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화 〉함락 (2)
혜지는 자신의 아래를 비비적거리는 단단한 귀두에 숨을 들이킬 수 밖에 없었다.
아직은 입구만 문지르고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도 구멍이 조금씩 벌어졌다가 다시 좁아지는 느낌이었다.
혜지는 눈을 감은 채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고도 잇새로 새어나오는 앓는 소리를 참지 못해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무언가 두려웠다. 그리고 그만큼 기대됐다. 훅, 하고 들어오면 비명을 지를거만 같아 입을 틀어막은 손에 단단히 힘을 주었다.
그러나 현우는 조금도 서두르지 않았다.
자신의 물건을 받아들이기엔 아직 입구가 좁았다.
눈앞의 여자가 여전히 긴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본능이 알려준다.
한 번 따먹고 버릴 년이었으면, 평상시처럼 마음대로 헤집어버릴텐데.
긴장으로 좁아진 구멍을 강제로 열어젖히는 것은 꽤나 정복욕을 느끼게 해주는 일이니까 말이다.
거칠게 쑤셔댈수록 여자가 질러대는 비명, 그리고 고통으로 일그러지는 표정까지.
그 두 가지는 평범한 자극에 무뎌진 현우를 어느 정도 설레게 만들어준다.
이번에도 그러고 싶긴 했다. 바보같이 헤실거리던 이 여자를 밑에 깔고 무자비하게 범하는 것도 퍽 나쁘지 않은 일처럼 느껴졌다.
아픔을 참지 못해 얼굴은 일그러지고, 눈가에는 그렁그렁 눈물이 맺히겠지. 상상만으로도 꽤 즐거운 광경이었다.
그러나...그 정도의 사소한 즐거움이야 지금까지 들인 노력과 앞으로 얻게될 것에 비교하면 기꺼이 포기할 수 있었다.
현우는 혜지를 내려다보며 입맛을 다신다. 기댈 가족과 지인 없이 극도의 자기연민에 빠져 불안해하는 여자.
자신의 말 하나, 행동 하나에 울고 웃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역시, 한 번 쓰고 버릴 걸레처럼 대하기에는 아쉬운 여자였다.
현우의 그런 감정은 일종의 광기에 가까웠다.
원래부터 지니고 있던 컨트롤 프릭(Control Freak) 성향에 변태적인 성욕이 더해지니, 지독한 악의가 피어났다.
이 여자가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이 여자의 인생에 어느 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까.
껍데기 뿐인 말과 행동으로 이 여자의 절대적인 신뢰를 얻는다면, 과연 이 여자의 생각과 감정을 어디까지 조종할 수 있을까.
누군가 현우의 머릿 속을 들여다본다면 소름이 끼칠 만큼 오싹한 생각들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그에게 혜지는 이미 자아를 지닌 인간이 아니었다. 오직 자신의 손에서 망가뜨려지기 위해 존재하는 장난감이었다.
그래, 그러니까 일단은 연기를 계속 해야했다.
오늘은 그녀에게 운명처럼 다가온 꿈같은 남자가 되어줄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신뢰를 쌓고나면, 그런 다음에는...
현우는 떠오르는 생각을 주워삼키고 행동을 이어갔다.
질척하게 늘어진 애액을 귀두의 끝부부분터 묻힌다. 이리저리 기둥을 돌려대며 음순을 자극하기도 했다.
넣을듯 말듯 아슬아슬하게 질구를 꾸욱, 꾸욱 눌러댄다. 그 모습이 마치 조심스레 노크하는 모습을 닮아있었다.
어느 정도 혜지의 구멍이 풀어졌다는 생각이 들자, 아주 천천히, 보는 사람이 답답할 정도로 조금씩 밀어넣었다.
그러다 조금 뻑뻑하다는 느낌이 들면 망설이지 않고 바로 물러났다.
처음에는 귀두끝 1mm부터. 그러다 2mm, 3mm... 조금씩 파고들고 물러나는 깊이를 늘려나간다.
미세하게 앞뒤로 움직이며 입구를 집요하게 긁어댄다. 이건 현우가 경험으로 깨달은 방법이었다.
