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화 〉조교 2일차 (12)
불과 몇 초의 시간 동안 연거푸 세 대를 후려갈겼다. 듣기에도 애처로운 비명을 감상하며 마침내 사정의 순간이 찾아왔다.
“싼다! 입으로 받아!”
현우는 허리띠를 내던지고 그녀의 머리통을 양손으로 부여잡더니, 퍽퍽 소리가 날 정도로 거칠게 앞뒤로 흔들었다.
이윽고 거친 신음소리를 내지르며 그녀의 입 속에 정액을 배설한다.
“하아, 하아...”
가빠진 호흡을 가다듬으며 사정의 쾌감에 부르르 떠는 현우. 얼마나 흥분이 컸던지 평소의 두 배에 달하는 정액을 토해냈다. 그만큼 몸을 관통하는 쾌감도 크다.
혜지는 현우가 마저 쾌감을 음미할 수 있도록 볼을 홀쭉하게 모으고 귀두를 빨아댄다. 요도에 남아 있는 정액을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입에 모은다.
사정 후 민감해진 귀두를 애무해주는 스킬은 이미 그녀의 뇌 속 깊이 각인되어 있었기에 그건 거의 본능에 가까웠다.
현우의 정액을 입에 마저 담아내곤 쥐죽은 듯 숨만 몰아쉬는 그녀. 현우가 다음의 명령을 내리지 않았기에 작동을 멈춘 로봇처럼 꼼짝도 않는다.
‘이걸로 끝난걸까.’
가여운 노예는 몸을 웅크리고 주인이 하사해줄 희망을 갈구한다. 눈을 감고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현우의 말만을 기다렸다.
“일어나서 정액 보여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쏜살같이 몸을 일으키고 입을 벌리는 혜지. 자신을 바라보는 현우와 눈이 마주치자 반사적으로 눈웃음이 지어졌다.
그녀는 갖은 노력 끝에 간신히 받아낸 정액이 마치 트로피라도 된 듯 자랑한다.
“잘 했어. 진짜, 진짜 만족스러웠어. 태어나서 이 정도로 좋았던 적은 처음인 것 같아.”
자그마한 입 속에 들어찬 하얀 정액이 현우가 보기에도 몹시 색정적이다. 그토록이나 가혹하게 대했음에도 여전히 미소 짓는 꼴을 보고 있자니 도저히 가학심이 가라앉질 않는다.
현우는 몇 시간 전의 그녀와 지금의 그녀 사이에서 형용할 수 없는 간극을 느끼고 있었다.
그것이 착각이 아니라면, 한 가지 더 시켜본다고 해서 딱히 문제가 발생할 것 같진 않다.
사실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이 여자는 이미 절대로 도망을 칠 수 없을 만큼 망가져버렸는데.
“자기야, 마지막으로... 진짜 마지막으로 해보고 싶은게 있긴 하거든.”
그렇기에 현우는 마지막이라는 단서를 내걸고 조심스러운 척 말을 꺼낸다. 물론 그녀를 품에 안고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음... 자기가 내 변기라고 말했잖아. 그럼... 정말로 변기가 되어줄 수 있어? 아, 정액은 그냥 삼키고 대답하면 돼.”
“꿀꺽. 네, 정혜지는... 주인님의, 주인님의 변기에요.”
그녀는 망설임도 없이 목 뒤로 정액을 넘기곤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변기 선언은 이미 입에 익은 혜지였다.
품에 안은 그녀를 잠시 밀어내고 두 눈을 마주치는 현우. 그녀의 눈에는 인간이라면 마땅히 존재해야 할 생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이 정도면,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에 충분한 상태다.
“오줌이 마려워.”
일단은 툭 하고 말을 던진다. 그녀는 생각을 포기한 모양인지 한 치의 반응도 없다. 뜬금없이 튀어 나온 말에도 아무런 의문을 내비치지 않는다.
“자기한테 싸고 싶단 말이야.”
잠시간 그녀의 반응을 더 지켜보다 에둘러 표현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
골든 샤워라고도 불리는 플레이. 제정신인 그녀가 들었다면 무척이나 망설였을 테지만, 아니 분명 기겁했을 테지만.
지금의 그녀는 기꺼이 오줌을 받아낼 만큼 망가진 상태다. 빛이 꺼진 눈을 바라보고 있자니 결코 섣부른 객기가 아니라는 확신이 든다.
"마셔달라고 부탁하는건 아니고, 그냥 입으로만... 입으로만 받아줄 수 있을까?"
현우의 비상식적인 말이 계속 이어짐에도, 혜지는 질색하지도, 버럭 소리를 지르지도 않았다.
아직 할 일이 하나 더 남아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하는 기색조차 보이지 않는다.
괴롭히고 깎아내리다가 다독이고 타일러주는 현우의 행위들이 그녀를 무뎌지게 했다. 그녀의 이성이 양가감정과 고군분투한 끝에 자멸해버렸다.
