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화 〉24화
지금은 화요일 저녁 19시 경
원용이에게 줄 선물을 엄선해서 고르다 보니 시간이 좀 지났다
원용아, 코흘리개 시절부터 우린 참 많이 싸웠지
롤하다가 싸우고 뭐하다가 싸우고
그래도 서로 자기 집 누나들이 더 예쁘다고 싸운게 제일 많은데
싸울 땐 화났지만, 막상 니가 외국 간다고 생각하니
니가 다시 돌아와서도 그 문제로 더 싸우고 싶구나
그래, 지기 싫어서 인정한 적은 없다만
니 누나들도 정말 예쁘다, 성격은 더러워도 이쁜 건 인정한다
다시 니가 돌아왔을 때, 우리가 다시 그 문제로 싸우려면 내가 어찌해야 되겠냐?
내 누나들도, 니 누나들도 계속 예뻐야 한다
여자는 에로스적으로 사랑해야, 사랑받아야 이쁘다
그때쯤이야 결혼한 누나들도 생기겠지만, 결혼생활 사랑으로 유지하는 사람 잘 없다
의무와 정으로 유지하는 것이지
그래 원용아 에로스적인 사랑, 니 누나들에게도 끊기지 않게 해 줄게
니 빈자리는 송곳이 대신해줄 것이다
너와 내가 겪었던, 거의 4반세기에 달하는 오욕과 굴욕의 세월
더는 이어지지 않게, 내가 벗으로서 교통정리를 해놓을게
준비를 마치고 책가방을 메고 현관으로 나간다
거실에는 식사를 하는 누나들과 라희가 있다
"어? 관통오빠? 밥 안 먹어? 또 놀러 나가는 거야?"
"응, 원용이가 외국 간대, 이별주 나눠야지"
수희누나가 뾰루퉁해져서 말한다
"관통아, 자고 올 거 아니지?"
"몰라, 자고 올 수도 있어"
"칫, 너무 많이 마시지 마라, 그 집에서 주사 부리면 너 죽어"
주사 안 부려, 질사는 부릴지도 모르지만
원용이 집은 걸어서 몇 분이다
원용이 집에 거의 도착할 때 쯤, 뒤에서 누가 급하게 달려오더니 내게 팔짱을 낀다
"헥헥헥 힘들어 죽겠네, 뭘 그리 빨리 가냐?"
"응? 다희 누나 왜 따라온 거야?"
꽉 끼는 반팔티에 청바지를 입고 온 누나
아까 식사하던 복장이 아닌데
이 낑기는 옷을 그새 입었단 말이야?
반팔티는 일부러 큰 가슴을 대빵 강조하기 위함이고, 청바지도 바지 자체는 작지 않은데 다희 누나의 빵빵한 엉덩이 때문에 낑겨보인다
나희 누나가 워낙 뒤태깡패라 가려질 뿐, 자매들 중 다희 누나의 힙은 두 번째이고 100(XL) 정도로 상당히 크다
168의 키에 늘씬한 다리를 보유한 다희 누나
힐이 아니라 운동화를 신었는데도, 청바지의 뒤태가 씰룩씰룩거린다
"관통이 너 임마, 술 마시거나 밖에서 잘 거 같으면 내 보호 받으라고 말했어? 안했어?"
"씨잉 내가 애야? 먼 데도 아니고 원용이 집인데"
"또! 누나한테 말대답 할 거야? 너 저번에 존나 수상했단 말이야"
당시엔 생각을 못했는데, 원용엄마랑 워낙 심하게 뒹굴어서 향기가 많이 배겼었나 보다
단순히 옆에서 술마신 것 정도로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너 솔직히 말해, 그 걸레같은 년한테 헤드락이라도 당한 거지?"
다희누나는 성격이 못됐지만, 심한 욕을 막 하고 그러지는 않는데
여기서 '년' 이란 다희 누나와 동갑(24) 이며 앙숙인, 원용누나 김다정이다
다희 누나와 함께 그 학년의 쌍두사로 불리며, 독하게 아름다운 미모와, 대빠 독한 성격을 가진 김다정 누나
남자에 대한 혐오감이 있었고, 실제로도 남자를 사귄 적이 없는 다희 누나와 달리
다정 누나는 학창시절에도 남자친구가 자주 바뀌었고, 현재는 클럽 죽순이다
다희 누나는 내가 원용이 집에서 섹스했다고는 생각도 못하고 있고, 다정이 누나랑 좀 부대낀 거라 생각하는 모양이네
"에이 누나, 그 집 놀러가는데 왜 그래? 그나저나 누나 그 집 가면 진짜 위험해, 지금이라도 돌아가"
"에이 누나라니!! 나 씨야 임마"
슴부심 오지네 정말…
근데 다정 누나가 가슴 더 큰데..
