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화 〉일상이 되어가는 비일상 (2)
현우는 몹시도 부드럽고 온화한 어투로 흐름을 주도한다. 다짜고짜 쑤셔박기보다 그녀의 긴장부터 어루만져준다.
그녀는 척 봐도 어제의 일을 떠올리고 얼어붙어 있는 눈치였다.
“살살 할 거니까 그렇게 긴장 안 해도 돼. 무슨 말인지 알지?”
“아... 응응. 나 어떻게 하면 될까? 어제처럼 하트해...?”
“아냐아냐, 굳이 뭘. 그냥 무릎에 손 올리고 가만히 있으면 돼.”
현우는 부드럽게 미소지어주며 그녀의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말투는 온화할지 몰라도 그의 물건은 잔뜩 성이 나있다.
“넣을 테니까 입 벌려 봐.”
“변기년의 목보지를…”
“에이, 지금은 인간 정혜지잖아? 그런건 나중에 시킬 때만 해줘.”
“… 응. 박아줘 오빠. 아 -”
현우는 예속의 언어를 내뱉는 그녀를 말리며 멋쩍게 웃어주었다. 하지만 입 속에 밀어넣는 물건에는 거침이 없었다. 어제 하루긴 했지만 워낙 길을 들여놓은 탓에 쑤욱하고 미끄러져 들어갔다.
“우으읍... 우웁...”
그녀의 머리를 부여잡고 허리를 움직이고 있으니 자못 감회가 새롭다.
어제도 그녀를 범했던 장소에서 오늘도 그녀를 범한다. 그리고 어제의 그녀와 오늘의 그녀는, 하늘과 땅 차이다.
“아, 존나 기분 좋다 진짜... 괜찮지 자기야? 괜찮으면 나 바라봐봐.”
살며시 현우를 올려다보는 혜지. 이쯤하면 무언의 동의는 충분히 구했다는 생각이 든다.
현우는 그녀에게 바짝 밀착한 채로 허리를 난폭하게 놀렸다. 예속의 언어도 좋지만, 그깟 말이 없더라도 지금처럼 아무렇게나 사용하면 그만이다.
한없이 다정한 남자친구를 연기하면서 조금의 아쉬움도 남기지 않고 욕구를 채운다.
어떤 능욕을 가하든 그녀의 합리화가 알아서 필터링 해 줄 것이니 따뜻한 말투와 표정으로 그 합리화를 부추기기만 하면 지금과 같은 능욕도 무리가 아니다.
“그으으으읍...! 으읍! 우붑!”
아침부터 비명을 토해내는 혜지. 현우는 그 소리를 듣자 치솟는 광기를 조금 갈무리한다. 그녀가 한숨 돌릴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한다.
“아, 미안. 방금 좀 깊었지? 괜찮아?”
“케엑! 켁! 괜... 끅, 괜찮아 오빠. 다시 넣을래?”
혜지는 조금 호흡을 가다듬는가 싶더니 곧장 입을 다시 벌린다. 그녀가 딥쓰롯을 경험한지 고작 하루. 이틀 전의 그녀와 비교하면 몹시도 경이로운 발전이다.
“고마워. 아침부터 너무 행복하다 진짜. 살면서 제일 특별한 아침이야.”
이번에도 무작정 다시 박기보다 그녀를 한 번 더 안아준다. 엄격함과 냉혹함은 주인의 모습일 때 필요한 것이지, 지금은 그저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목구멍의 사용감은 다를 바 없었다.
이윽고 비명에 가까운 신음소리가 또 다시 화장실을 울린다. 현우는 어제처럼 질질 끌면서 가지고 놀까 하다가 곧바로 정액을 내어주는 관용을 베풀었다.
“싼다! 혀 내밀고 나 쳐다 봐! 지금!”
예상보다 일찍 찾아온 현우의 사정에 혜지는 기쁨을 느꼈다. 그녀는 혀를 쭉 내밀고 현우가 토해낼 정액을 기다린다. 그 모습이 마치 먹이를 받아먹는 애완동물 같았다.
“하아... 하아... 씨발...”
