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화 〉70
이 글은 백퍼 픽션입니다
“젊은 년들이 좋니? 벌써 누나 질린 거야 관통아?”
“아니야 누나들 중에서 수희누나가 제일 좋아 진짜야”
진짜다
누나들 중에서는 진짜다
다희누나랑 공동일등이니 제일 좋은 것이 맞고, 송곳 이전부터 제일 내가 따랐던 수희누나에 대한 애정은, 송곳을 줍고 난 이후에도 줄어들 이유가 없다
화진 누나, 다정누나는 말이 누나이지, 진짜 누나는 아니잖아
이걸 누나라고 해버리면 한국여자 대부분을 범주에 넣어야 한다
다정엄마(박혜정) 와 우리엄마(최수영) 는 엄마고
난 진실을 말하고 있다
“왜 눈빛 흔들려 임마! 내 눈 똑바로 안 봐?”
“보 보고 있잖아, 무섭게 왜 그래? 치잇”
“무서워? 내가 무서운 놈이 이러고 다녀? 너 화장품 냄새 이거 뭐야? 나희후배라는 그년이지? 노란머리한 땅꼬마랑 놀다 들어온 거지?”
수희누나도, 다영이모가 운영하는 니케 피트니스 센터에 가끔 들린다
화장품은 냄새가 아니라 향기인데.. 이건 화진누나랑 뒹굴다가 배긴 거구
“아니야, 나희누나가 뻗어서 그냥 집에 왔어, 당장 내일이라도 알아볼 수 있는 거잖아”
“그럼 넌 나희 매장해놓고 뭐하다 지금 들어오는데?”
우이띠 할 말이 그나마 하나밖에 없잖아
“좀 놀다 올 수도 있는 거잖아, 내가 하나하나 다 허락받아야 해?”
따콩
“왜 때려? 엄마도 나 집에 가두지 말라고 했잖아!”
“엄마 오기 전에 죽어볼래? 내가 너 집 안에서 숨도 못 쉬게 못 할 줄 알아?”
“으으...”
우리 집과 다정이 누나 집 여자들 중 무섭지 않은 여자는 아무도 없다
일단 저 집은 빼고 우리 집만 볼 때
우리 집의 드센 암사자들을 휘어잡고 있는 것은 수희누나
엄마가 일이 바빠서 넘긴 것도 있지만, 그 이전에 수희누나가 동생들 관리가 가능했기에 엄마도 넘길 수 있었던 것
수희누나는 그 기가 쎈 동생들을 어찌 관리하는가
마키아벨리 식
덕은 있으면 좋지만, 없다고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공포는 반드시 필요하다
힘에 의한 철권통치
어린 시절, 수희누나는 엄마에게 가장 반항적이었다고 한다
왜 말로 해도 되는 걸 때리냐고, 엄마가 뭔데 깊은 사생활까지 터치하냐고
그러나 나이가 든 누나는, 강철의 패도정치라는 측면에서는, 가장 엄마를 닮아버렸다
맨날 술 마시고 살림 때려 부수는 아버지를 보는 아들은, 정말 주옥같은 고참을 보는 후임병은, 난 나중에 안 그래야지 하지만
지나보면 똑같은 사람이 되어있다, 더한 사람이 되어있다
보고배운 게 그건데 다른 사람이 될 수가 없다
말이 길었는데, 수희누나는 포스와 무력으로 나 다 라희를 쥐어짜는 여걸
그 무서운 아이스 랜스를 내게 겨누겠다고?
“누 누가 쫄 줄 알아? 나도 대안이 있어, 가출할 거야”
“가출? 해봐, 이모들이 너 받아줬다가는 엄마한테 맞아죽어, 원용이 집? 하루 이틀이지 돈 한 푼 없는 니가 같은 백수인 다정이랑 맨날 놀고 먹는 걸 그 집에서 계속 봐줄 것 같애?”
