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4화 〉74
이 글은 백퍼 픽션입니다
근데 그건 그거고
내 옆에 같이 속삭이며 잠들 수 있는 여자가 있다는 것이 색다르고 좋다
예전에 수희누나나 엄마와 얘기하며 잠든 적도 있었지만, 어릴 때였고, 누나나 엄마한테 못하는 얘기도 있으니까
그래서 좋긴 좋은데
이게 마냥 좋아할 수만도 없는 것이, 와이프처럼 옆에 있어버리면 송곳님을 쓰러 나가기가 애매하다
나 혼자 독방을 쓰던 내 집에서도 주변 상황의 눈치를 보고 했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기동이 힘든 다정누나 집에서 누나가 옆에 같이 잔다라..
송곳님께서도 이게 옳은 건지 뭔지 긴가민가 하시며 혼란해하고 계신다
여자를 옆에 끼고 잘 정도로 성장했으니, 그것도 경구지색(경국지색 까지는 아님, 구 하나 정도 제패 가능함) 의 여자를 옆에 때려눕혔으니 일취월장 괄목상대 욱일승천이긴 한데
으음..
“뭐야? 갑자기 표정 왜 이래 이거? 나 여기 있는 게 싫어?”
“아냐 그럴 리가 무서웠던 누나가 내 옆에 있으니까 너무 좋아”
“칫 지나간 얘기를 왜 하니? 같이 어릴 때였잖아”
이쁘다 섹시하다 이런 것은 약간 애매한 표현이고
내가 생각하는 여자 중 최고는
내가 꼴리고 편해야 한다
아직 내 나이가 젊어서 그런지 꼴리는 쪽으로 관심이 많이 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수희누나의 말대로, 편한 여자도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정누나는 내게 편한 여자일까
친누나들은 평가하기가 좀 그렇고, 현재로선 화진누나가 편하고 꼴리긴 하는데
한 이불 덮고 자기 시작하면 또 모르는 거겠지
쿨쿨쿨
월요일 아침 06시
새벽이나 다름없는 시간에 전화가 온다
띠리리 띠리리
응? 마트에서 잠시 대타로 오전부터 15시까지 일하시는 아줌마네
“네 관통이에요”
“아유 관통학생 아침 일찍부터 미안해요, 아들이 갑자기 아파서 내가 오늘 못 나갈 것 같아요, 사모님도 상 중이시고..”
나보고 오전도 해달라는 말이구나
마트는 아침 08시 쯤부터 문을 연다
지금 나가면 08시부터 23시까지 일해야 한다
뭐 그래도 잠깐 하는 거니까
“네 제가 나갈게요, 걱정 말고 일 보세요”
옆에 자던 다정누나가 눈을 비비며 말한다
“관통아 안 힘들겠어?”
“사람들 사정이 있어서 그런 건데 뭐, 며칠 지나면 다시 하루 몇 시간만 일하면 돼”
사실 걱정되는 것은, 마트 일이 아니라 송곳님인데
내가 성장하는 듯 하니 일단 보고는 계신데, 분노하시면 송곳님은 1960년대 소련의 미사일로 변한다
어디 떨어질지를 모르기에, 요격이 거의 불가능한 미사일
쏘는 사람도 어디로 날아갈지를 정확히 모르기에, 잡는 사람이 막는다는 것이 거의 힘들다
마트 일을 하다보니 벌써 밤 22시가 되어간다
월요일 밤 22시
띠링 띠링
“어서 오세요 응? 은애?”
“어머? 관통오빠?”
