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51화 (252/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이백 마흔 네 번째 과외 - 거짓말 1

○ 미녀여배우 김태희, 13살 연하 남배우 윤시아와 풋풋한 사랑 中

[2011.4.1=최대민 기자]

한반도 미녀배우 김태희가 드디어 일을 냈다. 그녀의 풋풋한 열애설이 수면 위로 불거지는 가운데, 복 받은 김태희의 남자친구의 정체는 '고자전', '쌌니', '도가니탕'에서 조연으로 열연을 펼쳤던 영(young)스타조연 윤시아(19)군. 무려 김태희와 13살 차이나 난다. 네티즌들은 '자다 일어나니 이런 충격적인 일이' 라거나 '태희느님 안 되여 흐규흐규' 등 김태희의 열애설을 믿지 못한다는 여론들을 펼쳤다. 믿기 힘들겠지만, 해당 소속사의 말을 인용하면 김태희-윤시아 커플은 주로 새벽이나 이른 아침에 데이트를 즐기고, 각자의 촬영장으로 스케쥴을 했다고 전해졌다. 그리고 소속사들은 '오늘은 만우절이다' 라는 다음 말을 언론을 통해 전했다.

"…아, 씨발. 낚였네…"

어떤 남자도 핸드폰 배경화면이나 컴퓨터 폴더에 한 장 이상은 저장하고 있을 법한 대한민국 대표 여신님이 나보다도 무려 4살이나 어린 남정네에게 빼앗길 뻔 했다는 소식에 하마터면 심장이 덜컹했다. 그렇지만 오늘은 '만우절'로 유명한 4월 1일이었다. 아이돌그룹이라거나 인기 많은 탑스타의 팬페이지는 만우절을 맞이해서 낚시용 이미지로 유쾌하게 만우절을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오늘도 라디오 스케쥴을 소화해야했다. 퍼킹 애스홀! 내가 왜 하겠다고 한 건지, 벌써 3일 째인데 도저히 적응을 하지 못하겠다. 한 일주일 정도하면 조금이라도 익숙해지려나. 

"흠, 오랜만에 체력도 팔팔한 데 한 장소를 경유해서 스케쥴 뛰어볼까."

어차피 라디오 스케쥴이 시작하는 시간은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는 자정이었으니 시간에 대한 걱정은 딱히 없었다. 지금 시간은 정오가 다 되어가는 11시 정도, 심심하면 사람이 미친다던데. 하느님이 무슨 스킬을 썼는 지는 몰라도, 그리 심심한 것도 아니고, 그리 재밌는 것도 아닌 이 묘한 느낌. 정말 넌저리 난다.

"어디 보자, 아해들 스케쥴표가."

물론 내가 보는 것은 소녀시대, 에프엑스, 티아라, 카라, 아이유, 현아의 스케쥴표다. 는 훼이크고, 나의 베스트 프렌드인 용화와 권이의 스케줄표였다. 일반인으로서, 스타와 놀기 위해서는 그들의 스케쥴을 고려해서 놀아야하니 이 정도 준비는 필수는 아니더라도 선택사항이었다. 아, 망했다. 나는 오늘 널널한 날인데, 이 녀석들은 일본에 가있다니. 이걸 웃프다고 하나? 

"그럼, 복불복 어플을 돌려서 심심할 때마다 갈 수 있는 기획사를 정해서 가보자."

라고 해봤자, 경우의 수는 딱 두 가지. SM 혹은 엠넷미디어. 이제는 집처럼 자유로이 들락날락거릴 수 있는 두 장소였다. 다른 일반인이라면 상상도 못할 발칙한 행동이겠지만, 나에게 얽힌 많은 아해들을 생각하면 나로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일단은 복불복을 돌려보자고 생각한 나는 어플을 깔아서 실행시켰고, 고작 두 가지의 경우의 수만 선택한다음 잽싸게 제비뽑기 통을 돌렸다. 그래봤자, 제비는 겨우 두 개. 

"흠, 요걸 눌러보까."

고 놈, 참 뽑고 싶게 생겼네. 손가락을 쭈욱 내밀어 유난히 끌리는 제비를 뽑고 내용을 확인했다.

'아, 앙대!'

[당 엠넷 첨]이라니. 뭐, 어쩔 수 없지. 어차피 에셈이 떴어도 똑같은 반응이었을 것이였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에셈은 바로 사장실로 들어가서 잠깐 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이 있고, 엠넷 광수사장님과는 수만옹처럼 그렇게 친목친목열매를 쌓지 않았기때문에, 편하게 들락날락 거릴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엠넷에 가면 안 봐도 비디오. 광수사장이 늘 그랬던 것처럼 티아라를 신명나게 구르게 하길 바랄 뿐이다. 오늘만큼 이렇게 간절할 수나 있을까. 말 잘 듣는 에펙스 애들과는 달리, 티아라와 소녀시대는 방목한 야생마포스였으니까. 다행이 소녀시대 애들은 일본에서 공연이 있다고 일본에 가버렸지만.

