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화 〉62
이 글은 백퍼 픽션입니다
수요일 낮 15시
동네 근처를 뛰어다니며 운동을 한다
송곳을 줍고 나서, 시간이 많이 흐르지 않았음에도, 내가 많이 변한 것을, 변하고 있는 것을 느낀다
운동이란 것이 최소 서너달 이상은 해야 효과가 나오는 것인데
한달도 지나지 않아 몸이 달라지고 있다
동네를 뛰어다니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옆집으로 들어가는 화진아줌마를 만난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자기 집 대문으로 들어가려는 화진아줌마
나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돌리며 못 본 체하는 아줌마
아직 마음 정리를 못하신 건가
아니다, 남편은 아줌마에게 성이 아니었어, 감옥이었어
화장실에 가서 웃을 성격의 아줌마는 아니겠지만
당신을 평생 가슴에 간직하겠어요 이런 것도 아닐텐데
"저기 화진 아줌마!"
"네 넷? 관통학생, 왜요?"
"왜 자꾸 저를 피하세요? 제가 아줌마 괴롭혀요? 나쁜 짓 했어요?"
욱하는 심정에 나온 말인데, 다시 한 번 내가 변했음을 느낀다
예전에 나는 욱하기만 했지, 표출할 일이 거의 없었는데
"아니에요, 나쁜 짓이라뇨.. 그냥 생각할 게 있어서.."
"차 한 잔만 주세요 아줌마, 얘기하고 싶어요"
"나중에..하면 안될까요?"
"지금 해요"
덜컥 뚜벅뚜벅
아줌마가 열어놓은 대문으로 무작정 들어가 마당을 가로질러 현관으로 간다
아줌마를 오랜만에 보니 너무 반갑다
내가 이러는 것은 자충수일수도 있다
그냥 모르는 척하다가 송곳으로 쑤시는 게 나을 수도 있다
그게 맞겠지만, 그게 확실하지만
얘기하고 싶고 마음을 알고 싶다
각 잡힌 집은 아니지만, 부드러운 선으로 정리해놓은 포근한 집
홍차를 한잔씩 앞에 놓고 대화를 나눈다
"저 예전처럼 아줌마와 웃으면서 이야기하고 싶어요"
머리를 뒤로 동그랗게 묶은 화진아줌마
억지로 밀고 들어오는 남자를 야단치지 않고, 현관문을 열어주고 차도 내오는 착한 아줌마
내가 원하는대로 되었으니 나야 좋지만, 상대에 대한 배려심이 큰 게 꼭 좋지만은 않은데
착한 여자는 꼭 나쁜 남자한테 걸린다
지금이야 동네에서 시즈모드하고 있는 아줌마지만
낭중지추
이쁜 여자는 언젠가는 수면 위로 떠오를테고, 이 아줌마를 자빠뜨릴 어떤 놈은 아줌마를 어찌 대할까
상대가 착하면 자기도 착하게 대해줘야 하는데, 남녀를 떠나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지가 않다
전 남편처럼, 자기는 원하는 대로 돌아다니면서 아줌마의 욕구나 스타일은 생각지 않을 것이다
내 엄마나 다정엄마처럼 아닌 거 같다 싶으면 남자에게 '너 꺼져 이 새끼야 너 없으면 내가 못 사냐?' 이럴 수 있는 아줌마가 아니다
애인 혹은 남편으로 인식하게 된다면, 이 아줌마는 그 누구에게 계속 끌려다닐 스타일이다
아줌마들끼리 있을 때는, 부드럽지만 자기주장도 확실한 아줌마인데...
어쨌든 그러면 화진아줌마의 생활은 남편이 죽기 전과 달라진 것이 없을 것이다
아줌마의 미래는 둘 중 하나겠지
다시 누군가에 의해 감옥생활을 하든가, 아니면 그게 두려워서 자기 스스로를 가두고 살던가
머리 나쁜 내가 아는 걸 화진 아줌마라고 모를리가 없다
내가 두려운가?
동네를 지키는 의롭기 그지없는 모범시민인 나 김관통이고, 아줌마가 줄줄 쌀 정도로 같이 섹스까지 했지만
불안한 것인가? 내가 변해버릴까봐? 아줌마를 가둘까봐?
하긴 아줌마의 전남편도 겉으로는 흠 잡을 데 없는 훌륭한 남자였지
초반엔 아줌마한테 지극정성으로 하기도 했고
"저 관통학생 하실 말이라는 게?.."
