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화 〉100
이 글은 백퍼 픽션입니다
"관통아앙 또 무슨 재미있는 생각 하는 거야? 나 괴롭힐 생각 하구 있지?"
"응 누나를 어떻게 색칠할까 생각중이야"
"그거 지금 날 때리겠다는 말이지? 그러지 마앙"
왜 눈빛이 더 반짝일까?
"근데 누나, 앞으로도 정장만 입고 다닐거야? 누나 일하는 곳에 규정이 정장착용이야?"
"아니 면바지나 다른 치마 입어도 돼, 미니스커트나 너무 캐쥬얼한 거는 안 되지만"
"누나는 정장이 편해?"
"응 습관도 되고, 사회복지쪽 같으면 몰라도, 난 그냥 사무직이라 만만한 게 정장이야"
그렇구나
정장이 더 이상 무거운 갑옷이 아니라면, 굳이 패션의 변화를 줄 필요는 없겠지
하지만 누나의 취향도 존중하며, 삶의 무게도 줄여줄 필요가 있어
"수정누나, 이제부터 생리때 빼고는 팬티 입지 마, 속바지나 팬티스타킹도 안 돼, 누나의 하체에는 스커트만 있어야 해"
"뭐어어? 다리 맵시 때문에라도 스타킹은 신어야 해, 아니 그보다"
"말 안 들을 거야? 누나 정장 취향 존중해 주잖아, 스타킹은..밴드스타킹(허벅지까지 오는 스타킹) 까지는 봐 줄게"
"말이 돼? 내가 왜 그래야 되는데?"
"누나가 내 꺼니까, 싫으면 하지 마, 상하는 건 내 기분 뿐일 테니까"
"으으으..."
남자는 팬티를 안 입고 다녀도 크게 불편한 점이 없다
하지만 수시로 분비물이 흘러나오는 여자는 다르다
게다가 앙큼한 속내를 숨기고 사는 수정누나
게다가 스커트 차림에 노팬티면 상당히 불편할 것이며
그 이상으로 수정누나는 행복한 생활을 하게 될 것이다
천쪼가리 하나 없앰으로서, 누나는 삶에 엄청난 냉각팬을 얻게 되는 것이다
역시 나는 요즘 지능이 좋아지고 있다
"수시로 내가 검사할 거야, 참고로 저기 공사장에서 각목도 몇 개 내가 훔쳐놨어"
"각목으로 날 패겠다고? 팬티 입고 다닌다는 이유로? 관통아 제 정신이니?"
"싫으면 말라고 했잖아, 같이 즐겁자는데 왜 그래? 싫어?"
"히잉 안 싫어, 왜 화내고 그래 헤헤헤"
"근데 아까부터 누나, 다 할거면서 왜 자꾸 팅기는 거야?"
"바로 해준다 하면 재미없잖아"
"으아아아아!"
하긴
뇌물도 봉투 바로 받으면 정이 없잖아
'허허!! 이 사람이 큰 일 나려고, 한 번만 더 이러면 상부에 보고할 거요'
이러면서 서로 밀고 빼고 하는 와중에 서로 정이 쌓이고, 자기들만의 합리화이지만 그럭저럭 이유도 만들어지고
"그럼 나 집 안에서도 팬티 못 입어?"
"입 아프게 같은 말 두 번 하게 할래?"
아침이 올 때까지, 수정누나와 나는 수정누나 방에서 계속 뒹굴었다
앞 뒤 옆치기 여성상위, 입사 얼사 안구사 질사 자궁사 샤워사
미라가 되어 그대로 잠든다
배가 볼록 나온 수정누나는, 누나 역시 좀마 힘들지만 행복한 표정으로 내게 안겨 잠든다
우리 집의 장녀인 수희누나 방에 다른 자매들은 무서워서 잘 안 온다
반면 이 집은, 여자들끼리 서로 간섭이나 사생활침해가 거의 없다
나는 남자고 원용이 방을 쓰다보니 자주 털렸지만, 여자들끼리는 그런 게 거의 없다
이렇게 될 줄 알고 수정누나가 새벽에 내 방이랑, 현관에 내 신발을 치워놨으니, 나간 줄 알겠지 뭐
난 집이 비면 느지막하게 마트 일 갈 때까지 자야겠다
잠들면서도 몸을 부벼대는 수정누나를 보면 얼마나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토요일 저녁 20시
마트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화진누나가 들어온다
항상 얌전하고 부드러운 화진누나
언제 봐도 마음이 힐링되는 기분이다
그런데 화진누나는 밝게 웃는 것 같지만, 약간 얼굴에 수심이 있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내가 요즘 이런저런 일로 바빠서, 화진누나에게 소홀했어
종종 연락은 했지만, 누나 전화 못 받을 때도 많았어
그리고 화진누나나 우리 집, 수정누나 집에서 여기보다 더 가까운 마트가 있는데
화진누나 얼굴에 수심이 있는 이유가 내가 생각하는 그것이 맞는 건가
지금 손님은 화진누나밖에 없다
"관통학생 잘 지냈어요? 요즘 많이 바쁘시죠?..."
"네.. 집에서 쫒겨나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느라 미안해요 자주 찾아갔어야 하는데"
"아니에요 편한 데 계셔야죠.."
말에 뼈가 있다
나와 있는 것은 편하지 않느냐는 말처럼 들린다
사실 나도 가출했을 때 화진누나 집을 생각했지만
빈손으로 다짜고짜 들어가기가 좀 그래서 말을 못했는데
별로 물건 산 것도 없이 계산을 마치고 나가려는 화진누나
"저 누나, 화진누나랑 있으면 편해요, 부담이 되실까봐 말을 못 했어요"
"..."
