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화 〉조교 2일차 (10)
현우의 호흡이 점점 더 가빠지며 거친 신음소리를 토해낸다. 신음 사이사이에는 외마디의 욕지기도 섞여 있었다.
조금의 자비도 없이 피스톤 운동을 반복하는 허리. 현우는 그녀의 머리통이 달아나지 못하도록 꽈악 붙든 채로 최대한 깊숙이 찔러댔다.
물건이 빠르게 오고갈 때마다 출렁이는 불알이 혜지의 아래턱을 때린다. 살과 살이 부딪히는 추잡한 소리 위로 가느다란 비명소리가 더해진다.
가히 정상의 범주를 넘어선 섹스다. 짐승의 교미조차 이보다 참담할 수는 없을 지경이다.
그러나 현우는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가 전해주는 황홀감만을 음미했다.
과도한 침샘 분비로 눅진해진 입안은 흠뻑 젖은 보지만큼이나 따뜻하고 부드럽다.
긴장과 공포로 잔뜩 움츠러든 목구멍 점막은 기둥에 착 달라붙어 떨어질 생각을 않는다.
가장 압권인 것은 발치에서 꿈틀거리는 그녀의 비참한 자태.
줄곧 애처로운 눈웃음과 손하트를 그려내며, 찌부러진 개구리처럼 꺽꺽거린다.
그 광경이 현우의 눈과 귀를 더할 나위 없이 즐겁게 했다. 이정도면 흠 잡을 곳 없는 사용감이었다.
“씨발... 존나 좋아. 좋아서 미칠 것 같아.”
“으부읏... 우웁.... 으부붑...”
혜지는 한층 더 격렬한 헛구역질 소리로 간신히 대답을 대신했다.
이게 과연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맞나 싶을 정도로 천박하고 야만적인 소리가 새어나온다.
오로지 이 고통에서 탈출하고 싶다는 일념.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소망. 혜지는 그 모든 것들을 그러모아 인내하고 또 인내했다.
그러나 입에다 박기 시작한 지 이제 겨우 1분쯤 지났을까. 한계는 예상보다 훨씬 빨리 찾아왔다.
단단한 귀두가 사정없이 목젖을 때려댄 탓에 순식간에 구토감이 치밀었다.
아까처럼 현우를 밀쳐내는 불경한 짓은 꿈도 꿀 수 없다. 표정을 자유롭게 지을 자유를 박탈당해버렸기에, 인상조차 찌푸리지 못한다.
“으으우우웁... 우웁! 으으우웁!”
그녀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가축처럼 울부짖는 것. 끅끅거리는 소리 사이로 더 크게 비명소리를 내지르며 지금의 다급함을 알리고자 노력한다.
“흐윽... 씨발... 토해도 상관 없다고 했잖아! 가만히 있어!”
현우는 그녀의 사정은 조금도 봐주지 않고 좀더 깊숙이 찔러넣었다. 여기서 그만둔다면 애써 화장실까지 데려온 보람이 없었다.
“그르르르륵... 꾸으으윽...”
조금씩 커져가는 헛구역질 소리로 미루어 보건대, 곧 볼썽사나운 모습을 볼 것 같았다. 현우는 그녀의 분출이 슬슬 임박했다는 사실을 눈치 챘다.
이윽고 뜨끈한 열감이 귀두 끝을 적시자 급히 물건을 빼냈다.
“우웨에에엑!”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화장실 바닥에 신물을 토해내는 혜지. 다행히 건더기라 할 만한건 딱히 보이지 않는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아직 저녁도 먹지 않았고, 점심은 항상 그랬던 것처럼 편의점 음식으로만 가볍게 때웠으니까.
현우도 그런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저지른 일이다. 혜지를 가지고 노는게 즐거울 뿐이지, 남의 토사물을 구경하는 성벽 따위는 없었다.
바닥에 얼굴을 처박은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자니 뿌듯함이 밀려온다.
누군가가 토할 때까지 자지를 쑤셔본 경험은 그도 처음인지라 마치 인생의 업적 하나를 이룬 기분이다.
그러나 성취감을 곱씹는 것은 일단 나중으로 미루고 재빨리 샤워기부터 집어든다.
시큼한 냄새가 퍼지기 전에 바닥부터 치울 생각이었다. 하는 김에 자신의 귀두에 묻은 이물질도 씻어냈다.
“하아... 하아...”
그 사이 혜지는 몇 번 더 헛구역질을 하더니 가파른 숨을 몰아쉬며 몸을 떨었다. 빈속에 토까지 해대니 현기증이 몰려왔다.
몸이 기우뚱하는 바람에 머리 위에 올라가 있던 손을 내려 바닥을 짚는다.
누가 봐도 지쳐보이는 위태로운 모습. 그 꼴을 목전에서 지켜보는 현우도 조금 걱정이 들었다.
