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47화 (248/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이백 마흔 번째 과외 - 어2쿠ya 4

"뭐, 뭔 소리야?"

순규가 한 말에 충격을 한 뭉테기만큼 머리에 얻어맞은 나는, 급하게 족발(小)이 들어있는 까만 봉지를 들고 오며 숙소에 뛰어왔다.

분명히 효민이가 피임약을 관계 후 먹는 것을 보며, 그 때부터 하면 꾸준히 피임약을 먹여야겠다고 생각하고 여태까지 그 생각을 실천하고 있었는데.

이제와서 순규가 임신일 지도 모른다니.

"…어라, 빨리 왔네? 족발은?"

남자친구보다 족발을 더 빨리 찾는 격이라니, 이건 필시 나의 장충동족발의 빠른 배달을 위한 일종의 피싱전략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 여기…그보다 임신이라니?"

내 질문은 이미 귀에서 필터링을 했는 지, 오로지 족발에 오감이 집중된 채, 신나하는 표정으로 족발을 꺼내고 나무젓가락을 두 쪽으로 가르는 그녀였다.

아, 배달을 위한 낚시일 확률이 크게 증가했다는 것을 몸으로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야, 너 설마…나의 장충동 족발의 퀵배달을 위한 낚시의 하나로 임신했다고 말한거야?…장난이긴 하지만, 수위를 넘어섰잖아."

"…히이, 맛있겠다. 엥? 아닌데에? 나 진짜 임신 했는데?"

"…왜!?"

순규를 안 지, 어언 1년이 다 되어가는 데 아직까지 그녀의 표정을 읽을 수 없다니.

그녀들의 표정을 읽으려면 아예 소녀시대 숙소에 서식하면서, 관찰일기라도 써야 그녀의 심리까지 읽을 수 있게되나보다.

하여튼 기분이 알싸한게 지방유 74%와 단백질 15%를 함유하며, 자양강장의 효과가 있는 잣이 된 느낌이다.

내심, '사실 쟈기가 보고 싶어서 친 장난이었어, 때마침 족발도 생각났구.'라고 애교를 부리면 모든 것을 용서해줄텐데.

'…생각해보니, 이건 핑계야. 분명히 날 노예로 부려먹으려는 일종의 속셈에 지나지않다. 전례를 비추어보자면, 수정이도 이런 구라 쳤잖아?'

수정이 때도 억장이 무너지는 줄 알았는데, 순규마저 이런 장난으로 날 부려먹으려는 순규버스의 모습을 보이다니.

그녀의 모든 속셈을 파악을 해버렸다고 생각한 나는 순규가 괘씸하면서도 갸소롭다고 생각했다. 전에 알 던 내가 아니라고 브랜뉴순규.

"웃기지마, 임신이라면 입덧도 해야되고 배도 살짝 나와야지. 넌 그런 게 없잖아?"

순규는 내 말에 순간적이나마 동요하고 있었다. 하지만, 곧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내게 되묻기 시작했다.

"자기야,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뭐였지?"

"음? 그거야…스파게티라거나, 감자탕이라거나, 볶음밥 정도?"

"…화장실 가 봐. 아침에 볶음밥 먹었는 데 전 부친 거 그대로 있으니까, 자기가 내 말 안 믿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 당시의 생생함을 그대로 살렸으니까."

젠장, 진짜 확인하면 여자친구 의심이나 하는 미친 놈 취급 받는 거잖아. 

근데, 이렇게 의심병 들게 한 건 니네들이 나를 괴롭히는 바람에 생긴 일종의 버릇이 되버린 것이라고. 그렇다고 진짜 순규가 더럽게 부친 전을 확인하러 가면, 내가 그 위로 더블 전을 만들어버릴 것 같아 확인하는 것은 참았다.

"못 믿겠어? 그럼, 자기야. 내가 싫어하는 음식은 뭐야?"

"…그야, 만두나 족발?"

"보면 알겠지?"

"아……"

순규가 사달라고 애교까지 부린 건, 다름 아닌 그녀가 기름진 음식은 싫다고 꺼려하던 족발.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나를 약올리는 것도 아닌데, 참 야무지게 잘 먹고 있었다. 사온 사람이 흐뭇할 정도로.

이것이 연기라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볶음밥을 먹고 전을 부쳐서 꽤나 볼살이 홀쭉한 얼굴하며, 제일 싫어하는 족발을 제일 맛있는 음식 취급하며 먹는 그녀를 보며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그녀가 확실히 임신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확실한 물증이 있어야, 그 뒤의 일을 생각하든 말든 하지. 실컷 다 부려먹어놓고, 사실 나 임신 아니었어! 하면 그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 같았으니까.

"그래도 못 믿는 표정이네, 일단 족발 잘 먹었어-."

순규는 족발을 남김없이 다 먹어치우고, 나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그리고는 웃는 표정으로 상의를 탈의했다…?

