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화 〉심야 조교 (6)
매몰비용이라는 말이 있다. 이미 투자해 되돌릴 수 없는 비용, 다시 말해 회수 불가능한 비용을 뜻하는.
도박으로 탕진한 판돈이 그러하고, 어떤 일에 쏟아 부은 시간이 그러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사결정 행위에 매몰비용을 포함시키는 우를 범하곤 한다.
이미 투자한 돈과 시간이 아깝다는 이유로 손에서 떨쳐내지 못하고 더 많은 돈과 시간을 미련하게 들이붓는다.
그건 혜지도 마찬가지였다.
오빠의 사랑을 얻기까지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르었던가. 또 그러한 희생 끝에 손에 쥔 사랑은 얼마나 값진 것인가.
그녀는 갖은 노력 끝에 얻어낸 사랑을 떠올리며 한 번 더 희생할 용기를 냈다. 차마 사랑을 떨쳐낼 용기는 없었기에 자신이 내어줄 수 있는 새로운 하나를 더 내어준다.
그래, 여지껏 치른 희생 위에 고작 하나를 더 보태는 것일 뿐이니까. 그 하나를 희생하길 두려워하다 잃게 될 것들이 더 두려웠으니까.
혜지는 현우의 손가락에 항문을 맡기며 끊임없이 그릇된 용기를 끌어올렸다.
"흐으으읏...!"
"아파? 새끼손가락인데?"
태어나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이질적인 감각. 무언가를 내보내기만 하던 기관에 역으로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감각은 참을 수 없는 생경함을 전해주었다.
"안 아파요! 놀라서... 조금 놀라서 그랬어요."
혜지는 아프냐는 물음을 다급히 부정하며 낯선 감각에 몸을 떨었다.
오빠가 로션을 묻힌 손으로 항문을 살살 만질 때부터 간지러움과 더불어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자극을 느끼고 있었지만, 속을 파고든 새끼손가락은 겉을 문지를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큰 자극이었다.
손가락도 이럴진대, 과연 자지를 받아들일 수나 있을까.
그녀의 마음속에 슥하고 스쳐지나가는 걱정. 그러나 그 걱정은 삽시간에 흔적을 감췄다.
어차피 언젠가는 오빠에게 대줄 생각이었으니까. 저녁을 먹으면서도 분명 그리 하겠다 말했는데... 단지 그 순간이 예상보다 훨씬 빨리 찾아왔을 뿐이다.
"자기야, 힘좀 빼. 로션을 더 발라야하나? 자기 똥꼬가 너무 꽉꽉 무는데?"
현우는 새끼손가락을 빙글빙글 휘젓다가 앞을 막아서는 빡빡함을 느끼고는 일단 후퇴했다.
로션을 치덕치덕 펴발랐음에도 극상의 조임을 지닌 그녀의 후장은 쉽사리 전진을 허락하지 않는다.
새끼손가락을 빼자 바로 다시 꽉 다물리는 봉오리에는 어떠한 침입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쓰읍... 안 되겠다. 자기가 힘을 제대로 못 주네. 똥 쌀 때처럼 해봐. 똥꼬 벌렁벌렁거리게."
추잡한 단어로 도배된 추잡한 명령. 혜지는 잠시간 망설이다가 보지를 뻐끔거릴 때의 감각으로 괄약근에 힘을 줬다.
짝 -
"그렇게가 아니지. 똥 쌀 때 처럼 밀어내라니깐 왜 반대로 조이고 있어. 조일 생각말고 벌릴 생각을 하라고."
"아... 잠시만요."
그녀는 그 후로도 몇 번이나 혼이 나며 구멍을 움찔거렸지만 현우가 보기에는 영 시원찮았다.
그는 지지부진한 진도에 조금 짜증이 치미는 것을 느끼며 혜지를 나무랐다.
"자기야. 똥 참을 때랑 똥 쌀 때랑 힘 주는게 다르지? 자긴 지금 참으려고만 한다니깐? 참지 말고 싸라고. 그게 잘 안 돼? 자기 똥 싸 본 적 없어?"
