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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화 〉조교 1일차 (1) (18/87)



〈 18화 〉조교 1일차 (1)

현우는 혜지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어깨를 들썩였다. 자꾸만 웃음이 터져나와 참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눈물 한 방울도 톡 흘려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눈물샘은 조금의 미동도 없었다.

 극적인 연출로 마무리짓지 못하는게 안타까웠다.

혜지는 잦게 몸을 떠는 현우를 보고 마음이 애잔해졌다. 그의 등을 부드럽게 토닥이며 연신 괜찮아를 중얼거린다.

이젠 자신이 오빠의 여자친구이니, 이 불쌍한 사람을 온몸으로 품어 안겠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오빠... 내가 다 이해할 수 있어. 그러니깐 이제 오빠는 행복하기만 하면 돼. 알겠지? 울지말고! 뚝!"


"... 나 안 울어. 말하고나니까 뭔가 후련하기도 하고 힘 빠지기도 하고 그래서 그래."

"맞지? 나도 그랬다니까. 근데... 우리 오빠 벌써부터 힘 빠지면 안 되는데~"

혜지는 현우의 얼굴을 끌어안고 일부러 젖가슴에 부비적거렸다.

슬그머니 현우의 사타구니로 손을 뻗어 축 늘어진 물건을 만지작거리기도 했다.

우울한 오빠를 얼른 기분 좋게 해주고 싶었다.


"뭐든 해주겠다는 여자친구가 있는데 힘을 내야지! 내가 뭐 해줄까? 말만 해."

혜지는 일부러 더 씩씩한 목소리로 떠들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열의로 반짝였다.


오빠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오든, 다 들어줄  있을 것만 같았다.

현우는 그제서야 살짝 고개를 들고 옅게 웃었다. 애써 기분을 추스르고 기운을 내는 것처럼 연기했다.

그러나 속에서는 극도의 희열이 폭죽처럼 터지고 있었다.


지금부턴 이 여자의 영혼을 야금야금 갉아먹을 차례였다. 그 첫단계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동조였다.

"자기야... 음... 뭐든 하겠다는건 좋은데..."


혜지는 현우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오빠의 첫 명령이 무엇일지 기대가 됐다.


"난 자기도 내 취향을 즐겼으면 좋겠어. 단순히 내가 시키니까 한다 이런거보다는. 무슨 말인지 알겠어?"

혜지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가 항상 말했던 자발성을 말하는듯 했다.

"섹스도 그랬잖아. 쿵짝이 맞아야 하지, 한 사람이 가만히 누워있기만 하면  재미야. 난 네가 더 몰입을 했으면 좋겠어. 처음엔 양념치킨도 먹어보니 맛있네 하다가, 나중에는 먼저 양념으로 시키자고 조르는 것처럼 말이야."


현우는 그녀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여태껏 그랬듯 간단한 예를 들어 말했다.

혜지는 개떡같은 소리도 찰떡같이 알아들은 모양인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오빠가 시키는 것만 할 생각말고 스스로 생각을 하라는거 아니야."


"응, 대충 그런 말이지. 너도 적극적이 되어달라는거야."


"근데 나 아직은 아는게 별로 없는데... 오늘은 일단 오빠가 리드해주면 안돼?"

혜지는 자신감 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차라리 오빠가 하라는 대로 하는게 마음이 편할  같았다. 스스로 떠올리려니 막막하기만 했다.


"괜찮아. 천천히 알아가면 되지. 그럼 나랑 이것좀 같이 봐볼래?"


현우는 침대맡의 휴대폰을 집어들며 물었다. 이윽고 휴대폰 화면에는 어느 성인 커뮤니티의 홈페이지가 떠올랐다.


그곳에는 회원들이 사진을 올리는 SM갤러리와 능욕/욕플 게시판이 있었다.

"여긴 나랑 취향이 같은 사람들이 사진 올리고 글 쓰고 하는 곳이거든. 이런거 처음 보지?"

혜지는 물끄러미 화면을 내려다봤다. 한때 유행한 소라넷 같은 사이트인가 싶어 조금 꺼림칙했다.

