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6화 〉56
이 글은 백퍼 픽션입니다
"오랜만에 집에 오니 너무 좋지? 관통아"
다희누나 방에서 음료수를 홀짝이고 있다
여자 방이라 단정하기도 한데, 너무 단정해 날카로운 느낌마저 드는 칼각이 잡힌 방
더럽히고 아니 어지르고 싶다
가족이라 해도 다희누나 방에 들어온 기억은 거의 없다
"응 누나들끼리는 요즘 잘 지냈어?"
"비슷하지 뭐, 나희 언니랑 나랑 요즘 좀 안 좋긴 해"
"왜? 원래 동맹이었잖아"
"동맹은 무슨 쳇쳇 저번에 내가 인형 아니 은애씨 태운 이후로 나희 언니는 의심이 아니라 확신을 하는 것 같아"
"우리 둘의 관계를?"
"응 나도 그날 너 나가고 나서 계속 울기만 했거든"
으음
가족간의 섹스는 정당하다
이유는 이전에 말한 적이 있으니 각설하고
어쨌든 스커드에 따라붙는 이 패트리어트를 어찌하면 좋을까
제일 좋은 방법은 공범을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패트리어트까지 꼬셔서 같이 미군 진영에 꽂혀버리면 최고다
방치할 것이 아니라면 사실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
신의 힘을 빌리는 것
그런데
장유유서
집안의 최고어른인 엄마도 아직 쑤셔드리지 못했다
물론 엄마가 성생활에 불만족을 가지고 있다는 전제가 맞아야, 찌른다는 명분도 생기는 것이지만
일단 그렇다고 할 때, 집안의 가장이며 최고 연장자인 어머니를 방치하는 불효를 계속 저지르며 나희누나를 찌른다는 것은
후안무치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나영이모도 쑤셔놨다고는 하지만 이대로 놔두면 어물쩡한 관계가 되어, 장기적으로는 더 이상해져버릴 가능성도 있다
또한 가족은 아니지만 화진누나 또한 남편을 잃고 흔들리는 상태
곤장 한대가 시급한 중환자일 수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나희누나는 순번이 너무 밀려있다
물론 계획일 뿐이다
계획대로 진행되는 전쟁은 하나도 없지만, 그럼에도 계획은 반드시 세워야 한다
-나는 전투를 준비하면서 계획은 무용하나 계획하는 것은 꼭 필요함을 항상 발견해왔다-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관통아 왜 또 사랑스런 눈빛을 하고 있어?"
"아 하하 집에서 누나랑 있으니까 좋아서 그렇지"
"그렇지? 역시 우리는 통한다니까"
맞은편에서 내 옆으로 자리를 옮겨앉는 다희누나
개나리처럼 노란색의 머리칼이 허리까지 늘어져 내 몸에도 딯는다
누나가 어깨를 들이밀며 C컵의 중탄두가 내 팔을 찌른다
하얀 색의 아코디언 치마(주름치마의 일종)가 허벅지 위로 올라가는 것도 신경쓰지 않고 나만 보는 다희누나
핫팬츠를 입었을 때와는 다른, 치마가 올려져 보이는 미끈한 허벅지
다희누나는 다 알면서도 이리 행동하는 것일까
내가 해 본 여자들 중에서는 다정누나와 더불어 가장 젊은 다희누나
이제 막 남자의 살맛을 알게되어 막 피어오르는 꽃과 같은 존재
벌떠억
자지가 굳게 선다
금속의 강도에 근접하는 나의 풀발된 자지는 불을 토하려 한다
"어머 어머 또 음심을 품은 거야? 나한테? 몰라몰라"
팡팡팡
냥냥펀치로 날 때리는 다희누나
누나의 길고 노란 머리칼을 헝클어틀고 싶다
각지고 무서운 다희누나의 얼굴과, 저 풍성한 머리칼을 문때고 접착하고 싶다
누나의 젖통을 잡으며 뒤로
"꺄아악! 왜 이래? 왜 미는 거야? 너 내 치마 올리려고 그러지? 그 다음에 팬티 벗기려고 그러지? 그리고 넣다가 블라우스 벗기려고 그러지? 내가 위에서 하자 그래도 니가 깔고올라타서 안 비켜주러 그러지?"
