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83화 (284/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이백 일흔 여섯 번째 과외 - 꽃보다 시카 2

한 차례 폭풍이 휩쓸고 지나갔다. 그 폭풍의 이름은 강지영. 어떤 폭풍보다도 강했다. 개에 감히 비견하자면 비글보다도 더 징글징글한 캐릭터다. 퀸쏘랑 강지영이랑 제대로 붙으면 강지영이 이길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달까? 물론 퀸쏘의 노련함으로 강지영을 이기긴 하겠지만 체력이 많이 빠질 것 같다. 강지영 때문에 도망간 넋을 다시 잡고 현아가 준 선물을 마저 뜯기로 했다.

"청바지다. 다음에 학원가는 날에 입고 가야되겠네."

왜 입고 가냐고 묻는다면 너무 뻔하게 대답할 수 밖에 없다. 현아가 당연히 자기가 선물한 옷을 입었는 지 안 입었는 지 궁금해할 게 뻔했다. 만약 내가 안 입고 간다면 그녀는 수업하는 내내 기분이 다운되있을 것이고, 내가 입고 간다면 수업하는 내내 기분이 좋을 게 눈에 보였다. 다운 되있는 것보단 업되있는 것이 그녀의 모습을 보는 내 입장에서도 훨씬 나은 편이니까. 그녀도 역시 돈 좀 쓴 모양이다. 브랜드를 보니 'DOLCE&GABANA' 가격 또한 만만치 않은 듯 보였다. 이건 반드시 입고 가야해! 막 이래. 여튼 일단 선물 리뷰 PART1을 끝내고, 광고 후에 part2를 시작해야 할 것 같았다. part1이 카라와 효성과 현아편이였다면, part2는 티아라와 지은이(아이유) 편이었으니까.

[지금 빨리 연락 주세요, 떼인 돈 받아드립니다. 01058827785 핑크 아이언 체인]

지역광고 할 시간이라서 그런가, 대놓고 조폭 스멜이 느껴지는 광고가 티비에서 마구잡이로 나오고 있었다. 으아, 전화했다간 게이바에 들어간 엉덩국처럼 괄약근에 힘이 빠지면서 기절하게 되겠지. 으으, 상상하기만 해도 이미 멘탈이 괴롭다. 어서 빨리 이 곳에서 빠져나가야 해! 라고 속으로 씨부리면서 안방으로 들어가서 티아라와 지은이(아이유)가 선물한 것을 뜯기로 했다. 

물론, 규리누나가 선물해준 아이패드2라거나 승연누나가 선물해준 스쿨룩이라거나 하라가 선물해준 핸드메이드 컵은 적재적소에 알아서 넣어둔 상태였다. 아이패드2는 안방 탁자 위에 올려놓았고, 스쿨룩은 옷방에 걸어두었고, 하라의 핸드메이드 컵은 주방에 있다. 현아가 선물해준 돌체 가바나 청바지도 스쿨룩과 함께 옷방에서 숨 쉬고 있었으며, 효성이가 선물한 농구공은 신발장 위에 올려다놓았다. 니콜과 지영이가 선물해준 카라의 온기는 내 몸에 묻어있었다. 

마지막 선물들이 참 슬프네 그려.

"티아라가 선물해준거 뜯자. 뭔가, 남다를 것 같아서 무지하게 기대된다."

티아라 멤버 총 7명. 티아라가 가져온 선물을 배달한 이는 택배기사가 아닌, 효민이었다. 어제의 일이었다. 상상도 하기싫다. 망할 년, 어떻게 택배비를 돈으로 안 받고 몸으로 받아낼 수가 있지! 방금도 니콜이가 와서 날 괴롭히고 갔는데, 그 다음 타자가 바로 지금 오고있는 싴요미 정수연이었다. 나이 들어서 뭔가에 눈을 뜨게 되면 무섭게 성장한다고 한다던데, 수연이가 바로 그 꼴이랄까. 아까 출발했다고 메세지가 왔으니까 아직 여기까지 오려면 시간이 30분 정도 남았다. 그 때까지 티아라가 나에게 자선기부한 선물들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했다.

[To.민식이, From. 보람]

상자의 낌새가 시원치않았다. 효민이가 오자마자 바로 욕짓거리를 날린 이유가 바로 람뽀의 선물 때문이었다는 후문이 있었다. 얼마나 묵직한 선물이었으면, 효민이가 자신의 자가용을 끌고 오는 원인이 되었다고 했을까. 그리고 '민식아, 네 선물 가져왔어. 내려와서 가져가.' 라고 힘에 겨운 목소리로 어제 통화까지 했을까. '…배송비는 네 몸으로 때우자!' 라고 효민이가 그렇게 말했을까, 흑흑. 아직 확인을 안 해봤지만 어쨌든 무거운 선물이란 건 확실했다. 커터칼을 가져와서 람뽀의 선물을 뜯어보았다. 와우! 이것은 복분자즙과 풍천장어다. 쉽게 말하자면 정력을 보존하는 건강식품이랄까. 기쁘기도 했지만 내심 씁쓸했다. 어차피 김치도 만들지 않았기에, 텅 비어있는 김치냉장고에 보관하면 될 듯 했다. 다음은 소연누나의 선물. 선물상자의 크기는 작았다.

