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화 〉뱀의 혀 (2)
현우는 이 여자를 본격적으로 조교하기에 앞서, 우선은 일종의 안전장치부터 마련할 생각이었다.
바람직한 성노예의 마인드를 심어주는 건 그 다음의 일이었다.
"나도 굳이 이런 이야기는 안 하려고 했는데... '솔직'하게 말하는게 좋을 것 같아서 말하는거야."
"응응 괜찮아 오빠. 편하게 말해도 돼."
앞서 말한 '솔직'이라는 키워드로 우선 혜지의 마음을 두드린다.
할까말까 고민하던 말을 '솔직하게' 해볼테니 들어달라는.
진지한 표정으로 그런 말을 하니 덩달아 혜지의 표정도 진지해졌다.
"일단 그... 마음에 마음에 안 든다고 섹스를 안해준다고 한 건 조금 얘같다고 하나. 앞으로 너랑 안놀아 그러는 유치원생 같잖아."
나무라는 듯한 말과는 다르게 현우는 손길은 따스하기만 했다.
그의 손은 혜지의 말랑한 귓불부터 부드러운 뺨까지를 천천히 쓸어내렸다.
"그렇다고 내가 지금 네 전남친 편 드는거 아니란거 알지?"
"...응, 알지."
대답하는 혜지의 목소리가 조금은 안정되어 있었다.
어쨌든 지금 오빠의 손길은 부드러웠으니 그걸로 됐다 싶었다.
현우는 그런 혜지를 무심히 바라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까 내가 우리 사이에는 뭐가 중요하댔지?"
"솔직한 거!"
혜지는 선생님의 질문에 답하는 학생처럼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근조근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맞아. 그리고 솔직하려면, 대화를 미뤄서는 안돼."
혜지는 입을 다문 채 현우의 이야기를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대화. 그건 현우가 혜지를 천천히 성노예로 물들여가는 데에 반드시 필요한 안전장치였다.
혜지같은 여자는 웬만큼 내키지 않는 일이라도 일단 참고 받아들인다.
그러다 그게 한계에 달하면 전남진의 경우에서처럼 급발진 해버린다.
아까의 이야기에서 혜지의 성격이 어떤지는 대충 파악이 끝난 참이었다.
그렇기에 대화라는 족쇄를 채워둘 필요가 있었다.
대화는 혼자 꾹 눌러참는 이 여자가 어느 만큼 한계에 달했는지, 능욕의 수위를 높일지 줄일지를 알려줄 소중한 시금석이 되어줄 터였다.
물론 써먹기에 따라 이 여자를 압박할 또다른 수단이 되어주기도 할테고.
"마음에 안 드는게 있으면 혼자 꿍해있을게 아니라 말을 해줘야 돼. 혼자 참기만 하면 쉽게 풀릴 일도 어려워진다니까?"
"... 오빠 말이 맞아. 나 사실 불만 있어도 그냥 혼자 참고 넘기는 편이거든. 굳이 말하는 것도 골치 아프고 피곤해서."
"아까 전남친이랑 싸운 이야기 들어보니까 딱 그렇더만. 네가 계속 참기만 했다며."
"응, 그랬지..."
"그렇게 입 꾹 다물고 있다가 펑하고 터뜨리면 상대방은 얼마나 띵하겠어. 갑자기 얘가 왜 이러나 할거 아니야."
헤지는 무언가 할 말이 있는듯 입을 오물거렸지만 결국 입을 떼지는 못했다.
현우의 말이 맞는 말이긴 한 것 같아 손만 꼼지락거렸다.
실제로 그녀는 남에게 불만을 표하는걸 어려워했다.
그로 인해 싸해질 분위기, 껄끄러워질 관계, 그러다 얼굴을 붉히며 큰 소리로 다투는 모든 것이 생각만 해도 큰 스트레스였다.
그럴 바엔 그냥 혼자 참는게 차라리 속편한 일이었다.
"오빠 말이 맞긴 해. 근데 그게 어려운걸 어떡해. 나 아마 전남친이 술 먹고 개지랄만 안 했으면 여태 참고 있었을 수도 있어."
혜지는 입술을 삐죽이며 툴툴거렸다. 그녀의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전남친이 아마 조금만 양보하고 달래줬어도 언제 그랬냐는듯 헤실거리며 내 남친이 최고야를 외쳤을지 모를 일이다.
현우도 그 사실을 이제는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전남친이 더 병신같았다.