"..."
"쳇쳇쳇 안 그럴거면 왜"
띠리리 띠리리
전화가 오지만 받기가 싫다
쭈웁 추웁
누나의 몸 위에서 키스를 계속한다
누나도 내 몸을 끌어안고 열정적으로 나를 반긴다
띠리리 띠리리
내가 전화를 안 받자, 다희누나의 폰으로도 계속 전화가 온다
누나가 짜증을 내며 폰을 잠시 본다
"아 씨 누구야? 꺼놔야겠네 응? 엄마?"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내 폰을 보니 내 폰에도 엄마전화가 와 있다
"누나 나 집에 들어온 거 엄마가 몰라?"
"아시는데,내가 들어오면서 엄마한테 연락했거든"
띠리리 띠리리
다시 다희누나 폰으로 엄마에게서 전화가 오고 누나가 받는다
"응 엄마 무슨 일"
"야! 니네들 뭐한다고 전화 안 받아? 큰 일 났어"
"큰일?"
"제부가 운명하셨어, 지방에서 시댁식구들 태우고 올라오다가 교통사고로 다 돌아가셨대"
엄마한테 제부면, 우리한텐 이모부잖아
남편이 있는 이모는 나영이모 한 명인데
"어유 나영이 불쌍해서 어떡해, 엄마 지금 집 바로 앞까지 왔으니까, 니들 정장으로 갈아입고 기다려"
"어 어 알았어 엄마"
드디어 아니 안타깝게 가셨군요 이모부
청년 때부터 지금까지 밖의 일은 열심히 하셨으나, 가정 내의 문제로 서울의 빌딩주임에도 불구하고 어깨가 늘어져 있던 이모부
이모부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나영이모를 일찍 뚫어드렸어야 했는데
이모부의 무거운 짐을 제가 조금이라도 나눠가졌다면, 죽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인 50살로 관짝에 들어가시진 않았을 텐데
화진 아줌마 남편쪽도 그렇고, 이번에 나영이모 남편쪽도 그렇고
시댁식구들이 몰살이라니
슬픈데 왜 자지는 더 커지는 거지?
느낌이지만 책가방 안의 송곳님께서 코웃음을 치고 계시는 듯 하다
"관통아 뭐해? 엄마 오신대잖아 빨리 니 방 가서 옷 입어"
"어 알았어 누나"
엄마의 차를 타고 빈소로 향한다
"니들 거기 가서도 티격태격하면 죽는다, 이젠 둘 다 성인이라는 거 잊지 마"
이 나이에 장례식장에서 티격태격은 무슨
티키타카는 또 몰라도
"관통이 넌 정장에 무슨 책가방(백팩)을 둘러멨냐?"
"아 습관이 돼서, 가서 벗어놓으면 되잖아 엄마"
"행동거지 똑바로 해, 아우 그나저나 우리 제부 어떡해, 이제 빌딩 세우고 마누라 궁뎅이 만지면서 편하게 쉬게 됐다고 좋아하시더니.."
와이프 궁뎅이 만지는 걸 오히려 피하시던데?
