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37화 (238/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이백 서른 번째 과외.

[한국건강관리협회입니다, 다름이 아니오라 귀하의 건강을 위해 건강검진을…]

진짜 신기하다. 정부는 어떻게 내 바뀐 번호를 이렇게 쉽게도 알아낼 수 있는 지, 일부러 번호도 안 바꿨구만.

하여튼 군대에서 선거하라고 내 이름으로 편지 온 거랑, 공기관에서 알려주지 않은 번호로 온 게 제일 신기해.

"건강검진이라…몸도 뻐근한 데 해볼까?"

남들 모두, 건강검진은 검진비용이 많이 든다고 부담스러워 하지만, 나에겐 영혼의 교감을 나눈 수만옹이 지급해주는 주급이 있었기 때문에, 전혀 부담이 없다.

그리고 최근 에스엠의 주가도 크게 상승해서 주급 주는 데도 부담이 없을 듯 하고.

"어차피 가서 환복해야되니까, 대충 입자."

시민들에게 이미지를 신경 써야하는 공인도 아니니, 그저 부담스럽지 않고 튀지만 않으면 괜찮았다.

흔히 미세린을 연상시키는 류의 甲인 노스페이스 패딩을 입고, 밑에는 안에 따뜻한 솜털이 있는 츄리닝을 입고서 오토바이의 시동을 걸기 위해 바깥으로 나갔다.

"…아, 추워…."

도대체, 이 놈의 동장군은 언제 쯤 물러갈 지 궁금하다. 

벌써 파릇파릇하게 새싹이 자라나야 할 3월인데, 새싹은 고사하고 내 존슨도 새싹으로 초기화되어버리겠네.

최악의 시나리오는 오토바이 엔진이 상큼하게 동파되는 것이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 예상되었다.

[지하 2층입니다.]

문이 열리네요, 주차장이 보이고 있죠-.

주차장에 들어서자마자, 불같이 돌리는 나의 매직 레이더망. 반경 20m 내에 나의 애마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흐뭇한 표정으로 오토바이를 향해서 달려갔다.

"으어…씨발…정글피쉬같네…아나 씨바…으레연같은 오토바이…"

굳이 설명은 하지 않겠다. 이미 비속어의 남발을 통해 나의 상황을 일축해서 설명해줬으니.

+

"종합검진은 네 가지 패키지가 있습니다. 여기 보시다시피, 기본종합건진, CT종합건진, 정밀종합건진, MRI종합건진이 있구요. 가격은 오른쪽으로 갈 수록 더 듭니다."

"그래요…? 흠…."

어차피 네 개의 종합검진 모두 나에게 있어서는 무리가 없는 비용이다. 는 개뿔, CT종합건진부터는 좀 비싸보였다.

어차피 기본종합건진만 해도, 건질 건 다 나오니까. 근데, 호르몬검사도 할 수 있으려나? 의학적으로는 관련이 없겠지만, 여자애들이 너무 많이 붙은 것도 이상하긴 하다.

"저기, 근데요. 혹시, 호르몬검사를 부가적으로 받을 수 있을까요?"

"상관은 없습니다. 기본종합건진을 하시고, 호르몬검사도 같이 받으시겠어요?"

의사의 말에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거렸다. 의사는 나의 행동을 보고서는 자신이 손에 쥐고 있던 볼펜으로 종합건진서 여러 군데를 브이자로 체크하기 시작했다.

"그럼 곧 검사하실 수 있게 준비 해드릴게요. 검진자분 옷 준비해주세요."

[네.]

핫라인을 통해 간호사에게 지시를 내리는 의사의 모습을 보고서 얼마 되지 않아, 아까 연락을 받았던 간호사가 상담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검진복을 내게 건네주는 간호사. 얼굴은 뭐, 보통 정도다. 외모로 따지는 결혼을 한다면 수월할 정도?

"이 쪽으로 가서 탈의해주세요."

"네-."

간호사가 건네준 검진복(가운에 가깝다)을 들고서, 탈의실로 바로 직행했다.

기본검진은 꽤나 건강하게 나올 테지만, 호르몬검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 지 흥미로워진다.

+

"김민식님 상담실로 들어가주세요."

헌혈한 것도 아닌데, 피도 여러번 뽑혀서 정신이 약간은 어지러웠다.

젠장, 호르몬검사를 피를 뽑아서 검사를 하던데, 그럴 줄 알았다면 조금이라도 고민을 해볼 걸.

곧 원내방송에서 날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고, 난 터덜터덜 걸으면서 아까 그 상담실의 문을 다시 열었다.