조금만 요령을 부렸으면 입싸나 목까시는 아무 것도 아닐 여자인데...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 병신이였다.
여튼 대화라는 안전장치는 어느 정도 그녀에게 먹힌 듯 했다.
고수위의 능욕에 혹여나 그녀가 토라지면, 대화는 그녀를 옥죌 좋은 수단이 될 터이다.
'그러게 대화가 중요하다고 했지 않았느냐, 불만이 있으면 미리 말하지 그랬냐'고 하거나 '너도 분명 아까 괜찮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윽박지르는 것은 이 어리숙한 여자에게 책임을 전가할 손쉬운 명분이었으니까.
그렇게 모든 책임을 '대화'를 소홀히 한 그녀에게 넘기고, 제대로 말을 안해 몰랐다고, 당황스럽다고 하소연한다면 이 순해빠진 여자의 죄책감을 유발하는 일은 누워서 떡먹기였다.
마음이 여리디 여린 그녀는 오히려 미안하다고 사과를 해올지도 몰랐다.
현우는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통해, 그녀에게 죄책감만 품게 만든다면 그녀가 쉽사리 돌아서지 못하리란걸 깨달았다.
다른 사람이 듣는다면 말도 안되는 일이라 하겠지. 그러나 현우는 자신이 있었다. 필요한건 오직 시간뿐이었다.
이 여자의 벼랑 끝 심리 상태를 생각해보면, 그깟 병든 마음 하나정도야 시간만 충분하면 언제든 제멋대로 뒤흔들어 놓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나한테는 미리 말로 알려줘. 나보고도 갑자기 섹스 안한다 그러면 나 많이 당황스러울것 같으니까."
"에이, 오빠한테는 그럴 일 절대 없네요. 대신 오빠도 나한테 불만 있으면 솔직하게 말해주는거다?"
"응. 당연하지."
혜지는 현우의 답을 듣더니 배시시 웃으며 입을 열었다.
"오빠, 그럼 말 나온 김에 솔직히 말해봐. 아까 나랑 섹스... 별로 마음에 안 들었지?"
"... 응, 조금?"
현우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꿍꿍이가 있어 솔직과 대화를 가르쳤더니 엉뚱한 곳에 써먹는다.
얌전히 듣고만 있을줄 알았더니 의외의 모습이 있었다.
"딱 봐도 그래보였어. 아깐 왜 솔직히 말 안 한 거야~"
"그냥 적당히 좋을 만큼은 좋았어."
"나도 오빠 완전 만족시켜주고 싶었단 말야. 내가 얼마나 좋았는데... 나 혼자만 좋으면 미안하잖아."
혜지가 고개를 들어 현우의 눈을 응시했다. 그 눈빛에는 진심이 한가득 담겨있었다.
역시 아까의 트리플 오르가즘은 이 여자에게 꽤나 강력한 자극이었나 보다. 부채의식을 느낄 만큼 말이다.
현우는 곤두선 신경을 가라앉혔다. 혜지의 갑작스런 역습은 오히려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어질 것 같았다.
"21살 꼬꼬마가 나 만족시키려면 개힘들텐데?"
"피... 그런게 어딨어? 나도 알건 다 알거든?"
현우는 혜지가 하는 양을 보니 오늘 진도를 더 빼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지만, 그 요지를 살펴보면 결국 자신에게 봉사하고 싶다는 말. 이 여자에게 무엇을 시켜볼까를 떠올리느라 현우는 잠시간 침묵에 빠졌다.
현우가 그렇게 아무런 말이 없어지자 혜지도 고민하기 시작했다.
오빠를 만족시키려면 무얼 해줘야할까. 전남친이 좋아했던게 뭐가 있었지?
... 입싸? 근데 이미 한 번 쌌는데...
혜지는 현우의 품에서 조금 떨어져 나와 덜렁거리는 자지를 바라봤다.
아까까진 잔뜩 성이 나 있던 것이 지금은 말랑해져있었다.
아래로 손을 뻗어 부드럽게 움켜쥐니 오빠가 움찔하는 것이 느껴졌다.
혜지는 결심을 굳혔다.
"오빠, 이번에는 누워만 있어봐. 내가 오빠 뿅 가게 해줄게."
혜지는 짐짓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조금씩 일어나기 시작한 자지를 가볍게 흔들어대며 몸을 일으켰다.
어디 한 번 해보라는 듯이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는 현우의 얼굴이 보였다.