이미 한 번 절정을 경험한 여자는 신경이 모여있는 입구를 자극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분하는 모습을 봐왔다.
그리고 그건 여자의 긴장을 녹여내리기 마련이다.
실제로 현우의 느긋함에 안달이 나는 것은 오히려 혜지였다.
단단한 귀두가 입구를 쉼없이 간질였던 터라 아까부터 성감이 잔뜩 올라있었다.
입구에서만 꿈틀거리는 물건이 혜지를 애타게 만든다.
살짝 들어온 끝부분만으로도 단단함과 따뜻함이 느껴지는데, 끝까지 집어넣으면 어떤 느낌일지를 상상하면 가슴이 벌렁거렸다.
처음에는 현우가 파고들 때마다 허벅지에 힘이 들어가 몸이 굳었지만, 그러기를 수차례.
지금은 어떻게 되든 좋으니, 얼른 자신을 꿰뚫어줬으면 하고 바랄 뿐이었다.
혜지는 갈수록 목이 탔다. 현우의 성격이 원래 차분한 것인지, 긴장한 자신을 배려해 가까스로 본능을 눌러참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현우의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 감겨 있던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슬쩍 바라본 현우는,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짐승같은 표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흡사 먹잇감을 몰아넣은 맹수같은 얼굴. 그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욕망이 가득하다.
아, 이 오빠도 남자긴 남자구나. 지금도 당장에라도 박고 싶은 것을 필사적으로 참는 중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 지금 배려받고 있구나. 혹은 사랑받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욕망을 눌러참으며 조금씩만 허리를 움직이는 모습이 무언가 애처로워 보였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착하기만 한 사람이었다. 혜지는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오빠, 난 괜찮으니까... 오빠 하고 싶은대로 넣어도 돼."
현우는 갑자기 들려오는 혜지의 목소리에 뒤늦게 표정을 가다듬으며 고개를 들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두 눈에서 약간의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듯 했다. 밝게 웃는 표정에선 자신을 너그럽게 감싸안는 듯한 따스함이 느껴졌다.
그걸 보니 이 여자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굴러가고 있는지가 훤히 보였다.
얼마나 가당찮은 모습인지. 호랑이의 아가리에 몸을 들이미는 토끼 같았다.
현우는 혜지의 긴장이 충분히 풀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준비는 끝났다. 그렇다면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최고의 열락을 느끼게 해줄 때다.
"안그래도 참으면서 미치는 줄 알았어... 더 벌려봐, 바로 넣을게."
혜지는 이미 벌리고 있던 다리를 좀더 활짝 벌리며 무릎을 가슴쪽으로 당겼다.
박아달라 애원하며 남자에게 보지를 쑥 내어미는 듯한 야한 모습이다.
현우는 더이상 망설이지 않고 허리를 움직였다. 귀두를 넘어, 서서히 기둥까지 질퍽이는 구멍 속으로 모습을 숨겼다.
자지가 조금만 남기고 거의 뿌리까지 들어갔을 때, 현우는 귀두를 누르는 딱딱한 자궁경부를 느꼈다.
그녀의 자궁경부의 위치를 가늠한다. 대충 뿌리에서 손가락 한 마디를 남기는 정도.
처음부터 자궁경부를 찔러대면 자극이 지나칠 수 있기에 이 한 마디를 남겨놓고 천천히 피스톤 운동을 시작했다.
"흐으으으으읍.... 오빠 흐읏... 진짜 커... 어떡해... 아앙... 천천히... 천천히 움직여."
혜지는 자신의 속에서 꿈틀거리는 굵지한 물건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전남친의 물건에 불만을 품은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이건 차원이 다른 자극이었다.
좁은 구멍을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단단하게 밀어젖히며 꿈틀거린다. 그의 단단한 물건이 자신의 배 속에서 수컷의 위상을 한껏 과시한다.
특히나 귀두가 아까의 스팟을 교묘하게 긁고 지나갈 때면, 또다시 오줌이 터져나올 것만 같았다.
실제로 현우의 물건이 움직이는 각도는 단순히 앞뒤가 아니었다. 비스듬한 사선 위.
현우는 어디를 어떻게 자극해야 이 여자를 미치게 만들 수 있는지를 아는 노련한 전문가였다.