"이거 위험한거 아니야?  접속해도 돼?"


"괜찮아. 다 상대방 허락 받고 올리는 사진들인걸. 여기 아이디 옆에 여자화장실 마크 같은거 보이지? 이건  사람이 여성 인증 회원이란거야. 자기가 자기 사진 찍어서 올리는거지."


"남자그림이랑 여자그림이랑 같이 있는건 뭐야?"

"그건 부부나 커플 인증 받은 사람들이야. 우린 이 아이디를 같이 쓰니까 괜히 쪽지나 댓글로 작업걸지 말라고 하는거야."

혜지는 현우의 조곤조곤한 설명을 들으며 새로운 세계에 대한 지식을 채워갔다.

이런 커뮤니티를 한 번도 접해본 적이 없었기에 신기했다.

조회수로 게시물을 정렬하니 게시물당 많게는 만을 뛰어넘는 조회수와 수백개의 댓글 표시가 보였다.

"회원 엄청 많지? 다들 내 남자친구,  여자친구랑 이만큼 행복하다는걸 자랑하고 있는거야."


현우는 우선 혜지의 경계심부터 누그러뜨렸다. 군중심리에 호소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효과적인 수법이었다.

혜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제 손가락으로 휴대폰 화면을 이리저리 만지작거렸다. 그녀의 눈동자는 게시물의 제목을 찬찬히 훑어보고 있었다.

[스압주의) 내가 아다깨준 20살 노예년 각종 사진 모음]


가장 추천수가 높은 게시물 밑으로 적나라한 제목들이 줄줄이 보였다. 암캐, 걸레년, 좆집 등등. 그중에 육변기란 말이 눈에 띄었다.

"오빠, 여기 육변기는 무슨 말이야?"

혜지는 천진난만한 눈으로 해맑게 물었다.


"그 밑에 좆물통이니 정액변기니 하는거랑 비슷한 말이야."

혜지는 그래도 이해가 잘 안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정액변기도 처음 듣는 말이었다.


"음... 자긴 똥오줌 눌 때 변기한테 허락받고 싸?"


"아니지. 그냥 싸지."

"그거랑 똑같아. 변기처럼 내가 꼴릴 때 맘대로 쓰고,  정액을  받아먹는 여자를 육변기나 정액변기라고 하는거지."

헤지는  말을 듣고서야 이해가 된듯  - 하는 탄성을 흘렸다. 그리고는 제법 발칙한 말을 쏟아냈다.

"오빠 그럼 나도... 육변기 아니야? 오빠 정액 다 받아먹잖아."

혜지는 웃음을 터뜨리며 장난스럽게 물었다. 순진한 미소와 어울리지 않는 천박한 말이 현우를 흥분시켰다.

"... 그렇지. 그 말 개꼴리는데?"

혜지는 현우의 껄떡이는 자지를 흘낏 바라봤다. 귀두 끝에는 투명한 물방울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오빠 이런거 좋아하는구나? 엄청 야한 말."

혜지는 박수를 짝하고 치며 머리를 굴렸다. 오빠를  꼴리게 해주고 싶었다.

"내가 앞으로도 오빠 정액변기 할게. 오빠가 싸면 다 먹어줄거야! 대신 오빠는 쭉 나한테만 싸야한다?"


현우는 혜지가 그 말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나 지껄이는건지 궁금해졌다.

스스로를 비하하는 천박하고 음란한 말들을 어떻게 가르쳐야하나 고민중이었는데 고민할 필요가 없어보였다.


"자긴 그런 말 하면 기분  나빠? 나야 좋은데, 자기를 깎아내리는 말이잖아. 도구처럼."

"에이, 기분 나쁠게  있어. 오빠 좋으라고 하는 말인데. 오빠도 이런  듣고 싶잖아.  하나 해주는게 뭐가 어렵다고."

혜지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사랑하는 오빠를 위해서라면 백 번이든 천 번이든 해줄 수 있었다.

감동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현우를 보고 어깨를 으쓱거렸다.

"근데 그만큼 오빠도  사랑해줘야한다? 안 그럼 나 조금 삐질지도 몰라."


