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7화 〉조교 1일차 (10) (27/87)



〈 27화 〉조교 1일차 (10)

현우는 여전히 검사 자세를 취하고 있는 혜지를 바라보다 쓱 하고 손을 들어올렸다.

아마 방금의 체벌을 떠올린 모양인지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리는 혜지.

현우의 눈치를 살피는  눈에는 공포가 선명하다.

그 모습이 제법 귀엽기도 했지만 폭력의 힘이 놀랍다는 생각이 들어 속으로 웃음이 터져나왔다.

사람의 마음을 망가뜨리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수단은 역시 폭력이 아닐까.

방금까지 커뮤니티를 바라보며 깔깔거리던 여자가 이젠 치켜든 손만 보고도 벌벌 떠는 성노예가 되다니, 십여 분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할  없던 모습이다.

가슴을 때리는 일도 즐거웠지만 그러한 간극이 가져다주는 쾌감이 현우의 가학심을 채워준다.

현우는 들어올린 손으로 혜지의 뺨을 잠시 쓰다듬어주다가 앙다문 입술 사이로 손가락을 쑤셔넣었다.

혜지가 이 손가락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고 여기서 멈출지  나아갈지를 가늠해볼 속셈이었다.

만일 조금이라도 불만의 기색을 내비친다면 자신도 과했노라 사과하며 다독여주면 그만이었고...

"흐으응... 으읏.... 하아아..."

지금 같은 기특한 반응을 보인다면, 글쎄... 좀더 괴롭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싶었다.

혜지는 굳어있던 혀를 움직이며 어떻게든 신음을 쥐어짜내려고 용을 쓰고 있었다.

"그래, 그렇게 배운 대로만 하란 말이야. 신음소리 더 크게 내."

현우는 눈앞의 비참한 광경을 감상하며 무심히 명령을 내렸다.

한층 더 격렬해진 신음소리가 방 안에 울려퍼진다.

누군가 들으면 보지에 쑤셔박는다고 착각할 만큼 천박한 신음소리.

현우는 혜지를 한층  몰아붙일 생각으로 손가락을 세워 목젖 깊숙이 찔러넣었다.

그녀는 끅끅대는 소리를 내면서도 결코 혀는 멈추지 않는다. 턱을 타고 흘러내린 침이 벌게진 가슴으로 뚝뚝 떨어졌다.

치부를 훤히 드러내는 부끄러운 자세로 입안의 손가락에 봉사하느라 여념이 없어보이는 혜지.

실제로도 그녀의 머릿속엔 오빠의 손가락을 핥아야겠다는 생각 하나 뿐이긴 했다.

불안과 공포로 얼어붙은 그녀였지만, 입보지를 쑤셔주면 신음을 내야한다는 가르침을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안그래도 어찌 해야 할 바를 몰라 혼란스러워만 하고 있던 찰나였기에 손가락을 핥고 신음을 흘리는 일은 그녀가 몰두할  있는 유일한 목표가 되어주었다.

일종의 강박증마저 느껴지는 모습. 마치 쪽쪽이를 입에 문 아기마냥 손가락을 빨아댄다.

아무리 정당한 폭력이라 스스로를 납득시키더라도, 그것이 미치는 영향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정신은 생애 처음 겪어보는 진심 어린 폭력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져내렸다.

그러한 비정상적인 반응을 지켜보며 현우의 입꼬리가 점점 올라간다.

극도의 불안감이 일시적인 착란증세라도 불러온걸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유야 어찌 됐든, 츄릅하는 침소리와 야릇한 신음소리가 제법 듣기 좋았으니 별 상관은 없었다.

특히나 스스로의 젖가슴을 후려친 손가락에 정성껏 봉사하는 언밸런스함이 그의 뒤틀린 성욕에 딱 들어맞았다.

혜지는 잔뜩 오그라든 목으로 어깨를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아까부터 눈동자도 초점을 잃고 이리저리 흔들렸다.

선명하게 전해져오는 그 불안은 결코 꾸며낸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아주 조금의 여유도 주지 않고 몰아붙여서인지 제대로 넋이 나간 눈치였다.

현우의 마음은 그제서야 오롯이 흡족해졌다.

"그만 핥고 무릎 꿇고 앉아. 손은 무릎 위에 공손히 모으고."

현우의 말에 재빨리 무릎을 꿇어대는 그녀에게선 저항의 낌새는 찾아볼 수 없었다.

