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9화 〉심야 조교 (4) (59/87)



〈 59화 〉심야 조교 (4)

둘 사이의 관계가 완전히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지금부턴 부드러운 말투도 사랑스럽다는 눈빛도 더 이상 필요치 않았다.

눈앞의 여자는 이제 인간이 아니라 마음대로 가지고 놀 장난감에 불과했으니, 오로지 찐득한 욕구만 쏟아내면  뿐이다.


현우는 바닥에 누워 있는 그녀 앞에 쪼그려앉았다.

여전히 구멍에 힘을 주었다 풀며 뻐끔거리는걸 보아하니 잔뜩 기합이 들어간 모양.


찰싹 -

그녀의 허벅지에 붉은 손자국을 남기며 명령했다.


"똥꼬도 잘 보이게 허리 들어올려."

"흐윽... 뒷보지 구경해주세요, 주인님."


누운 상태에서 허리를 위로 들며 무릎을 더 넓게 벌리는 혜지. 따라올라간 하반신과 쩍 벌어지는 다리 사이로 그녀의 앞뒤 구멍이 모두 보였다.


현우는 구멍도 구멍이었지만, 그녀가 자발적으로 꺼내오는 뒷보지라는 말에 관심이 생겼다. 자신은 가르친 기억이 없는걸로 보아 자습의 결과물임이 분명했다.

"뒷보지? 그런 말도 알아? 공부 열심히 했나보네. 아는 말 더 있어?"


"아... 후장이랑... 애널? 아날? 이랑... 또... 뒷구멍...?"


혜지는 현우의 눈치를 살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일부러  냉정한 척을 하는 것인지 방금까지 차갑게 굳어있던 오빠의 얼굴에 흥미가 떠오른게 보였다.


아무리 옅은 미소라 할지라도 미소는 미소. 자신이 말을 이어갈수록 올라가는 오빠의 입꼬리는 지금의 그녀가 기댈 유일한 위안이었다.

그녀는 보고들은 말을 주섬주섬 꺼내며 현우의 미소를 눈에 담는다.

"많이 배웠네. 잘 했어. 그만 말하고, 뒷치기할 때처럼 엎드려서 다시 벌려 봐."


현우는 그녀의 말을 듣다가  할 말이 없어보이자 자세를 바꿀 것을 명령했다.

그녀의 후장을 본격적으로 관찰하려면 엉덩이를 위로 쳐들도록 하는게 더 용이했기 때문이다.

혜지는 재빨리 자세를 고쳐잡고 다시 엉덩이로 손을 뻗었다. 허리를 들고 버티던 방금의 자세보다 한결 자세가 편했기에 엉덩이를 더 넓게 잡아벌릴  있었다.


혹시라도 냄새가 나면 어쩌나하는 걱정도 들었지만 오늘 하루 한 번도 용변을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작게나마 안도했다.


"뒷보지 봐주세요, 주인님!"


짝 -


"개처럼 엉덩이도 실룩이면서 졸라야지, 잡고 벌리기만 하면 그걸로 다야? 발전이 없어도 너무 없네."


"죄송합니다, 엉덩이도 실룩일게요."

혜지는 반사적으로 용서를 비는 말을 구하고는 방금 또 얻어맞은 엉덩이를 좌우로 살랑거렸다.

보지와 후장이  보이도록 활짝 벌리고는 그것도 모자라서 엉덩이를 흔들어대다니. 예전의 그녀라면 상상도 하지 못할 천박한 행위였지만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훨 낫네. 지금처럼 어떻게 하면 내가 좋아할지만 생각해. 뭐가 더 야할지를 계속 떠올려보란 말이야. 알겠지?"


"네, 주인님."


어제 외쳐댔던 주인님의 기쁨만을 생각하는 도구가 되겠다는 말.


혜지는 불현듯  말이 떠올랐다.  말을 외칠 때의 마음가짐까지도.

지금처럼 오빠가 좋아한다면 걱정할 일도 신경쓸 일도 없다는 생각, 그렇기에 오빠가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는 생각.

잠깐의 수치심만 참아내면 달콤한 행복을 얻어낼  있었다. 사실 수치심이라 할만한 것도 어느새 말라버려 크게 참아낼 것도 없었다.


"흠... 뒷보지가 꽤 쓸만해보이는데? 모양이 예쁘긴 하네."


현우는 바닥에 주저앉아 그녀가 내어보이는 절경을 구경했다.

작은 주름이 둘러싸고 있는 앙증맞은 구멍. 주름의 모양새가 채 피어나지 못한 꽃봉오리를 연상시킨다.

