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삼백 세 번째 과외 - 강남 스타일 4
포장마차의 주황색 천막을 걷어 은은한 전등불에 의지한 채 평온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자리에 앉았다. 레이나는 플라스틱 간이 의자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나는 레이나의 건너편에 마주 앉아서 레이나에게 물어보았다.
"뭐 시킬까요."
"잠시만요. 메뉴판좀 보구요."
메뉴판이라고 해봤자 포장마차 아줌마가 요리하는 곳 아래에 있는 매직의 흔적이 메뉴판의 전부였다. 떡볶이도 있고 오뎅도 있고 하여간 분식집 체인점같았다. 돈 좀 쓰고 싶은데 싼 메뉴가 전부라니. 그렇다면 비싼 술도 소주나 맥주가 전부라는 소린데. 어차피 내가 술 마시는 것도 아니지만.
"어묵탕 먹을게요."
"괜찮은데요. 술안주로도 딱이네. 아줌마, 여기 어묵탕 3인분이랑 소주 한 병이요."
"네."
"3인분은 왜요?"
"1인분으론 부족하니까요. 둘이 먹는다고 2인분 먹으면 금방 먹어요. 3인분이 나을지도 몰라요."
"그거 참, 괜찮은 선택이네요."
레이나는 보조개를 드러내며 웃었다. 여신까지는 아니지만 이쁘다. 무슨 말을 먼저 해야할지 모르겠다. 다른 애들처럼 친한 것도 아닐뿐더러 그렇다고 아예 처음 본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막상 앉으니까 살짝 어색하네요, 그쵸?"
"그러네요."
웃음으로 어색함을 때웠다. 물 한 잔도 있질 않으니 어색함을 물 마시는 것으로 때울 수도 없었다. 참 대단한 타이밍이야. 레이나는 어색함을 도저히 참지 못하는 성격인가보다. 이럴 때는 공통의 관심사를 찾는게 제일 우선이었다.
"몇 년생이세요?"
이것은 나의 질문이었고,
"89년생이요."
는 레이나의 대답이었다.
"89년생이요? 저도 89년 생인데."
"진짜요? 88년생 같아보이시는데."
"에이, 제가 어딜 봐서 한 살 더 들어보여요."
레이나는 미안해요, 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일단은 나이가 같다는 것이라는 공통사를 찾아냈다. 89년생이면 알만한 게 뭐가 있지. 하면서 연식이 좀 된 머리를 굴렸다.
"그 때는 막 노는 애들 머리 폭탄처럼 하고 다녔었는데 기억해요?"
"아, 맞아요, 기억나요. 그 때는 그게 유난히 튀어보였죠."
"레이나씨는 그 폭탄 머리 해봤어요?"
"아니요. 학생은 머리가 단정해야죠. 그렇게 튀려고 하면 되겠어요?"
고등학생 1학년 때 다른 애들에 비해서 좀 튀려고 완전 삭발을 한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는 교문에서부터 교실까지 반항하느냐고 삭발해서 매끈해진 뒤통수를 미친듯이 맞았었는데. 애들도 머리카락 감촉이 신기하다고 계속 만지작댔었지. 남녀 가릴 것 없이, 아 복학생 형누나들도 만졌던 것 같은데.
과거의 슬픈 추억을 곱씹어보는 찰나에 포장마차 아줌마가 어묵탕 3인분과 소주 1병 그리고 소주잔 2개를 우리가 있는 파란 간이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갔다.
"이제 분위기 어색해지면 먹으면 되겠네요."
"그렇겠네요. 소주 따라드릴까요."
"그러면 좋구요."
레이나는 자신의 소주잔을 테이블 위로 들었다. 나는 소주병을 들어서 빈 레이나의 소주잔에 투명한 술을 채웠다. 레이나는 어묵을 질겅질겅 씹고난 뒤 소주를 들이켰다.
"아, 민식씨는 술 마시면 안 돼요. 운전하니까."
"안 마셔요. 레이나씨도 많이 마시지마세요. 술에 흠뻑 취하면 모시기도 힘들어요."
"그건 걱정마요."
레이나는 아예 소주병을 자기 쪽으로 배치해놓고 본격적으로 술을 마시려는듯 보였다. 굳이 말리지는 않았다. 아무리 술에 쩔어있어도 아무 짓도 하지 않고 집에 보내줄 자신이 있었으니까. 너무 어색해서 그런가. 레이나는 연거푸 소주와 어묵을 섭렵했다.
"레이나씨 빨리 마시지 마요. 빨리 취해요."
"레이나라고 부르지말고 혜린아, 라고 불러줘요."
"네?"