"당연하지. 네가 이런  불쾌해할까봐 조마조마했었는데 안심이다."

"오빠는 내 각오를 뭘로 보고 그래~  정말 자신 있다니까. 더더더 변태 같은... 아, 변태란 말은 안하기로 했었지."

혜지는 변태를 대체할 단어를 고심하는  눈알을 굴렸다.

"아, 몰라. 하여튼  이상한 말도 다 해도 돼. 우리 사이엔 솔직한게 중요하다며. 지금부턴 눈치 보지 말고  말하기다?"

혜지는 약속의 의미로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오빠가 우물쭈물하며 위축되어 있는 것이 신경 쓰였다.

용기를 내서 취향을 고백했을텐데 괜히 자신이 쭈뼛거렸다가 혹여나 상처를 줄까봐 더 대수롭지 않게 굴었다.


"오케이. 그럼 첫 명령으로 음... 우리 여기 커플인증 아이디 만들자. 그걸로 자기도 여기 구경하면서 보고 배웠으면 좋겠어."

혜지는 오빠의 입에서 나온 명령이란 말이 반가웠다.  명령이니만큼 무조건 들어줄 생각이었다.


"인증 그거 어떻게 하는건데? 위험한건 아니지?"


"얼굴은 안 나와도 되고, 아이디랑 닉네임 적은 쪽지 들고 사진 찍어서 올리면 돼. 대신 가슴이랑 보지는 나오게."


혜지는 사진이란 말에 본능적인 거부감이 들어 흠칫했다.

그러나 꾹 눌러참고 고개를 끄덕였다. 첫 명령은 무조건 오케이하겠다고 굳게 결심했으니까.


"걱정 안해도 돼. 이건 그냥 커플링, 커플티 같은거야. 이 사람은 임자 있는 사람이니까 건들지 말라고 경고하는거지. 얼굴도  나온다니까."

혜지는 현우의 이어지는 말을 듣고 조금 남아있던 거부감마저 눈녹듯 사라졌다.


커플이란 말이 그녀의 마음을 또 한번 사로잡았다.

"알겠어. 까짓거 커플인증 하자!"

"그럼 아이디부터 만들까? 뭘로 하지?"

그후 둘은 기억하기 쉬운 공동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정하고 닉네임을 골랐다.

커플 아이디의 닉네임은 프밍이었다. 만남 어플에서 쓰던 닉네임인 '프프'와 '혜밍밍'에서  글자씩을 따왔다.


혜지는 프밍이란 닉네임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어감이 귀엽기도 했고, 두 사람의 결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닉네임 같았다.

그녀는 속으로 프밍이란 말을 몇 번이나 되뇌었다.

"이제 인증샷 올려야하는데 종이랑  있어?"


"헐... 우리집에 그런거 없는데... 편의점 가서 사와야하나?"

현우는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괜찮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럼 사놓고  안 쓰는 립스틱 같은건? 유통기한 지난거라든지."


"아... 그건 있을걸. 잠깐만."


혜지는 화장대를 뒤적이더니 구석에 박혀있던 립스틱 하나를 꺼내들었다.

"이걸로 몸에 글씨 써서 인증하자. 그래도 되지? 립스틱은 먹어도 상관없는거니깐 몸에 나쁘진 않을거야."

혜지는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버릴 물건이었기에 별로 아깝지도 않았다.

"그러자 그럼. 나 침대에 누우면 돼?"

베개를 베고 누워 물끄러미 현우를 쳐다보는 혜지. 현우는 립스틱을 손에 들고 어디다 글을 적을까를 고민하고 있었다.


"내가 적고 싶은데 적는다? 간지러워도 좀만 참아."


먼저 혜지의 새하얀 가슴에 글자를 적기 시작했다.


내려다보이는 왼쪽가슴에 아이디를 적고, 오른쪽 가슴에 프밍이란 닉네임을 크게 적었다. 명치 부근에는 오늘의 날짜도 작게 적어넣었다.

그러나 이대로 끝낼려니 무언가 아쉬웠다.

현우는 간지러운듯 실실 웃고 있는 혜지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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