"흐으읏... 아앙... 오빠... 오빠...! 나, 흐읏... 이런 느낌... 처음, 이야. 허어억... 어떡해..."
아까처럼 고개를 젖히며 허리를 들어올리는 모습을 보니 제대로 느끼기 시작했나보다.
현우도 꿇어 앉은 무릎을 좀더 벌린채, 엉덩이와 허벅지에 힘을 빡 준다.
지금부터 피스톤질의 속도를 올려갈 생각이었다. 그러면서 두 손을 뻗어 빨딱 선 유두를 엄지로 굴려댄다.
혜지는 이제 거의 울음소리를 토해내고 있었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흐어어어엉 하는 신음을 지르는걸 보니 저 손 너머의 얼굴도 어떤 표정일지가 짐작 됐다.
"하아... 혜지야... 너 존나 꼴려... 왜 이렇게 예쁘냐... 네 보지, 존나 조여... 보지 존나 맛있어."
현우는 그녀의 흥분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적당한 더티토크를 중얼거렸다.
혜지만큼 자신도 욕정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녀에게 또 다른 흥분을 느끼게 해줄 테니까.
"오빠, 나 또 가. 또 갈 것 같아. 어떡해... 계속... 흐읏, 더 빨리... 오빠!"
혜지의 보지가 절정을 앞두고 강하게 조여오는 것을 느꼈다. 발끝을 보니 이미 잔뜩 말려있었다.
무릎은 점점 굽혀지고, 허벅지에는 힘이 들어가고 있다. 여지없이 절정을 맞이하기 전 여자의 모습이었다.
현우는 조금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혜지를 몰아붙였다.
이윽고 혜지는 숨을 빠르게 몰아쉬며 허리를 떨어댄다.
자지를 물고 잘게 경련하는 질근육이, 울컥 쏟아지는 애액이 그녀의 절정을 알려주었다.
현우는 씨익 미소 지었다. 지금의 두 번째 절정은, 피날레가 아니었다.
오히려 피날레의 시작신호에 불과했다. 방금까지 아껴두던 손가락 한 마디만큼의 길이.
현우는 헐떡이는 그녀의 배를 손으로 강하게 내리누르며 뿌리끝까지 박아넣었다.
부풀어오른 딱딱한 자궁경부를 쿵, 하고 두드린다.
질의 끝부분과 자궁경부 사이의 작은 틈을 귀두가 왔다갔다하며 긁어댄다.
이건 아마 이 여자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을 새로운 차원의 쾌감일 터.
게다가 방금 막 절정을 경험하고 민감해질대로 민감해진 상태다.
이것이 바로 혜지를 함락시키기 위해 현우가 아껴놓은 비장의 한 수였다.
예상대로 혜지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손을 내젓는다.
"오빠, 멈춰... 하으으읏, 그, 그만... 오빠 제발, 그만, 하아아아아앙."
현우는 발로 몸을 밀어내며 내빼려는 혜지의 허리를 양손으로 붙잡고 강하게 밀어붙였다.
아까와 달리 뿌리 끝까지 박아넣으며 연신 자궁경부를 두드렸다.
제발과 그만을 외치지만, 그것이 진심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처음 느껴보는 감당 못할 자극에 당황스러움과 두려움을 느끼는 것일 뿐이다.
혜지는 더이상 비명을 지를 여유조차 없었다. 그저 짐슴처럼 숨만 헐떡거렸다.
현우의 자지가 왔다갔다 할 때 마다 영혼까지 딸려나가는 기분이었다.
매 순간의 움직임이 절정에서나 느끼던 아찔한 쾌감을 선사했다.
그건 혜지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멀티 오르가즘이 만들어내는 진하디 진한 쾌락이었다.
혜지는 순식간에 절정의 전조를 느꼈다. 눈앞에서 스파크가 번뜩이는 듯 했다.
몸이 한없이 바다로 가라앉는 것도 같고, 반대로 하늘로 붕 떠오르는 것도 같았다.
아드레날린의 폭풍이 그녀의 온 몸을 휘저었다.
그렇게 혜지는, 난생 처음으로 트리플 오르가즘에 오르며 주체할 수 없는 신음을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