현우의 물건이 네다섯 번 꿀렁이더니 그녀의 혀 위로 끈적한 백탁액을 쏟아냈다. 혀는 물론 눈가와 뺨에도 정액이 튀었다.
“삼키고 다시 혀 내밀어 봐.”
꿀꺽 -
그녀의 목 너머로 정액이 넘어가는 소리가 들리더니 재빨리 다시 혀를 내민다. 현우는 그녀의 깨끗해진 혀에 귀두를 슥슥 문질러닦았다. 그야말로 티슈보다 못한 걸레 취급. 그러다 흥이 동해 아직 경직을 유지하는 귀두로 뺨을 툭툭 내려친다.
“자기야 너무 좋았어. 고마워.”
어느 정도 욕구가 가라앉았다 싶을 때쯤 감사인사를 전하는 현우. 손으로는 그녀의 얼굴에 튄 정액을 훔쳐 입가로 밀어넣고 있었다.
“오늘도 사랑할게. 자기도 그럴거지?”
입 속의 손가락을 반사적으로 빨아대던 혜지는 고개를 뒤로 당기며 대답했다.
“나도, 나도 사랑해, 오빠. 어때... 좋은 아침이었어?”
“응, 최고였어.”
두 사람은 시선을 맞교환하며 미소 지었다. 그 모습만 보고 있자면 여느 커플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모습이지만.
현우는 겉으로 지어보이는 미소와 달리 밀려오는 요의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어제처럼 그녀의 입과 몸에 싸버릴까 아니면 그냥 변기에 싸버릴까 하고.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현우는 혜지를 흘깃거리다 조용히 변기 앞에 섰다. 어찌 됐건 그녀가 준비한 이벤트를 즐기고 칭찬까지 해준 마당에 오줌을 끼얹는건 조금 그림이 이상했으니까.
쪼르르르륵 -
현우의 귀두에서 뿜어지는 노란 물줄기가 요란한 소리를 만들어냈다. 혜지도 그 소리를 들었는지 시선을 돌린다. 샤워를 멈추고 우두커니 서서 현우가 오줌을 싸는 모습을 지켜본다.
그녀의 눈에는 아무런 감정도 담겨있지 않았다. 남자친구의 방뇨를 보고 놀라기엔 너무나 많은 일을 겪어버렸다.
놀람도, 혐오도 느껴지지 않는 텅 빈 시선. 현우도 그 시선을 눈치 챘다.
말없이 서있는 그녀의 속내가 몹시도 궁금하다. 그녀가 직접 말해주지 않는 한 정확히는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혹시 이 오줌을 받아먹는 생각을 하는건 아닐까 상상해본다.
서서히 오줌줄기가 가늘어지다가 완전히 멎었다. 귀두 끝에서 몇 방울의 잔뇨가 똑똑 떨어졌다.
그걸 바라보고 있자니, 문득 한 가지 충동이 솟구친다. 스스로 자신의 세뇌를 확신했던 만큼, 몇 방울의 오줌 정도라면 그녀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건 그녀의 충성심을 테스트해볼 일종의 기회. 자신이 어제 일구어낸 성과가 어느 만큼인지 불현듯 궁금해졌다.
현우는 혜지에게로 몸을 돌렸다. 무표정한 얼굴만 보아선 여전히 그 속을 읽어내기 어려웠지만 까짓 표정쯤이야 만들어내면 그만. 그녀의 평온을 깨뜨릴 말을 던졌다.
“자기야. 이거 빨아줄 수 있어? 청소 펠라 하는 것처럼.”
오줌방울을 털지 않은 물건을 들이밀며 대놓고 입에 넣어주길 부탁한다. 그녀의 반응을 지켜보며 혹시 모를 반발을 누그러뜨릴 말장난도 덧붙인다.
“어제도 말했지? 뭐가 됐든 간에 자기가 싫다고 하면 강요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고. 어젠 자기가 뭐든 해줄 수 있다고 해서 나도 조금 우발적이었다고. 이거 빨아주고도 아무렇지도 않을 자신 있으면 그래주라. 난 자기가 하자는 대로 할게.”
짐짓 그녀에게 칼자루를 쥐어주는 척을 하곤 그녀의 결정을 기다린다. 선택권을 그녀에게 미루고 침묵을 지킨다.