아무리 살펴봐도 새끼손가락 하나 들어가지 않을 꽉 닫힌 봉오리다.

게다가 딱히 착색도 되지 않아 그녀의 하얀 살결처럼 흰 빛이 돌았다. 얼마 전 왁싱을  탓인지 작은 잔털도 보이지 않는 것이 더욱 그랬다.


수십 명의 구멍을 구경했지만 그중에서도 손에 꼽을 극상품. 보지보다 오히려 항문이 더 먹음직스러운 여자다. 긴 시간 눈독을 들일 만한 가치가 있는 구멍이었다.

현우는 눈빛을 번뜩이며 구멍의 가운데로 손가락을 가져갔다. 씻지도 않고 만지는게 찝찝하긴 했어도 당장의 흥분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한 번도 침입을 허락한  없던 구멍의 저항이 생각보다 거세다.


마치 고무공을 누르는 것 같은 탱탱한 탄력에 손가락이 조금도 파고들지 못하고 밀려나왔다.

"아!"


혜지는 갑작스러운 터치에 작은 비명소리를 내며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순간적인 반응이었기는 해도 본의 아니게 현우의 손길을 피해버린 꼴이다.


 - 짝 -

"씨발년이, 가지가지 하네. 똑바로 자세 못 잡지?"


현우는 엉덩이를 앞으로 빼는 그녀를 가차없이 응징했다. 짝 소리가 날 만큼의 세기로 그녀의 엉덩이를 연거푸 후려갈겼다.


"주인님이 똥꼬좀 쑤셔보겠다는데 왜 피하고 지랄이야, 개년아!"

충분히  감아줄 수 있는 작은 실수에도 지금처럼 거칠게 구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저항 의지를 상실한 사람에게 가하는 압력은 고스란히 스트레스로 전환될 것이고, 그건 그녀의 몸과 마음을 착실히 고갈시킬 테니까.

더군다나 마음대로 다뤄도 된다는 약속까지 얻어내지 않았던가.


그럼 거추장스러운 배려따위는 내던지고 최대 출력으로 최대의 효율을 얻어내면 될 뿐이지, 굳이 압력의 강도를 조절해줄 필요는 없었다.

"죄송합니다. 다시 만져주세요."

혜지는 잔뜩 날이 선 짜증에 서둘러 자세를 고쳐잡았다.


되풀이되는 노예의 역할이 그녀의 정신을 좀먹은지 오래. 은연 중에 노예로서의 언행을 체화한 그녀의 무의식은 용서를 비는 것에 의문을 품지 않는다.


섬세하고도 지독한 악의가  여자의 머릿속에 비정상적인 복종심을 만개시켜버렸다.


"좆같은 년이, 또 이러네? 야. 장난 치냐?"


"네?"


"하... 뭘 다시 만져달라는건지 똑바로 말해야 할  아니야! 틱하고 만져주세요 그러면 그걸로 끝이야? 씨발, 내가 방금도 최대한 야하게 말하고 행동하랬지?"


여지껏  번도 들어본  없던 냉랭한 어조와 날카로운 말들이 매섭게 날아들어 그녀를 난도질한다.

"뒷보지요. 변기년의 뒷보지요! 벌름거리는 혜지 똥구멍 만져주세요, 주인님!"

혜지는 순식간에 정신이 아찔해져가는 것을 느끼며 재차 애원했다. 괄약근에 힘을 주었다 풀기를 반복하며 천박한 애교도 부렸다.



아무리 그녀가 각오한 일이라 해도.

정면으로 마주한 순수한 악의는 그녀의 병적인 불안장애를 격발시키에 차고 넘쳤다.


극도의 스트레스를 유발하던 어제와 그제의 상황이 뇌리를 스쳐지나가며 몸이 얼어붙는다.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리더니 호흡이 가빠진다.

눈 한 번 깜빡이는 짧은 시간동안 그녀의 내면이 격렬히 몸부림쳤다.


서서히 치밀어오르는 불안과 그 불안이 작동시키는 뼛속 깊이 새겨진 합리화.


잘못을 하면 혼난다. 그러니 혼나기 전에 잘 해야한다. 이번에도 자신만 잘 했다면 오빠가 소리치는 일은 없었다.

혜지는 못난 자신에 대한 자책을 곱씹으며 철렁이는 가슴을 가까스로 부여잡았다.


오빠가 소리치는게 무서운 만큼, 오빠를 소리치도록 만든 칠칠치 못한 자신이 미웠다.