"제가 싫으신 게 아니면 피하지 말아주세요, 저 그리고 아줌마 집에도 자주 놀러오고 싶어요"
책가방에서 주무시는 송곳님이 고개를 끄덕이신다
과부와 고아를 모른 척 하는 자는 사내가 아니라 하신다
얼굴이 발개지는 아줌마
"나이 든 아줌마 집에 관통학생이 왜 놀러와요.."
"아줌마 스물아홉 이라면서요? 같은 이십대인데 나이 든 아줌마가 뭐예요? 그럼 자주 와도 되는 거죠?"
"아 안돼요, 그러면 안돼요"
무릎 살짝 아래로 내려오는 노란색 원피스
내 눈에 치마속이 보일수가 없는데도, 아줌마는 다리를 꽉 모으고 , 손으로 치맛단을 움켜쥐고 있다
너무 가리려고 하면... 더 보고 싶잖아요
너무 다리를 모으면... 더욱 확 벌려버리고 싶잖아요
이렇게 날 경계할거면서, 현관문은 왜 열어준걸까
아닌가? 고민하고 있는 것인가
내 품 안에서 열락으로 몸부림치던 자신의 모습을
내 배 밑에서 헐떡이던 자신의 모습을
남편과의 셀 수 없는 섹스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폭포가 터짐을
아줌마도 나 이상으로 잘 기억하고 있잖아
나는 여러 명 뚫고 다녔지만, 아줌마는 근래에 섹스한 사람이 나 밖에 없으니까 더 선명하게 기억하겠지
"저 관통학생 나 솔직히 말할게요"
"네 아줌마 아니 누나"
"누 누나요? 내 나이가 서른 아니 스물아홉인데"
"수희 누나랑 한두 살 차이잖아요, 전 누나라고 부를 거에요, 둘이 있을 때 만이라도"
화진아줌마의 표정이 묘하다
"나 관통학생이 싫지 않아요, 하지만 그래서 더 고민돼요,차라리 싫었으면 안보면 되는데.. 괜히 좋아하다가.."
"제가 그분처럼 변해버릴까봐 겁나서요?"
"..네..그냥 우리 동네 아줌마랑 학생으로 지내면 어떨지.."
화진누나가 땀을 뻘뻘 흘린다
송곳의 쿨타임은 내일 새벽이나 되어야 돌아온다
내일 낮에 혹은 그 이후에 화진누나를 쑤신다면 섹스는 할 수 있다
하지만 송곳님도 이제 보통 바쁘신게 아니다
왠지, 엄마를 빨리 쑤셔드려야 할 것 같기도 하고
내가 화진누나 한두번 먹버하고 말 것도 아니고
96시간에 한 번 돌아오는 송곳님에게만 의지해 견우직녀가 되는 것 보다는, 가능하면 최소한으로 송곳을 쓰고 싶은데..
"싫어요 전 누나가 좋고 좋아하는 누나동생이 되고 싶어요, 누나도 나랑 길에서 인사만 하는 사이로 지내고 싶어요?"
화진누나 나이면 알 건 다 아는 나이다
내가 원하는 것 중에 정말 큰 것이 섹스라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남녀가 계속 본다는 것이, 섹스라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임을 안다
밀어부칠까?
아무리 누나가 착해도, 호감도 없는 남자 집 안에 들이고 이런저런 얘기 다하고, 다 들어주고 생각하고
이 정도로 호구로 사는 누나는 아니다
내가 지금 밀어부치면, 누나는 분명 싫어하겠지만
닫힌 마음을 여는 열쇠가 되지는 않을까
"저 관통학생 내 말 듣고 있어요?"
"아? 네 네"
"관통학생 오늘은..여기까지 얘기해요, 나 약속이 있어요"
축객령인가
안 되나? 안되서 안되는 건가, 아니면 내가 성급한 것인가
송곳은 분명 잊을 수 없는 기억을, 상대의 뇌리에 남기지만
상대가 부정하고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기억만 남을 수도 있다
한 번 더 쑤시면 달라질까?
두 번이 되면 화진누나는 무너질까?
근데 섹스의 충격과 기억으로 꼬신다면
지금 내가 누나를 밀어부쳐서 뚫는 거나, 송곳으로 뚫는 거나 뭔 차이가 있지?
물론 송곳으로 하면, 내가 벌러덩 누워있어도 여자가 올라탈 정도로 적극적으로 스스로 밀고 나오는건 다르지만
내가 지금 힘으로 억누르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잖아
힘으로 빗장만 여는 거잖아
이 정도면 누나도 열어주길 바랄텐데..
