 대음순이 게불처럼 퉁퉁 부어오를 것을 생각하니 삽시간에 가학욕이 끌어올랐다.

어떻게 지금의 상황이 만들어진 것인지 현우도 알 수 없었지만, 그리고 이해할 수도 없었지만.

그런건 지금 중요치 않았다.

허리띠를 들어올리는 그의 얼굴에 광기가 어렸다.

그녀가 현우의 정액을 받아내는 순간은 여전히 몹시도 요원해보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