"야, 먹고 난 다음 바로 운동이냐!?"

아, 족발 배달에 이어서 이번에는 운동 파트너까지? 순규한테 그대로 당한 듯 싶어, 순간적으로 발끈했다.

"봐봐."

"……?"

옷을 벗고난 뒤, 몸을 부비적거리며 바로 나를 덮쳐서 이성을 끊어버리는 듯 싶었지만, 그녀는 전혀 달려들지 않은 채, 자신의 손가락으로 배를 가리켰다.

순규의 배는 탄탄한 듯 보였지만, 아기배처럼 살짝 볼록하게 튀어나와 있었다.

"…너, 뭘 먹었길래…탄탄했던 배가…"

"바보야! 자긴 이게 먹어서 나온 배로 보여?"

"…어?"

순규는 내가 하는 말이 어이를 상실하게 만든 말이었는 지 발끈하며 애꿎은 팔만 주먹으로 세게 쳤다.

순규의 말에, 그녀의 배를 자세히 보니 아랫배나 윗배가 볼록하게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 임신을 한 마냥 중간정도가 나와있었다.

"…거짓말 치지마라. 너 요새 운동 안 한다고 시카한테 다 들었어."

"시카…? 자기 나 놔두고, 시카랑 바람 피는거야? 나한테는 제일 사랑한다고 했으면서…흑, 아가야…엄마가 이러고 산단다…근데 어쩌겠니…엄마가 어쩔 수 없을 정도로 아빠가 인기 많아서…"

순규는 귀엽게 튀어나온 자신의 배를 어루 만지며, 나로 하여금 동정심을 유발하게 만들었다. 그녀가 하는 행동이 연기같으면서도 믿게 되는 묘한 것이 있었다.

"…여, 연기는 이제 안 통해."

"…하아, 자기가 나에 대해 불신하는구나. 내가 여기까진 안 가려고 했는데…"

그녀는 의자에 앉았다가, 계속되는 나의 의심에 한숨을 크게 쉬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는 손을 뒤로 뻗어, 가슴을 가리고 있었던 브래지어의 후크를 풀었다. 그녀의 우월한 가슴이 아무것도 걸쳐지지 않은 채 여과없이 드러났다.

"말로 안 되니깐 바로 덮치기야?"

"거 참 말 많네. 시끄럽고, 일루 와서 내 가슴 만져봐."

나는 이해가 되지 않는 그녀의 행동에 말문이 막혔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내 손목을 채더니, 내 손을 자신의 가슴에 얹혔다.

부드러운 그녀의 가슴의 감촉이 내 손 안으로 풍부하게 느껴졌고, 금방이라도 움켜쥐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라서, 생각을 그만두었다.

"…너 지금 뭐하는…헐?"

"봤지? 이제 믿겠지?"

하얀 생크림케이크 위에 데코레이션이 된 딸기에서 또 다시 생크림을 뿌린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녀의 말랑말랑한 젖꼭지 위로 희미한 하얀 물방울이 맺혀지고 있었다.

"…모, 모유?"

"잠깐 안 한 사이에, 좀 커진 거 같지 않아? 난 이게 차서 그런 것 같은데…"

모유도 일종의 전염병 같은건가? 태연이처럼? 이라는 생각은 좀 잉여같기도 하고, 그렇게 순규가 나랑 태연이가 이미 몸을 섞은 관계라는 것을 알아챌테고.

그럼 식탁 위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나무젓가락이 붉게 물들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태연이에 대해서는 말을 아예 삼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탱ㄱ…"

"뭐?"

아, 이 망할 놈의 입방정.

그렇지만, 내가 누구냐. 18년동안 순간적인 재치로 버티며 살아온 순재 김민식 아닌가?

"탱탱하네."

이것도 이상한 재치이긴 했지만, 그녀의 눈빛에서 순간적으로 분노가 풀어진 것을 보니 어영부영 잘 넘어간 듯 싶었다.

+

"여보야!"

"…어."

"여기 좀 주물러 줘-."

임신을 했다는 증상이 내 눈 앞에서 확실하게 인증이 된 이상, 많은 변화가 생겼다.

나를 '자기'라고 애칭을 정하고 부르던 순규는 이제 여유있게 '여보'라는 말을 서슴치 않게 하고 있었고, 역시나 내 예상대로 나를 부려먹고 있었다.

지금은 순규의 뭉친 어깨라거나, 팔을 주무르며 그녀의 피로를 풀어주고 있었다.

"…헤헤, 여보가 안마해주니까 시원하다아-."

내가 왜 완급조절을 못해서,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을까.

임신을 한 순규는 전혀 잘못이 없었다. 그녀는 매번 생리주기 때 마다 바깥에 하라고 말했지만, 나는 그 새를 못참고 그녀의 안에 저질러버리기 일쑤였다.