"어차피 동갑이라면서요. 오늘 보고 영원히 안 보는 것도 아닌데 그냥 말까요."
그녀의 볼따구가 후끈하게 달아올라 있었다. 이 정도에 취하면 진짜 술에 약한건데. 태연보다 술에 약한 여자는 처음 봤다. 그러면서 뭘 포장마차에 온다고 한건지. 그냥 술 없는 분식집이나 가서 어묵탕을 시켜먹으면 될텐데 말이다. 나름대로 분위기를 내고 싶었나보다.
"그럴까."
"한결 낫네."
레이나는 가볍게 웃음을 지었다. 피식, 하는 정도로. 나는 어묵 하나를 꺼내서 집어먹으려고 하는데 레이나가 갑자기 내 손목을 잡았다.
"이건 내꺼. 너는 이거."
"장난하나."
내 어묵을 뺏고서는 종이컵으로 어묵탕 국물을 퍼서 내게 주는 레이나에게 리버스로 엎어버리고 싶었지만 센스있게 레이나의 어묵을 뺏어서 한 입 베어물고 다시 레이나의 손에 쥐어줬다. 레이나의 눈빛에서 레이저가 나왔지만 최신판은 아닌지 내가 잇는 곳까지 미치진 못했다.
"어차피 내 돈인데 하나도 아니고 반도 아니고 고작 먼지만하게 먹는건데 뭐 어때."
"치."
레이나는 삐진 척을 하면서 꼬치에 꽂혀있었던 어묵을 한 입에 다 먹어버렸다. 먹성도 좋네. 근데 레이나는 술에 취하면 말이 짧아지는건가. 아니면 말이 없어지는건가. 참 애매한 술버릇이었다. 술버릇 중 제일 가관은 현아의 진상 3종세트였지만. 그건 아무도 이기지 못할 거다.
"일어나자."
"응?"
"일어나자고. 어차피 어묵탕이나 소주나 다 마셨는데, 뭐."
"그거 가지고 배 안 고파?"
"관리해야지. 일어나자."
나는 장지갑에 있는 만원을 꺼내 포장마차 아줌마에게 건네주었다. 2500원짜리 어묵탕 3인분이랑 2500원짜리 소주 한 병. 계산 하나는 기막히게 깔끔했다. 나는 정장 안주머니에 장지갑을 다시 잉여넣고 바로 앞에 있는 투아렉의 잠금장치를 풀었다. 레이나는 알아서 조수석에 타고 나는 당연히 운전석에 탔다. 지금 시간은 9시, 아직까진 시간이 남았다.
"안전벨트 메고. 네비에 숙소 주소 찍어."
"알았어…"
레이나는 손가락을 틱틱거리며 네비게이션에 자신의 숙소가 있는 주소를 찍었다. 그리고는 스스로 안전벨트를 멘 뒤, 시트를 뒤로 내렸다. 그리고 시트를 따라서 자신의 몸도 눕는 자세를 만들었다.
"뭐하세요?"
"오늘 스케쥴이 너무 피곤해서 자게요."
장난인가 싶었지만 레이나는 장난이 아니었다. 앞으로 갈 길이 외진 산길처럼 험하기만 한데 조력자가 이렇게 태평천하를 외치며 잠을 잘 줄이야. 내가 아직 노는 것 외에 일하는 것에 대해서 빡세게 스케쥴을 잡지 않아서 모르는 것도 있지만, 내가 생각해도 인간적으로 아이돌의 스케쥴이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숙소에 도착하기 전까지 퍼질러 자는 것을 냅두기로 했다.
"난 다행히 운전에 집중할 수 있겠다."
나는 혼잣말을 지껄이며 키를 돌렸다. 야무지게 걸리는 시동소리를 들으며 창문 밖 차들이 지나가는 것을 체크했다. 근데 숙소가 방송국 근처라고 하지 않았나. 근데, 왜 좀 거리가 있는 곳이지. 의심이 가긴 했지만 별다른 의심을 하지는 않았다. 내가 주소를 찍은 것도 아니고, 레이나 자신이 찍은 주소이지 않은가. 나는 그저 네비게이션의 알림을 따라 운전을 했다.
사실상 지금 시간은 퇴근길에 가까웠기 때문에 도로는 아직 번잡한 상태였다. 나는 정체 상태의 도로를 보며 한숨을 쉬고 레이나를 슬쩍 쳐다보았다. 레이나의 치맛깃이 말려 올라간 상태였다. 여기서 정리해주다가 들키면 의심만 받을 뿐이니 그냥 무시하고 운전을 하기로 했다.
