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이백 쉰 일곱 번째 과외 - 너, 한 눈 팔지마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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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일일 엠씨 쏘쏘쏘쏘쏘-. 친근한 소연입니다. 오오오-."
"오오오-."
낯선 분위기를 모색하기 위해 스스로 박수를 치며 호응을 유도하는 소연누나였다. 나는 디제이로서, 가라앉은 분위기를 띄워야 할 사명감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호응에 맞춰 박수를 쳤다. 소연누나는 첫 멘트를 무사히 마치고 나서 테이블 위에 있는 대본을 힐끗 쳐다보았다.
"사실, 처음 디제이 일 해서 떨리긴 했는데, 옆에 잘 아는 사람이 있어서 그나마 덜 하네요. 민식씨는 처음에 어떠셨어요?"
"저요, 음. 뭐랄까, 저는 정신줄을 놓고 있었다가 갑자기 규리씨가 하라는 바람에 멘탈이 붕괴되는 줄 알았죠."
"저도 민식씨 첫 방 차 안에서 어쩌다가 들었는데, 정말 민식씨 불안한 진행에 가슴 졸이면서 봤어요."
"제 진행이 불안한 게 매력이긴 하죠."
부스 밖으로 스탭진들이 멘트를 별로 치지 않았는 데, 초반부터 치고 나가는 상한가 멘트에 배를 잡고 웃기 시작했다.
"호호, 자 그럼 처음은 노래부터 듣고 가볼게요."
"네, 옥상달빛의 없는 게 메리트 듣고 갈게요."
[없는 게 메리트라네~ 난~] 이라는 가사가 들리기가 무섭게 소연누나가 헤드셋을 벗더니 나의 멱살을 잡는다. 보이는 라디오가 아니라는 것을 이용한 폭력행사였다. 없는 살까지 안 잡은 게 다행이었다. 잡혔으면, 당분간 붉은 멍울로 남아있을 게 뻔했다.
"너, 한 눈 팔지말랬지."
"응? 뭔 소리야."
"이 바람둥이야, 카라면 됐지. 이번엔 시크릿이야?"
"이거 놓고 말해, 뭔 시크릿이야. 그럴 생각도 없어."
음악이 빨리 끝나기만을 바라는 어이없고 고통스러운 상황이 내게 닥쳐올 줄이야. 드디어 소연누나가 멱살을 더 힘껏 잡는 바람에 살까지 집혔다. 말 못할 슬픈 이야기다.
"음악 끝나가. 음악 끝나간다고오!"
"다음 음악 때 또 할 이야기 있으니까 그 때 보자."
"…!?"
다음 선곡표야, 제발 오지 말아다오. 라고 말하는 순간, 짧은 사연과 함께 다음 선곡이 모니터를 통해 올라왔다.
"네, 우리 패밀리들의 짧은 댓글을 막간을 이용해 읽어보는 시간입니다."
"지상구님, 처음 민식형 드립에 터졌어요. 또 또 쳐주세요. 라고 보내주셨네요. 아, 감사합니다. 좀 더 열심히 해서 웃겨보도록 할게요!"
"푸훕!"
"보이는 라디오가 아니라서 아쉽네요. 소연씨도 댓글 한 번 읽어주셔야죠."
"네, 닉네임인가보네요, 정글피쉬님. 소연누나가 왔어 으히히히히히히히히히, 라고 보내주셨네요. 댓글엔 자음과 모음이 마구잡이로 엉켜있어서 그냥 웃음으로 표현했어요. 네, 저 티아라 쏭녀가 왔으니 그만 정신줄 놓으시고 제 목소리를 또렷한 정신으로 들어주세요~"
소연누나의 멘트는 신경을 두지 않은 채, 나의 드립에 대한 많은 청취자들의 칭찬에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눈치로 소연누나의 멘트가 곧 끝나간다는 것을 안 나는 바로 다음 멘트를 읽을 준비를 했다.
