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03화 (304/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이백 아흔 여섯 번째 과외 - TROUBLE MAKER 2

"왜 1층 눌러?"

"…그럼 어디 눌러?"

"지하 2층 눌러."

"주차장?"

"응."

현아는 엘레베이터 안으로 들어가서 1층을 눌렀지만 내 말에 1층을 다시 눌러서 명령을 캔슬하고 지하 2층을 눌렀다. 엘레베이터의 문이 부드럽게 닫혔고, 발꿈치가 뜨는 느낌과 함께 엘레베이터는 아래로 내려갔다. 모르는 사람이라면 핸드폰이나 엘레베이터 층 숫자 내려가는 것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겠지만 현아는 다 내려갈때까지 뚫어져라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러다가 얼굴에 구멍나겠네.

"주차장은 왜 왔어?"

"다 이유가 있다. 따라오기나 해."

"…?"

현아는 여전히 의문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조금만 걸으면 나오는 나의 투아렉의 위엄에 지리지만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시덥지 않은 마티즈와 시덥긴 보단 약간 바지를 지릴 뻔한 중형급 승용차의 숲을 지나 숲 한가운데에 당당하게 자리잡은 투아렉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과 나 좀 이거 있어, 하는 아우라가 은하계까지 뻗쳐보일수 있는 제스처로 투아렉의 잠금장치를 해제했다. 

"오토바이에서 자동차로 진화했다! 와, 반짝반짝거려."

"…훗."

나의 콧대가 주차장의 천장을 무너뜨릴 기세로 치솟고 있었다. 현실은 그렇지 않았지만. 현아는 신난 표정으로 곧장 조수석으로 걸어갔다. 나도 자신감이 차있고 여유만만한 걸음걸이로 웃음을 지으며 차문을 열었다. 

"면허증은 있지?"

"날 뭘로 보고, 당연히 여기 있지."

최근_증명사진_.jpg을 본 현아는 그렇구나, 하면서 안전벨트를 맸다. 안전벨트 자체가 크로스백처럼 몸의 상부를 가르며 매는 것이라서 현아의 가슴라인도 약간 보이는 것이 순간 아찔했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근데 왜 현아는 많고 많은 옷들 중에서도 타이트한 원피스와 스커트를 입고 왔을까. 여튼간에 나는 버튼을 눌러서 시동을 걸고 투아렉을 끌고서 밖으로 나갔다. 아, 오토바이에서 차로 바꾼게 이렇게 편할 줄이야. 이럴줄 알았다면 진작에 바꿀걸. 물론 차를 살 돈은 없지만 말이다.

차 안에 편안하게 앉은 현아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녀는 차 내부를 구경했다. 근데 예상도 못했다는 듯이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두리번거렸다.

"…왜, 차 처음 타봐?"

"아니. 오빠가 능력 있는 것처럼 보여서."

"…!?"

그럼 그 전에는 어떻게 보였단 말인가. 상상하면 슬퍼질 것 같으니 현아에게 일 초라도 빨리 가야할 곳을 물어보았다. 

"어디 갈까?"

"청담동 흔한 카페."

"그게 카페 이름이야?"

"응, '청담동 흔한 카페', 요즘 뜨는 카페야. 가자, 얼른."

그 이름 참 신기하네. 청담동 흔한 카페라니, 얼마나 흔한 인테리어와 흔한 메뉴가 있길래 그렇게 이름을 짓는단 말인가. 기대 반과 우려 반을 양념 반 후라이드 반같은 마인드를 가지고 엑셀레이터를 밟고 핸들을 돌리며, 서울 모범시민다운 모습을 보이며 안전하게 운전을 했다. 근처에 학교가 있는 도로는 30km/h를 꼭 지켰다. 목적지까지의 거리는 약 2킬로미터 남짓, 하지만 그 놈의 안전운전 때문에 오래 걸렸다.

"…오, 좋은데?"

"멤버들이랑 자주 왔거든."

