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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화 〉심야 조교 (5) (60/87)



〈 60화 〉심야 조교 (5)

현우는 신품 후장을 중얼거리는 그녀를 바라보며 둘 사이의 주종 관계가 한층 더 공고해졌음을 느꼈다.


연애를 시작한지 이제 겨우 사나흘.

그 짧은 시간동안 관계가 비틀릴 대로 비틀렸다.

그리고 그건 비단 관계뿐만이 아니다.

비틀린건 그녀의 정신도 마찬가지.


원래도 병들어 있던 정신은 이제 손을 쓸 엄두도 나지 않을 만큼 상태가 악화되었다.


개를 가둬놓고 전기충격을 가하다 보면 몸부림 칠 의지마저 상실한다던가. 현우는 전공 시간에 배운 학습된 무기력 이론이 떠올랐다.

지금 그녀의 처지가 실험 속 개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는게 단순히 착각만은 아닌듯 했다.

절대로 도망칠  없게끔 사랑으로 칭칭 묶어두고 충격을 가했더니 무서울 정도의 복종심을 학습해버렸으니까.


"야."


"네! 네, 주인님!"


지금만 해도 그렇다. 목소리를 내리깔고 야라고 부르기만 해도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어댄다.

저녁까지만 해도  세상 행복이 모두 자기 것인양 방긋방긋 웃어대던 여자가 지금은 물에 집어넣은 고양이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 하다니.

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경이로운 광경에 전율이 일었다.

"지금 내가 화내서 서운하냐?"

현우는 어쩔 줄 모르는 그녀에게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고 질문을 던졌다.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거세게 몰아붙였으니 지금부턴 막바지 작업에 착수할 때다.


고갈시킨 마음과 엉망진창이 된 정신 쯤이야 혀만 조금 놀리면 마음대로 휘저을 수 있을 터.


그녀가 정신줄을 놓아버렸을  후환이 될 화근들을 모조리 제거할 속셈이었다.


그녀가 지금의 선택을 스스로의 자발적인 선택이라 믿게끔 못 박고 넘어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마무리였다.

"대답해. 서운하냐고?"


"아니에요, 흡... 안 서운해요."

"맞지? 네가 생각해도 내가 화낼만 하지? 내가 언제 이렇게 화낸 적 있어? 없잖아."

"네! 화낼만 해요. 제가 잘못 했으니까... 그러니까..."


"네가 뭔 잘못을 했는데?"

"아..."

무엇을 잘못 했었지.


혜지는 오빠의 분노에 갖다붙일 합당한 이유를 떠올리려 했지만 지금의 상황이 어찌된 영문인지 도저히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하, 이것 봐라. 지금 뭘 잘못 했는지도 모르고 있는거야?"

다시금 싸늘해지는 오빠의 목소리. 그녀는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것을 느끼며 횡설수설 했다.


"다... 다 잘못 했어요. 엉덩이도  흔들었고, 말도 성의 없이 했고, 아! 약속도... 약속도 못 지켰고... 제가 다, 전부  잘못 했어요."

"그치? 네가 말하고 봐도 이건 좀 아니다 싶지? 내가 화낸게 조금이라도 이해돼?"

"네! 다 이해해요. 제가 다 잘못 했어요. 그러니깐 용서해주세요."

현우는 모든 것이 스스로의 잘못이라 소리치는 그녀를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반발을 감안해 네가 약속한 일이지 않냐는 둥, 사람을 가지고 노냐는 둥,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더 크게 화를 낼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헛수고였다.

학습된 복종심을 몸에 익힌 그녀는 이미 주인의 애정만을 갈구하는 암캐나 다름 없었다.


"충분히 반성한거 같으니깐 더  안 할거야. 정신 똑바로 차릴 수 있지?"

"네, 그럴게요. 정신 차릴게요."

"그럼 지금 뭐라고 말해야 할 것 같아?"

"아... 음, 변기년의 새 후장, 아니 신품 후장... 주인님의 자지로 뚫어주세요.  쑤셔주세요."

"이제야 좀 말귀를 알아듣네. 잘했어."

현우는 제발 따먹어달라고 간청하는 그녀를 칭찬했다.


훌륭히 길들여진 인간은 동물과 다르지 않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그렇게 나한테 따먹히고 싶어? 내가  뒷보지 아다 깨줬으면 좋겠어?"