"아, 진짜. 존나 막히네."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 모두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을 만큼 클락션을 쩌렁쩌렁하게 누르고 싶었지만 경찰느님들의 관심마저 받을까봐 참기로 했다. 자린고비의 선비처럼 나는 다시 레이나를 쳐다보았다. 치맛깃은 여전히 말려올라가있었다. 손이 가요, 손이 가. 레이나 치마에 손이 가요. 으으.
'…설마 무슨 일 있겠나.'
"…우웅…"
나는 안일한 생각을 하면서 운전대를 잡고 엑셀레이터를 밟아서 거북이만큼이나 느릿하게 투아렉을 운전했다. 다시 엑셀레이터를 밟는 것을 멈추고 속도치가 0으로 바뀌었을 때 그녀를 다시 한 번 쳐다보았다. 아까의 잠꼬대 소리와 함께 뒤척거리는 사운드가 들려서 그런지 그녀의 몸은 창문을 향해 있었다. 덕분에 그녀의 아담하면서도 늘씬한 뒤태가 보였다.
문제는,
'치마가 너무 짧다.'
라는 단 한 가지의 이유 덕분에 치마가 걸쳐져있는 엉덩이 쪽으로 시선이 향했고, 치마가 일본급으로 짧은 나머지 레이나의 치마 속 튼실한 엉덩이살이 보였다. 그렇다는 것은 레이나의 팬티가 보였다는 뜻이 되었다. 생각해보니 치마가 짧은 게 아니라 치마가 말려올라간거잖아. 이래서는 제대로 운전을 하지도 못할 것 같았다. 레이나로 인한 샘솟는 내 성욕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레이나가 눈치채지 못하게 치맛깃을 원래 상태로 복구시킨 다음에 뒷좌석에 있는 마이를 레이나의 치마 위에 덮어줘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일단은 치마부터 내리고 보자는 식으로 손으로 레이나의 치마를 잡았다.
"…으움."
"헉!"
치마를 잡고 있던 나의 손가락들은 레이나의 뒤척임과 함께 몽실한 레이나의 엉덩이살에 파묻히고 말았다. 밖에서 꼬라지를 본다면 레이나의 엉덩이에 내 손가락들이 깔고 뭉개졌다는 소리가 되겠다. 참으로 아찔한 상황이었다. 운전을 해야하는데 이 자세면 어떻게 운전을 하겠는가.
더구나 이럴 때 손을 빼면 오히려 자는 사람 입장에선 더 예민해져서 그때에 잠을 깨고 만다. 그럼 의심을 받을게 안 봐도 될 비디오처럼 뻔했다. 몽실몽실한 레이나의 엉덩이살에 파묻힌 내 손가락 때문에 정신이 아득해질 무렵, 난 이성을 바로 잡고 한 손으로 핸들을 잡았다. 그리고 잠시동안 오른손에 덮쳐진 부드러운 아이스크림같지만 애꿏게도 따뜻한 감촉을 잊고서 골목길로 들어갔다. 도로에서 쩔쩔매면서 민폐를 끼치는 것보단 이러는 게 훨씬 더 낫겠다고 판단되었달까.
'…하, 다행히 엉덩이 씰룩거리진 않네.'
나는 가만히 앉아서 바깥이나 쳐다보며 레이나가 어서 몸을 돌려 나의 손가락을 엉덩이의 압박감에서 해방시키길 간절히 빌고 있었다. 식은 땀이 삐질삐질 흘러내리는 것 같았다. 울고 싶어라. 되도 않는 오해 받는 건 죽도록 싫어하는데. 어느새 시간은 열 시를 향했고 방송국과의 거리는 이십 분 남짓했다.
"…흐움."
몇 분이나 더 기다렸을까, 레이나가 몸을 뒤척이기 시작했다. 나는 기쁜 마음에 레이나가 어느 방향으로 도는지 생각도 않고 손을 뺐다.
아뿔싸, 내 쪽으로 돌았네. 그렇다면 내 손의 위치는.
'…헉.'
그야말로 꽃이 된 위치였다. 하필이면 아스트랄하게 손가락 다섯 개가 그녀의 차마 말할 수 없는 비밀스러운 틈에 걸쳐져있다니. 손목은 그녀의 두툼한 언덕에 붙어있었다. 엉덩이보다 더 아찔한 느낌. 은 아마도 그 쪽이 받을테지요.
"…뭐해?"
젠장, 레이나가 깨버렸다. 레이나는 누워있는 상태로 나를 흘겨쳐다보았다. 나는 당황해서 얼굴이 발개진 채로 레이나의 둔덕에 붙어있는 손을 뺐다.
하지만, 레이나가 그 손을 다시 잡아버렸다.
"성추행범 검거한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