포근한 브라운 풍이 물씬 느껴지는 카페였다. 카페 내에 있는 스피커에선 잔잔한 음악나 인디가수들의 음악들이 울려퍼졌다. 지금 나오는 음악은 요조의 <노스텔지아>였다. 카페가 1층만 있는 줄 알았더니 계단을 통해 2층까지 이어져있어서, 나와 현아는 2층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2층에는 칸막이가 쳐진 곳도 있었다.

"저쪽으로 가자."

"당연히 저쪽으로 가야지."

우리는 망설일 것도 없이 칸막이 커튼이 쳐져있는 테이블로 갔다. 메뉴판과 벨이 있는 것으로 봐서는 메뉴를 보고나서 뭘 먹을지 선택한 다음에 벨을 누르면 종업원이 오는듯 싶었다. 이런 시스템이 갖춰졌다는 것은 일반인 말고도 유명인사들이 자주 온다는 뜻이겠지. 

오늘은 유난히 인도 전통음식들이 나의 위장을 자극했다. 나는 현아까지 꼬드겨서 인도 음식 세트를 주문하기로 했다. 현아는 이 집 커리가 조금 매콤하다고 걱정스럽게 말했지만 괜찮았다. 나는 리얼스틸한 위장을 갖고 있는 멋진 남자니까. 주문을 하고 난뒤, 말수가 줄어들어서 잠잠해진 분위기를 헤치고 현아의 말소리가 내 귓구멍으로 덩크슛을 시도했다.

"오빠, 하라언니랑은 잘 지내?"

"…어? 음, 뭐 잘 지내지."

"…그래?"

하라랑은 잘 지내다 못해 피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요즘은 카라가 일본 활동을 하느라 무척 바빠서 다행이었지만. 현아가 왜 하라를 언급하나 싶었더니 저번에 학원에 하라를 데리고 온 것이 생각났다. 그때부터 쭈욱 현아는 자기가 하라 다음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듯 싶었다. 솔직히 까놓고 말하면 하라가 처음은 아닌데 말이다.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 살짝은 당황한 채로 현아에게 대답한게 약간 찝찝했다.

그런데 현아의 말하는 모습과 말한 뒤의 표정을 보니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뭐가 아쉽다고 저런 표정을 짓는지 당최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얼핏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그게 왜?"

"아니야, 이제 커리 나오겠다. 먹을 준비나 하자, 히히."

현아가 말하기가 무섭게 종업원이 커리를 서빙해왔다. 먹음직스러운 커리들이 테이블 위에 올려졌다. 현아는 치킨커리, 어쩌다보니 나도 치킨커리. 귀찮게 칼로 자르는 일이 없도록 미리 커팅이 되어 있다는 점에서 난 이 카페가 나름대로 센스가 있다고 생각했다. 

"맛있게 먹어."

"오빠도."

나는 포크로 카레가 묻혀진 치킨 한 조각을 찍었다. 그리고 곧바로 입 안으로 흡입했다. 매콤한 맛이 느껴지긴 했지만 물이나 다른 마실 것을 찾을 정도로 그렇게 매운 정도는 아니였다. 약간 따끔한 정도? 그래도 맵긴 매웠다. 현아는 매운거 잘 먹으려나, 라는 생각으로 현아를 쳐다보았다.

"니 커리는 안 매워?"

"나 매운거 잘 못 먹어서 순한 맛으로 주문해서 안 매워."

현아는 내게 그렇게 말하고 맛있게 커리를 먹었다. 근데 노림수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시크릿 가든'이라는 드라마를 연상케하듯 현아는 칠칠맞게 카레 소스를 입술 주위에 묻혀댔다. 나는 조그만한 곽 안에 있는 휴지를 몇 장 뽑아서 현아의 입술을 닦아줄 요량으로 현아에게 다가갔다. 현아는 움찔했다.

"칠칠맞게 소스나 묻히긴."

"…내가 뭐…읏!"

휴지 사이로 부드러운 현아의 입술의 촉감이 손가락으로 전달되었지만 별 신경을 안 쓰고 현아의 입술에 묻은 소스를 닦아냈다. 그리고 립스틱도 닦아내버렸다. 휴지에는 노란 카레소스 외에도 연핑크 색의 립스틱도 묻어있었다. 