그래서 다희 누나가 티를 이렇게 오지게 입은 건가?
"아 장난하지 말고 누나"
"괜찮다니까, 너 혼자 보내는 게 더 위험해, 다 왔네 들어가자"
초인종을 누르고 퍼킹검 궁전으로 들어간다
마침 원용이의 가족들이 식사를 막 마친 것 같다
사악하게 위쪽으로 째진 눈꼬리를 가진, 다희누나처럼 오똑한 코와 앙다문 입술을 가진 여자
웨이브 파마를 한 원용누나 셋째 김다정이 반갑게 인사를 해온다
"이야 씨, 김다희가 웬일이냐? 자살할 마음이 드디어 생긴거냐?"
원용누나 김다정은 D다, 힙은 100(XL) 정도로 다희 누나와 비슷하다, 키도 168로 같다
자신이 D이기에 지금 다희 누나에게 씨 라는 것은 칭찬이 아닌 깔봄
움찔움찔하며 받아치려는 다희 누나지만
옆에 원용엄마 박혜정이 있어서 말을 삼킨다
참고로 엄마들끼리는, 그러니까 최수영과 박혜정은 친하다
"아유 다정아, 이웃끼리 왜들 그러니? 애들도 아니구 참, 다희야 관통아 잘 왔어 엄마는 잘 계시지?"
"네 아줌마"
그러나 아주 못마땅한 표정의 이 집 둘째 김나정
웹소설 작가이며, 아주 민감한 성격의 D, 95
분명히 156인데 160이라고 4센티나 우기고 다니는데, 상대적으로 작은키 좁은 허리에 ICBM을 두 발 장착하고 다니니, 더 이상한 파괴욕을 부르는 누나
둘째 D가 말한다
"씨, 다희야 너 술 못 마시지 않냐? 그래서 너 줄 술은 준비 안했는데?"
"아녜요 언니, 학창시절에 키 크려고 안 마신 거죠, 이젠 마셔요 호호홋"
찌리릿
남자들은 작은 키의 김나정을 더 좋아하기도 하지만, 김나정 본인에게 키는 아킬레스 건
이 집 첫째인, 김수정도 끼어든다
공무원이며 무뚝뚝하고 대빠이 차가운 인상의, 오피스룩만 고집하는 C컵 90 165의 냉혈녀 김수정
C가 말한다
"씨, 시끄럽게 마시지 마라, 내가 요즘 취미로 미용을 배우거든, 다희 머리 반삭하면 참 이쁠 거 같은데.. "
삭발을 반쪽만 하면 반삭
원용엄마 박혜정의 사자후가 터진다
"아우 이것들이 진짜! 손님한테 뭐라는 거야? 원용이 배웅해주러 온 친구들이잖아, 처먹었으면 다 들어가 이년들아!"
찰싹 찰싹 철썩
등짝과 엉덩이에 스매싱을 날려서 딸내미들을 2층과 3층으로 올려보내는 원용엄마
"호호호호 괜찮아 괜찮아, 쟤들 반가워서 저러는 거야, 원용이 가니까 마음도 착잡한 것도 있구"
정말 반가운 거 같기도 하다
이 정도면 나긋나긋한 수준이다
"다희야, 관통아 어서 3층 올라가 봐, 원용이 너희들 기다리느라 아까부터 상 차려놓고 있다"
"네"
올라가려는 내 어깨를 원용엄마가 지그시 손으로 누른다
끈적하다는 것은 나만의 착각인가…
이 집도 우리 집처럼, 1층에 엄마
2층에 나 다 라
3층에 수정(장녀) 의 방과 원용이의 방이 있다
원용이의 누나들과 여동생은 술자리에 참석하지 않는다
다희 누나를 떠나서, 자기들이 없어야 원용이가 맘놓고 술 마시는 걸 아니까
원용이 방의 방문을 열고 들어간다
딸칵
탁탁탁탁
"헉헉헉 이따다끼마스! 이따다끼마스!(잘 먹겠습니다)"
이 새끼, 내일 모래 외국 간다고 막판 스퍼트 올리네
문 열고 들어오는 것도 모르고 열딸을 하다니
다희 누나는 고개를 돌려버린다
보통이면 소리를 빽 지르겠지만, 사면초가의 상황이니 얼굴만 붉히고 있다
"으응?? 허어억!!! 누구야!!"