말로는 아무리 변기라 말할 수 있지만, 실제 변기처럼 취급받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 그러나 지칠 대로 지쳐버린 혜지는 용인 가능한 행위의 폭이 비정상적으로 확장되었다.
자아가 무너진 빈자리를 현우가 정의 내린 천박한 단어들이 메꿨다. 사랑을 빙자한 지독한 고문 속에서, 그녀가 지닌 존재의 근간이 뿌리까지 뒤흔들렸다.
짙은 탈력감이 그녀의 사고를 또 한 번 마비시킨다.
처음에는 오빠가 오줌이 마렵구나라는 생각. 그러다 자신의 존재를 멍하니 자각한다. 암캐년이 되었다가, 창녀도 되었다. 한동안은 오나홀 취급을 받다가 방금부턴 또 변기가 되었다.
그리고, 오줌은... 변기에... 변기에 싸는게 맞기는 한데...
그녀가 두서없이 떠오르는 생각들을 그저 바라만 보던 무렵. 현우의 말이 생각의 흐름을 끊어낸다.
"이게 내 마지막 부탁이야."
정도를 넘어선 스트레스로 인지 능력을 상실해버린 혜지. 그리고 그런 그녀를 뒤흔드는 마지막이라는 말. 그 한 단어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을 연무처럼 흩어버린다.
뒤죽박죽으로 뒤엉킨 생각 사이로 오히려 안도와 감사의 마음이 솟구쳤다.
이미 기진맥진한 상태다. 더 이상 힘들고 싶지 않다. 하나만 내어주면, 아니 그저 부탁 하나만 들어주면 정말 끝이라는 생각에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녀는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고 가만히 입을 벌렸다. 귓가에 메아리치는 마지막이라는 말을 떠올리며 기꺼이 변기가 되겠다는 동의를 표했다.
저항할 수 없는 폭력에 노출된 피해자는 상황이 종결될 것이란 기대감만으로 무엇이든 해줄 수 있을 만큼 절박해졌다.
“자기한테 오줌 싸도 된다는 말이지?”
두 팔을 축 늘어뜨리며 무력히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
현우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이토록 순순히 몸을 내어줄 줄은 그도 몰랐으니까.
대답을 기다리며 준비했던 수많은 말들이 무용지물이 되어버린게 아쉽지만, 굳이 사족을 더 붙일 필요는 없었다.
밀려오는 요의를 그냥 눈앞의 변기에 해결하면 될 성 싶었다.
현우는 몸을 일으키고 쪼그라든 자지를 움켜쥔다. 이윽고 귀두 끝에서 쏟아지는 노란빛 물줄기가 혜지의 아랫배를 적신다.
한 여자를 변기로 사용하고 있다는 배덕감에 현우의 등줄기가 서늘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율이 흘러내린다.
한편으로는 그녀의 반응도 세심히 관찰한다. 처음에는 배나 다리 정도만 적시다 입에 조금 흘려줄 생각이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보였다.
혜지는 지금, 미소 짓고 있었으니까.
뺨을 때려줘도, 침을 뱉어줘도 웃어 주긴 했지만, 변기로 사용해주어도 그럴 수 있다는 사실이 조금 기괴하다. 이 여자는 도대체 어디까지 망가져버린걸까.
그녀의 미소에는 뭐라 말할 수 없는 광기마저 서려있었다.
물론 그런 사실은 조금도 중요하지 않았다. 여튼 간에, 웃고 있으면 그걸로 됐다.
현우는 거리낌 없이 자지를 휘휘 돌렸다. 배를 지나 하얀 젖가슴을, 그러다 목덜미를 지나 치렁치렁한 금발을. 현우의 오줌이 그녀의 얼굴을 제외한 전신을 촉촉이 적셨다.
그럴수록 혜지의 현실 감각이 더, 더 희미해진다. 몹시 비정상적인 지금의 상황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
몸을 적시는 오줌이 따뜻했기에, 현우가 전해주는 온기가 몸을 덥혀주는 기분이다. 허공을 가르는 오줌줄기가 화장실 조명 아래 반짝이는 것이 무언가 영롱하다는 생각도 든다.
특히 마지막 관문을 건너고 있다는 생각. 그걸 떠올릴수록 혜지는 자꾸만 히죽거렸다. 자아를 모조리 상실한 듯한 텅 빈 동공에는 결승선을 앞둔 기이한 설렘만이 일렁거린다.
어느덧 그녀의 입 속으로 떨어지는 오줌 줄기. 방금까지 정액을 머금던 입 속에 부글거리는 오줌 거품이 꼈다. 이리저리 튀는 오줌방울들이 안면을 적시자 그녀는 눈을 감았다.
혀에서 느껴지는 비릿한 짠맛. 사람인 이상 본능적으로 솟구치는 혐오감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그에 관해서는 더 이상 떠올리지 않으려고 애쓰며 필사적으로 차단한다. 오직 마지막이 코앞이라는 사실만을 되새긴다.