"목걸이네, 다행히 내 스타일에 지장줄만한 망할 디자인은 아니다."

무난했다. 모양도 무난했다. 뫼비우스의 띠 모양이랄까, 요즘 아이돌 중에 하나인 인피니트의 로고가 떠올랐다. 전에 공개방송 때도 와서 'BTD'랑 'Nothing's Over'를 부르고 가던데. 그 중에 친하게 지내고 싶은 멤버가 있다면, 데스노트를 떠오르게 하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엘'이랄까. 엘의 본명이 김명수라던데, 명수가 더 어감이 찰진 듯 했다. 나중에 또 보면 그 때는 술이라도 같이 하면서 또 다른 인맥을 쌓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은정누나는…헐, 맥북?"

선물 스케일 보소. 바지 갈아입고 와야겠네. 아이패드 두 대 정도의 가격에 맞먹는 그녀의 선물은 요즘 그녀가 얼마나 돈을 많이 벌고 있는 지 깔끔하게 말해주는 듯 했다. 은정누나한테도 조금 있다가 전화라도 해야해서 감사의 표시를 해야할 것 같았다. 은정누나 생일이 언제지, 12월 12일이였나? 그 때 되면 왠지 은정누나가 종합애교세트를 들고 와서, 무슨 선물을 사달라고 할 지 벌써부터 두려워졌다. 맥북을 한 번 켜봐서, 잘 되나 시험이라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콘센트를 꼽고 전원을 켰다. 음, 애플사 컴퓨터는 처음 만져보는데, 괜찮은 듯 했다. 모르는 건 안내용 책자로 독학하면 될 일이고, 애플사의 두 스마트기기를 보면서 흡족한 미소를 짓고는 효민이가 준 선물을 뜯었다. 

"비오템옴므 남자화장품 세트?"

비오템이라면 공효진이 광고하는 그 화장품? 상자를 열어보니 비오템 아쿠아수르스라는 제품명으로, 영문학과에서 영단어를 질리도록 쳐다봤을 때도 듣도 보도 못한 단어들이 화장품병에 턱하니 새겨져있었다. 밀키로션, 스킨로션, 에센스스킨, 수퍼세럼, 수분 크림, 아이퍼 퍼펙션 세럼등. 많은 화장품들이 있었다. 남자 화장품 양이 자판기 커피라면, 여자 화장품 종류는 그야말로 레알 티오피라던데. 분장실에서 본 여자 메이크업 도구들만 봐도, 대충 얼마나 많았던지 생각만 해도 팔에 소름이 돋았다. 

다음은 라도 출신인 자이언트 화영이의 선물이었다. 딱히 감탄사를 외치지 않아도 우월한 무등산 수박의 위엄에 또 다시 나는 바지를 갈아입고 와야할 듯 했다. 아따, 이걸 언제 다 먹냥께. 나 혼자 먹기엔 벅찬 양이랑께. 왠지 화영이가 내 집까지 찾아와서 '나랑께, 문 좀 열어보랑께'라고 말하고 야구방망이를 들고 와서는 내가 먹는 지 안 먹는 지 감시하러 왔다면서 말하고는 수박을 먹은 흔적이 없으면 야구 방망이로 날 기절시키고 내 몸에 달려있는 방망이로 스스로를 자학할 것 같당께. 안 되겠다, 사람 불러야겠다. 수박 잘 먹을 것 같은 사람들로. 예를 들면 꿍디순디? 가 아니라, 김준현이라거나 유민상같은 체구의 친구를 불러야할까….

"큐리누나는 호피무늬를 좋아하니까, 왠지 선물도 블링블링하거나 호피무늬 박혀있는 거로 줬을 것 같은데."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거겠지만, 아…설마 했는 데 진짜 가방이 눈부셔서 뭐라 할 말이 없다. 내가 백팩을 잘 메고 다닌다는 것은 잘 아는 듯 했다. 가방에서 백두산 호랑이와 사바나 초원을 뛰는 표범의 기운이 한가득 서려있었다. 이걸 메고 다니면, 왠지 네 발로 도로를 달리면서 운지를 외칠 수 있을 것 같달까. 그래도 걱정했던 것보단 센스있는 디자인이라서 좀 튀긴 하겠지만, 메고 다닐 수는 있을 것 같았다. 마침 새 가방이 필요하기도 했다. 이것도 일단 옷방에 집어넣고, 다음은 티아라의 레알 막내 지연이의 선물을 뜯어 볼 차례였다. 선물상자의 크기로 따지면 지연이 것이 제일 작았다. 