"네, 아다 깨주세요. 아무도 안 쓴 뒷보지 주인님이 제일 먼저 따먹어주세요."

"하... 좋네. 내가 자기 보지는 몰라도 후장은  남자인거 아니야. 처음이라니까 뭔가 특별한 느낌인데?"


현우는 얻어낼 것을 모두 얻어냈다는 생각이 들자 가볍게 자기라는 말을 들려주었다.

그 말을 듣고 흠칫하고 놀라는 모습이 또 하나의 별미다.

아무리 괴롭혀대도 조금만 따스히 대해주면 품을 파고들려 하는게 타고난 천성 자체가 개로 길러주기에  맞았다.

"자기도 좋지? 나한테 뒷구멍 아다 바칠 수 있어서. 일어나서 나 바라보고 이야기해봐."

현우는 은은한 미소를 띄워놓고 그녀를 불렀다.

지금의 미소는 그녀에게 보내는 구원의 손길이기도 했지만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스스로에 대한 찬사이기도 했다.

완벽한 설계였고, 완벽한 플레이였다.

사랑으로 살살 꿰어내 마음대로 다뤄도 좋다는 동의를 얻어낸 후에 잠시도 그치지 않고 몰아쳤다.

그 결과 자신의 손에 거머쥔 전리품은...

"좋아요... 주인님한테 아다 바칠 수 있어서 좋아요."


제 손으로 후장을 바치면서 기분이 좋다고 소리치는 여자친구다.

현우는 트로피를 손에 쥐듯 그녀의 여린 허리를 휙하고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

"나도 좋아. 아까 심하게 화낸거... 사과할게. 자기 눈 보니깐 갑자기 미안해지네. 근데 다 자기 사랑해서 했던 말인거 알지?"


"흐윽... 괜찮아요. 저도, 저도 사랑해요."

입을 열면서도 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지만 역시나 예상이 빗나가지 않았다.

 여자는, 생각 이상으로 위태로운 상태다.

어떤 가혹한 학대를 일삼았건 간에 사랑만 속삭여주면, 그것이 유일한 삶의 목적이라도 된 것처럼 집착해온다.


도대체 얼마나 깊숙히 자리잡은 것인지 감도 잡히지 않는 맹목성이었다.

“부엌 바로 앞에 하얀 문 보이지? 거기가 화장실이거든? 들어가서 준비하고 있어. 냄새  나게 잘 씻고 지금처럼 따먹어달라고 벌리고 있는 거야. 알겠지?”

“네, 주인님. 준비하고 있을게요.”

현우는 그녀를 안고 한동안 등을 토닥여주다가 몸을 일으켰다.


부드럽게 밀쳐내니 그것을 신호삼아 천천히 화장실 쪽으로 걸어가는 혜지.

그녀는 현우의 눈치를 잠시 살피다 바닥에 다시 네 발을 붙였다.


지금의 자신은 사람이 아니라 주인님의 기쁨만을 생각하는 도구였으니까.


방금까지 되뇌이던 말이 정신을 옭아맨 탓에  발보다는 네 발이 더 익숙했다. 그것이 오빠를 기쁘게 할 수 있는 행동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좋네. 기어가라고 말할까 하다가 안 했는데 알아서도 잘 하는구나."

현우는 바닥을 기어가는 그녀의 등 뒤로 가벼운 칭찬을 던지고는 자신도 발을 옮겼다.


그녀가 씻는 동안 준비물들을 챙겨야했다.


우선은 러브젤을 대신할 바디로션. 현우는  안의 화장대 위에서 커다란 통을 집어들었다.

미끌미끌한 감촉과 유분기를 떠올려보면 아쉬운 대로 러브젤 대신 써먹을 수 있을  했다.


다음으론 콘돔도 두어 개 필요할 터.

현우는 사용해본지 한참이  콘돔을 찾기 위해 서랍을 뒤졌다. 다행히 예전에 사놓고 버리지 않은 것이 남아있었다.

로션과 콘돔을 챙겼으니  무엇이 필요할까.  안을 둘러보던 시선이 책상 위의 필기구 통에 미쳤다.

수십 개의 펜들이 빽빽이 꽂혀있는 플라스틱 통. 그걸 바라보는 현우의 얼굴에 씨익하고 미소가 번진다.


잠시 후 방 안을 나오는 그의 손에는 바디로션과 콘돔뭉치, 그리고...