"오토바이나 탈 준비 해야지."

신발장 위에 걸어둔 오토바이 키를 꺼내고는 이미 입은 간단한 옷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산들산들한 봄바람이 얼굴을 간지럽혔다. 라고 하고 싶지만, 오늘은 짜증나게도 중국 고비사막에서 날라오신 사막모래님들께서 서울을 휴게소삼아 머무르시는 바람에 황사주의보가 펼쳐진 하루였다. 

+

"민식군, 여긴 어쩐 일로 왔나?"

"사장님도 알다시피 제가 라디오 스케쥴 시간이 많이 남아서. 집에 있기에는 너무 무료해서 오랜만에 한 번 들렸죠."

엠넷미디어 건물에 오토바이를 주차하자마자 주차장에서 광수사장이랑 마주치게 될 줄은 예상도 못한 일이었다. 항상 도보로 오던 내가 주차장에 오토바이를 주차하고 엘레베이터를 타려고 하는 것을 보니 광수사장님도 신기했나본지, 흥미로운 표정으로 물어보았다. 그래봤자, 건질 대답은 없을텐데. 괜스레 연이어 터지는 사장님의 질문세례에 은근히 나만 머쓱해지고 있었다. 나의 대답에 은밀한 미소를 짓는 광수사장님. 별 꿍꿍이는 없겠지만, 그 꿍꿍이가 의심스럽긴 했다.

"…음, 티아라 애들 지금 없는데?"

"네? 없어요?"

"응, 전부 다 스케쥴 갔어."

이건 기쁜 것도 슬픈 것도 아닌 말그대로 웃픈 상황. 엠넷미디어가 결정되자마자, 경악을 하긴 했지만 원목적은 티아라 아해들과 놀기 위해서 오는 건데 말이다. 딱히 엠넷 건물 안에서는 친하다고 단정지을 수 있는 티아라 애들 외에는 별로 없었다. 나머지는 그저 얕은 친밀감정도만 느껴질 뿐이랄까. 기댈 곳이 없어졌다는 사실에 '그럼 뭐하고 놀까'라고 생각하면서 고민을 했다.

"아, 맞다. 3층 연습실에 가면 효영이 있을거야."

"네?"

효영이라, 은근히 익숙한 그 이름에 잠시 눈을 감고서 생각을 해보았다. 맞다, 류효영. 내가 알기로는 화영이의 쌍둥이 언니라고 했었지. 자매끼리 무척이나 싱크로율이 비슷한 바람에 같은 멤버들도 헷갈려 한 다는 외모를 소유한 류효영. 화영이랑은 많이 친한 사이인데, 효영이랑은 친목을 별로 다진 기억도 없었다. 그저, 화영이 때문에 몇 번 얼굴을 익힌 게 전부랄까. 그럼 이번 기회에 친해져야하는 게 답이려나.

"그, 화영이 쌍둥이 언니 알지? 남녀공학에 있다가 파이브돌스로 간 효영이."

"아, 네, 그 친구. 화영이 때문에 어느정도는 얼굴 마주친 적이 있어서 알아요. 3층?"

광수사장을 뒤로 하고, 효영이가 있다는 3층 안무 연습실을 향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엘레베이터 안에서 광수사장과 몇 마디를 나누고 나온터라 3층 공기가 무지막지하게 속시원했다.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효영이 있다는 연습실을 찾았다. 

"효영이가…화영이랑 성격이 좀 달랐지…아마…"

화영이가 파괴신이라면, 효영이는 평화신. 화영이가 활발하다면, 효영이는 조신했다. 화영이가 선머슴같은 성격이 있는 데 비해, 효영이는 천상여자같은 성격인 것으로 기억났다. 말 하는 것도 화영이와는 달리 조근조근 하는 성격이였고. 아무래도 서현이 평상시 모습같은 성격이라서, 화영이랑 놀 때처럼 피곤하게 느껴질 것 같진 않았다. 

'그럼 한 번 가볼게요…'

'그래, 효영이도 괜찮으니깐 잘 해봐.'

'…!?'

"아, 사장님, 진짜. 날 뭘로 보고."

누가 보면 내가 스폰서 대주는 사람인 지 알겠네. 효영이도 괜찮으니깐 잘 해봐라니. 난 연예계에서 열애설이 불거질 때마다 항상 핑계로 대곤 했던 그런 사이가 되고 싶었다. '친한 친구 사이', '그저 오빠 동생일뿐.' 정도의 사이를 바란달까. 