"저 곧 일 끝나요, 한 잔 같이 해요 누나"
"저 술 잘 못 마셔요, 다음에 해요"
"저두 못 마셔요 딱 한 잔 만 해요, 누나 생각 못 한 건 정말 미안해요"
한국에서 한 잔만 먹자는 말은, 섹스할 때 한 번만 밀어넣고 빼겠다는 말과 같다
1차에서 끝내는 것도 예의가 없는 것인데, 한 잔 만은 무슨
화진누나도 나 보려고 온 거잖아
모르고 우연히 왔더라도, 잡고 싶다
맹수만 키울 수는 없잖아
사슴도 토끼도 뛰놀아야지
"저 23시에 끝나요, 끝나고 바로 누나 집으로 갈게요"
"..."
다시 마트 안으로 들어와서 이것저것 물건을 고르는 화진누나
돼지고기도 사고, 파랑 양파 등등
"크흠, 물건 산다는 것을 깜빡했던 것 뿐이에요, 다른 뜻은 없어요"
착하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착하고 순수한 화진누나
순수하다는 착하다는 말이 현대에는 안 좋은 의미로도 많이 쓰이지만
화진누나는 본래의 의미로 순수하고 착한 것 같다
독한 사람을 만나면 고생을 많이 할 듯한 누나
그래서 내가 누나를 챙겨야 한다
내가 모든 여자에게 오지랖을 부릴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나의 옵저빙을 즐겁게 해주었고, 나의 근처에 있는 여자
나와 두 번이나 섹스로 맺어진 화진누나는
내가 같이 데리고 가야 할 존재가 아닐까
조금만 뭐라하면 울어버릴 것 같은 화진누나
물론 남자인 나를 대하는 것과, 여자를 대하는 것은 다를 수 있지만
육식공룡 같은 누나들 사이에서 배겨내겠나 싶기도 하다
게다가 누나들은 혈맹이니까, 혼자인 화진누나는 외롭겠지
너무 내가 앞서나가는 것은 아닌가 생각도 들지만
뭣하면, 별궁에서 지내게 하면 되지 뭐
혼자서 혹은 초식동물끼리
별채는 집의 일부다
따라서 그리해도 두 집 살림이 아니다
우리 동네 전체는 다 못 사도
골목 하나 정도는 어찌어찌 살 수 있지 않을까
원래 다들 집주인이기도 하니
알박기 된 몇 몇 집만 엄마들 이모 누나들이 사면 될 거 같은데
"관통학생 눈빛은 언제 봐도 재미있어요 호홋"
다른 여자들은 맨날 음탕하다고 괴롭히고 놀리는데
"고마워요 누나 크흑"
"? 왜 울어요? 놀린 거 아닌데 호호호"
"끝나고 술 가지고 누나 집으로 갈게요"
"아..네 전 맥주만 그럼 한 잔 정도"
"마트에 맥주가 부족해서 안 돼요, 소주랑 양주 저렴한 거 사 갈게요"
마트에 맥주가 몇 박스도 넘게 있지만, 화진누나 집에 사들고 갈 맥주는 없다
흑심 아니 애정을 품은 남자는 여자에게 가급적이면 소주를 메겨야 한다
두뇌를 마취시키고 본능의 그라운딩으로 유도를 해야지, 멀쩡하게 드립배틀로 가면 이기기 힘들다
다시 내 몸안의 마그마가 생성된다
마치기 전까지 잠깐씩이라도 좀 자면서 마그마를 더 생성하자
업그레이드 된 후에 화진누나와의 섹스는 처음이다
맨틀까지 뚫어줘야 한다
토요일 24시, 일요일 0시
마트알바를 마치던 도중 마트 사모님이(신수진) 오셔서 짧게 인사를 해드렸다
16센티의 안방문 두드리기로 인사를 해드리니, 짧은 인사였지만 사모님께서는 예의가 있는 청년이라며 칭찬을 해주신다
다음달부터는 월급을 올려주신다는데, 보아하니 몇 번 더 인사드리면 같은 월급을 두세 번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송곳님이 주신 능력으로 재물을 취할 생각은 없고, 마트 알바도 언제까지 할지 잘 몰라서 그냥 감사하다고만 하고 얼굴에 인사를 마쳤다
간접적으로, 혹은 송곳님의 명시적인 지시 아래 무언가를 취할 순 있겠으나
재물이나 권력 등을 쫓기 시작하면, 내 꿈의 장르가 달라지고 송곳님도 실망하실 것 같다
마트에서 내 돈으로 결제한 후, 소주 여러병과 캡틴P 여러병을 들고 화진누나 집으로 간다
캡틴은 단종되었지만, 가끔 마트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거금 수 만원을 들여 쇼핑몰에서 끈 수갑 족쇄 채찍 먼지털이도 샀다
생각보다 안 비싸다
채찍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원래 채찍의 끝엔 금속조각이나 동물의 뼛조각을 달아놓는다
그래야 촥 감기면서, 떨어질 때 상대의 살 근육 등을 찢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정도 되면 무기수준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구하기가 힘들다
나도 그 정도를 원한 건 아니지만, 이런 연극용 러브용은 좀 약한데..
뭐 돈 더 벌어서 나중에 제대로 된 거 사야지
마트 몇 시간 알바로는 담뱃값 휴대폰비 월세 등등을 내고나면 할 수 있는 게 정말 없다
월세는 수정누나도 다정누나도 누구도 내라고 하지 않지만, 그래도 내가 몇 만원씩 내고 있다
책가방에는 송곳님 외에도 이제 여러 러브도구들이 들어가 있다
송곳님께서 신이시라면, 도구들은 신의 일을 돕는 자들
즉 천사님들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