"다시. 행동은 어디갔어?  활짝 벌리고 엉덩이 위아래로 흔들면서 빌어."

"흐읏... 변기년의... 하앙, 발정난 뒷보지 만져주세요. 제발 주인님 손가락 쑤셔넣어주세요!"

혜지는 여전히 차가운 현우의 목소리에 마음을 졸이며 자신이 낼 수 있는 가장 끈적한 목소리를 토해냈다.


이번에는 엉덩이도 최대한 벌릴 수 있을 만큼 더 벌렸다. 제발 만져달라고 유혹하듯 음탕하게 흔들어대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오직 주인의 기쁨만을 생각하는 도구. 치솟는 불안을 참아내지 못한 그녀는 결국 어제의 맹세에 걸맞은 모습으로 스스로를 재조립했다.

"하... 이제  마음에 드네. 야."

"… 네, 주인님."


"잘 할 수 있으면서 왜 그랬어? 씨발, 생각할수록 열받네. 멍청한 년이 정신 똑바로 안 차릴래?"

"죄송합니다. 멍청한 년이... 흐윽, 정신 똑바로 차릴게요. 용서... 용서해주세요, 주인님."


어쩐지 방금의 말이 익숙하다. 어제도 멍청한 암캐년이라 죄송하다고 빌었었는데, 오늘도 멍청하다고 고백하며 용서를 구한다.

그러나 그런 사소한 문제를 신경쓸 여유는 없었다.


그녀는 현우가 야라고 쏘아붙일 때마다 숨이 콱 막히는 기분이었다. 귓가에 내리꽂히는 그 말에 마음이 걷잡을  없을 만큼 요동쳤다.


"죄송하다고 하면 끝나? 말로만 죄송하다 하지말고 뭘 어떻게 할건데?"


현우는 그녀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하는 것을 반기며 그녀를 몰아붙이는 것에 박차를 가했다.


어떻게 보면 군대에서 배운 잡기술 중 하나라고 해야하나.

훈련병이 조교에게 복종하듯 꼼짝도 못하고 자신에게 복종해오는 혜지.

하긴, 그럴 만도 했다.

확실한 상하관계와 지켜야할 명확한 규칙, 그리고 규칙을 어길시 주어지는 막중한 페널티는 군대에서도 유용히 써먹는 복종의 핵심 원리였으니까.

이십  평생 복종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평범한 사람도  셋만 있으면 빨간 모자를 쓴 조교 앞에서 순한 양이 되고 말진데, 그녀라고 해서 예외는 없었다.

외모로 이룩한 상하관계와 반복적으로 주입시킨 규칙에 대한 세뇌.

거기에 지금처럼 분위기를 냉각시키며 파국의 가능성을 내비쳐준다면 결코 거부할 수 없는 삼위일체의 완성이다.


그녀를 옴짝달싹 못하게 할 착취의 사슬이 그녀의 숨통을 빈틈없이 옥죄었다.


"대답해. 누가 입 다물고 있으래?"

 정도면 어지간한 남자라 해도 혼이 달아날 법한 상황이다. 그녀의 유약한 성격을 고려해본다면 두고볼 것도 없었다.


보나마나 패닉에 빠진 훈련병처럼 어버버거리다가 납작 엎드리겠지.


부딪힐 바에야 모든 것을 내어주는 착하고 순한 여자였으니 과연 어느 만큼을 내어줄지가 기다려졌다.

어쩌면 오늘 바로 그녀의 후장을 따는 일도 가능할지 몰랐다.

아니, 반드시 그렇게 되도록 만들 생각이다.

저녁을 먹으며 그녀가 먼저 꺼내온 말과 방금 구경한 구멍을 떠올려보니 예정에도 없던 욕심이 생겼다.


"아... 아... 다,  해줄게요. 시키는건 다 할 수 있어요."

"다 한다, 다 한다, 말만 한게 한두 번이야? 진짜 다  수 있어?"

"네! 진짜... 진짜에요. 다 할  있어요."

현우는 군대에서 어깨 너머로 배운 재주를 발휘하며 눈앞의 고지를 바라봤다.

이만큼 달려왔으면 이젠 정상에 깃발을 꽂아 넣을 차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로 만들어 주겠다고 지껄인게 있었으니 갖다댈 명분도 충분했다.

"그럼 내가 오늘 네 후장 바로 따도 돼? 자지 쑤셔박아도 되냐고. 오늘  행복하게 만들어준다며."

"아..."