"…이제 선물 뜯는 것도 힘에 부닥치네."

지연이의 선물은 자신이 폴라로이드로 찍은 나와의 셀카 사진이었다. 내가 자고 있는 모습으로 봐선…이 아니라, 어깨선이 그대로 드러나 있잖아. 지연이의 어깨선은 물론이요, 나의 어깨선도 맨 몸 그대로였다. 조명의 분위기로 봐서는…몇 주 전 지연이와 함께 간 호텔이 떠올랐다. 아, 대충…이 아니라 너무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가득 피곤했던 터라, 징징거리는 지연이를 조용하게 만들기 위해서 허리를 힘껏 놀리고 바로 뻗어버렸던 날인 것 같은데. 그 때의 그 사진이라면 사진으로 보이지 않은 부분에는 지연이의 알몸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겠지. 보아하니, 같은 이불을 덮고 알몸으로 내 몸에 부닥대면서 찍은 사진인 것으로 보인다. 존재감을 확실히 살리는 선물이네. 라고 할 줄 알았지만, 지연이의 선물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셀카 누드 화보집…이 아니라, 닥터 드레 헤드셋이었다. 이것도 족히 30만원 이상을 호가하는 고가의 악세서리다. 내가 좋아하는 블루 컬러를 믹스한 것을 보아하니, 주문 제작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영어도 잘 모르는데, 영어 보느라 고생했을 지연이가 기특하기도 했다.

"…드디어 대망의 선물 리뷰 2부의 마지막을 장식할 지은이(아이유)의 선물인가."

지은이가 SM으로 들어가고 나서, SM의 엄청난 지원에 힘입어 좋은 날하고 후속곡(나만 몰랐었던 이야기, 실제로는 중박도 못 쳤지만 팬픽이니 대박쳤다 칩시다)도 멀티 히트를 쳤던데. 지은이의 조그만 선물상자를 뜯어보니 서클렌즈가 나왔다. !?, 이걸 도대체 선물을 한 저의가 뭐지. 쿨하게 쪽지도 없이 서클렌즈를 선물한 지은이의 사차원 마인드를 이해할 생각이 없긴 했지만, 이번만큼은 이해하고 싶었다. 서클렌즈 케이스를 열어보니 서양인을 방불케 할 블루 서클렌즈였다. 아, 내 머리가 금발이니까 이거 끼고 양키 되라는 거구나. 오케이, 이해했어. 지은이의 선물은 서클렌즈로 끝나지 않았다. 자기가 직접 만들었다고 한 쿠키도 함께 있었다. 이런 소량의 쿠키는 지금 쳐먹으라고 있는 것이지. 

바삭한 소리를 내면서 쿠키를 먹었다. 그리고 쿠키를 입에 문 채로 part2에서 풀은 선물들도 하나 둘 씩 정리 하기 시작했다. 수연이는 곧 올 시간이 다 되었고 말이다. 맥북은 안방에 내비두고, 무등산 수박과 건강식품들은 테라스에 지연이의 폴라로이드 사진은 내가 가지고 있는 열쇠로만 열 수 있는 서랍 안에 넣고, 효민이의 남성화장품 세트는 화장대에, 나머지는 대충 내 방에 정리하면 될 듯 싶었다. 묘사하기 귀찮아서 이렇게 생략하는 건 읽고 있는 여러분들이 만들어낸 오해다. 라고 말하며 독자들을 설득하고 있을 찰나에,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오랜만에 받은 수만옹의 메세지였다.

[주차장에 가 봐. 오토바이는 위험하니까 더 안전한 걸로 사봤다.]

뭘 샀길래, 주차장에 가보라는 말까지 할까. 아마도 생일 선물이 확실한 데, 선물의 스케일이 남다른 듯 싶었다. 오토바이는 위험하니까…더 안전한 걸로 사봤다? 오토바이보다 덜 위험한 것이라면 스쿠터? 흠? 어차피 나에게 가진 면허증이라곤 2종 소형 면허가 전부인데. 어쨌든, 선물이 무엇인 지 확인하려고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어? 수연아, 안녕?"

"…응? 민식아!"

수연이가 선물인가!? 수연이가 더 안전해? 수연이가 더 위험한 것 같은데, 라는 식의 개소리를 속으로 읊조리며 팔을 방방 흔드는 수연이에게 다가갔다. 수연이에게 다가가자, 정장을 입은 남자가 내게 오더니 자동차 키를 건네주었다. 난 발레파킹을 하는 알바생이 아니오! 라며 발끈하면서 뒤돌아보려던 그 순간 내 눈 앞에 펼쳐진 알흠다운 자태.

"이수만 사장님이 직접 민식씨에게 선물해주셨습니다. 폭스바겐 투아렉 신형입니다."

사랑해요, 이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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