혜지는 현우의 말대로 따르기 위해 어떻게든 애를 써보지만 긴장으로 굳어버린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죄송해요. 이러면... 이러면 되나요?"
그래도 혼내고 타이르다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다.
굳게 다물려만 있던 구멍이 살며시 이완되더니 오므라들었다 펴지길 반복했다.
"그렇지, 방금 그거. 똥꼬 벌어진 그 상태로 계속 힘주고 유지해."
현우는 마침내 볼록 튀어나오는 항문을 쳐다보며 미소지었다.
안에만 숨어 있던 속살이 마치 마중을 나오듯 삐져나오며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다행히 그녀가 슬슬 감을 잡아가는 모양.
길을 여는 법을 터득하는 것이 그녀의 역할이라면 그 길을 닦아주는 것은 자신의 역할이다.
이번에는 중지에 로션을 잔뜩 묻혀 뻐끔거리는 구멍 속으로 밀어넣었다.
"흐으으으읏...!"
"힘! 빼!"
반사적으로 또 오그라드는 항문. 현우는 그녀가 힘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작게 소리치며 직장 안을 긁어냈다.
인터넷의 경험담을 보면 직장에 모인 똥이 만져진다는 둥 온갖 이야기가 있었는데 다행히 덩어리가 만져지는 느낌은 없었다.
하긴, 평소 딸기우유 한 팩 혹은 푸딩 같은 간식거리로 끼니를 때우는 그녀의 식습관을 떠올려보면 오히려 덩어리가 있는게 더 이상할 터.
지금 생각해보면 남들보다 덜 먹고 덜 싸기에 이렇게나 깨끗한 항문을 지닌 것일지도 몰랐다.
하여간에, 좆집으로 써주기에 여러모로 최상의 조건을 갖춘 여자다. 자지를 위해 존재한다는 좀전의 맨트. 그녀에겐 그 맨트가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렸다.
"아파? 솔직히 말해. 아픈걸 참는댔지, 아파도 안 아프다고 말하기로 한건 아니니까."
"흐읍... 움직이면... 아! 네, 그렇게 움직이면 조금 아파요. 조금만 천천히 흣, 움직여주세요."
아프다는 말이 엄살은 아닌 모양인지 주먹을 꽉 쥔 그녀의 손이 파르르 떨리는게 보였다.
고작 손가락으로 이러면 곤란한데... 그래도 이보다 더 굵은 배설물도 내보내는 구멍일테니 여기서 포기할 마음은 당연히 없었다.
"자기야. 아프면 클리 만지면서 자위해. 어차피 이따 박을 때 보짓물도 좀 묻혀서 박을 거니까."
현우는 그녀에게 천연 러브젤을 만들어내라는 명령을 내리고는 본격적으로 후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이젠 별다른 지시가 없었음에도 신음소리를 알아서 토해내는 것이 행동양식에 대한 학습이 그녀의 머릿속에 자리잡은 듯 보였다.
"하아앙... 하으응.... 흣... 아앙..."
"좋았어. 내가 자기 후장 확장시킬 동안 그렇게 계속 보지 비비고 있어. 자기 보짓물이 나왔나, 안 나왔나 이따 검사도 할거니까."
말로는 계속 자기라 불러주지만 한 마리 가축을 대하는 것과 하등 다를 바가 없는 태도다. 설령 가축이라 할지라도 이렇게 대한다면 학대라고 비난 받을 일이었다.
"네, 주인님! 보지 비빌게요! 좆물통 적셔놓을게요!"
그러나 그녀에게는 방금의 명렁 또한 지켜야할 명령 중 하나에 불과했다. 오히려 하나둘 쌓여가는 명령이 촘촘히 정신을 에워싼 탓에 더 끔찍한 말들로 복명복창할 뿐이다.
현우는 그녀의 신음소리를 감상하며 항문에 집어넣은 손가락을 앞뒤로 움직였다.
도중에 건조함이 느껴질 때마다 조금도 아끼지 않고 로션을 짜내어 발랐다.
"흐으읏...! 보지 좋아요! 아흐응... 후장도 좋아요! 후장 더 쑤셔주세요!"
혜지는 조금씩 성감이 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계속해서 천박한 말들을 쏟아냈다.