"거봐, 또 이럴거잖아. 쭈뼛거리고 망설이고. 뭐든 다 한다고 말만 하면서 속시원히 해준 적이 몇 번이나 돼. 맨날 속는 나만 병신이지? 응?"


"흐윽... 아니에요... 아... 흐읏... 잘못했어요. 따도 돼요. 쑤셔박아도 돼요. 주인님, 제 후장 따주세요."

혜지는 목소리에 더해 손마저 벌벌 떨렸다.

오빠의 모습이 너무도 낯설다. 이토록 화가 난 오빠는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었기에 쿵하고 가슴이 내려앉는다.

얼마나 착한 사람인데. 얼마나 따뜻한 사람인데. 사랑을 속삭여주던 오빠를 한순간의 실수로 잃는다는건 상상하기조차 끔찍한 두려운 일이다.

어째서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인지 따져볼 생각도, 그럴 여유도 없었다.

지금의 오빠는 화난 척이 아니라 진짜 화가 난 것처럼 보였으니까. 단순히 과격한걸 넘어서 선명한 분노를 토해내고 있었으니까.

오빠가 쏟아낸 모진 말들을 곱씹을수록 덜컥 울음이 차올랐다.


"하... 이러면 또 나만 나쁜 놈 되는거지? 그렇지? 내가  너 달래면서 울려서 미안하다고 하면 되는거야?"


그러나 울음마저도 더 이상 그녀의 권리가 아니었다.


그녀가 우는 모습에 코웃음치며 더 악랄하게 비아냥거리는 현우.

주르륵 흘러내리는 눈물과 함께 그녀의 마음이 한층 더 무거워졌다.


그래, 지금은 바보처럼 울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스스로의 잘못에 용서를 구해야한다는 생각이 그녀의 머리를 가득 메웠다.


"흐윽, 아니에요. 진짜 아니에요. 주인님은 잘못한거 하나도 없어요. 안 울게요. 흐윽... 울어서... 울어서 죄송해요."


"아니, 지금 돌아가는 꼴이 그렇잖아. 네가 울어버리면 내가 뭐가 돼. 후장에 박게 해달라고 떼쓰는 쓰레기밖에 더 돼? 왜 자꾸  쓰레기로 만들어."


현우는 그녀가 한 번도 본 적 없었을 화난 모습을 연기하며 고함을 질러대다가 한순간 목소리를 낮추며 싸늘하게 중얼거렸다.

때로는 뜨거운 분노보다 차가운 분노가 훨씬  무서울 때가 있는 법.


눈물을 쏙 빼놓을 만큼 소리치다가 갑자기 낮아지는 데시벨은 마치 폭풍 전 고요처럼 그녀의 정신을 갉아먹지 않을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의 긴박함처럼 말이다.

"흐읍...! 안 울어요. 주인님, 저 안 울어요! 제가... 제가  잘못했어요. 그러니깐 화 풀어주세요. 아... 벌! 벌해주세요. 제가 잘못했으니까 벌 받을게요!"


과연 효과가 있는 모양인지 그녀의 정신이 급속도로 무너져내리는 모습이 눈에 보일 지경이다.

덜덜 떨리는 목소리와 다급히 주절거리는 말들을 듣고 있자니 그녀의 얼굴은 어떤 상태일지가 궁금해졌다.

"후... 고개 뒤로 돌려서  봐."

울먹임을 참으며 바닥에 붙어있던 상체를 들어올리는 혜지. 엉덩이를 잡아벌린 손은 그대로 두고 고개만 뒤로 돌린다.

그새 흘러내린 눈물이 번져 꼬라지가 엉망이었다. 강박적인 초조에 잡아먹힌 그녀는 애타게 자비만을 기다리는 듯 보였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다만.

현우는 아무리 봐도 정상인의 범주로는 보이지 않는 감정의 변화폭이 신기했다.

오늘 하루 데이트로 정성껏 케어해주었다고 생각했었는데,  번 조각난 정신은 톡 건드리는 것만으로도 다시금 무너져내리고 만다. 그 과정이 너무도 손쉬워 헛웃음이 나올 정도다.

"어리니까 어리게  수 있지. 나이가 나이인 만큼 나도 어느 정도는 이해해. 근데 그것도 정도껏이야."


"흐읍..."


혜지는 끅끅거리는 소리를 내며 울음소리를 목구멍 너머로 삼켰다. 운다고 혼나는 마당에도 자꾸만 흐르는 눈물이 야속했다.


"너도 어른이면 네가  말에 책임지란 말이야. 지금 억지로 하는거야? 하기 싫어? 끝낼까?"