"…칫, 여튼 오빠는 왜 연예인 됐어?"

"…나, 왜?"

뭐, 이야기 하자면 그리 긴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짧은 것도 아니었다. 넓게 잡자면 나와 방송가의 인연은 영웅호걸로 시작해서 효민 사촌이라는 컨셉으로 청춘불패에서 캐릭터를 잡고, 티아라의 육아버라이어티에 나오기도 했고, 그러다보니 요즘처럼 자정마다 라디오 진행을 했다. 게다가 청취율은 운이 좋게도 높게 나와서 나름대로 팬카페도 생기고 방송가 내에서는 나의 진행실력을 눈여겨보고 있다는 PD가 더러 존재했다. 

"라디오도 하고 인터넷 하면 간간히 오빠 이름 나와서."

"그래? 근데, 난 아직 제대로 연예인은 아닌데. 그냥 디제이지."

"에이, 오빠 인지도 보면 연예인이지."

"…그런가?"

현아의 말이 그럴싸 해보였다. 그나저나 카레의 맛이 참 기가 막히게 맛있었다. 춘천댐 밑에 있는 쌈쌈(고등학교 시절 지리선생님이 추천해준 곳)이라는 식당에서 파는 음식들도 맛있는데, 내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에도 현아는 계속해서 연예인, 혹은 방송가 관련 질문을 내게 던지고 있었다. 

"소속사도 없는데?"

"소속사 없이 연예인 하는 사람들도 많거든? 근데 난 오빠가 연예인 했으면 좋겠다."

"왜?"

다른 소녀들 같으면, 연예인이 되는 것보단 일반인으로 사는 것을 더 원할텐데. 연예인이 되면 서로 인지도가 있어서 오히려 스캔들이 더 많아지니까 말이다. 차라리 일반인으로 살면 신상을 쉽게 털리는 일도 없고 비밀연애도 충분히 가능한데 말이다. 현아의 속마음은 왜 그렇게 되는지 궁금했다.

"…그럼 자주 볼 수 있을 거 아냐."

현아의 얼굴이 발개졌다. 그게 무슨 부끄러운 대답이라고 복숭아를 상상할 수 있을 만큼 볼이 새붉어지는지. 현아는 조용히 카레를 한 숟가락 더 먹고 푸하, 거리며 얼굴을 식혔다. 나는 수줍어하는 현아에게 장난스런 농담을 던졌다. 

"음, 현아는 내가 자주 보고 싶어?"

"…그, 그게. 아까 춤 같이 췄을 때도 잘 맞고, 둘이서 잘 놀잖아…"

현아는 수줍게 말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끄러워서 일어난 줄 알았는데 테이블을 보니 단지 카레를 다 먹어서 일어난 것이었다. 치킨가루도, 밥알도, 소스도 남김없이 다 해치워먹은 그녀였다. 어렸을 때 수요일만 되면 급식 담당 선생님에게 꽤나 칭찬받을 유형인듯 싶었다. 나도 현아를 따라서 남김없이 다 먹고 테이블에서 일어섰다. 

근데 현아는 나갈 생각을 않고, 한 곳에 시선을 둔 채 그대로 머물러있었다. 솔솔 불어오는 에어콘 바람이 현아의 머릿결을 스쳐지나 향긋한 샴푸향을 내 주위로 끌어냈다. 비달사X라거나 엘라X틴을 쓰나. 샴푸향이 참 좋았다. 별별별 이유로 나의 눈을 따갑게 하지 않을 것 같은 향기랄까.

"오빠, 저거 해보자."

"뭐를?"

현아의 손가락은 '저것'을 향하고 있었다. 나는 여기에 오기 전에 카페의 간판명 그대로 흔한 카페인줄 알았으나, 사실 이 카페의 정체는 사주카페라는 것을 현아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 덕분에 깨달았다. 결이 고운 커튼으로 가려진 비밀의 방, 문패에 작게 '타로방'이라고 적혀있었다. 애초에 점 같은 것을 믿지 않았지만 현아의 기분을 망가뜨리고 싶지는 않아서 현아를 뒤따라 타로방 안으로 들어갔다. 흔한 얼굴형이지만 분위기는 예사롭지 않은 남부아시아 풍 외모의 한국인 아줌마가 타로방 안에서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어서와요, 커플이죠?"