비록 토하든 말든 상관없다는 약속을 받아내긴 했지만, 실제로 토하다보면 생각이 달라질지도 모르니까.
예컨대, 억하심정이 솟아오른다거나 몹시도 서러워진다거나.
물론 이정도로 자신의 세뇌가 무너질 리는 없겠지만 혹여나 하는 마음에 그녀를 토닥여준다.
“자기야, 아 – 해봐. 입 씻어야지.”
어차피 다시 사용하기 전에 깨끗이 청소할 필요도 있었으니 겸사겸사였다. 샤워기를 들고 아기를 씻기듯 그녀를 조심스레 씻기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지 말고, 우물우물 하고 뱉어.”
혜지는 우두커니 입만 벌리고 있다가 한 번 더 지시가 있고 나서야 입속에 고인 물을 뱉어냈다.
입을 벌리라고 했으니 입을 벌렸고, 그 이외 다른 말은 없었으니 그저 명령만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다.
그녀는 이미 현우의 명령 없이는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할 만큼 고갈되어버렸다. 모든걸 내려놓고 현우의 말에만 전적으로 의존했다.
현우의 부드러운 말투와 따뜻한 미소가 지친 마음을 감싸안는다. 토사물이 묻은 턱 주위를 살며시 닦아주기까지 한다.
분명 자신이 알고 있는 상냥한 오빠의 모습 그대로다.
그런데.
그 모습이 어째서 이리도 낯선 걸까.
다정히 쓰다듬어주는 손길이 눈물겹도록 반가우면서도 참을 수 없을 만큼 혼란스러웠다.
“미안해. 많이 힘들지?”
현우는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 이상을 감지하자마자 목소리에 따뜻함을 더했다.
방금의 구토가 그녀를 일깨운 것일지도 몰랐다. 고통이 지나치면 정신을 붕괴시키지만, 적당한 고통은 오히려 정신을 각성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기도 하니까.
아마도 한계에 몰린 상황 속에서 생존 본능이라도 튀어나온 모양.
혜지가 방금의 만행을 외면할 수 있도록 한 마리의 카멜레온이 된다. 순식간에 친근한 모습을 연기하며 그녀의 혼란을 비집는다.
잠시간 다정다감한 남자가 되어야 했다.
“바닥이 시리진 않고? 따뜻한 물좀 다시 뿌려줄까?”
“아... 괜찮... 괜찮아요, 주인님.”
“그래. 그럼 다행이고. 추우면 언제든 말해.”
현우는 그녀의 입을 마저 닦아내준 다음 따스하게 웃어주었다. 욕구를 억누르고 한발 물러나 그녀의 상태를 꼼꼼히 살폈다.
곧바로 다시 쑤셔박아도 큰 문제는 없을 테지만, 그래도 한 번 정도 접고 가는 것이 낫겠다는 계산이 선다.
조금의 찜찜함이라도 남겨놓는건 현우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지금 내가 얼마나 흥분했는지가 보여?”
현우는 자신의 발기한 물건을 들이밀며 씁쓸하게 자조했다. 아니, 그런 척을 했다.
트라우마로 고뇌하는 가련한 남자는 그녀의 영혼을 속일 훌륭한 위장색이었다.
“자기 목에 박아넣으면서 이만큼이나 흥분했어. 날 위해 힘든 걸 참아준다고 생각하니까 참을 수가 없더라. 자기가 진짜 내 사람 같고, 날 얼마나 사랑하는지도 느껴지고. 이 정도로 흥분한건 태어나서 처음이야. 나 진짜 구제불능이지?”
현우는 아예 화장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누구보다 힘들어하는 사람 앞에서 더 큰 절망을 연기한다.
그녀가 자신을 동정하도록, 그리하여 모종의 책임감을 느끼도록 뱀같은 주둥아리를 놀린다.
지독한 착취 후에 선보이는 연약한 인간적 면모.
피해자가 오히려 가해자를 동정하고 이해하게 된다는 스톡홀름 증후군이 생각났다.
아니, 굳이 그런 어려운 말을 갖다 붙일 필요도 없었다.
어처구니 없을 만큼 순해빠진 그녀는, 눈앞의 자신을 절대 외면하지 못할 테니까.
지금처럼 마음 아파하는 모습만 내보이면 그녀의 착한 천성을 부추기는 것은 간단한 일이다.
“아... 아니에요. 다시, 다시 넣어주세요. 목구멍 쑤셔주세요 주인님.”
혜지의 두 눈에서 삽시간에 혼란이 사그라들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진지하게 털어놓는 말을 불신하기는 그 누구라도 힘든 법.
더군다나 제정신이 아닌 상황에서, 평생을 함께하리라 믿는 연인이 이런 말을 해온다면 더욱 그랬다.