검은색 유성마카 한 자루가 들려있었다.


그녀의 몸에 낙서를 새겨넣을 생각이었다.  후장 개통을 기념하며 흥을 돋굴 낙서들 말이다.

화장실로 향하는 현우의 발걸음이 경쾌했다. 아까부터 들려오던 물소리도 멎은 것이 그녀도 준비가 완료된 모양.


 너머에서 자신을 반길 플레이를 떠올리면 가슴이 두근거렸다.

자지를 잘근잘근 물어줄 쫄깃한 구멍과 그녀의 몸에 적어넣을 음란한 문구들.


이번에는 립스틱과 달리 쉽게 지워지지도 않는다.


문지르면 지워지는 글씨가 오늘은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는 글씨로 진화했다. 이러다 보면 언젠가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문신을 새길 날이 올지도 몰랐다.

현우는 그녀의 몸에 문신을 새긴다면 어디에 새겨 주어야하나를 상상하며 화장실 문을 열었다.


마치 호텔처럼 럭셔리한 타일과 조명으로 도배된 화장실.

그녀의 자취방만큼이나 넓은 화장실에는 단장을 마친 노예가 엎드려있었다.

"변기년 신품 후장 따먹어주세요, 주인님!"

현우가 들어서기만을 기다린 모양인지 엉덩이를 벌린 자세로 대기하고 있다가 콧소리를 섞은 목소리로 아양을 부린다.

미처 닦지 못한 물방울이 새하얀 피부를 타고 흘러내리며 조명을 받아 반짝였다.

현우는 들고온 물건들을 화장실 선반에 내려놓으며 그녀의 추태를 구경했다.

"깨끗이 씻었어?"

"네, 주인님!"

"똥꼬 속까지 깨끗이 씻었냐고. 쑤셔박는데 똥 지리면 안되잖아."

당연히 그녀 혼자서 관장까지 했을 리는 없겠지만 일부러 부족함을 지적하기 위해 말을 꺼냈다.


"아...  씻었어요. 근데 겉은 비누칠해서 진짜진짜 깨끗하게 씻었어요."

"겉은 당연한거고. 뭐, 속이야 이따 내가 씻어줘도 되니까... 지금 기분은 어때?"

현우는 그녀에게 걸어가 엉덩이를 쓰다듬으며 가볍게 물었다.

정상이 아닌  여자는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심정인지가 궁금했다.

"... 좋아요! 주인님에게  후장 대줄 수 있어서 행복해요!"

본심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그녀는 자신을 기쁘게  정답을 말해왔다.

하긴, 여기까지 왔으면 그녀의 본심 따위야 의미가 없긴 했다.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조차 자신의 마음에 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가상할 뿐이다.


어찌 됐든 주인의 심기를 살피는 복종심만큼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보였으니까.

"그래? 나도 행복한데 그럼 우리 둘다 행복한거네? 근데 오늘 첫 후장 대줘도 진짜 괜찮겠어?  아플지도 모르는데."

“괜찮아요. 대줄 수 있어요. 전 주인님 사랑하니까,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니까... 아파도 참을게요.”


듣기 좋은 예속의  끝에 쓸데없는 군더더기를 붙이는 혜지.

그녀가 사랑한다는 말을 꺼내오는 속내야 뻔했다.

먼저 사랑한다는 말을 해대며 거기에 답해주길 바라는걸테지.


잠시 쉬게 해주었다고 그새 정신줄을 조금 붙잡았나본지 앙큼하게 구는게 같잖았다.

어찌 하는 것이 좋을까. 유치한 말장난은 집어치우라고 혼내며 그녀가 내미는 사랑을 확 짓밟아버릴까, 아니면 한  더 어울려줄까.


현우는 잠시간 고민했지만 후자를 택했다.

“후... 나도 너 사랑해. 그래서 너만 참아주면 네  후장은 오늘 내가 따고 싶어. 아까도 말했듯 처음이라는건 특별한 의미가 있으니까.”

아직은 사랑의 쓸모가 다하지 않았으니까. 그녀가 붙잡고 버틸, 지금의 그녀를 지탱해줄 유일한 동아줄이 사랑이라는 것은 여전했기에 좀더 꽉 매달리라고 응원해준다.

그래도 이전에 비해 사랑을 말하는 텀이 놀랍도록 길어지긴 했다.

