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7화 〉97 (97/175)



〈 97화 〉97

이 글은 백퍼 픽션입니다

호텔에서 잔 후 금요일  늦게 마트 출근을 한다

지금은 금요일 14시



오늘은 15시 출근을 하는 날인데 약간 일찍 길을 나서는 중이다


"관통아"

"응? 수희누나?"

수희누나가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다

얼굴이 많이 야윈 것 같다


딱히 살이 빠질 필요가 없는 수희누나인데


긴 머리를 푸니 허리 근처까지 내려온다


"잘...지냈니?"

"응 누나 누나 학교는?"

"오늘 난 일찍 마쳤어"

누나의 약한 모습을 보는 것은 상당히 오랜만이다


엄청 아파도 잘 내색을 안하는 수희누나인데

이러면..약해지는데...

난 딱히 강자로 살아온 적은 없지만, 어디가  좋거나 약한 사람들에겐 약하다


찐따이긴 했어도, 특별히 강자들에게 비비면서 살지도 않았다


힘도 없는 놈이 강자의 눈치를 특별히 보지 않고 살아올  있었던 이유는

누나들 덕분이겠지






은혜를 모르는 자가 어찌 사내라 할  있겠는가

학창시절 누나들에게 받은 은혜를 이제 마구 쑤심으로써 보답하려 하는데

그 보답으로 가는 과정에서 누나와 반목하게 되다니 이런 아이러니가


어떤 측면에서는 나를 엄마보다 나보다 더  아는 사람 수희누나

내 성향을 잘 알고 이렇게 나타난 것일까


내 앞에 나타난다면 기세등등하게 나타나 나를 야단치려 할 줄 알았는데

병약한 소오녀같은 이미지로 나타나다니



아니다

나는 지능으로 눈치로 판단하는 자가 아니다

CPU와 램이 후달리는 나는 눈 코 귀의 정보만을 믿어야 한다


수희누나가 컨디션이 확실히 안 좋아보이는 것은 사실이잖아



"아파보여 수희누나, 집에 가서 쉬지 왜.."

"왜인지 너두 알잖아, 쉬어서 괜찮아지는 게 아닌  알잖아"

"나  라희랑 놀면 되잖아..."

말해놓고도 머쓱하다


"다정이랑 재미 좋니? 다정이만 자빠뜨린 거 아니지?"




싸우러 온 건 아닌 거 같은데

"왜 대답이 없어? 이젠 내 말이 우스워?"




수희누나를 우습게 볼 생각은 없다

비단 수희누나 뿐이 아니라 누구도 우습게 대할 생각이 없다


"수희누나는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고 가장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야, 절대 누나를 우습게 생각하지 않아"




 퍽 퍽

 어깨와 가슴을 때리는 수희누나

별로 아프지 않다


누나도 아프라고 때리는 것 같지는 않고


"그런데! 그런데 왜? 왜 날 슬프게 해? 왜 내 곁에 안 있는 거야?"



그래 말하자


지금 맘이 약해져서 그냥 다시 집으로 들어가면 다시 또 터질 문제다

그렇다고 그냥 수희누나를 씹고 출근해버리면

느낌이 안 좋다

누나에게 어떤 방향을 제시해줘야 한다

수희누나가  받아들인다면,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자

"관통이 너 지금 여기서 딱 말해, 니가 생각하는 게 뭐야?"

가출한 이유는 날 집에 묶어두려하니까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는 것을 수희누나도 아는 것 같다

우리  사람들은, 나만 빼고 다 머리가 좋으니까


 머리좋은 여자들 사이에서도, 실질적인 정점에 서 있는 것이 수희누나니까



마음만 먹었으면 고등학교 교사보다 훨씬 좋은 직장에 갈 수도 있었는데

엄마랑 대판 싸우면서까지 교사로 남았었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수희누나, 내가 주는 것 딱 하나만 받아들여, 그러면 나도 누나도 우리  모두도 다 해옥해질 수 있어"

"니가 주는 것? 니가 나한테 줄 수 있는 게... 그건 이미 여러 번 받았잖니?"

"아 진짜, 그거 말고"


"그럼 뭔데?"


사실 그거랑 아주 상관이 없는 것도 아니긴 한데

"누나가 중전이 아니 황후가 되어 줘, 내게 황후자리만 받으면  해결돼"


"황후? 황제 마누라 황후?"


"응 수희누나가 그걸 받아줬으면 해"



가만히 생각하는 수희누나

장난치는 게 아니란 걸 수희누나는 안다


나보다 나를 잘 아는 누나니까

내가 꼬마 때 수희누나가 좋다고 '누나 내 색시 돼줄 거지' 이런 말과 비슷한 의미도 있지만

황후의 일은 내명부 관리


명석한 수희누나가 그걸 모를리 없다



"니가 잠깐 여자들 후리고 다니더니, 눈에 보이는 게 없나 보구나, 나이 많은 여자까지 배 밑에 누르고 맛보니 세상이 다 니꺼 같지?"


"잠깐으로 끝나면  말은 헛소리가 되겠지, 누나가 판단해"



나이 많은 여자?

엄마? 나영이모?

아마 엄마겠지


나와 같이 나가 외박을 한 것을 수희누나도 알고, 엄마도 이후로 수희누나를 많이 압박했을 테니

내가 변했다는 것


내가 운 좋게 여자 한두 번 먹은  아니라는 것을 수희누나도 속으로는 알 것이다


엄마 다희누나 다정누나

누나가 확실히 아는 여자들만 해도, 만만한 사람 하나도 없다

돈이나 멋으로 다가오는 남자들에게 잡혀서 못 헤어나올 여자들이었으면


벌써 어디를 가도 갔다




힘?


