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화 〉일상이 되어가는 비일상 (7)
혜지는 싱숭생숭한 마음을 추스르며 머리를 배배 꼬았다.
오빠의 연락을 기다리는 동안 띵하는 소리가 울리며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지만 타고 내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니... 이곳에 오빠와 자신 둘 밖에 없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장소가 조금 색다를 뿐이지, 둘만 존재하던 자취방과 다를 건 없었다.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며 굳어있던 발을 내딛는다.
결국 그녀의 선택은 이번에도 현우에 대한 복종이었다.
괜한 고집을 부려 오늘의 행복을 망치고 싶지 않았으니까. 봄바람처럼 온화하던 오빠의 얼굴이 실망으로 굳어가던 모습은 참을 수 없는 두려움을 전해주었으니까.
침을 꿀꺽 삼키며 찜찜한 발걸음을 옮기는 혜지. 남자 화장실이 가까워질수록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마지막으로 뒤를 한 번 돌아보곤 냅다 화장실 안으로 내달렸다.
현우가 들어가있는 칸으로 뛰어들더니 부리나케 문을 걸어잠근다. 현우의 미소가 그런 그녀를 반겼다.
혜지도 무사히 들어섰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어 옅은 미소를 지어냈다.
이제... 이제 무엇을 해야할까. 다음의 행동을 생각할 여유가 없어 엉거주춤하게 서있기를 잠시. 현우가 그녀의 양손을 붙잡고 바닥으로 끌어내렸다.
"뭐해. 왔으면 빨아야지."
그녀의 이마를 톡톡 두드리며 작게 중얼거리는 현우. 혜지는 화장실 바닥에 쭈그려 앉아 현우의 바지와 팬티를 벗기기 시작했다.
팬티에 잔뜩 묻어있는 눅진한 쿠퍼액이 그녀의 눈에 들어온다. 터질듯이 발기한 자지가 코 앞에서 껄떡인다.
오빠는 그 어느 때보다 흥분한듯 보였다.
처음에는 울며 겨자먹기로 승낙한 일이지만... 생각해보면 이또한 오빠를 기쁘게 하는 일이다.
오빠가 자신을 위해 아낌없이 사랑을 베풀어주듯, 자신도 오빠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일 뿐이다.
한 쪽이 받기만 하는게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관계. 오빠가 항상 말하던 바람직한 연인의 모습이 아닌가.
혜지는 평범한 데이트 한 번과 공공장소에서의 펠라봉사를 재어보더니 지금의 행위를 마땅히 해야할 일이라 납득했다. 애시당초 그녀의 마음 속 저울은 고장난지 오래였다.
주머니에서 머리끈을 꺼내더니 머리를 단정히 묶어올리는 혜지. 머리카락이 변기에 닿지 않게끔 어느 정도 정리가 끝났을 때.
그녀는 현우를 보고 입을 뻐끔거렸다. 유심히 들어보니 그녀는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인사를 올리고 있었다.
'입보지로 봉사하겠습니다.'
현우는 그녀의 기특함에 크게 미소를 지어보이곤 고개를 끄덕였다. 변기의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그녀의 펠라를 만끽한다.
쪼옥 - 쪼옥 -
샘을 파내듯 요도구를 후비는 혀와 기둥을 훑어내리는 손. 차마 큰 소리는 내지 못하지만 그녀의 입기술은 그대로다.
이제야 데이트다운 데이트를 하는 기분이다. 굳이 시간과 돈을 들여 밖에 나왔다면, 이런 일 하나쯤은 있어야 그게 참다운 데이트가 아닐까.
현우가 차오르는 흡족함에 지그시 눈을 감고 있던 순간. 화장실 밖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뚜벅뚜벅 걸어오는 발걸음 소리와 남자와 여자의 대화소리. 영화를 보고나온 한 커플이 화장실에 들릴 생각인가보다.
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이윽고 화장실 안에 옷깃이 스치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쏴아아아아 -
남자가 소변기 앞에 서니 쪼르륵 하는 오줌소리와 함께 물 내려가는 소리가 들린다.
혜지는 온 몸이 얼어붙어 꼼짝도 못하고 숨을 죽이고 있었다.
'쉬이이잇'
입술에 검지손가락을 대며 쉬잇하는 소리를 내는 현우. 하지만 그의 손은 혜지의 앞섶을 헤치고 가슴을 주물럭거린다.
그녀의 유두가 제법 통통해져있었다. 잠시 그 유두를 손톱으로 잘근잘근 누르다가.