상황이야 어찌 됐든 몸은 정직한 것이, 클리토리스를 좀 문질렀다고 온몸에 흥분이 퍼져나간다.
생리 주기가 겹쳐 평소보다 진하게 분비되는 성호르몬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봉사에만 치중했던 어제 오늘.
적절히 해소되지 못하고 고여 있던 그녀의 성욕이 제방의 둑이 터지듯 확하고 쏟아져내렸다.
쾌락이라는 각성제가 순식간에 그녀의 몸을 타고 흐른다.
눅진한 새벽 피로에 잠겨가던 그녀의 의식이 말초적인 자극에 무섭도록 몰두한다.
원래 궁지에 몰린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법. 몸을 적셔나가는 나른한 쾌락은 그녀가 붙잡을 지푸라기로 모자람이 없었다.
오히려 몸과 마음이 지쳤기에 이를 달래주는 쾌락이 더욱 달콤하게 느껴졌다.
찹 - 찹 -
어느새 질 속에까지 손가락을 집어넣는 혜지. 흘러내린 씹물과 그녀의 손가락이 만나 습기에 젖은 소리를 만들어낸다.
"보지 만지다가 발정난거야? 앞구멍, 뒷구멍 다 쑤시고 난리네, 난리."
현우는 그녀가 넋을 잃고 쾌락을 탐닉하는 것을 구경하다 잠시 손을 멈췄다.
고통을 경감시킬 목적으로 자위를 하라고 시켰는데 기대 이상으로 성실히 수행한다.
지치고 병든 마음일수록 성욕이나 식욕과 같은 원초적인 욕구에 쉽게 빠져든다던가. 교양 수업에서 배운 심리학 지식은 과연 틀리지 않았다.
"발정났어요... 흐으으읏! 보지, 하앙... 보지 기분 좋아요!"
"후장은? 후장도 기분 좋지? 손가락으로 쑤셔주니깐 좋냐고 씹년아."
현우는 헐떡이는 그녀의 직장벽을 아래로 꾹 누르며 말했다. 질 속을 더듬는 그녀의 손가락과 항문을 더듬는 자신의 손가락이 얇은 육벽을 사이에 두고 만났다.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이 부창부수인가. 난데없이 떠오르는 단어에 픽하고 웃음이 나오는걸 느끼며 손가락에 힘을 더했다.
"하아앙...! 좋아요! 아! 거기! 거기 더 눌러주세요!"
"여기? 씨발년, 좋아 죽네. 넌 보지 위로 눌러봐. 난 똥꼬 아래로 누를 테니까."
현우는 그녀의 손가락 위치를 가늠하며 직장벽을 압박했다. 오목하게 들어가는 살덩이를 타고 그녀의 손가락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대로 계속 눌러줄게. 너도 손가락으로 존나 비벼봐."
그녀는 현우의 손가락이 만들어내는 질벽의 굴곡을 타고 손가락을 놀렸다. 그건 혜지가 난생 처음으로 겪어보는 색다른 자위였다.
아래로 눌리며 좁아진 통로를 휘저으니 작은 움직임만으로도 아래와 위쪽 질벽 모두에 자극이 전달된다.
"좋아요! 주인님, 지금 너무 좋아요! 후장 더 눌러주세요! 아흐으으읏!"
그녀가 토해내는 신음소리가 확연히 커졌다. 현우는 그녀가 쾌락을 탐닉하는 순간을 이용해 슬그머니 왼손의 새끼 손가락도 꺼내들었다.
"손가락 하나 더 넣는다? 멈추지말고 계속 비벼."
좁은 틈을 비집고 힘겹게 파고드는 또 하나의 손가락. 그녀의 항문이 새로운 침입자를 경계하며 온힘을 다해 물어댔다.
"아아아아악! 살살, 주인님, 살살요! 아흐으으읏!"
찌르자마자 터져나오는 그녀의 비명 또한 그녀의 조임만큼이나 감미롭다. 살살만 외쳐댈 뿐 아프다거나 빼달라는 말은 한 마디도 못하는 것도 마음에 쏙 들었다.