"네? 아닌ㄷ…"

"네, 맞아요!"

나는 고개를 도리질 치며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현아가 잽싸게 선수를 쳐버렸다. 졸지에 현아와 나는 커플이 되버렸다. 나는 갑자기 왜 이래, 라며 현아에게 조용히 말했지만 현아는 내게,

'내가 알아서 할게. 오빠는 가만히 있어.'

라고 입모양을 뻥긋거리며 내게 말할 뿐이었다. 별다른 방법이 있으랴, 그냥 눈 딱 감고 현아의 말대로 해주는 수 밖에. 나는 타로에 딱히 관심이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타로방 안 인테리어만 대충 살펴댔다. 현아는 아예 점 결과 자체에 관심을 가지는 것으로 보였고. 각종 방명록이 많은 것으로 봐서, 타로방이 이 카페의 명물인듯 싶었다.

"애정운 보고 싶지?"

"…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현아는 아줌마의 말에 대답을 했다. 현아의 적극적인 모습에 당황스러운 감이 들었다. 아줌마는 씨익, 하고 웃더니 타로카드를 섞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아보고 뽑으라고 손을 내밀었다. 

"아, 그 전에 생년월일?"

"아, 저는 1992년 6월 6일이구요, 이 오빠는 1989년 5월 10일이요."

"둘 다 성격은 6번 카드, 연인이구나."

"…우와."

"연인은 인간관계를 중시하고, 자신을 꾸미는 능력이 있고, 깊은 감정을 느끼며 누군가와 정서를 교류하고 싶어하지."

나는 순간 놀랐다. 타로카드의 해석에 놀란 것이 아니라, 성격 카드가 똑같다는 사실에 말이다. 난 그래서 아마 그때부터 타로점에 관심을 가지고 현아가 뽑는 것에 집중했던 것 같았다.

"그럼 이제 뽑아봐."

"네."

현아는 차근차근 카드 세 장을 뽑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세 장을 뽑으려다가 아줌마의 제지에 내가 현아 대신 한 장을 뽑았지만 말이다. 현아는 태양과 악마를 뽑았다. 나는 달을 뽑았다. 아줌마는 그 세 장을 보더니 웃음을 지었다. 

"여자 쪽은 어린 애처럼 순수하지만 집착이 조금 있는 편이구나. 남자 쪽은 마음이 변덕스럽고 의심이 조금 많은 편이고."

"…우와, 쪽집게 같네. 그걸 어떻게 알아요?"

"타로카드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

현아는 연신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나름대로 아줌마가 현아에 대해서 잘 맞추고 있는 듯 보였다. 예전 웹툰을 보면 저 책상 밑으로 컴퓨터 타자질을 해서 신상털기를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건 아닌듯 싶고, 내 성격도 얼핏 맞은게 살짝은 관심이 갔다. 

"흠, 애정운으로 보면 아직 두 남녀는 연인이 아니라고 나오네. 아니지?"

"…연,연인 맞아요!"

"아니잖아. 맞지?"

"네, 맞아요오…."

이럴거면 뭣하러 연인이라고 뻥카를 날렸니. 현아는 연인이 아니라는 것을 들킨 것에 대해 살짝 부끄러운지 얼굴이 빨개졌다. 꼭 홍시 같았다. 

"흠, 여자 쪽이 더 많이 좋아하네."

"…남자는요?"

"음…남자는 좋아하긴 하는데…"

나는 분명히 타로점을 믿지 않는데 왜 이렇게 저 아줌마의 다음 말이 기대되는 거지. 여기서 카페베네 로고가 뜨고 주변이 회색으로 변해버린다면 나는 이 타로방을 엎어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인것은 이것은 방송이 아니라서 계속해서 이어진다는 점이랄까.