"오셨네요."

"네, 검진 결과는 어떻게 됬나요?"

"흠…일단 기본검진결과부터 말씀드릴게요."

볼펜을 주머니에서 꺼내면서, 진단서를 내 앞으로 펼쳐보이는 의사.

아무래도 판매사원처럼 이리저리 동그라미 치면서 진단결과를 설명해줄 것으로 보였다.

"영어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해 줄 필요 없으세요. 다 아는 단어니까."

"아, 예…그럼 민식씨도 보다시피 여기가 키, 몸무게, 비만도, 청력부분입니다."

키 183.6cm, 몸무게 65kg. 비만도(BMI)는 19.41, 옆에 기분 좋게 (정상)이라는 말이 쓰여져있었다.

청력도 좌우 모두 정상이라고 나와있고.

"다 문제 없는데, BMI가 저체중은 아닌데, 저체중에 근접하고 있으세요. 먹을 것 많이 안 드시나요?"

"아니요, 먹는 건 괜찮은데, 운동이 너무 과도해서 그런가…"

"그래요? 그럼 운동을 조금만 줄이세요. 자칫하다 운동하다가 기운이 없어서 쓰러지는 경우도 여러 번 있거든요."

그건 내가 자각하는 사실 중 하나다. 그 놈의 운동이 내가 자의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것이였으면 문제가 없겠지만.

나의 건강상태를 아직 모르는 무지한 여성들의 타의적 행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 체력은 죽어나갈 수 밖에 없었다.

이걸 차마 의사선생님한테 말하면, 어떤 말을 할 지가 두렵기도 하고. 평생 썩혀야 되나.

"다음은, 소변검사 결과인데요. 보시다시피 검사항목은 백혈구, 아질산염, PH, 요단백, 요당, 케톤체, 유로빌리노겐, 빌리루빈, 요잠혈,

요비중, 요침사정도구요. 딱히 설명할 필요 없이 결과가 음성으로 나오셨으니까, 다 정상이세요."

젠장, 자신의 유식함을 뽐내려는 성격이 있나? 과거 문과생이었던 나에게 의학용어 퍼레이드라니.

알아들을 수 있는 건, 백혈구가 유일했다.

"혈액 질환검사도 문제없으시고, 간기능에는 조금 말씀 드릴 게 있네요."

"예?"

간? 친구들에게도, 학창시절 때도 강철간이라고 불렸던 나인데, 알코올 테러에도 아무 문제가 없었던 간인데 말이다.

"다른 건 다 문제가 없는데, AST, ALT에서 수치가 조금 높거든요? 술 마실 때 많이 드시는 편이신가봐요?"

"…예? 네, 그러는 편인데…"

한 번 마셨다 하면, 워낙 주량이 세서 네 병 이상을 먹기가 일 수 인데, 그게 간에 타격이 갔나.

"아직은 위험수치가 아닌데, 자칫하다가 간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마시는 양을 평소의 반으로 줄이거나 아예 금주하는 게 나을 것 같으세요."

"…예."

술은 완전히 끊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많이 줄여야겠지.

남자친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술자리가 많이 열리는데, 그 정도 친목은 아무래도 술 보다는 운동으로 다지는 게 건강도 챙기고, 효과만점일듯 했다.

"사실, 기본건강검진은 모두 정상으로 나오셔서 문제 없으시구요. 이제 부가적으로 체크하신 호르몬검사 결과에 대해 말씀드릴려고 합니다."

기본건강검진 결과는 어느 정도 추측은 할 수 있었기에 나도, 의사도 대충 설명하고 들었지만 호르몬검사는 이야기가 달랐다.

주제 자첵 흥미로운 것이고, 의사도 놀랍다는 표정을 먼저 짓고 있었기 때문이랄까. 결과가 기다려졌다.

"흠…민식씨의 신체가 다른 사람에 비해 호르몬 분비량이 다르네요?"

"예?"

호르몬의 분비량이 다르다니? 도대체 어느 호르몬이 다르다는 것인가.

"일단 다른 호르몬의 분비량은 정상인데, 대개 사랑할 때 나오는 호르몬이라고 하죠? 도파민, 페닐에틸아민, 옥시토신, 엔도르핀이 정상인보다 약 두 세배 이상 높으세요."

그래서, 내가 이렇게 많은 여자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인가?

그건 이유가 안 되는 듯 싶다. 원래 사랑이라는 것은 쌍방향으로 이루어져야 되는 거지, 내가 일방적으로 사랑하면 뭐하나.