아주 노란 색의, 긴 머리를 흔들고 다니는 156의 탱탱한 강은애
나희누나와 같이 일하는, 니케 피트니트 센터의 강사이며 나보다 한 살 어린 22살
저번에 술 마시다가 내가 나희누나를 업고 먼저 일어났었지
“아 오빠 가출했다더니, 여기서 일해요? 나희언니가 걱정 많이 하던데”
“걱정은 무슨, 맨날 나가라고 제일 갈구던 사람인데”
송곳님의 창세기 이전
나를 가장 쥐어짜던 누나는 다희누나였지만, 이립을 기다리는 나의 백수생활을 가장 못마땅하게 보던 사람은 나희누나
사실 집의 여자들 중에서는 나에게 제일 무관심하기도 했는데
“아니에요, 나희언니가 외강내유 스타일이라 내색을 잘 안해서 그렇지, 센터에서도 오빠 얘기 자주 했어요”
외강내유
겉은 바삭바삭한데 속은 따뜻하고 쫄깃하다는 말인데
나희누나가 겉이 바삭거리는 건 맞는데 속은... 글쎄
오히려 누나라서 내가 잘 모르는 건가
쫄깃할까?
“오빠 눈빛이 또 이상하게 변하고 있어요”
“뭐 뭔 소리야 또 그 얘기야 쳇쳇”
“히히 농담이에요, 아 참 오빠 저번에도 내가 장난치니까 일어나버렸죠?”
“그래 쳇쳇 또 장난치면 화낼 거야”
“어떻게요? 여기서 나가버릴 순 없잖아요”
그래, 직원인 내가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릴 순 없지
대신 니 정신이 나가버리게 할 수는 있지
송곳님께서는 쿨타임이 돌아온 지 20시간이나 지났다
이런 적이 없었는데, 이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바둑에서 하수는 맛을 미리 써버려서 지고, 고수는 맛을 아끼다가 진다는 말이 있다
바둑에서 맛이란 대충 말하면 이득을 볼 수 있는 여지 정도로 볼 수 있다
내가 좀 컸다고 송곳님을 너무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쓰려는 성향이 생기고 있는 건가
은애 얘도 작달막한 게 이쁜데
“오빠 점점 눈이 가늘어지고 있어요 킥킥킥”
“손님 물건 고르셔야죠”
“알았어요 그만할게요, 일 곧 끝나죠? 한 잔 빨아요 우리”
빠는 거 좋지
오전 타임 아줌마는, 내일은 나오실 거니까
술 마시고 자도 충분하다
“저기 나 돈 없는데”
“알아요 히히 책가방 하나 들고 가출한 사람한테 술 사라고 하겠어요? 저번에 장난친 것도 미안하니까 내가 술 살게요”
퇴근한 이후
월요일 23시 30분
동네 술집에서 소주를 깐다
은애는 앉으니까 더 작아 보인다
어설픈 칸막이 식의 이 술집은 테이블이 아주 좁다
그래서 마주 앉으면 둘 사이의 거리가 매우 가깝다
바로 뽀뽀가 가능할 정도로
화요일 0시 30분
군대를 빼면 나의 나이는 21.5살
강은애는 22살
공감대가 비슷하니 말도 잘 통하고, 은애를 보니 돌아가신 은애씨가 생각나 정도 가고
은애씨도 내게 호감이 있는 것 같아 서로 많이 마시게 된다
“근데 오빠 저번에 진짜 기분 상해서 일어난 거야?”
사실은 화진누나 보고 싶어서 일어난 거였는데, 생각해보니 좀 미안하네
은애가 장난은 쳤지만, 날 크게 골려주려는 것도 아니었고 스킨십도 좋았어
먼저 간 박은애 씨와 닮기도 했고, 꼴리는 여성 강은애
내가 섹스해본 여자는, 키가 최소한 160대 초반이었다
강은애는 156정도의 작은 체구
키는 작지만 알토란 같은 젖가슴과 힙을 보유하고 있다
팔다리가 가늘지만, 몸에 에너지가 넘쳐보이는 활력적인 여자 강은애
이러니까 피트니스 강사 하는 거겠지
“아냐 술도 취했고, 나희누나 전사하기도 해서, 나도 계속 부비부비 하고 싶었어”
“헤헤 그렇지? 나 오빠 참 맘에 들어, 귀여운데 자제할 줄도 알고, 남자들은 조금 들이대면 막 달리려는 사람들이 종종 있던데”
나도 똑같애
마시다 보니 02시가 된다
술집도 문을 닫으려 하고 해서 일어선다
술이 들어갈수록 흥분이 되어 더 달리고 싶은데, 돈도 돈이지만 더 마시자고 할 장소도 딱히 없고, 아쉽다
키 큰 여자도 좋지만, 은애 같은 작달막한 여자는 파괴욕을 부르는데
생각이지만, 13센티의 자지로도 충분히 닿을 듯 한데
“오빠 눈 또 이상해진다 히히”
“은애 넌 집이 어디야?”