양 손가락 사이에 두고 꽉 눌렀다.
소스라치게 놀란 혜지의 동공이 커다랗게 확장된다. 악 하는 비명이 목구멍까지 치밀었지만 들키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고통을 앞섰기에 용케 참아냈다.
간신히 숨을 참으며 쩔쩔매는 혜지. 등 뒤로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잠시후 남자가 나가자마자 혜지는 참아왔던 숨을 토해내며 긴장을 이완시켰다.
"오빠, 왜 그랬어. 나 소리 지를뻔 했잖아."
발걸음 소리가 멀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작게 불만도 토해낸다.
"미안해... 아팠지? 그냥 만진다는게... 흥분해서 나도 모르게 힘 들어갔나봐. 나도 깜짝 놀랐어."
몹시도 미안하다는 듯 혜지의 눈치를 살피며 사과하는 현우. 애석하게도 혜지는 그런 현우에게 속수무책이었다.
그녀의 착한 천성상 실수를 사과해오는 사람을 더 나무랄 수는 없었으니까. 현우도 그걸 알고 있었기에 웬만한 일은 일단 저지르고나서 사과를 덧붙이는 것이었고.
혜지는 에휴 - 하고 한숨을 내쉬더니 다시 자지를 머금었다. 어쨌든 별일 없이 넘어갔으니 까탈스럽게 굴고 싶진 않았다. 게다가 오빠도 사과를 했으니... 그걸로 됐다.
현우는 군말 없이 가랑이 사이에 얼굴을 묻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조소했다. 그러면 그렇지, 혜지는 더 따지고 들 생각을 못했다. 하여간 써먹기 편리한 여자다.
다시 눈을 감고 그녀의 혀를 음미한다. 여건상 사정에 이르기에는 조금 단조로운 봉사였지만 상황이 흥분된다.
어제는 자취방의 화장실에서 정액받이가 되더니 오늘은 아울렛의 남자화장실에서 정액받이가 되어주는 여자.
말랑말랑한 데이트를 즐기다 한순간에 창녀로 전락시켰다는 사실에 흥분이 차올랐다.
오늘 하루종일 종알거리던 그녀에게서 그 나이 또래의 풋풋함을 느낀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은 그저 내킬 대로 써먹는 변기년이다. 해맑은 소녀는 온데간데 없고 닳고 닳은 걸레년만 남아있었다.
21살의 순진하던 여자를 이 지경까지 타락시킨 사람이 자신이라는 사실이 상상 이상의 만족감을 전해주었다.
그러한 간극을 곱씹을수록 쾌감이 튀어오르더니 순식간에 사정의 순간이 찾아왔다. 혜지의 머리통을 양손으로 꽉 붙잡고 한 줄기 신음을 흘리며 정을 토해낸다.
"하아... 하아..."
언제나처럼 그녀의 사정 후 애무를 즐기다가 입을 벌리라는 의미로 뺨을 톡톡 두드렸다.
조그마한 입 속에 가득 들어찬 불투명한 정액. 오늘은 어떻게 마무리를 시킬까.
장소가 특별한 만큼 특별한 마무리를 떠올려보다가 꽤나 흥미로운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자기... 영화본다고 오늘 피임약 안 먹었지? 꺼내서 나 줘봐."
매고 있던 크로스백을 뒤지더니 캡슐에 포장된 피임약을 통째로 건네는 혜지.
한 알을 톡하고 뜯어 그 크기를 구경했다.
다행히 많은 양의 물이 없어도 꿀떡 삼킬 수 있는 작은 크기다. 정액 정도면 이 약을 삼키기에 충분해보였다.
현우는 피식 웃으며 하얀 알약 한 알을 그녀의 혀 위에 내려놓았다.
"중요한 약인데 빼먹으면 안 되지. 같이 삼켜."
꿀꺽 -
정액과 함께 그녀의 목 뒤로 넘어가는 작은 알약. 피임을 위한 약을 정액과 함께 삼키게 하다니. 무언가 형용할 수 없는 야릇한 기분이다.
이 여자의 보지를 질내사정을 즐길 수 있는 고기구멍으로 만들어줄 약이다. 그런 약을 정액과 뒤섞어 먹인다.
자신이 생각해놓고도 놀랍도록 재밌는 일이었다.
현우는 변기에 앉은 김에 오줌도 해결하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나가서 또 소변기를 쓰려면 번거로울 테니까.
고생한 그녀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며 방광에 주고 있던 힘을 푼다.
쪼르르륵 -
변기를 타고 흘러내리는 오줌줄기. 그리고 아무 말 없이 그걸 바라보고 있는 혜지.
