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46화 (247/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이백 서른 아홉 번째 과외 - 어2쿠ya 3

"…하아…내가 임신이야, 그런 거였어?"

근래 들어 나타난 모든 이상한 증상들이 이해가 가버렸다. 그래, 원인은 이것 하나였구나. 

"그럼, 앞으로 어떻게 되는거지…."

막상 임신이라고 생각해버리니, 별 생각이 다 나기 시작했다.

내가 임신을 해서 본격적으로 배가 부르기 시작하면 텔레비젼으로 보이는 화면에서는 당연히 티가 날 것이고, 이것이 기사를 통해 통제할 수 없이 퍼진다면 아이돌 임신설과 함께 가수활동을 보장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엄연히 말해서는 아이돌로서의 가수활동을 보장할 수 없는 것. 애초에 가수를 시작할 때, 아이돌로 시작했기 때문에 그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니까.

"…애를 지워?…아냐, 그건 옳지 못한 행동이야."

낙태? 오히려 낙태를 한다면, 그 사실이 끄집어내진기라도 한다면 내 연예인 인생은 보잘 것 없는 밑바닥으로 추락하겠지.

우물 안 개구리처럼 다시 우물 밖으로 나가지 못한 채, 우물 안에서 서서히 고이면서 부패할 게 분명했다.

만약 애가 내 자궁에서 자라고 있다면, 그게 진짜라면 난 아이를 낳고 키울 생각이다.

"…것보다, 나에게 아기씨를 줄 사람은 유일하게 한 명이잖아?"

생각해보니, 많은 여자애들을 거부 못하고 치이기만 하는 민식이를 소유하는 것에 대해 꽤나 유리한 고지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 분명했다.

민식이의 2세를 배고 있는 것은 유일하게 나 자신 뿐이며, 다른 애들도 이에 대해 어찌할 바를 모를 것이고.

이렇게까지 생각이 미치자,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민식이를 확실하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긍정적 확신이 날 기분좋게 만들었다.

"내가 애기를 낳으면, 민식이는 어쩔 수 없더라도 나를 보게 되겠지?"

나와 민식이를 닮은 애기를 낳는다면, 그 아이는 성별의 구분 없이 시크하게 귀여운 외모를 갖고 있을 게 분명했다.

일단 축복받은 유전자는 확실하고, 미국 할리우드의 2세처럼 우리 둘 사이에서 나온 아기도 그 만큼의 관심을 갖게 될 수도 있고.

나와 민식이는 행사마다, 서로 손을 잡고 팔짱을 끼며 포토월 앞에 나타나 방긋 웃으며, 가끔씩 우리의 2세를 이끌고 파파라치에 찍히겠지?

민식이와 나는 오붓하게 집에서 쉬면서, 가끔씩마다 묘한 분위기가 될 때마다 밤을 뒤척이고, 아기를 재우고…그리고 아기가 자는 동안 그 아기의 동생을 만들어주고…히힛

"…꺄아아…상상만 해도 좋아…"

나는 볼을 감싸쥔 채, 붉은 상상으로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식히며 민식이와 함께 있는 행복한 상상을 계속해서 해나갔다.

민식이랑 있으면서 이렇게 기분 좋은 적이 있었을까. 확실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여유가 생기니까 이렇게 기분이 좋은 듯 싶었다.

"…헤헤헷…히히…헤헤…"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벌써부터 그와 내가 함께 있는 집이 그려지고, 아이가 그려지고, 그와 함께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내 머릿 속의 스케치북에서 선명히 그려지고 있었다.

"…헤ㅎ…퍽!"

"시끄러워, 이 년아!"

"…에엥?"

기분 좋게 웃음을 짓다가, 공중제비를 돌면서 날아오는 베게에 정확히 명중해버렸다.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 내 무릎 위로 언제 날렸다는 듯이 시치미를 떼며 놓여져 있는 베게탄도미사일을 쏜 발원지를 보기 시작했다.

막냉이가 우월한 완력이 있었을 줄 상상도 못 했는데, 더 중요한 건 내가 말한 것을 다 들었냐는건데…

"…서현아?"

"…흠냐, 시끄럽다구우…흠냐…"

"잠꼬댄가보다."

잠꼬대가 아니어도, 잠꼬대라고 생각해야 내가 편하다. 

나는 서현이가 던진 베게를 다시 그녀의 머리에 배여주며, 막냉이의 긴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 자, 막냉아. 하암…나도 자야겠다."

나는 서현이에게 방긋 웃으며 잠을 자기 전 마지막 인사를 하고, 내 침대를 돌아가 이불을 덮었다.

기분이 좋은 여러가지 이유로 뒤척였던 행동은 온데간데 없이,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진 채로 잠에 빠졌다.

"…하아, 이제야 조용하네."

+

"얘들아!"

"응?"

어젯밤, 욕실에서 하룻밤을 보냈던 태연이가 머리에 제비집을 튼 채 거실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멤버들을 불렀다.