힘으로 굴복당하고 가만히 있을 여자들이 아니다


억지로 당하고 나서 밝게 웃으며 상대를 계속 보는 여자도 없다


내가 비겁한 수를 쓰지 않았다는 것은 수희누나도  안다

수희누나는 차라리 내가 비겁한 수를 썼기를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얄팍한 수라면 오래 못가서 밑천이 드러나니까

밑천이 드러나버리면 갈 데가 없는 나는 수희누나밖에 갈 곳이 없으니까


송곳님은 신이시다

신이 하시는 일은 비겁하지도 얄팍하지도 유한하지도 않다


신은 명분에 맞춰서 걷지 않는다

자기 자신이 명분인데 누가 누구에게 맞춘단 말인가

신이 가는 길이, 신이 생각하는 것이  대의가 되고 정의가 된다

"후우우..관통이 니가, 니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자꾸 들어"

"웹소설 너무 본 거 아니야? 판타지나 대체역사물 말고 로맨스를 봐"


"맞을래?"


"수희누나, 누나가 좋아하던, 아니 누나랑 서로 좋아하는 좋아할 관통이가 맞아, 긍정적으로 변해가는 것 뿐이야, 방구석에서 딸딸이만 치며 사는 관통이로만 살 수는 없잖아"

한 집 살림이 되면, 나는 다시 방구석으로 돌아갈 것이다

딸딸이가 아닌 다른 것을 하겠지만



"관통아  헛소리가 헛소리면 넌 죽을 때까지 나한테 쥐어짜이면서 살 거야, 농담 아니야, 내가 보약도 많이 먹고 운동도 많이 해서 실버타운에서  관짝 들어가는 거까지 보고 죽을거야"

갑자기 몸에 오한이 든다


수희누나는 허언을 하지 않는다

섹스 할 때 외에는

"헛소리가 아니면?"


"지금부터 생각하려구, 니가 내게 하는 소리가, 좋게 말해서 황후지 사실상 첩년들 관리하라는 소리잖아, 너 진짜 내 남동생만 아니었으면 패 죽였을 거야"


"나도 수희누나가 맏이라서 이런 영광을 주는 거야"


톡톡톡

수희누나의 엉덩이를 두드리며 응원해준다

"건드리지  얘, 길가는 사람들 쳐다보잖아"

"뭐 어때  ㄲ"

"식상한 소리 하면 뒤진다,  아직 마음  정했거든 쳇쳇쳇"

끝났네, 쳇쳇이면

드디어 장자방을 얻은 것인가

아니야 장자방보다 훨씬 나아

장량 소하 한신 순욱 다 합친 것보다, 내게는 수희누나가 크다 좋다



젖가슴이랑 엉덩이는 다른 누나들이   경우도 있지만...



그런데 헛소리일 경우에도, 수희누나는  떠난다고 말 안했어

죽을 때까지 괴롭힌다는 소리는, 같이 있고 싶다는 말을 돌려 말한 건데

그 경우는 바람은 꿈도 못 꾸겠지만, 그것도 생각하니 웃음이 나온다

역시 누나는 진리다


누나 중에서도 최고는 큰누나다

"근데 관통아, 나  정한  아닌데...혹시.."


"응? 왜? 누나"


"그 집  풍비박산 낼 거야? 수정이는 좀 빼주면 안 돼?"

"최근에 뺏어..  안 빠지던데.."




퍼어억


마트에 다다르며 수희누나와 얘기를 한다


"저기서 알바하는구나.."

"알고 있지 않았어?"

"알바한다는 얘기는 대충 들었는데, 여기인 줄은 몰랐어"


나희누나가 말 안했던 건가


"관통아, 경험삼아 일 해보는 것도 좋은데, 길게 하진 마"


"뭐 생활비는 좀 벌어놔야 하니까"

"그 집에서 너보고 생활비 내래? 은근히 압박줘?"



도끼눈을 뜨며 달려드는 수희누나

"아냐 그냥, 그냥 내가 주머니에 돈이 좀 있어야 할  같아서"

"그래, 나 들어가 볼게, 주말에 보자"



오늘 금요일인데 주말에 보자고 하면...



마트에서 일을 한다

여전히 근무의 일환으로 CCTV로 아줌마들 뒤태도 보고

재수 좋으면 물건 고르느라 앉은 아줌마들 팬티도 보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카메라는 손님들도  알 수 있는 위치에 있고


나는 직원의 당연한 의무로서 카메라를 보며 어쩔 수 없이 아줌마들의 팬티나 가슴골, 뒤태를 보는 것이다

자지가 서는 건 자동발동이니 어쩔  없는 것이고




"어서오세요  수연씨"


"말 편하게 하자니까 관통아 히히"



여경인 수연이

나와 동갑이며, 내게 순경시험을 준비하라 권하고 있다



"관통아 월요일날 뭐해?"


"일해야지 마트에서"


"조금 일찍 마치고 나랑 밥 한 끼 먹자, 내가 사줄게"



사주는  됐고 주는 건 안 되나

"응 사장님한테 말해볼게"

"그래 전화조"

금요일  23시 50분



마트일을 끝마치고 다정누나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한다

다정누나는 외할머니를 보러 다정누나 엄마(박혜정)와 함께 외할머니 댁에 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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