갈 곳을 잃고 어쩔 줄 모르던 그녀의 두 손이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창백히 질린 얼굴로 미련스럽게 하트를 그려낸다. 그녀는 가해자의 호소에 깊이 동조한 나머지 그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에 몰두한다.
“이런 남자라서, 미안해. 근데 나도 어쩔 수가 없어서 미쳐버리겠어. 날... 조금만 더 이해해달라고 부탁해도 괜찮을까?”
“괜찮, 괜찮아요. 이해할 수 있어요, 주인님.”
몸을 세우고 다시금 입을 벌린 혜지는 방금의 폭력에 가까운 행위를 부정한다.
단순히 목구멍에 닿을 때까지 삽입하는 것을 넘어 그 상태로 마구 허리를 흔들어대는 과격한 플레이.
그건 조금도 이상한 것이 아니다. 오빠가 말한 사랑의 방식중 하나일 뿐이다.
혜지는 곧 찾아올 고통을 받아들여야 할 적당한 이유를 만들어 내고 적극적으로 주워삼킨다. 몸을 덮쳐오는 불안을 억누르기 위해 그의 행동을 포장하고 합리화한다.
지금의 상황은, 어차피 연극이다. 오빠의 취향을 위해, 그리고 오빠의 기쁨을 위해 연기하는 것일 뿐이며 이 순간만 지나가면 다시 사랑을 속삭일 수 있다.
현실을 마주할 수 없는 나약한 정신은 그렇게 현실을 도피해 더 멀리 달아났다. 눈앞의 가해자를 직시하기보다 합리화라는 진통제만을 들이켰다.
“진짜... 진짜 고마워. 난 이제 자기 없으면 정말 못 살 것 같아. 자기도... 자기도 그렇지?”
“네, 저도... 주인님 없으면, 흐윽... 못 살아요. 주인님 밖에 없어요.”
현우는 그녀가 절대로 그만이라는 말을 외치지 못하도록 꼼꼼히 동여맸다. 이 여자를 자극하는 감성적인 말은 이 정도면 충분한 듯 보였다.
자칫 여기서 더 나아가면, 또 눈물을 질질 흘려댈지도 모르니까. 그걸 달래주는건 생각만 해도 피곤한 일이다.
“그럼 다시 박을게. 중간에 토할 것 같으면 언제든 토해. 알겠지?”
혜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보기에도 안쓰러운 미소를 끌어올렸다. 토할 때까지 박아넣는게 과연 정상일까라는 의문은 더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그저 사랑하는 오빠의 취향일 뿐이다. 그거 하나면 더 이상 긴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현우는 몸을 일으켜세웠다. 확답을 받아냈으니 다시 본론으로 돌아갈 때다.
이젠 토하든 말든 그저 박고, 또 박으면 그만이다.
그야말로 인간 이하의 대우. 야동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하드한 플레이라는 생각에 쿠퍼액이 줄줄 흘러나왔다.
평범한 연인 사이라면, 시도 자체만으로 이별의 사유가 될 만큼 가학적이고 비상식적인 행위.
인정사정 두지 않고 목구멍을 쑤셔댄다면 구역질 이전에 제대로 된 호흡조차 할 수 없을 테고, 남자의 성욕을 위해 질식까지 감수하는 여자는 매우 드문 법이니까.
그런 사실을 떠올릴수록 지금의 상황이 더 마음에 들었다. 남들은 꿈도 꿀 수 없을 일을 몇 마디 말로 일구어낸 것이나 다름 없었다.
현우는 망설이지 않고 그녀의 입 속에 자지를 쑤셔박는다. 눈과 귀로, 그리고 잔뜩 민감해진 성기로 자신이 빚어낸 걸작을 맛본다.
한 사람의, 그리고 한 여자의 존엄과 가치를 철저히 짓밟는 무자비한 능욕. 호흡할 틈이라고는 조금도 주지 않고 초 단위로 목젖을 찔러댔다.
마치 도구를 사용하듯 박아대고 있으니 그녀가 느낄 고통이 어느 정도일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그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소 짓는다. 웃기지도 않을 하트를 만들어내느라 미미한 저항조차 제대로 못 한다.
"우웨웨웨에엑!"
혜지는 그후로도 두 번을 더 토했다. 더 이상 올라올 것도 없는지 맑은 침방울만 한 바가지를 쏟아냈다.
완전히 생기가 죽어버린 눈동자. 안면에 경련이 일 정도로 실룩이는 볼.
바라만 보고 있어도 마음이 설레는 광경이다.
그녀의 정신병이, 이번에는 또 어떤 방향으로 튀어나갈까.
지금의 행위가 그녀를 어디까지 길들여놓을까.
현우는 즐거운 상상을 이어나가며 무심히 입을 열었다.
“다 헹궜으면 다시 입벌려주라.”
어쨌건, 오늘은 오늘의 할 일을 충실히 이어나가면 그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