그걸 보면 그녀가 서서히, 그러나 확실히 길들여지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지금처럼 달콤함과 매콤함을 오고가며 절여나가다보면, 언젠가 사랑과 복종을 구별할 의지와 능력을 모두 상실하게 될 터.


그때에 이르러 동아줄이 동아줄이 아니었음을, 사랑이 사랑이 아니었음을 알려주어도 늦지 않았다.


어차피 그걸 알려줄 때 쯤이면 망가질 대로 망가진 여자는 죽어도 자신을 벗어날 수 없을 테니까.

"여튼 자기가 참아보겠다고 다시 말해주니까 감동인데? 아깐 나도 화가 나서 말한거라 좀 걱정도 됐었거든."

현우는 손에 들고 있던 유성마카의 뚜껑을 열며 무성의한 감사를 전했다.


"시작하기 전에 자기 엉덩이에 글씨좀 적을건데 상관없지? 어쨌든 오늘은 우리 둘한테 특별한 날이니까 이따 기념사진도 찍으려고."


너와 내가 아닌 우리. 현우는  사이의 유대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우리를 들먹이며 허락을 구했다.

"네, 상관없어요!"


무슨 말을 적을 것인지, 무엇으로 적을 것인지는 묻지도 않고 무조건적으로 동의하는 혜지.

지금 손에 들린 펜이 유성마카라는걸 알려줘도 똑같은 반응을 보여올지가 궁금했다.

"근데 이거... 유성이거든? 음, 나말고 남한테 몸 보여줄 일은 없을 테니까 유성으로 적어도 괜찮을 것 같긴 한데... 자긴 어떻게 생각해? 적으면... 잘 안 지워질지도 몰라."


과연 조금은 흔들릴까, 아니면 방금처럼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승낙할까.

설레는 마음으로 그녀의 대답을 기다린다.

"괜찮아요. 적어주세요!"

놀랍게도 힘차게 대답하는 그녀에게선 주저함이라곤 찾아볼  없었다.

분명 지우기 어려울 것이라 말했음에도 스스로의 몸을 도화지로 내어주는 것에 흔쾌히 동의한다.


현우는 숨길 수 없는 조소를 드러내며 왼쪽 엉덩이부터 펜을 가져갔다.

"엉덩이에 적을 테니까 손 치우고 가만히 있어봐."

슥 - 슥 -

살에 펜촉이 문질러지는 소리가 몇 번 나더니 그녀의 엉덩이에는 굵직한 검은선들이 들어찼다.

[변기년의 미개봉
신품 후장을]


[좆물통으로
사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결단코 정상이 아니다. 남들에게 보여졌다간 그대로 사회에서 매장될 법한 끔찍한 낙서가 그녀의 흰 피부와 흑백의 대조를 이뤘다.

"다 적었어. 뭐라 적은지는 나중에 사진 찍으면 보고, 맨트 하나 가르쳐줄테니까 따라 말해볼래? 내가 적은 글이랑 같이 보게."

현우는 입고 있던 옷을 하나둘 벗으며 그녀에게 맨트를 알려주었다.


순식간에 그녀와 같은 알몸이 되는 현우. 벗어버린 옷은 모두 화장실 밖으로 내던졌다.


머리 끝까지 치솟은 흥분만큼이나 그의 물건도 팽팽히 부풀어있었다.


"진짜 존나 꼴리네. 내가 알려준 대로 말하면서 아까처럼 해봐. 벌리고 흔들던거 기억하지?"


현우는 오른손으로 자지를 거머쥐고 손을 앞뒤로 움직였다.


지금의 모든 상황이 주체할  없는 흥분을 불러일으키는 가운데.

귓가에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가 치솟는 흥분에 정점을 찍었다.


"정혜지는 주인님의 자지를 위해 존재하는 성욕처리도구입니다! 제발 좆물통으로 사용해주세요!"

눈에 보이는 풍경과 귀에 들리는 목소리의 조화가 너무도 완벽했다.

오랫동안 벼르어 왔던 뒷구멍.


갖은 노력 끝에 여기에 이르렀으니 이제는 그녀가 진상하는 진미를 즐길 일만 남았다.

눈앞의 살아있는 도구에게 마음껏 성욕을 쏟아낼 생각에 귀두에서 쿠퍼액이 주르륵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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