멤버들의 고개는 일제히 시선집중을 시켰던 태연이에게 돌아갔다.

"기뻐할 일이 있어!"

"…뭔데?"

"뭔데요?"

기뻐할 일이 무엇이길래, 그렇게 방방 뛰면서 이목을 집중시키는 건 지.

그래도, 나는 내 뱃속에 너희들의 이목 뿐만 아니라, 전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무서운 핵폭탄급의 베이비가 있단다.

"오늘도 스케쥴 있다?"

"…아, 탱구, 저걸 죽여말아?"

역시나 오늘도 아침부터 깝을 치는 태연이었다.

깝탱의 모습을 본 싴칼이는 주방을 가서 자신의 별명과 비슷한 조리도구를 찾으려고 하는 듯 보였다. 태연이는 자신이 싴칼이에게 회 쳐질 것을 감지한건지, 팔딱 뛰며 자신의 방으로 뛰어들어갔다.

"…아, 못 죽였네."

싴칼이는 식칼을 든 채, 태연이가 숨어들어간 방을 향하며 말했다.

그리고, 모여있는 우리들을 쓰윽 쳐다보더니 다시 칼에 칼집을 씌우고는 원래 있던 자리로 꽂아넣었다.

아, 싴칼이가 식칼을 들고 우리를 쳐다볼 때는 정말 나나, 멤버들이나 모두 겁을 한 움큼씩 지릴 듯 싶었다.

막상 우리에게 겁을 선사해준 당사자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스케쥴을 준비하러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아아, 아프다. 얘들아, 오늘 나 아파서 쉬어야 할 것 같아…"

"뭐? 누구 맘대로?"

오늘 스케쥴을 갔다오면, 오늘도 민식이와 만날 시간이 없을 게 뻔했다. 

내 뱃속에 있는 이 아이가 네 아이라고 말해서, 민식이에게 충격을 준 다음 확실히 민식이가 나에게 마음을 돌릴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 데 말이다.

근데, 망할 유리냔이 나에게 반박을 걸며 하루의 초석을 무너뜨리려고 하고 있었다.

"누구 마음대로? 내 마음대로."

"…너 멀쩡하잖아?"

"아, 유리야…이 부르튼 입술이랑, 어제 막 토해서 아직도 속이 울렁한 것 같고…무대에서 춤추다가 쓰러지면 어떡하라고…후잉…"

나는 밥을 먹다가 실수로 깨물어서 상처가 튼 입술을 보여주고, 가슴을 쓸면서 어제 있었던 일을 어필했다.

진짜 내가 생각해도 오늘의 이 핑계는 정말 끝내주는 핑계다.

"…아아, 거기다가 오늘 그 날이잖아…빈혈 올 것 같네…"

풀썩, 하는 소리와 함께 나는 일부러 바닥에 쓰러졌다. 

유리는 '꼴깝을 떤다.'라는 말과 함께 혀를 끌끌 찼다, 난 유리의 그 말에 성이 살짝 나긴 했지만 참았다. 

쟤도, 시카도, 태연이도, 곧 내가 민식이의 아기를 뱃 속에 품고 있다면 물러날 애들이니깐, 후훗.

"…냅둬, 태연이한테 말할게. 보나마나, 안 쉬게하면 사장님을 괴롭힐 지도 모르니까. 매니저오빠한테도 말해주자."

"에휴, 모르겠다."

저 예리한 미영이냥, 역시 앞으로 돌아가는 상황파악을 은근히 잘한다니깐.

예전에 술 먹을 때, 남자 앞에서 띨띨하거나 어눌한 모습을 보이는 건 일종의 내숭이라며 미친듯이 웃는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에휴, 어서 빨리 남자들도 그렇고, 민식이도 그렇고, 미영이가 멘사 회원이 될 뻔했던 일화를 말해줘야 하는데. 나, 참.

"얘들아, 갈 준비 하자."

"순댕아, 집 잘 지켜."

"…히힛, 걱정 마. 돈 열심히 벌고 오렴!"

나는 힘 없는 발걸음으로 숙소 문을 밀며 나가는 멤버들을 향해 정말 기뻐하듯이 손을 흔들었다.

앗, 이러면 꾀병인 거 티나려나. 금새, 내 실수를 깨닫고 나는 기운 빠진 모습으로 그녀에게 손짓을 했다.

마지막으로 나간 유리가 문을 닫고 사라지자, 나는 손짓을 멈추고 악마의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히히, 너네들은 열심히 일해라, 그리고 민식이랑 열심히 즐겨. 난 니네들이 행복하게 즐기고 있을 동안, 영원히 민식이랑 아이를 키우면서 인생을 즐겨줄테니깐, 브라보 마이 라이프!"

몇 년 전에 멤버들이랑 평생 소녀시대 해먹기로 약속을 하긴 해서, 그것때문에 찔리긴 했다.