콰당탕탕
놀라서 일어서려다 무릎에 걸린 반바지와 팬티에 걸려 의자와 함께 옆으로 자빠지는 원용이 놈
자지를 보일 순 없으니, 허겁지접 뒤를 보이며 옷을 끌어올리는 원용이
참으로 추하구나 이 야만인아
우리 집 누나들이 나를 보는 심정이 이랬을까…
"아.. 하하하 다희 누나도 오셨네요, 간통 아니 관통이 자식 숙녀분 오시면 오신다고 얘기라도 하지 하하하"
당황하며 누나에게 악수를 청하는 원용이
악수는 연장자가 청하는 거 아닌가?
한 살이라고 해도 우리 나이에서 한 살은 적지 않은데
아니 뭐 그런 것 보다도 딸치던 손으로 악수를 청하면…
원용이 손의 저 땀.. 참으로 사나이답지만…
어쨌든 다희 누나도 초대도 안 받은 상황에서 같이 술 마시겠다고 온 것이고
여자들끼리야 주옥 같아도 상대 집 남자들을 그렇게 미워하지는 않는다
같은 동네에 살며, 학교도 같은 곳을 다녔기에 공감대도 많고
섹스 얘기나 군대 얘기는 못 해도 지난 날을 얘기하니 분위기가 좋다
술은 역시나 캪틴P 여러 병
술이 취하니 원용이에게 꼭 부탁하고 싶은 것이 생각난다
원용아 우리가 둘이 합쳐 100 아니었냐
국보급 영상
내가 30테라, 니가 70테라
언젠가 우리의 소장품이 인정받는 날이 올 것이라며
타는 목마름으로 르네상스 시대를 기다리지 않았느냐
오늘 술마시고 나면, 내일 또 찾아오기가 그렇다
캪틴을 마시기에 나중에 집에 가기 전에 받는다 이것도 장담 못한다
캪틴은 싼 대신 아르카나(카드술사) 의 카드 같은 성향이 있다
무슨 효과가 나올지 모른다
다희누나도 우리가 동영상꾸러기들인 건 아니까 지금 내가 의식이 있을 때 말해야 한다
쪽팔림은 잠시지만, 영상은 영원하다
"원용아, 내 선물 받아라"
가방에서 외장ssd 여러 개를 꺼내 원용이에게 준다
내 보물들 중에서도 엑기스만을 모아 복사한 SSD들
"아 관통아 니가 진짜 친구구나 그래 자식아, 내가 외국에서 본토영상 모아서 귀국할게, 몇 년 후지만"
받았으면 토해내야 할 거 아니냐
굳이 지금 달라는 건 아니지만, 지금 얘기해놔야 복사라도 내일부터 할 거니까
공항까지 따라갈 거다
니 놈 성격에 너의 70테라를 놔두고 갈 리가 없어
다는 아니어도 정예병들을 델고 가겠지
그냥 가면 공항에서 신고해버릴거다
문화재 무단반출로
"뭐? 왜 계속 빤히 쳐다봐?"
"원용이 너두 줄 거지? 너의 보물들"
옆에서 다희 누나가 혀를 차며 고개를 흔든다
나중에 또 놀림 당하겠지만, 그런 사소한 것에 신경쓸 여유가 없다
"뭐야? 안 돼 임마, 선은 지키자, 내 애인들을 너에게 넘기라고?"
이 놈은 동영상의 여자들을 실제 제 애인이라고 생각하는 놈이다
"원용아, 넓고 크게 보자, 넌 지금 국부를 아니 국보를 외국에 들고가는 거야, 우리 같은 놈들이 애국은 못할 망정 매국을 해서야 되겠냐?"
"안돼! 그럴 수 없어"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원용아, 우리가 얼마나 숨 죽이며 모았는지 잊은 거냐?"
"안 잃어버릴 거야! 남에게 보일 바엔 차라리!"
"잃어버린다고, 도둑맞는다고 하고 당하는 놈도 있냐?"
원용이의 목소리가 격해진다
"안돼! 그만해!"
"목놓아 소리쳐 울 그날이 올 때까지 참자고 맹세했잖아 원용아, 나의 우국충정을 왜 몰라주냐!!"
우리 민족은 영광의 시절도 있었고, 군사적으로 밀렸던 시절도 있었다
우리 민족보다 더 흥했지만 지금은 뿌리를 잊거나 부정하는 민족들도 있다
우리 민족이 여러 번 털리면서도 자주성을 지켜온 비결이 무엇일까
전부라고 할 순 없겠지만, 문화를 지켰기 때문이다
말과 글도 크게 보면 문화에 포함된다
영상도 물론이다
20세기가 핵의 시대라면 21세기는 문화전쟁의 시대
민족의 독창성을 포기하면 그 민족은 반드시 먹힌다
국산 아니 국보를 포기할 수는 없다
원용아 주고 가라 민족의 독창성을
피를 토하는 나의 울부짖음에, 원용이는 마음을 돌리고, 내일 복사해서 모래 공항에서 주겠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