“그 그렇지만”
“넌 얼마 못 가 돌아오게 되어있어, 그렇게 안 돼도 내가 그렇게 만들거고, 다시 돌아오면 내가 널 어떻게 대할까? 자대 배신하고 니 멋대로 전출갔다 돌아온 너를”
(돌아가신) 자형한테서 군대용어도 배웠었구나
근데 생각해보니 수희누나 말이 틀린 게 없어
화진누나 집도 있지만, 거긴 내가 계속 눌러앉아 있을 만큼 친하지 않아
일을 하면 되지 않냐고 할 수 있지만, 공자께서는 서른이 이립이라 하셨다
서른에 뜻을 세운다는 말이니, 서른 전까지는 놀아야 한다는 말씀이시다
뜻도 세우기 전에 뭘 한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을뿐더러, 나는 현재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송곳님의 태사자, 그것이 나의 일이다
엄마와 하고나면 일이 다 풀릴 줄 알았는데, 지금 엄마의 속도 모르겠고
현재로선 엄마도 수희누나 편을 들 것이다
회사 사장까지 하는 사람이, 부하들의 체계를 맘대로 뒤집고 그러지는 않을 테니
책가방의 송곳님께서 대노하신다
신의 힘을 쓰는 자가 어찌 여인네 하나에 움츠러드는 것이냐며 불편함을 숨기지 않으신다
절대 굴복하지 말라 명하신다
96시간에 한번 부활하시는 송곳님이냐, 집안의 알라이신 수희누나냐
수희누나는 이미 이겼다는 표정이다
“엄마가 너 좀 풀어주라고 하시긴 하셨어, 나도 다정이랑 너 일단은 허락할게, 하지만 말이야”
일단은 은 뭐야?
이단 삼단이 있다는 거잖아
“니 짝은 내 맘에도 들어야 해, 넌 하나 있는 내 남동생이니까 그리고 너랑 난 계속 같이 살 거니까”
“그게 무슨 말이야, 누나가 당사자야? 부모야?, 그리고 같이 살다니? 누나도 시집가면서는 자형이랑 독립해서 살았잖아”
“꼬우면 니가 힘을 가지던가”
수희누나 너마저
원래 이리 될 것이었나, 아니면 내가 송곳을 주움으로서 뭔가가 비틀린 것인가
편의점 야간이나 인력사무소에라도 나가볼까, 최소한의 돈을 번다면, 다정누나 집이나 혹은 나중에 화진누나 집에서 얹혀살더라도 좀 덜 미안할 텐데
군대에서 총기가 제2 의 생명이라면, 사회에선 돈이 그렇다더니
공자님 송곳님...
척
수희누나가 오른손을 내민다
악수를 청하는 포즈
외관상으론 악수지만, 실제로는 내게 묻고 있다
내가 내미는 손을 잡고 굴복할거냐, 말거냐를
잡으면 나는 계속 수희누나의 우산 아래 살 수 있다
안 잡으면, 이립이고 나발이고 없다, 나가면 당장에 끼니 걱정부터 해야한다
지금 수희누나의 손을 잡는다면, 안락하지만 통제받는 생활을 해야한다
쿨타임 돌아온다고 맘대로 찌르고 누구 집에서 한 숨 자고 올수도 없다
안 잡는다면, 내 멋대로 살 수 있는 것 같지만, 집과 돈이 없는 내가 얼마나 멋대로 살 수 있지?
다희누나가 은애씨 화형시켰을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엄마도 누구도 나보다는 수희누나 편을 들 것이다
이모 가게에서 알바도 할 상황이 아니다
수희누나를 향해 손을 내민다
씨익 웃는 수희누나
“잘 생각했어 관통아, 누나 너무 밉게 생각하지마, 지내던 대로 지내면서 더 재미있게 놀 수 있잖아, 내가 더 잘해줄”
짜악
누나의 손등에 싸대기를 날린다
“흥! 난 누나의 치마폭에만 쌓여있지 않을거야!”