"사연 하나 읽고 갈게요. 유지은씨의 사연이네요. 제목부터 강렬하네요, '변기식혜 이야기' 라니. 한 번 읽어볼게요. 일단 유지은씨에게 저희 심심타파에서 소정의 상품을 드릴게요. 그럼 진짜로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혼자 자취하는 22살 여자입니다. 제가 원래는 아, 그 유명한 데 뭐더라, 아, 설명할 방법이 없네, 어쨌든 전자레인지 돌려서 먹는 밥 있잖아요, 아, 그 맛있는 거 있잖아요. 딱히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네요. 어쨌든, 제가 그걸 즐겨 먹었었는데 새로 밥솥이 생겨서 밥을 했습니다. 그런데 혼자 사는터라 밥을 얼마나 하는 지 모르고, 너무 많이 해버려서 먹다보니 밥이 썩었습니다. 혼자 살다보니, 밥을 잘 안 챙겨먹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이러면 안 됬지만 음식물 쓰레기 봉투 살 돈보단 자취생에겐 라면을 하나 더 사는 게 좋기 때문에…구입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변기에 넣었죠. 으아…그렇습니다. 변기는 제 썩은 밥 때문에 막히고 말았습니다. 저는 여자입니다. 뚫어뻥을 쓰기에는 저의 힘은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래도 전 희망을 버리지 않고 계속 뚫어뻥을 썼지만, 밥은 점점 퍼지고, 물이 차오르고 식혜모양 비슷하게 되버렸어요. 그래서 전 울며 엄마에게 전화했죠. 엄마들이 흔히 하시는 말 아시죠.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치지 말랬지.' 무서워서 끊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친구한테 전화했어요. 친구가…답을 주더군요. '야, 간장게장 가져오면 밥도둑이라 간장게장이 밥 다 먹을거야.' 라구요, 피식했지만 정말 그 친구 그 상황에선 한 대 때려주고 싶었어요. 전 결국 창피했지만 남자친구에게 부탁을 해서 남자친구가 왔어요. 남자친구가 그걸 보더니, 이건 뭐 변기식혜냐며 웃고나서 한 방에 뚫어줬습니다. 남자친구 사랑해요. 라고 보내주셨네요."
"…푸하하하핫!"
"정말 재밌는 사연이었습니다. 소연씨는 웃음을 멈출 줄을 모르고 계시네요. 저러다가 넘어지시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요."
"푸하하하하푸후후훕…우당탕탕!"
"…푸훕, 진짜 말이 씨가 되네. 아, 이건 보이는 라디오로 봤어야했는데! 아! 레전드가 될 수 있었는데!…푸후훕."
임시 디제이들이 진행하는 오늘의 심심타파는 그야말로 웃음대란이었다. 또 다른 임시 디제이인 소연의 몸개그 때문에 그 소리를 들은 패밀리를 비롯해, 직접 눈으로도 본 나머지 식구들도 모두 웃음의 도가니탕에 빠졌다. 개그를 성공한 소연누나는 브이 표시를 하면서 다시 의자에 앉았다.
"아우우…사연 진짜 웃겼어요, 특히 간장게장 부분에 걷잡을 수 없이 웃겨서…생각만 해도 웃기네요. 간장게장이 밥도둑이라 밥을 다 먹느냐뇨. 그 친구분 한 번 초대해야겠어요."
"오늘 심심타파는 1부부터 웃기기 시작하네요. 패밀리분들도 즐겁고, 저희 디제이도 즐거운 시간입니다. 아쉽지만, 벌써 1부 마무리 할 시간이 다 되가네요. 유지은씨가 추천한 노래 먼저 듣고 광고 후에 봐요."
나, 떨고 있니? 라고 생각하기가 무섭게 소연누나에게 다시 멱살이 잡혔다. 이번엔 무슨 말을 하려고.
"너, 한 눈 팔지마."
"이번엔 또 뭐가…?"
"나 말하고 있으면 귀 담아 들으라고, 다 보고 있었어."
"…다음부턴 안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시정하겠습니다, 여왕님."
"됐어, 필요없어."
"…!?"
"다음 노래 때는 시크릿 애들 있으니까, 좀 그렇고, 4부 때 보자."
무섭다, 이건 말로 표현할 수 없어. 직접 느껴야 알 수 있는 그런 공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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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벌써 시크릿타임 마지막날이네요."
"…그러게요, 아쉬워요…우우우."
난 방금 받은 퀸쏘의 세뇌교육 때문에 아쉬울 것도 안 아쉽게 느껴졌다. 지금이 바로 그런 상황을 표현할 수 있는 적당한 때였다.
"민식오빠, 우리 이거 끝나고 아는 척 할꺼죠?"
"네? 아, 그럼 물론이죠…허허."
선화의 질문에 말하면서도 은근히 소연누나의 눈치를 보게 되었다. 역시나, 오른쪽 허벅지에 따가운 고통이 느껴졌다. 그렇지만, 참았다. 내가 이걸 한 두 번 당한 줄 아나.
"그럼 있다가 번호 주는 거 잊지 말고…"
"자자, 솔로와 팬들 가슴 아플 이야기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해주시구요. 효성씨, 마지막이니까 하나 읽어주셔야죠."
"네, 알겠습니다아. 흠, 질문이네요. 예전엔 시크릿에서 선화양하고 지은양이 헷갈렸는데, 요즘은 지은양과 효성양이 헷갈리네요. 구별방법 좀 알려주세요, 라고 물었습니다. 음…답은 하나에요, 저희 팬이 되시면 금방 구별할 수 있어요!"