"아니에요, 흑. 하고 싶어요. 억지로 하는거 절대 흡, 아니에요.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주면  울게요. 얼른 그칠게요."


"안 울고는? 그 다음에는 어쩔건데?"

"벌 받을게요! 아니, 아! 시키는건 다 할게요. 후장도 벌릴게요. 오늘 후장 따주세요, 주인님."

흐윽흐윽 소리를 내면서도 엉덩이를 다시 살랑거리는 혜지. 지금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뭐든지 할 용의가 있는 그녀에게는 그것이 최선이었다.

"따이면서 아프다고  울고불고 하는건 아니고? 그딴 설렁한 각오면 그냥 여기서 끝내. 질질 짜는거 보면 안 하느니만 못 할 것 같으니까."

"아니에요! 참을게요. 진짜 참을 수 있어요. 절대로, 절대로 안 울게요."

그녀는 현우의 화가 사그러들 기미가 보이자 허겁지겁 말을 쏟아냈다.


자신이 어떤 말을 하는지는 중요치 않았다.


오직 오빠의 화를 풀어줄 수 있는, 그리하여 지금의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을 막아줄 수 있는 말이면 무엇이든 괜찮았다.

"그럼 내가 오늘 네 후장 개통시켜도 된다는거지? 나중에 딴말 하지 말고 지금 확실히 말해. 뚫어도 돼, 안 돼?"


"뚫어주세요. 괜찮아요. 진짜, 진짜 괜찮아요."


"후... 너도 괜찮다고 한거다? 이따 또 이랬다 저랬다하면 진짜 실망할거야."

"네! 절대 안 그럴게요. 그럴 일 절대로 없어요."


"다시 엎드려."


혜지는 현우가 미약하게 웃는 것을 보고는 재빨리 고개를 쳐박았다. 오빠의 웃는 얼굴을 보고나니 울음기도 조금씩 멎었다.


제발 이대로  넘어가기를.


그녀는 눈을 감고 간절히 빌고 또 빌었다.


쿵쾅거리는 심장이 좀처럼 진정될 줄을 몰랐기에 잘게 몸이 떨렸다.


현우는 몸을 웅크리고 와들거리는 그녀를 내려다보다가 씨익 웃었다.


"야. 근데 네 후장은 아다 맞아? 이미 딴 놈한테 따이고 이것도 중고인거 아니야?"


이미 그녀의 정신병이 제대로 도졌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있었기에 그녀를 조롱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일부러 그녀의 마음을 할퀴어댈 말을 던지고는 반응을 기다린다.


"아니에요! 흐윽... 아다 맞아요! 손가락도... 손가락도 넣어본  없어요. 진짜에요."

현우는 그녀가 보여오는 반응이 마음에 쏙 들었다.


스스로의 항문을 두고 새 것이라 어필하는 꼬락서니가 우습지 않은가.


마치 포장도 뜯지 않은 새 제품이라 강조하며 물건을 홍보하는 판매원을 보는 기분이다.


무력한 먹잇감을 가지고 노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럼 신품이네?"

"네?"


"한 번도 안 쓴 새 거라고."

"네...  거... 신품... 맞아요. 신품 후장이에요. 믿어주세요."

넋이 나간 그녀는 비열한 매도에 반발조차 못 하고 스스로의 정조를 피력한다.

익히 짐작하고 있던 사실을 한 번 더 확인하고는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은, 오직 자신만을 위해 준비된 구멍. 비록 보지는  놈이 따버렸지만 이 여자의 후장은 자신의 것이었다.


그녀가 21년간 지켜온 또 하나의 순결을 먹어치울 생각에 눈앞이   정도로 흥분이 샘솟았다.

원래라면 며칠씩 공을 들여 부드럽게 개통시켜줄 생각이었으나 어쩌다보니 상황이 이렇게 된만큼 계획을 변경했다.

자신이 맛볼 구멍을 한 번 더 바라보며 입맛을 다시는 현우.


이 구멍을 뚫을 때 그녀는 과연 얼마나 울부짖을까. 분명 참는다고 참겠지만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발버둥칠 모습이 눈에 선하다.

상상을 이어갈수록 현우의 가학심에 불이 붙었다.

그녀의 비명을 만끽하며  닫힌 구멍을 억지로 열어제끼는 일은 소름이 돋을 만큼 짜릿할 터.

작은 살점 하나 비집고 나온 것 없이 곱게 다물린 모습을 보니 얼마나 쫀득히 물어줄지가 벌써부터 기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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