마음을 잠식한건 오로지 불안과 공포 뿐이라는 사실이 다시금 분명해졌다.

현우는 지금의 그로기 상태를 이용해 그녀의 세뇌를 한 겹 더 공고히 쌓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물론 그런 생각에는 혜지의 성격에 대한 어느 정도의 확신이 자리잡고 있었다.

지금같은 상황에서 좀더 압력을 높이더라도, 산산이 부서질지언정 튀어오를 여자는 절대 아니었다.

현우는 그녀의 목을 옥죌 날카로운 말들을 순식간에 벼려냈다.

"뭐든 다 할 수 있다고, 잘하겠다고 약속하고 아직 하루도 안 지났어. 나라고 널 혼내면서 마음이 편하겠냐? 나도 지금 얼마나 속상한데. 믿어도 된다며."

현우가 싸늘히 내뱉는 말들이 비수가 되어 혜지의 가슴에 꽂혔다. 교묘히 그녀의 잘못으로 몰아가며 죄책감을 한껏 북돋는다.

욕 한 마디 섞여 있지 않은 차분한 말들이었지만 그 어떤 폭언보다 그녀의 마음을 난도질했다.

혜지는 그저 스스로를 더 자책하는  외에는 방도가 없었다.

그녀의 갈등회피적 성향은 지금의 상황을 몹시도 두려워하고 있었다.

오직 용서를 구하고 싶다는 생각, 그리하여  상황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 뿐.

잘잘못을 따져 묻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녀가 바라는 것은 오직 평온이었기에, 한낱 이성이 끼어들 자리는 없었다.

"제가... 진짜 잘하려고 했는데... 방금은, 실수라서... 이제 배웠으니깐, 진짜 명령만 잘 따를 수 있어요. 용서해주세요."

혜지는 거칠어진 호흡을 가다듬으며 허겁지겁 말을 이어갔다. 입안이 바싹 말라 목구멍이 타는듯했다.

현우는 그런 혜지를 바라보며 조소를 흘렸다. 어쩔 줄 모르고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 예상대로였다.

잠시 뜸을 들이다가 이번에는 또 누그러진 어투로 다시 말을 꺼냈다.

그녀가 무너진 정신을 추스를 여유를 주지 않고 엄격함과 따스함을 번갈아가며 흔들어댈 속셈이었다.

"방금 맞은 데는 참을만 해? 많이 아프진 않고?"

"네, 주인님. 괜찮아요. 저 정말 괜찮아요, 제가 잘못한 거니깐...."

"혜지 너도 가벼운 마음이나 장난스런 마음은 아니었을거야. 단지 익숙하지 않아서 그랬던거지?"

"네! 그거에요! 제가 익숙하지가 않아서, 그래서..."

현우는 혼란스러워하는 혜지를 타이르며 그녀의 생각을 점점 한 곳으로 몰고갔다.

그건 현우가 혜지에게 내려준 한 줄기 동아줄이었다.

그는 은근히 용서를 암시하는 말투를 이용해 혜지의 심리를 마음대로 조종하려 했다.

마치 이것을 붙잡으면 다시 평화를 되찾을 수 있을 것처럼 눈앞에서 살살 흔들어준다.

"그래도 우리가 약속한게 있으니까 어쩔 수 없이 혼낸거야. 하나둘 그냥 넘어가기 시작하면 엉망이 될게 뻔하니까. 너도 그건 원치 않잖아?"

"네, 제가 잘못한거니까, 벌 받기로 했으니까... 저 정말 괜찮아요, 주인님..."

현우의 짐작대로 그녀는 어떤 말을 해도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무조건적인 동의를 표했다.

그가 내밀어준 동아줄을 어떻게든 붙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을 던져왔다.

"혹시 내 설명이 부족했어? 아니면 절대복종이란게 어떤건지 잘 실감이 안 났던거야?"

"아니에요, 오... 아니, 주인님. 주인님은 설명  해주셨는데... 제가 잘 한다고 그래놓고... 혼자 신나서..."

그녀는 저도 모르게 오빠라는 말이 흘러나올  했지만 다행히 실수를 저지르진 않았다.

그럼에도 솟구치는 불안감에 무릎 위에 모은 손가락을 배배 꼬았다. 현우의 기분이 나빠지기 전에 서둘러 말을 덧붙였다.