화진누나가 찻잔을 판에 담는다
내 쪽을 보고 허리를 숙이지만, 옷을 워낙 단정하게 입는 누나라 가슴골은 고사하고 가슴살 근처도 보이지 않는다
타악
누나의 손을 잡는다
"아앗 왜 이래요? 관통학생"
와장창
찻잔이 바닥에 떨어져 깨진다
털썩
누나를 내 옆 소파에 앉히고 끌어안는다
"누나, 누나도 저 좋아하잖아요, 이게 맞나 싶어서 고민하는 거잖아요, 누나를 너무 안고 싶어요"
놀란 토끼처럼 눈만 크게 뜨고 얼어서 나를 밀어내지도 못하는 화진누나
스윽
누나의 단정하지만 앞으로 튀어나온 젖가슴을 만지고 싶다
저항의지가 얼어붙어버린 누나의 원피스 치마를 걷어올리는 것은 일도 아니다
걷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뒤로 돌려 지퍼를 내린 후 순식간에 알몸으로 만들 수도 있다
그런데.. 이게 맞나?
몸은 흥분이 되는데, 왜 내 스스로가 웃기고 슬퍼지지?
책가방에 송곳님은 왜 무겁게 침묵하고 계시는 거지?
섹스에 환장하시는게 송곳님이신데
자다가도 일어나시는 게 송곳님이신데
화진누나의 지금 눈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그래, 거실에서 남편에게 눌릴 때의 그 눈이다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라는 눈
꼭 이렇게 해야 하냐는 눈
그렇구나, 나도 그 남편분과 다른 게 없었구나
남편도 처음부터 만취해서 억압적으로 했겠는가
자기도 빗장을 연다는 생각으로, 와이프도 좋아할 거라는 생각으로 밀어부쳤던 것이
지속되니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을 것이다
느낌이 온다
지금 내가 화진누나를 알몸으로 만들어도, 누나 안에 무슨 짓을 해도, 누나는 저항하지도 않을 것이고
나에 의해 작살이 꽃혀버린 누나는 앞으로도 대 줄 것이다
나와 누나는 앞으로 섹스를 계속하게 되겠지, 서로가 상처받으면서
나는 초식동물로 태어난 자
상대의 고통에 더욱 흥분하는 체질이 아니다
그만하자
정말 하고 싶다면, 송곳을 쓰자
최소한 송곳은 단시간일지라도, 여자 본연의 욕구를 증폭시켜, 스스로 즐겁게 하게 해준다
때린다고 다 폭력이 아니듯이, 안 때렸다고 꼭 폭력이 아닌 것이 아니다
나는 화진누나를 좋아하고 섹스하고 싶은 것이지 망가뜨리며 웃으려는 것이 아니다
누나를 제압하고 끌어안던 손을 풀고, 누나에게서 떨어진다
"미안해요 누나, 나 나갈게요"
다시 돌아서고 싶은 마음도 솔직히 있다
풀발되었던 자지가 죽은 것도 아니다
말이 쉽지, 풀발 상태에서 여자의 향기에 취한 후에, 이렇게 그냥 나온다는 것이 참 힘들다
뛰쳐나가면 이상할 것 같아, 천천히 현관문을 열고, 마당을 거쳐 대문으로 나온다
"저기요 관통학생 잠시만요"
"네 누나"
"저... 나.. 결정한 건 없고..나도 잘 모르겠지만.."
"..."
"고마워요, 내 의사를 존중해 줘서"
이 판국에, 나한테 고맙다니
수요일 밤 24시, 목요일 0시
마트에서 담배를 사서 돌아오다보니, 먼 앞에 못보던 차가 하나 주차되어 있다
우리 집 앞인데..
남의 집 차고 앞을 가로막고 주차해 놓다니
나의 시력은 아주 좋다
아 자세히 보니, 주차해 놓고 가버린 게 아니라, 안에 사람이 있는 것 같다
뭐 잠깐 얘기하다 가려는 모양이네
더 가까이 가며 골목 모퉁이에서 바라보니, 운전석과 조수석에 남녀가 타고 있는데
여자가 갑자기 남자의 바지 쪽으로 고개를 숙인다
가까이 오는 중에 여자가 머리를 남자쪽으로 숙이는 바람에 자세히는 못 봤지만, 어디서 본 여자인데
실루엣만 잠시 봐서 모르겠지만, 스타일이.. 누구일까..
남자는 만족스러운 듯, 고통스러운 듯 이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여자가 빨아주고 있는 건가
남자는 50 중반 정도의 나이로 보인다
여자는 몇 살일까? 얼굴도 머리도 안 보이니..
오랄이 끝나면 보이려나
갑자기 남자가 얼굴을 급격하게 찡그리며 허둥댄다
이후 현타가 온듯한 남자의 얼굴
여자는 유리를 내리며 입에서 어떤 액체를 바깥으로 뱉어낸다
응? 엄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