거기다가, 피임약에 무조건 의지한 채, 일말의 가능성을 여지에 두지 않고 안일하게 하루하루를 보냈으니까 말이다. 내 잘못이 100%였다.

그리고, 순규가 임신한다고 말하니까, 그녀를 아주 좋아하지만 자꾸만 다른 애들이 떠오른다. 이제, 몇 년동안 즐길 수 잇었던 그 자유가 순규에 의해 속박당한다고 하니, 착잡한 감정이 들었다.

물론 순규랑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만, 다른 애들은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어서 만날 때마다 새로운 데 말이다.

"…순규야?"

"…흠냐…"

심각하게 여러 생각이 떠오르면서 머릿 속에 뒤엉켜지며 지끈거렸다. 

그러다가, 안마를 하고 있다는 것을 문뜩 깨달았는데, 그녀가 반응을 하고 있지 않은 것을 느꼈다.

나는 안마를 하는 것을 멈추고는, 엎드려 누워있는 순규의 얼굴을 보았다. 눈을 감고 미소를 짓고 있는 표정으로 편안하게 잠들어있었다.

"…응차."

순규가 깨지 않도록, 최대한 천천히 순규의 전신을 팔로 받치고는 순규와 서현이가 같이 자는 방의 침대로 가서 순규를 뉘였다.

순규가 어느 침대에서 자는 지, 나는 잘 알지 못했으니 그냥 아무런 침대에나 그녀를 놓아놨다.

"…하아."

순규를 침대에 내려놓고 다시 생각을 했다.

생각을 해보니, 내가 그녀들과 관계를 맺을 때 무턱대고 대책없이 안에 싸지르기가 대부분이였던 것 같았다.

그저, 쾌락에 취해, 안에다 쌌을 때 이루 말할 수 없는 그런 희열에 취해 질내사정을 한 게 대부분이였으니까.

피임기구는 사후피임약 말고도, 콘돔이라는 더 안전한 피임기구가 있었는 데도 불구하고 전혀 쓸 생각을 하지 않았다.

거기다가 한 명이랑 지속적인 관계를 나누었으면, 이렇게 일이 커지지 않았다. 하지만 나와 몸을 섞은 소녀들을 손가락으로 세어보자면, 이미 내가 가진 손가락들과 발가락을 합쳐도 못 셀 정도.

그리고 그녀들과 일시적인 관계도 아니었다. 지금도 꾸준히 지속적인 관계를 하고 있지 않았는가. 거의 일주일에 대여섯번은 몸을 섞으니 말이다. 안일한 생각으로 임신이라도 하겠냐고 생각했지만은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나버렸고, 괜히 나 때문에 애들끼리 싸움이 벌어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생겼다.

결론은, 대책없이 늘린 내가 천하에 둘도 없는 개새끼란거지만.

"…아오, 씨. 이걸 그냥 잘라버려."

그렇다고 내 삶의 피로회복제가 되는 것을 멈출 수는 없는 일이었다. 순규가 새근새근 자고 있는 방에서 비춰지는 하늘을 보니, 짜증나게도 유난히 맑았다.

"…우웅, 여보야아…"

"…왜?"

한참을 하늘을 쳐다보며,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고 있었을 때 순규가 앉아있는 나를 누운 채로 뒤에서 안으며 애교를 부렸다.

"…같이 자자앙…"

"…애냐."

"애는 아니지만, 애를 품고 있는 엄마잖아…히히…"

할 말이 없다. 하는 수 없이, 순규의 말대로 그녀의 침대 위에서 그녀와 같이 누웠다. 그녀는 기분이 좋은 지, 내 몸을 자신의 팔로 감으며 찰싹 달라붙었다.

기분 좋은 감촉이 내 몸에 느껴졌지만, 복잡한 감정은 그걸 느낄 새도 없는 듯 했다.

"…히히, 좋다…진짜 꿈에서나 그리던 상황이었는데…"

"저기, 써니야…"

"지우라는 말은 하지마, 난 낳을거니까."

아, 나쁜 의도가 숨어있는 내 생각을 읽어버린 것일까. 그녀의 갑작스레 진지해진 표정에 그런 생각은 싹 사라져버렸다.

오히려 그런 생각을 한, 내가 더 한심하게 느껴졌다.

"…아, 그게 아니라…"

"멤버들도 중요하고, 팬들도 중요하지만 난 너가 더 중요하고, 니가 나한테 만들어준 이 애기도 중요해, 그것만 알아줘. 난 꼭 낳을거니까."

순규의 진심어린 눈빛을 보고, 나는 복잡했던 감정이 단 하나로 일축되는 듯 했다. 그녀의 날이 선 말에 동요했다.

그리고, 저질러버렸다.

"…그, 그럼 써니야…"

"응?"

"결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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