입을 채우는 오줌줄기가 멎어가기 시작하자, 혜지는 그제야 감았던 눈을 뜨고 현우를 바라봤다. 몸을 적신 오줌이 식으며 체온을 빼앗아 간 탓에 몸이 떨린다. 가슴도 조금 울렁거리지만 절대 내색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련한 피해자는 가해자의 보다 큰 인정을 얻어 내기 위해, 그리고 막바지에 이른 상황에 확실한 마침표를 찍기 위해 머리를 굴린다.
입 안에 찰랑이는 따뜻한 액체. 오빠는 분명 마셔줄 필요는 없다고 말했지만...
침을 삼키고 정액을 삼키던 행위의 연속성이 이번에도 이어졌다. 혜지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오줌을 꿀꺽 삼켰다.
입 안에 남아있는 텁텁한 느낌과 비강을 울리는 지린내에 방금 식도를 타고 넘어간 액체가 오줌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하지만.
오빠가, 오빠가, 기뻐 해줄 것이다. 정액을 마셔주는 것만으로도 사랑을 느낀다던 오빠였으니, 이 정도면 자신의 넘치는 사랑을 증명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혜지는 참아왔던 눈물을 글썽이며 현우를 올려다봤다.
“고마워. 마셔주기까지 할줄은 정말 몰랐는데... 완전 감동이야.”
현우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감사를 전했다. 정액을 싸지르고 시원하게 오줌까지 내갈기니, 사정의 쾌감에 배뇨의 쾌감까지 더해져 몸이 부르르 떨린다.
게다가 명령을 내리지도 않았는데 오줌을 삼켜버리다니.
현우의 얼굴에 천천히 미소가 번졌다. 역시 방금 전 자신의 확신은 틀리지 않았다. 아름답게 비상하던 새는, 불과 몇 시간 만에 날개가 꺾인 채 바닥에 곤두박질쳤다.
그녀를 끌어안고 다독여주기 전에 일단 샤워기로 몸부터 씻긴다. 아무리 자신의 오줌이지만, 지린내를 풍기는 몸을 만지고픈 생각은 없었으니까.
꼼꼼이, 그리고 몹시도 부드럽게. 마치 신생아를 씻기듯 그녀를 씻겨준다. 그녀의 귓가에 얼마나 좋았는지, 얼마나 감동적이었는지도 속삭인다.
“고생했어. 이제 오빠라고 불러도 돼. 많이 힘들었지?”
그리고 그녀에게 다시 허락해주는 연인의 지위. 불안하게 날뛰는 정신이 안착할 평화로운 보금자리를 내어준다.
그것이 비록 허상이라 할지라도, 벼랑 끝에 내몰린 그녀는 온힘을 다해 기대는 수 밖에 없을 터.
그걸 잘 알고 있기에, 그녀를 품에 안고 위로해준다. 단순히 가식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온 순도 백 퍼센트의 위로를 전한다.
그러나 이면을 들여다보면 그 진심 또한 가학심의 발로에 지나지 않았다. 그녀의 산산조각난 마음을 얼기설기라도 이어붙여주어야 했다. 그래야, 다음에 가지고 놀 때 훨씬 더 재밌을 테니까.
혜지는 현우의 위로를 받으며 눈시울이 촉촉해지다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마침내 끝이 찾아왔다는 기쁨. 자신이 내뱉은 약속들을 지켜냈다는 안도감.
그리고, 온몸을 적시는 오빠의 따뜻한 말들.
“뭐든지 다 해준다는 말 지켜줘서, 날 이해해줘서 고마워. 나도 자기한테 더 잘할게. 우리 평생 영원하자. 나한텐 이젠 자기밖에 없어. ”
“흐윽... 오빠... 오빠...”
현우에게 안기기 위해 팔을 뻗으니 장시간 꿇어 앉아 있던 몸이 기우뚱한다. 앞으로 쓰러질 듯 하다가 겨우 몸을 추스른다.
현우는 그녀의 두 손을 피하지 않고 따뜻하게 붙잡아주었다. 그리곤 그녀의 영혼을 농락할 진한 키스로 고통의 끝을 선고한다.
잠시후 떨어지는 입술.
혜지는 무언가를 말하려고 입을 달싹이지만 실어증에 걸린 환자처럼 입이 떼어지지 않았다.
어깨가 아래로 축 처지더니 팔도 긴장감 없이 툭 늘어진다. 두 눈이 쉴 새 없이 깜빡이며 눈꺼풀이 파르르 떨린다.
그녀는 현우의 품에 쓰러지듯 안겼다. 눈가에 그렁그렁한 눈물을 훔칠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서럽다. 그러나 몹시도 기쁘다. 술에 잔뜩 취한 사람처럼 어지러웠다.
자신의 사고와 감정을 분별해낼 수 없는 극도의 혼란 속에서, 분명한 사실은 한 가지.
오빠가 없이는, 더 이상 살 수 없다는 것. 그녀는 점점 더 현우에게로 파고들며 비로소 안정을 되찾는다.
잦아들어가는 혼란 속에서, 그녀의 마음 속 무언가가 툭 부러졌다.
혜지는 그렇게 자신의 인간성에 또 한 번 작별을 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