"내가 어떻게 해줄까 오빠?"
현우는 몸을 던져오는 여자가 퍽 마음에 들었다. 자신의 만족을 위해 한몸을 바치겠다는 갸륵한 봉사정신이 느껴졌다.
그렇다면 어떤 명령을 내려야할까.
"난 야하면 야할수록 좋더라."
"그게 뭐야~ 딱 말을 해야 알지."
"알건 다 안다고 한게 누군데. 뭘 하든 이상하다고 생각 안할테니까 부끄러워하지말고 아는 대로 다 해봐."
혜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단단히 일어선 자지로 입을 가져갔다.
아까 싸고나서 닦지않은 정액이 귀두에 말라붙어 있었다.
입술에 와닿는 귀두의 감촉이 끈적하다. 무엇보다, 짭짤하면서도 한편으론 씁쓸한 맛이 혀에 감돌았다.
현우는 정액투성이인 귀두를 입에 머금어가는 혜지를 흥미롭게 지켜봤다.
하는 꼴을 보아하니 오늘내일중으로 저 목구멍에 정액이 넘어가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을 듯 싶었다.
혜지는 일단 현우의 자지 구석구석을 가볍게 핥았다.
현우는 방금까지 조잘거리던 입을 말라붙은 정액을 닦는 물티슈로 써먹는 것에 짜릿한 흥분을 느꼈다.
“아... 좋아... 아...”
중저음의 듣기 좋은 신음소리가 다시 귀를 울리자, 혜지는 고개를 들어 현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오빠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이니 조금은 신이 났다.
좀더 정성스레 기둥을 핥아 내려가는 혜지.
비릿한 정액 냄새는 여전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참을만 했다.
일단 오빠의 자지를 꼿꼿이 세우는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이제 오빠를 만족시키려면, 오빠가 좋아할 법한 일을 해야하는데...
혜지는 고개를 들어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현우의 물건을 목구멍으로 조금씩 집어넣기 시작했다.
그녀의 전남친이 유독 좋아했던 애무.
비록 그녀는 조금도 즐기지 않았지만. 전남친의 부탁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던 딥쓰롭.
이 오빠도 좋아하는건 마찬가지인지 헉 – 하는 신음소리가 들려온다.
“혜지야, 괜찮아? 안 힘들어?”
현우의 다정한 목소리에 혜지는 괜찮다는 말 대신 미소를 짓는다.
입 안에 가득찬 자지로 턱이 빠질 듯이 벌어졌기에 제대로 말을 할 수 없었다.
혜지는 목구멍을 깊숙이 찔러대는 귀두에 울컥 구역질이 올라왔다.
전남친의 것보다 더 길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한번에 뿌리까지 삼키기가 꽤 힘이 들었다.
“그렇게 무리하지 않아도 되는데. 앞에만 빨아줘도 충분하니까, 힘들면 바로 빼.”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현우의 눈빛에는 꾸며낸 걱정이 가득했다.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부드러운 손길을 느끼며 혜지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잠시 후, 혜지는 뿌리까지 완전히 목구멍으로 밀어넣었다.
“와 끝까지 다 들어갔네. 진짜 개섹시해. 미쳤다…….”
혜지는 뿌리까지 삼켜주니 좋아해주는 오빠를 보고 다행이구나 싶었다.
전남친이 목구멍 깊숙이 넣어댈 땐 짜증만 났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뿌듯함이 앞선다.
오빠에게 받은 정성스러운 애무에 조금이나마 보답한 기분이었다.
“그러고 한번만 웃어줄 수 있어? 눈 감지말고. 너무 예뻐서 눈 뜬 것도 보고 싶어서 그래.”
현우의 부탁에 혜지는 감고 있던 눈을 뜨고 눈웃음까지 지어보인다.
아까 구역질을 하며 흘러나온 것인지 눈가에 맺힌 눈물 한 방울이 똑 떨어졌다.
목가를 간질이는 자지에 또 다시 기침이 터져나올 것 같아 애써 눌러 참았다.
오빠가 부드럽게 자신의 눈물을 닦아주더니, 마주보고 웃는다.
지금까지 미소 중 가장 밝게 웃는 모습에 혜지도 따라웃었다.
현우는 그 모습을 보며 묘한 예감이 들었다.
이 여자를 조교하는건, 자신의 예상보다 훨씬 쉬운 일이 될지도 모르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