"여긴가보다."

데뷔한 가수들은 각자 따로 연습실을 주는 듯 했다. [파이브돌스 연습실]이라고 써져있는 것을 보면, 비록 닫힌 문이지만 빠른 비트의 진동이 느껴지는 것을 보면 누군가가 여기서 연습을 열심히 하고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문고리를 당겨 문을 열기 전, 남녀공학 남자애들은 어디 갔는 지 보이지 않았다. 라고 생각하고 있던 찰나에 몇 달 사이에 떴던 남녀공학 관련 뉴스가 생각났다. 생각해보면 제일 쓰레기같은 짓을 한 건 난데, 그보다 덜 잘못한 아해들이 연예인 인생에 빨간 줄 긋고 저글링마냥 버로우를 타는 것을 생각하니 불쌍할 듯 싶었지만, 호그와트에서 멀쩡한 여자애를 강간한 열혈강호 그 녀석은 좀 아닌 듯 했다. 더 이상 남자애들을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고, 노크소리없이 서프라이즈식으로 문을 열고선 '짜잔'하고 효영이를 놀래켜 줄 심상이었으나, 오디오 비트소리만 신명나게 울려퍼질 뿐 정작 그 안엔 아무도 없었다.

"…어?"

"어? 오빠?"

은근하게 낯이 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광수사장이 말하던 효영이가 한 손엔 생수병을, 그리고 목엔 수건을 두른 채로 멀뚱하게 서있었다. 

"아, 효영아. 안녕?"

"음? 효영?"

효영이에게 효영이라고 하는 데, 마치 효영이 아닌듯한 반응을 보이는 효영을 나는 어떻게 이해해야하나 싶었다. 내가 생각하면서도 짜증이 날 정도로 헷갈리고 있었다. 젠장, 류자매는 왜 연년생도 아니고, 쌍둥이로 태어난거야. 

"아? 효영이 아니야?"

"왜, 효영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얌마, 내가 그걸 어떻게 아냐! 라고 따지고 싶었지만, 티아라에게 보여준 이미지와 파이브돌스 여자애들 앞에서 쌓아온 이미지가 어느정도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성질을 내지 않은 채 조용히 대답해주기로 했다. 근데, 저 녀석이 사람 헷갈리게 고개 갸우뚱거리며 물음표 가득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면서 그딴 식으로 물어보면 도대체 어쩌자는거야.

"음…사장님이 화영이는 스케쥴 하러 갔다고 해서."

"…후음."

네가 효영이면, 저런 반응을 보일 리 없잖아. 하지만 내게 있어서 효영이와 화영이를 구분할 수 있는 그런 놀라운 기억력따윈 존재하지 않았을뿐더러, 심지어 류자매 두 명 모두 외관 뿐만이 아니라 목소리도 비슷한터라 구별하기가 쉽지 않았다.

어쨌든, 화영인 지, 효영인 지 도저히 정체가 무엇인 지 모를 그녀는 곰곰히 생각하는 척을 하다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헤헷, 저 효영이 맞아요. 용케 알아봤네요."

"…진실게임 하냐. 그거 끝난 지가 언젠데…"

젠장, 류자매 너네들 쌍둥이인 것 가지고 나갖고 진실게임 안 해줬으면 좋겠는데. '용케 알아봤다'는 효영이의 말에 진실의 종을 머리로 울린 듯해서 정신이 멍해졌다. 다음부턴 제발 둘이서 이런 장난을 안 쳤으면 좋겠지만, 장난기많은 화영이의 특성과 화영이의 말을 마냥 들어주기만 하는 효영이의 특성상 분명히 다음번에도 다시 나를 엿먹이려 도전해 올 것이다. 그렇다면 난 안 좋은 미래의 일을 미리 대비해두는 게 좋겠지.

"근데 왜 오셨어요?"

"심심해서. 라디오도 아직 시간 남았고 해서."

"그래요?"

내가 심심해서 여기에 찾아온 게 그리도 좋은건가. 아니면 광수사장처럼 무슨 꿍꿍이라도 있는건가. 의미심장하게 짓는 저 미소는 엠넷미디어에서 연습생시절 때 필수로 가르치는 웃음들 중에 하나인가 했다. 

"오빠 심심해요?"

"…응."

"그럼 저랑 놀아요."

안 그래도 그럴려고 했으니까, 내 앞에서 착한 연기 하지마라. 아, 맞다. 얘는 화영이가 아니라 효영이었지. 착한 척이 아니라, 진짜 착한 애였지. 아, 그래도 헷갈린다. 도대체 신은 무슨 생각으로 류자매를 쌍둥이로 만들었는지. 으으, 머리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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