하기사, 남이 고백하면 쉽게 거절하지 못하니. 호르몬의 분비량과 사랑의 상관관계는 어느정도 있는 듯 보였다.

"근데, 이런 사람은 가끔 가다 보이고 있구요. 정말로, 다음 결과과 충격적인데. 이건 현 의학으로도 자세히 설명드릴 수 없거든요."

"…뭔데요."

이 의사, 사람의 마음을 졸이고 안심시키는 법을 안다. 연애를 한다면 은근히 의외의 연애를 할 스타일.

하지만,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충격적인 검사결과가 무엇이길래, 의사도 눈을 크게 뜨며 놀란 표정을 짓는걸까.

"제가 이 쪽 분야에 전문의가 아니라서 잘은 모르겠지만, 기본 지식에 근거하여 말씀 드리겠습니다."

괜히 긴장이 되서, 침이 꿀꺽꿀꺽 삼켜지고, 불안해서 손톱을 쥐어뜯을 지경이 되버린 나. 

진짜, 말 안 하고 뜸 들이시네.

"인간의 코 부분에 서골비라는 기관이 있거든요. 이게 페로몬이라는 호르몬을 탐지하는 성적 기관입니다. 원래는 학자들이 사람들에게서 페로몬이 나온다고 믿지 않고 있는데, 1986년 경에 미국 학자 두 명이 콧구멍 안으로 약 1cm 뒤로 서골비기관으로 추정된 직경 0.1mm의 구멍 두 개를 발견했다고 논문을 냈거든요."

젠장, 배경지식까지 동원하다니. 도대체 요점이 무엇인 지 파악을 못하겠지만, 아직 서론인 듯 보였다.

"페로몬이라는 호르몬 자체가 인간에게서 검출된 적이 없었는데, 신기하게도 김민식씨는 호르몬 검출에서 페로몬이란 호르몬이 나왔구요."

"…예? 제가요?"

페로몬, 인간을 제외한 동물들에게는 대개 개미나, 벌같이 집단생활을 하는 동물에게서 분비되는 호르몬이 아니던가.

물론, 인간에게는 사랑을 쟁취하는 호르몬이라고 널리 알려져 있어서, 보통 페로몬 향수를 뿌려 상대방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게 해주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호르몬.

다른 사람들은 다 합성 호르몬이 포함된 향수를 뿌려서 인위적으로 성적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데, 난 성적 매력을 느끼게 해줄 수 있는 과정이 무척이나 자연스럽다니.

"치료 방법은 없나요…?"

"있긴 한데…"

오, 비 온 뒤에도 볕뜰 날이 있고,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던데, 그게 바로 지금의 이 경우를 보고서 하는 소리인가보다.

"있기는 하지만, 워낙 치료과정에서 고통이 심해서 환자들이 많이 치료를 포기하셔서요."

"…엥? 얼마만큼 심하길래. 군 복무 시절에 살인축구하다가 알 맞아서 실려가본 적은 있습니다만…그 때가 제 인생 중 가장 버틸 수 없던 고통이었는데, 그것보다 더 심한 고통인가요?"

"푸훕…네, 민식씨의 경험에 맞춰서 비유 해드리자면 알 터지고, 손잡이 잘린 느낌일거에요."

이 의사 비유력 보소. 단번에 내가 치료하려는 의지를 포기하게 만들다니, 나도 예삿 사람이 아니지만 이 남자도 보통내기가 아니다.

남자 대 남자로서, 이 정도 레벨이라는 것은 확언할 수 있었다.

"그래도 보통 사회생활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으시구요. 다만 밤일 하실 때만, 조금 격해질 수 있겠네요. 결과 설명은 여기까지구요, 설명 들으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치료방법은 그거밖에 없는거죠."

"네, 현 의학에서는 죄송하게도 거기까지가 최선이네요."

치료는 할 수 있지만, 그 과정이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불치라니.

하기사, 페로몬이 분비된다고 그리 나쁠 법도, 좋을 법도 없지만 말이다.

"페로몬이든 뭐든, 내가 잘 컨트롤 하면 되는 거 아냐?"

그렇다. 페르몬이 분비가 되든, 팬픽에 나오던 것처럼 이상한 능력이 있든.

그런 것에 연연할 필요없이 중요한 한 가지, 의지. 자신의 의지가 어느정도이냐에 따라서 결과가 정해지는 것 같다.

앞으로도, 여러 선택의 기억이 주어질 때 적절한 상황판단으로 최선의 결과를 만들도록 노력해봐야지.

-시즌 4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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