"좀 헤프네."

몸에 전율이 일었다. 그냥 끼워맞추는 정도인줄 알았는데, 이건 찍어서 맞추는 정도를 넘어섰다. 아니면 심리학을 전공해서, 상대방의 심리를 잘 읽어내린다던가. 독심술을 배웠다던가. 여튼 저 수상한 아줌마에 대해서 갖가지 상상이 다 들었다. 

"…흥!"

현아가 소리를 내며 나를 노려보았다. 나는 오는 여자 마다하지 않은 죄밖에 없는데. 아, 그게 제일 큰 죄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아까 남자 쪽 점을 대충 봤는데, 이제 보니까 남자가 여복이 넘치는 구만."

"…네?"

"맞지? 아, 여복이 아닐 수도 있겠다. 여난인가?"

이럴수가. 어디 갈아입을 바지 한 벌 정도 없나, 이러다가 타로방 안을 홍수판으로 만들어버리겠다. 현아는 아직도 나를 노려보는 눈빛을 거두지 않았다. 점을 보는 아줌마는 자신의 말을 끝내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주위를 맴도는 여자들이 능력이 있어. 지금 옆에 있는 여자도 그렇고, 문제는 다들 기가 쎄다는 거지. 그리고 남자한테 이상한 기운이 느껴지는데, 내 충고 잘 들어. 그 기운 잘 다스리지 못하면 큰일난다."

"…네!"

본의 아니게, 목소리가 긴장에 굳은 채로 점쟁이 아줌마의 말을 곧이 곧대로 잘 받아듣고 있었다. 누가 보면 점을 잘 믿는 사람처럼 보일듯 싶었다. 부정하고는 싶지만 점괘가 너무 잘 맞아떨어져서 안 믿을래야 안 믿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무슨 재주로 저렇게 점괘를 잘 맞추는건지. 

타로점 해석을 듣고 난 뒤, 현아는 아까부터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내가 뭐 어쨌다고, 라는 표정으로 현아에게 조용히 대들었다. 다만 현아가 더 이상 반응을 하지 않는다는게 불안할 뿐이었다.

"…으음."

"하핫, 왜 이렇게 심각해. 그냥 점 해석이잖아."

"…그런가?" 

현아의 얼굴엔 불만이 한 뭉텅이 가득 쌓여있었다. 나는 그것을 풀어주려 웃음으로 때웠다. 나름대로 성공인듯 싶었다. 그렇지만 현아는 나한테 할 말이 아직도 남아있는지 묘한 표정을 지었다. 

날은 어느새 밤이 되고, 라디오 방송하기 전까지 세 시간 남짓 남은 시점. 현아를 바래다주러 현아의 숙소가 있는 아파트로 향했다. 

"잘 가."

"오빠, 나 할 말 있어. 조용한 곳에서 이야기 하자."

"무슨 이야기."

"거기서 이야기 할게."

현아는 다부진 표정을 지은 채, 다시 내 차에 올라탔다. 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현아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하니, 하는 수 없이 현아의 말대로 조용한 곳에서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그곳은 현아의 숙소가 있는 아파트 단지 내의 주차장이었다. 그것도 카메라가 없는 사각지대.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은 듯 싶어보였다.

"…할 이야기가 뭔데?"

난 차 안의 공기가 답답해서 차 밖으로 일단 나왔다. 현아는 결심했다는 표정으로 나에게 다가와서 단칼에 나의 입술을 덮쳤다. 그리고 짧게 키스한 뒤 입술을 뗐다. 난 당황스러운 마음에 휘둥그레 눈을 뜨며 현아를 쳐다보며 말했다.

"…현아야?"

"나 더 이상은 안 숨겨."

"…뭐를?"

"나 오빠 좋아한단 말야!"

현아의 얼굴이 다시 빨갛게 달아올랐다. 꺼져가는 불씨에 기름을 끼얹은 것처럼 금세 달아올랐다. 현아의 고백에 난 늘 그렇듯, 아니 소녀들의 고백을 받을때마다 그렇듯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결말은 뻔했지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