그래도, 뭐 어때. 박진영 사장님은 6년동안 공백기 끝에 앨범을 냈고, 그런 가수들이 허다한데. 나도 아무렇지 않은 듯 2년동안 공백기를 가지고 나오면 되는거잖아?

박지헌 선배님도 그랬고, 히힛.

"이제 우리 사랑스러운 쟈기한테 전화해야지이!"

곧 듣게 될 그의 달콤한 목소리에 벌써부터 녹아버릴 듯 했다.

+

"…하아…하아…오빠…하아…"

"하아…설리야…"

점점 빨라지는 박자에 맞춰서 열심히 하체를 움직였다.

그 박자에 맞추다보니, 설리도 금새 힘들어하는 표정으로 온 몸에 땀을 삐질삐질하게 흔들리고, 하체를 빠르게 움직이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오빠, 우리 이제 그만…하아…"

"…하아…안 돼…더 해야 돼…"

잠깐 숨을 돌리자, 설리는 이제 그만하자고 내 어깨를 툭툭 쳤지만 난 멈출 수가 없었다.

이미 시작한 이상, 끝을 봐야했으니까. 나는 설리의 힘겨운 부탁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하체를 움직였다.

"…힘들어…오빠…응?"

"안 돼…."

설리는 힘에 부친 목소리로 내게 계속 그만하자고 했지만, 나는 설리의 부탁을 무시한 채 점점 빠르게 하체를 놀렸다.

내가 빠르게 하체를 놀리면 놀릴 수록, 설리의 표정은 지친 기색이 역력해졌다.

"…에잇, 진짜 힘들단 말야!"

"…아, 안 돼! 이번만 넘기면 게임 클리어였는데!"

설리가 더 이상 리듬게임을 못하겠는 지 풀썩 주저앉자마자, 급속하게 깎이는 에너지바에 결국 게임은 오버되고 말았다.

나는 허망하게 게임이 끝나자 허탈한 감이 있었지만, 무려 설리의 다리가 힘이 풀렸으니 설리의 손을 잡아주며 그녀를 일으켰다.

"그래도 재밌었지?"

"히힛, 그래두우…재밌긴 했는데…진짜 힘들었단 말야…"

영화가 끝나고, 생겨진 여운도 날릴 겸 게임장에 오긴 했는데, 금방 에너지가 바닥이 되는 설리 때문에 움직여야하는 게임은 피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럼, 조이스틱 게임이나 해볼까.

"그럼 뭔 게임하고 싶은데?"

"흠, 저 게임? 나 저 게임, 진짜 잘해!"

설리가 가리킨 게임은 모터싸이클 레이싱 게임이었다. 

아아, 미성년자이고 운전면허증을 딸 수 없는 설리가 저런 게임은 무척이나 잘 한단 말인가? 

난 진짜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고, 설리는 가상으로 저런 오토바이를 타면서 게임을 한다라, 승부가 재밌을 법 했다.

"기달려 봐, 동전 좀 바꾸고 올게."

"응~, 오빠 나 저기 가 있을게."

"그래, 거기서 아무도 못 하도록 지키고 있어."

동전교환기로 가서 지폐를 500원짜리 동전으로 바꾸려고 지폐투입구에 배춧잎을 펼쳐서 집어넣으려고 할 때 쯤, 바짓춤에서 진동이 퍼졌다.

핸드폰의 발신자 화면을 쳐다보니 써니였다. 이번에는 무슨 갖은 아양을 부릴려고.

"자기이잉-."

"왜?"

"써니는뇨…막 있지…족발 먹고 싶어용!"

벌써부터 낮술을 쳐먹었나, 아침부터 족발을 먹고 싶다니. 

스케쥴 없는 설리랑 같이 조조영화를 보고 나오다가, 이게 웬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냐.

"…너 족발 싫어하잖아?"

"갑자기 먹고 싶어졌어! 그러니까, 우리 쟈기가 사줘야 돼!"

"…오늘 왜 그러냐…약 빨았어?"

"…뒤질라고…히힛, 우리 쟈기는 족발 사가꼬 얼른 숙소로 와야 대~ 알았지이?"

족발을 사갖고 순규한테 바치는 건 그렇다고 치자, 근데 내가 왜 소녀시대 숙소로 가야되는 거지? 내가 퀵서비스를 하는 사람도 아니고.

적어도 에프엑스 애들은 이렇게 나를 셔틀시키지 않는데…확, 소녀시대하고 카라하고 티아라는 내비두고 에프엑스 숙소에서 숨어지낼까….

"…내가 왜?"

"왜냐면, 나는 당신의 사랑스러운 아내니깐!"

"…우린 아직…"

진짜, 술 먹었나보다.

족발을 사주기 전에 약국에 가서 숙취해소제부터 주는 게 우선일 듯 한데, 그렇게 순규의 아침애교에 짜증이 나려고 하고 있을 때 쯤, 순규는 기다렸다는 듯 나를 스나이핑했다.

"민식아, 나 임신 했어."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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