수희누나의 얼굴이 악귀처럼 일그러진다
수희누나는 크게 화내는 일이 잘 없다
화나면 큰일 난다는 것을 알고, 직장이든 가정이든 주위에서 알아서 다 피해가기 때문인데
내가 뇌관을 건드렸다
나는 송곳님의 태사자
송곳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자유로움
장부가 뜻을 품으면 처자식도 나중 순위다, 하물며 누나를 떠나는 정도야
신의 힘을 탐하는 자가, 신의 검을 들고 고작 헌제 코스프레나 하며 지낼 수 없다
책가방만 챙겨 집을 나온다
책가방에 든 것은 돈 삼천원과, 교통카드, 신분증, 담배 두 갑, 휴대폰, 송곳님
송곳님은 흐뭇해 하신다
자신이 아닌, 누나의 손을 잡았다면, 크게 실망하셨을 것이라 하시며 기뻐하신다
의식주는 니가 알아서 할 일이지만, 설마 죽기야 하겠냐며, 가출을 기뻐하신다
그래 어차피 송곳님이 아니면, 평생 찐따로 살다갔을 몸
누나든 뭐든 인간이 잘나봐야 인간이지, 신과 함께 하는데 두려울 것이 무엇이냐
술먹고 섹스하고, 잠을 하나도 못 잤더니 정신이 어질거린다
만만한 게 그나마 다정누나 집이라, 아침까지 개기다 보니, 집의 막내 라정이가 배달 온 우유를 가지러 나온다
“어? 오빠 키 많이 컸네, 아침부터 상태가 왜 그래? 다정언니 만나러 온 거야?”
“응 하하 미안한데 좀 불러줄래”
오늘도 얼굴에 반창고를 붙인 라정이
이 집 여자들이 무섭기도 하지만, 들러붙어있겠다고 온 거니 강하게 나갈 수가 없다
다정누나가 티에 실내용 핫팬츠를 입고 졸린 눈을 비비며 나온다
“관통아, 왜 이제 찾아오냐? 반갑긴 한데 낮술 하긴 이른... 너 쫒겨났냐?”
“많이 티나?”
“지나가는 사람이 봐도 알겠다, 언제부터 기다린 거야?”
“그냥 조금”
“전화하지 그랬냐? 들어가자”
내 모습이 안 돼 보였는지, 독설가인 다정누나도 별 말을 하지 않는다
원용이 방에서 책가방을 내려놓고, 잠을 잔다
원용이의 피시도 없어졌다
가족들이 가져가서 쓰는 모양이다
"원용아 흑흑흑"
쿨쿨
금요일 오후
오전에 원용이 방에서 잠을 잔 후, 돌아다니며 알바자리를 구해봤다
잘 구해지지가 않던 와중에, 다정누나가 연락을 했는지 다정엄마(박혜정)가 아는 마트 사장을 소개해 준다
그래서 다행히 마트 알바 저녁타임을 구할 수 있었다
마트는 남자 알바 파트타임 카운터로 잘 안 쓰는데 다행이다
사장님은 깔끔하지만 유약하게 보이는 40대 중반 정도의 아저씨
사장님은 다른 일도 많이 하셔서 마트엔 거의 안 오시는데, 오늘은 마침 마트에 들렸다고 한다
낮에는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사모님이 보시고 나와 교대한다
사모님은 160정도의 키에, 화진누나와 외모가 많이 닮았다
외모 뿐 아니라 잘 웃으시고, 말도 이쁘게 하시는데...
내 느낌인가?
외모도 행동도 화진누나랑 비슷하지만, 색깔이 완전히 달라보인다
화진누나는 흰 겉옷 안에 흰 속옷을 입었다면, 사모님은 흰 옷 안에 빨간색 속옷 같은 느낌
사람이 나쁘고 좋고 그런 문제가 아니라, 성적인 느낌
마트 저녁 카운터 보고, 물건 좀 들어나르고
이 정도로 큰돈은 못 벌지만, 밥값 정도는 되겠지
그래 의식주만 해결되면 돼
나머지는 송곳님이 알아서 하시겠지
최소한의 생활이 된다면, 남자는 섹스만으로도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