현우의 기다림은 오래 가지 않았다. 혜지는 현우의 얕은 술수에 말려들었다. 조용히 다가와 무릎 꿇더니 오줌이 번들거리는 귀두를 덥석 입에 물고 만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는 모습. 그녀에게 그건 당연했다.
어젠 몇 모금을 삼키기까지 한 마당에, 기껏해야 몇 방울도 안 되는 오줌이었으니까. 고민할 거리도 되지 않는다. 어제 삼킨 양의 반의 반조차 안 되는 양이다.
혜지는 오히려 옅은 미소를 지으며 혀를 움직였다. 본능적인 혐오감에 미간이 찌푸려질 법도 하건만, 혜지의 사랑은 그것조차 거부했다. 현우가 쌓아올린 사랑은 불과 하룻밤 사이에 본능마저 가두는 울타리가 되었다.
오줌방울을 핥아대면서도 조금도 거북해하지 않는다. 역겨워하는 기색도 보이지 않는다. 애초부터 그런게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할짝거리기만 할 뿐이다.
현우는 인간으로서의 무언가가 결여된 듯한 모습에 소름이 돋았다. 만일 자신을 만나기 전 본래의 혜지였다면 이런 일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두 눈으로 확인한 그녀의 충성심은 흠잡을 곳이 없었다.
“고마워. 남아 있는 것도 쪽쪽 빨아볼래? 싸고나서 정액 빨아내듯이.”
혜지는 현우의 명령에 좀더 성심성의껏 입을 놀렸다. 볼을 홀쭉하게 모으더니 귀두를 강하게 빨아냈다.
뭐라 형언할 수 없는 맛이 혀끝에 퍼져 나가지만 딱히 신경 쓰이지 않는다. 입 안에 남는 텁텁함도 이젠 그러려니 한다.
그녀는 금세 청소를 끝내고 생글거렸다. 오빠가 기뻐하는 모습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사랑해, 오빠. 이정도는... 이정도는 충분히 해줄 수 있어. 오빠가 좋으면, 나도 좋으니까.”
스스로에게 자문자답하듯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이는 혜지. 이 순간에도 그녀의 합리화는 성실히 제몫을 해내고 있었다.
충분히 들어줄 만한 명령이었으니 명령에 따른다. 그로 인해 오빠가 기뻐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오빠에게 또 한 번 사랑을 증명해냈다.
망가질 대로 망가진 그녀의 정신은 극도로 단순한 메커니즘으로 작동했다. 거기에는 의문이 끼어들 자리가 없었다.
덕분에 아침부터 호사스러움을 누리는 현우는 생경한 감각을 느꼈다. 한 달 내에 기필코 그녀를 망가뜨리겠다고 다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망상이 될지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런 우려가 눈 녹듯 사라진다. 이젠 그 다짐이 터무니없어 보이지가 않는다. 반대로, 너무나 그럴싸하게 보일 뿐이다. 오줌을 핥아먹다보면 어느새 받아 마시기 마련이고, 그렇게 하나둘 내어주다 보면 모든 걸 내어줄 테니까.
척추가 찌르르 울린다. 복종이 곧 사랑이라 믿는 여자는 단순히 연기가 아니라, 영혼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충성심을 보였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순종적인 여자친구가 완성되었다.
그간의 과정은 여기에 이르는 준비 과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준비가 끝났다면, 스타트를 끊어야 하는 법. 본격적인 조교는 오늘부터 시작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나도 그래. 혜지 너가 좋으면, 나도 좋아. 사랑해.”
현우는 그녀를 어떻게 끌어내릴지를 고민하며 상투적인 대답을 읊조렸다.
추락하는 그녀에겐 날개가 없을 뿐더러, 모름지기 땅이 가까워질수록 가속도가 붙기 마련.
생각해보면 딥쓰롯도 음뇨도 어제 처음 벌어진 일이지만 불과 몇 시간 만에 익숙해보였다. 그런 그녀가 봉착하게 될 결론은, 하나다.
혜지에게는 결코 순탄치만은 않을 셋째 날이 밝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