빌딩은 세웠을지 몰라도 더 중요한 걸 못 세우셨어
어쩌면.. 이제야 진짜로 쉬시게 되었는지도 몰라
나도 인간이고 이모부는 내게 잘 해주셨기에 슬프다
정말로 슬프다, 자지는 서지만
빈소에 도착했다
대형면허가 있던 이모부는 개인버스로 자신의 시댁식구와 친척들을 다 태우고 서울로 올라오고 있었는데
중앙선을 침범한 화물차에 버스가 부딪쳐, 버스는 낭떠러지로 추락
버스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모조리 다 유명을 달리하셨다 한다
사람의 수명은 하늘에 달린 것이 아니다
차에 달렸다
인명재천 이 아니라 인명재차
돌아가신 분이 많으니 할 일은 많은데, 시댁 쪽이 전멸을 해버렸으니 나영이모쪽 그러니까 우리쪽에서 이것저것 해야 한다
이모부와 시댁친척분들의 지인 분들이 와서 도와주시기도 하지만
그 분들도 생업이 있고 사정이 있으니, 한계가 있다
직장에서도 지인 죽은 거 가지고는 휴가를 안 주거나 길게 안 준다
상조회사 직원들이 음식도 하고 서빙도 하지만
이래저래 인사하고 뭐하고 하는 건 우리들의 일이고
엄마부터 나영 다영 라영 이모 들의 가족 중, 살아있는 남자는 나 밖에 없다
정신없던 목요일이 지나가고, 다음날인 금요일도 이것저것 일을 하다보니 토요일 새벽으로 접어든다
새벽이 되니 찾아오는 사람들도 줄어든다
저녁때부터 찾아오는 사람들 상대로 한잔씩 따라주다 보니, 술이 취한다
대부분 상갓집에 온 사람들은 소주를 한 잔 정도만 받아놓고 안 마시는데, 한 잔 정도는 마시는 사람도 있고 종종 몇 잔 이상 마시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들은 와서 한두 잔이지만
이쪽에서 혼자 남자인 나는 한 잔씩만 받아도 수십 잔 이상이 넘어간다
굳이 나도 마셔야 하는 건 아니지만, 나도 기분이 좀 그렇고 해서 받아먹다보니, 많이는 아닌데 좀 술기운이 오른다
토요일 새벽03시
잠시 졸다보니 누군가 화장실에 간다
수희누나가 정장을 입고 화장실로 가는 모양이다
상갓집 복장답게 짧고 그런 건 아니지만, 수희누나의 가라앉은 침착하고 청초한 분위기에, 말끔한 정장의 아름다움
화장기 없는 슬픈 듯한 눈빛
찡긋
으응?
수희누나가 윙크를 하며 화장실로 간다
'슬픈 듯' 만 한 거였나
저 윙크가 내가 생각하는 그 윙크가 맞나
내가 너무 넘겨짚는 것일수도 있겠으나
생각해보니 수희누나랑도 안 한지가 좀 됐어
수희누나는 맛을 충분히 알다가, 남편의 사망으로 굶게 되었다
나로 인해 다시 미각을 찾게 되었고
다시 불 질러놓고 모른 척 한다면 이건 예의가 아니지 않은가
장례식 장에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옳은가?
매우 옳다
종교나 영혼의 존재를 믿는 분들께는 아주 죄송한 말씀일 수 있으나
장례식 등등의 사후절차는, 사실 남아있는 사람들을 위한 절차가 아닌가 생각한다
나는 인생이 여러 꿈들 중 하나이며 끝나면(사망하면) 다른 꿈이 시작된다고 믿으니까
장례식 절차가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힘들고 부담일 수도 있으나, 그런 과정으로 주위의 격려와 도움을 받고 망인을 보내주고 잊는 것이 아닐까
모두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다
어쨌든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렇다 남은 사람들을 돌봐야 한다
유일한 남자로서, 슬픔에 잠겨있는 여인들을 위로해 줘야 한다
절대 술기운이 올라와서가 아니다
망자분을 편히 보내드리고 집안을 지키기 위한, 뼈를 깎는 한 수라 할 수 있다
죽음은 끝이 아닌 시작
인간의 시작은 어디인가
섹스다
송곳의 쿨타임은 아직 23시간 정도 남았다
따라서 지금은 못 쓰지만, 상대는 나와 가까워진 수희누나
책가방이 들썩거린다
송곳님께서 화나셨다
언제까지 떠먹여줘야 하냐며, 장례식장에서 감히 윙크를 해대는 저 여인을 다시는 윙크를 못하게 해주라고 펄쩍 뛰신다
송곳님의 뜻이 그러시다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