둘은 조금도 개의치 않고 있지만 제3자가 보기에는 모든 상황이 비정상적이다.
영화를 보며 웃어대던 일상의 영역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지극한 비정상의 영역으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지금의 비정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침 기억나지? 또 해줄 수 있어?"
혜지는 처음엔 무슨 의미인지 알아 듣지 못한 탓에 제대로 반응을 못했지만.
이내 아 - 하는 작은 소리를 터뜨리며 귀두를 입에 물었다.
오줌을 싸고나서 묻은 몇 방울의 잔뇨를 입으로 청소해주는 일. 그 일은 이미 그녀에게 정상에 속하는 일중 하나였다.
방금까지 영화 내용을 쫑알거리던 입으로 꼴사납게 오줌방울을 핥아댄다.
평범한 데이트 속에 평범하지 않은 데이트를 녹여냈지만.
조금의 위화감도 없이 희석되고 만다.
"잘했어. 내가 먼저 나가서 망보고 카톡할 테니까, 나오라고 하면 그때 나와."
현우는 훌륭히 봉사를 마친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해주었다. 성욕도 해결하고 요의도 해결했기에 기분이 상쾌했다.
대변 칸에서 나와 느긋히 손을 씻은 뒤 거울을 보며 머리를 매만진다.
나쁘지 않은 모습. 새로 산 스프레이의 고정력이 꽤나 쓸만했다.
조금 더 거울을 바라보다 화장실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밖에는 여전히 아무도 없었다. 이젠 거의 새벽 1시에 가까워진 시간이니 사람이 있을 리 만무했다.
[현우는내운명♡ : 나오세요 우리 여보!!! 나밖에 없네♥]
혜지는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후다닥 밖으로 달려나갔다. 은은한 미소를 지은 채 서있는 오빠가 얼른 이리로 와 안기라는 듯 두 팔을 벌리고 서있었다.
주인에게 안기는 강아지처럼 냉큼 달려가 안기는 그녀. 무사히 오빠의 부탁을 들어주었다는 사실에 기쁨과 안도를 느끼는 중이었다.
"정말 고마워. 자기라면 잘 해줄거라 믿고 있었어. 정말... 최고의 데이트다."
현우는 가슴에 얼굴을 치대는 그녀를 붙잡고 이마에 입술을 포갰다. 분위기 상 진한 키스를 날려주는게 더 좋을 테지만, 방금까지 정액과 오줌을 핥아대던 입이었으니까.
그녀의 정수리를 내려다보며 오늘의 지출을 계산해본다. 모두 합쳐도 끽해봐야 15만원 남짓. 앞으로 그녀에게서 받아낼 것을 생각하면 그쯤이야 푼돈에 지나지 않는다. 상당히 가성비가 좋은 데이트였다.
"맞아. 최고였어. 오빠랑 맛있는 저녁도 먹고... 옷도 사고... 영화도 보고... 또, 오빠가 하고 싶어하던 일도 해보고. 나... 잘했어? 예뻐?"
혜지는 스스로도 알 수 없는 막연한 불안함을 달래고 싶었는지 현우의 인정을 구해왔다.
아무리 병든 정신이라도 방금의 행위가 이상하긴 했던 모양.
현우는 환하게 웃으며 그녀를 진정시킬 달콤한 말들을 퍼부어주었다.
"완전 잘했어. 내가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더. 첫 데이트를 평생 잊지 못할 만큼, 정말 최고로 기분 좋았어. 이해해줘서 고마워, 혜지야."
"다행...이다. 오빠가 좋았다니 나도 좋아 헤헤..."
바보처럼 헤실거리는 그녀. 현우는 오늘의 데이트에 쐐기를 박을 말을 꺼냈다.
"내가 좋으면 자기도 좋은거지? 자긴 날 사랑하니까... 그치? 내가... 안 불안해해도 되지?"
투명한 유리알 같은 눈동자로 동의를 재촉한다. 방금의 행위에 대한 모든 의문을 던져버리게끔, 그녀 스스로 예속과 복종을 맹세해오게끔 유도한다.
헤지에게는 그 덫을 피해갈 수 있는 재주가 없었다.
"맞아, 난 오빠 많이많이... 아니,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 그러니깐... 불안해하지 마. 오빠가 좋아하면 나도 좋아."
혜지는 오늘도 비정상적인 행위들에 무뎌져간다. 그럴수록 그녀의 인격이 점점 무너져간다.
정말이지,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첫 데이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