"주, 주인님 말씀대로 제가, 제가... 실감이 안 나서 그랬어요. 맞아요,  익숙해서... 실감이 안나서... 근데 지금부턴 진짜  할  있어요."

혜지는 폭력에 못 이겨 거짓진술을 자백하는 피의자처럼 모든게 자신의 잘못이라 시인하고 또 시인했다.

그녀에겐 현우의 마음이 풀릴 기미가 보인다는 사실만이 중요했다.

방금까지 커뮤니티를 보며 웃고 떠들었단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분위기가 돌변해있었다.

그녀는 지금의 숨막히는 공기를 어떻게든 이전으로 돌려놓고 싶었다. 아까의 행복을 되찾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현우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주며 자신이 후려쳤던 젖가슴을 바라봤다.

붉은 손자국이 마치 가축에게 찍은 낙인처럼 새겨져있다. 이 여자가 자신의 소유임을 증명하는 표식같았다.

"나도 실망스러워서 화가  났나 봐. 널 믿은 만큼 기대가 컸으니까. 앞으로는 잘 할 수 있지? 실망  시킬거지?"

현우는 이젠 자신이 뭐라 지껄이는지도 모르고 생각나는대로 내뱉었다.

이쯤 괴롭혔으면 슬슬 앞으로의 다짐을 듣고 그 죄를 사하여주면 될 듯 싶었다.

"네, 진짜진짜, 이젠 정말 명령대로만 할게요. 주인님 말  들을게요. 실망 시켜드려서 제가... 제가 잘못했어요."

혜지는 간절한 눈빛으로 힘차게 고개를 끄덕여댔다. 얼마나 세차게 흔드는지 젖탱이도 덜렁거리는게 우스웠다.

그녀가 그렇게나 원하던 화해의 순간이 눈앞에 있었다.

현우는 그런 혜지를 가볍게 끌어 안고 토닥여주었다.

마음대로 폭력을 가했고, 이를 넘칠만큼 합리화 시켰으며, 더 잘하겠다는 맹세도 얻어냈다.

이젠 그녀의 마음에 앙금이 남지 않도록 살살 달래줄 차례였다.

아무리 혼나더라도 다시 부모의 품을 찾는 아이처럼,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이 악순환에 길들여지고 말 것이다.

"고생했어. 이젠 편하게 안겨도 돼."

그제서야 혜지는 현우의 품에 고개를 묻고 참아왔던 깊은 숨을 내쉬었다. 손바닥이 땀으로 젖어 축축했다.

팽팽히 붙잡고 있던 신경의 끈이 느슨해지며 다리에 힘이 풀렸다.

축 늘어진 몸은 쉴새없이 잔떨림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방금의 폭력에 상당히 큰 스트레스를 받은 모양인지 가벼운 공황 증세까지 찾아왔다.

그러나 몹시나 아이러니하게도, 혜지는 그녀에게 폭력을 가한 장본인의 품 속에서 조금씩 안정되어 간다.

자신의 등을 토닥이는 부드러운 손길이 한없이 야속하면서도 편안했다. 회초리질 후에 다독여주는 엄마의 손길 같았다.

"이제 쫌 괜찮아?"

현우는 그녀를 토닥이던 손을 걷어내며 물었다.

혜지는 간신히 미소를 만들어내며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순식간에 찾아온 탈력감에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이 없었다.

그런 혜지를 조심스레 침대에 눕히는 현우. 아까의 고통이 아직 그녀의 머리를 멤돌고 있을 테니 쾌락으로 씻어내  필요가 있었다.

불안과 공포 후에 베풀어주는 거짓사랑 한 줌은 그녀의 정신을 붕괴시키기 위한 그만의 레시피였다.

이렇게 여러 번 반복하다보면 그녀의 무의식 속엔 고통과 쾌락의 연결고리가 만들어질 것이고...

아주 조금씩 수위를 높여나가다보면 언제든 후려칠 수 있는 장난감이 완성될 것이다.

방금의 다소 충동적인 체벌에서 그 가능성이 충분히 엿보였다

현우는 손을 뻗어 자신이 무자비하게 내리갈긴 젖가슴을 쓰다듬어주었다.

그녀의 따스한 체온이 손바닥으로 전해져 온다. 나이에 걸맞게 조금의 처짐도 없는 탄력도.

새하얀 젖가슴은 마치 비단처럼 윤기가 있었다.

힘껏 얻어맞앗는데도 어느새 붉은기가 가라앉아 있는  또한  싱싱함의 증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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