"많이 아파? 못 참겠어?"
"잠시만요...! 잠시만, 잠시만 가만히 있어주세요! 흐읍!"
"아프면 보지 더 만져봐. 네 말대로 기다려줄 테니까."
현우는 그녀의 항문이 적응할 수 있게끔 잠시 휴식을 가지며 주변을 둘러봤다.
본격적인 삽입에 앞서 관장과 콘돔 사용은 필수. 항문에는 각종 병균이 득실거리니까 말이다.
게이들이 모텔 샤워기를 이용하여 관장을 한다는 썰을 어디선가 들었기에 관장은 문제가 없었다. 샤워기의 헤드만 분리하면 손쉽게 관장 호스의 완성이었다.
그러나 콘돔이 문제다.
손가락으로나마 직접 조임을 겪어보고 나니, 그녀의 후장이 전해줄 쫄깃함을 고무껍데기를 쓴 채 맛보고 싶진 않았다.
그렇다고 콘돔을 빼고 하기도 찝찝한 것이 사실. 깨끗이 관장을 한다면야 묻어나오는 오물은 없겠지만 혹시 모를 감염의 위험이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막간을 이용하여 다른 방법은 없나 하고 화장실을 둘러본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은 치약. 군대에서 치약을 푼 물로 생활관을 청소했던걸 떠올려보면 소독이야 확실히 되겠지만, 만들기가 번거로울 뿐더러 부글거리며 거품도 낄테니 별로 내키진 않는다.
사용감을 생생히 느끼고 싶어 소독하는 것인데 오히려 거품이 감촉을 해친다면 본말이 전도되는 꼴이니까.
치약말고 다른 후보는 없을까하고 게속 고민을 이어가던 찰나. 현우의 눈에 선반에 놓인 구강청결제가 들어왔다.
용기에 적힌 99.9% 살균이라는 말과 알코올 무첨가라는 말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나 0% 무자극이라는 광고 문구. 저 광고 문구에 끌려 구입했던 것인데, 생각하면 할수록 지금의 상황에 딱 들어맞는 특효약이었다.
연약한 입 안 점막에 닿는 제품이었고 혹여 조금 마시더라도 큰 이상이 없으니 시판되었을 터. 광고대로 화한 느낌이 전혀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기에 항문 점막에 조금 들이붓는다 해서 딱히 문제될건 없어보였다.
사실 문제가 있다고 해도 상관 쓸 바는 아니었다. 아무렴 구강청결제를 조금 부었다고 사람이 죽기야 하겠는가. 기껏 해봐야 복통쯤이겠지.
현우는 마음을 굳히고는 손가락을 다시 움직였다.
관장도 해결 됐고 소독도 해결 됐으니 지금부터 샤워기 호스가 들어갈 만큼 확장시켜주는 일만 남았다. 정 안되면 억지로 쑤셔넣으면 그만이지만 그래도 그간의 정이란게 있었으니 말이다.
"흐으으읍... 주인님, 더 살살, 조금만 더 살살요."
"참아. 이러다간 날 새겠다. 손가락보다 더 큰 똥도 눈 적 있을거 아냐. 도저히 죽어도 못 참을 정도야?"
"그건... 그건 아닌데... 흐으윽."
"또, 또. 아프다고 울 생각부터 하지말고 견뎌야 할 땐 견딜 줄도 알아야지."
"안 울어요! 흡... 진짜 저 안 울어요."
"그래, 울지 말고 화이팅 하는거야. 난 여보가 좀더 힘내줬으면 좋겠어. 그래도 벌써 손가락 두 개나 들어갔으니까 여보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금방이야."
현우는 그녀를 윽박지르다가 부드럽게 타일렀다. 무시무시한 주인이 되어그녀를 몰아세우다가 자상한 남자친구가 되어 기대고 의지할 구석을 제공한다.
두려움과 안도감을 번갈아 맛보여주며 그녀의 영혼을 양가감정으로 헤집어놓는 현우. 그 모습들 속 어디에도 그녀가 달아날 틈은 없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결국 현우의 손바닥 위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그녀는 화장실에 갇힌 채 성노예로 길들여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