"맞아요, 맞아. 우우우…참고로 노래는 제가 더 잘해요."
갑자기 치고 들어오는 지은의 공격에, 지은보다 노래를 못하는 효성은 방어도 하지 못한 채 지은의 공격을 그대로 받아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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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번호!"
"켁켁…이것 좀 놓고…누나도 따잖아…."
"그건 비즈니스고, 이건 아니잖아!"
"…!?"
"안 되겠어."
"시크릿 번호 드, 드리겠습니다!"
"됐어, 필요없어."
"…!?"
"대신 너를 희생하렴. 히힛."
'…아, 갓 뎀.'
살려주세요, 예수님, 알라신, 부처님, 성모 마리아, 무함마드, 박효신느님들이여. 패밀리들은 오늘 방송이 레전드방송이었다며 엄지를 치켜들 때, 나는 소연누나의 멱살에 잡혀 허리가 폭발할 상황이 몇 시간 뒤에 펼쳐짐을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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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부스 밖에 걸어둔 모자를 쓰고, 완벽하게 대학생 코디를 하고 있었던 나는 라디오 부스 밖으로 나갔다. 엘레베이터 앞이었는데, 먼저 나갔던 효성이와 마주쳤다.
"민식아!"
"…어?"
"우리 친구잖아."
"응."
그래, 친구긴 친구지. 첫 만남이 남다르고 인상깊었던 친구들 중 하나지.
"번호는 알아야지."
"아, 응. 여기, 선화한테 물어보면 될텐데?"
"선화가 죽어도 안 알려준다고 해서. 이럴 수 밖에 없었어, 나중에 전화할게. 그럼 바바이-."
효성이는 내 번호를 보고나서, 활짝 웃으며 먼저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아, 저거 내가 탔어야 하는데, 안 그러면 내가 소연누나랑 같이 타게 되는데. 아, 또 운지하겠네. 가련한 내 인생이여, 어쩌다 이리 됬을까잉. 이라며 신세한탄을 하기가 무섭게 옆구리에서 심각하게 따가운 고통이 느껴졌다. 몸이 절로 맥반석오징어가 되어 비틀어지고 있었다.
"…허어억."
"효성이랑 무슨 사이야."
"…아무 사이도 아니라니까."
친구, 그걸로 진짜 끝인데, 오늘따라 소연누나의 질투심이 왜 이렇게 폭발하는 지, 소연누나의 질투가 폭발하면 다치는 건 질투를 폭발하게 만드는 여자가 아니라, 나라는 것을 오늘에서야 제대로 깨달았다. 오늘 제대로 붙어있지 않은 살가죽도 소연누나의 숙련된 꼬집기 스킬에 남아나지 않을 듯 싶었다..
"그럼 그만 늘려."
"…알았어, 그러니까 엘레베이터 타자."
"…응, 힛, 그런 의미에서 밤도 깊었고 하니…"
"…하니?"
"빨리 집에 가자…♥"
소연누나의 눈빛이 갑작스레 질투기가 어린 눈빛에서 야릇해졌다. 아, 안 돼. 이러지마, 박소연.
"…누나 숙소?"
"아니, 알면서…흐흥…니네 집!"
"…누나, 나 오늘 허리가 좀."
이건 말이 안 된다. 불과 라디오를 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수연이와 해버린 횟수가 도저히 버틸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는데, 소연누나랑 또 하라고? 소연누나는 페로몬 그런 것 없이도 잘만 오랫동안 버티는 여자인데?
"…우리 민식이가 허리가 왜 아파?"
"그게 잠을 잘못 자서…"
"내 전용 강철 허리가 아플 정도면 그 만큼 많이 썼다는 건데…누구야?…으음, 우리 애들은 오늘 스케쥴 풀이었는데…바람폈어?"
"…아니."
"그럼 군소리 말고 가자…고우고우!"
소연누나도, 수연이와 비슷하게 침대에서 2번을 하고 나서야 집에 가버렸다.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다 씻고, '마무리야.' 라고 말하면서 다시 2번을 하고 나서야 흐뭇하게 웃으며 나의 정력 일주일 치를 다 빼앗고 해가 동틀 때 쯤에 숙소로 유유히 가버렸다. 나는 멘탈과 피지컬이 모두 붕괴상태에 이를 것 같은 느낌에, 핸드폰으로 대학후배한테 문자를 보냈다.
[소월아, 형 오늘 몸살나서 수강 못할 것 같아. 니가 대리출석 좀 해줘.]
- 너, 한 눈 팔지마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