“근처 원룸이야, 바래다 주려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금새 은애의 집 근처까지 도달하게 되었고, 은애는 여기서 스톱을 외친다
“바래다 줘서 고마워 오빠, 여기서 작별하자 다음엔 오빠가 술 사”
등에 멘 책가방이 떨린다
송곳님께서 울부짖는다
다음이 어디 있냐고? 항상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동생한테 술 얻어 마시고 그냥 돌려보내는 것이 오빠로서 할 짓이냐며 대노하신다
이대로 돌아가면, 다시 원용이 방에서 같은 생활 아니냐며 괴로워하신다
맞다, 평일 중엔 다음날 출근인 수정누나와 마주치기가 쉽지 않다
마주치기야 마주치지만 송곳님을 쓰기가 곤란하다
다정누나도 옆에 자주 붙어있는 게 제일 크고
애초에 내가 수희누나랑 싸우고 집까지 나온 이유가 무엇인가
다정누나 집에 맘대로 드나드려는 것, 그게 일부는 되어도 주목적은 아니었다
자유롭자고 가출한 건데, 이런 저런 이유로 송곳님을 굶긴다면 이건 주객전도다
또한 나는 술에 취해 성욕에 잠식당하고 있다
부활하신 송곳님이 부활하고도 24시간이나 관짝에 누워계셨다
실컷 자고 나서 24시간 동안 누워만 있는 것, 해 본 사람은 안다
좀마 힘들다
24시간 동안 일하는 거 이상으로 힘들다
또한
가장 무능한 사령관은 성급하거나 머리가 나쁜 자가 아니다
결정을 못 내리고 우물쭈물하는 자가 가장 답답한 사령관이다
지금 적극적으로 실행되는 괜찮은 계획이 다음 주의 완벽한 계획보다 낫다.
- 조지 S.패튼 -
그렇다 이것저것 다 재가며 시작했으면, 여태까지 몇 명이나 찔렀을까
모험을 즐기지는 않으나, 너무 최대한의 이득만을 추구하는 것도 어리석다
은애는 뒤로 돌아서 건물 쪽으로 가려 한다
가급적이면 건물 입구 쪽에 가기 전에 찌르는 게 낫겠지
상관은 없지만 CCTV 같은 것은 좀 그러니까
가방에서 송곳을 꺼내 허리 뒤춤에 끼운다
피를 갈망하는 상태로 24시간 가량이나 눈을 시뻘겋게 뜨고 계시는 송곳님
인간이 먼저인가 신이 먼저인가
믿는 이상 무조건 신이 먼저다
개인의 철학이고 뭐고, 믿으면 철학도 신학의 시녀일 뿐이다
“저 잠깐만 은애야”
저벅저벅
은애에게 다가간다
“아우 오빠 설마 작별키스 같은 거 하자고 들이대는 거 아니지?
설마 송곳님을 키스 정도에 쓰겠나
소 잡는 칼인데
“그냥 잠깐 포옹 정도는 괜찮지?”
“히힛 오빠도 막상 헤어지려니 아쉬운가 보네, 뭐 포옹 정도야”
포옥
은애와 가볍게 포옹한다
포옹은 가볍게, 쑤시는 건 깊이
시리다, 송곳님의 한기가 맨틀 아래의 지하 암반수보다 시리다
송곳님을 꺼내 꽈악 쥔다
“관통오빠 우리 좋은 오빠동생으로”
푸우욱 쏘오옥
“빨리 합체하자 관통오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