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25화 (226/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이백 열 여덟 번째 과외 - 왜 이러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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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였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효민이가 말해준 주소를 따라 조그만한 마당이 있는 집을 보니, 테라스의 유리창으로 보이는 세 꼬맹이들의 몸집이 보통이 아니었다.

저 정도면 확실히 태어난 지 몇 년이나 지났을텐데, 내 아이라는 드립은 그야말로 새빨간 거짓말. 그것에 낚여버릴 뻔 했던 나는 그야말로 잉여.

거기다가 얘들이랑 첫 경험에 임신이 됬다고 쳐도, 조산된 경우가 아니라면 벌써부터 애기가 있었을 리가 없었다. 알고 지낸 횟수로 치면 이제 반년 조금 넘을까말까인데.

"언니들, 민식이 오빠 왔어!"

테라스를 통해 나와 눈이 마주쳤던 지연이는 성큼성큼 걸음을 내딛으면서 내가 현관 앞으로 왔을 때 쯤, 해맑은 표정으로 현관의 문을 열어주었다.

본심은 오자마자 지연이의 머리에 주먹을 쥐어박아 지연이의 씩씩거리는 공룡표정을 봐야했으나, 지연이 뒤로 카메라가 따라와서 애써 그 생각을 참아냈다.

"박지연, 너. 그런 말 전화로 함부로 하는 거 아니야."

"에이, 뭐 어때. 농담으로 하는 건데."

"그래도."

카메라가 잠시 나를 찍다가 다시 거실로 가서 카메라가 지연이를 촬영하고 있지 않을 때, 지연이를 삿대질을 하면서 그러는 게 아니라고 지연이를 교육시키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지연이는 대수롭지도 않은 듯 그저 웃음을 지으며 내 말을 마이동풍식으로 흘려보내고 있었다.

"어서 와…"

지연이의 뒤를 따라, 현관의 복도를 걷고 거실 쪽으로 이동하니 쇼파에 기댄 채로 내게 인사하는 큐리누나의 모습이 보였다. 아, 나의 향상된 노래실력을 그녀 앞에서 뽐내어야하는데.

그러기엔 큐리누나의 몰골이 심각하게 불쌍해보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항상 엘라스틴을 한 듯 풍성하고 건강해보이는 모발을 유지하던 큐리누나가 산발인 채로 있느냐 말이다.

"…누나 머리 왜 그 모양이야?"

"…애기들 돌보다보니…."

큐리누나의 눈빛 또한 넋이 나간 사람처럼 퀭해져 있었다. …아아, 나를 키워주신 고모도 나를 키우면서 꽤나 고생했다고 하시던데. 큐리누나의 표정만 봐도 육아의 고통이 마음으로 전해지는 듯 했다. 아아, 저게 몇 년 뒤의 내 모습인가.

"아아아악!! 미안!!"

큐리누나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내 귀를 찌르는 갑작스러운 괴성에 반사적으로 난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가 돌려졌다.

어이구, 나를 덮친 여자들 중에서 가장 최강이라고 일컬여지는 박소연님께서 고작 다섯 살 남짓으로 보이는 꼬맹이에게 머리를 쥐어뜯기고 있는 꼴이라니. 

서열구도로 따지자면 '꼬맹이' > 박소연 > 제시카, 탱구 > 기타 정도인가?

"저런 이유로 내 머리가 산발이 되었지…"

난 힘없는 목소리로 자신의 머리가 산발이 된 이유를 참 슬프게 말하고 있는 큐리누나를 토닥거려주며, 사건의 진원지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그 곳은 그야말로 아수라장. 꼬맹이들의 예술혼이 깨끗했던 거실의 바닥을 캔버스 삼아 크레파스로 자신의 미술적 감각을 유감없이 표현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람뽀누나는 세 꼬맹이들 중에서는 그나마 어려보이는 한 놈을 안은 채로 내게 반갑다고 인사를 해댔다. 그래, 왜 티아라 멤버들이 지금 아기를 돌보고 있는 지 물어보는거야.

이런 걸 보는 것은, 우리결혼했어요 맨 처음 때 이후로 오랜만이었으니까.

"왠 애들이야?"

"내가 설명해줄게, 우리가 프로그램 하나를 고정출연으로 찍는데, 그게 니가 보고있는 것처럼 세 아이들을 돌보는 프로그램이거든. 저기 소연이랑 놀고있는(?) 남자아이는 문메이슨이고, 효민이하고 은정이가 옆에 달라붙어서 돌보고 있는 얘는 문메이빈이고, 내가 안고 있는 얘는 문메이빈이야. 근데 오늘 게스트 한 명 불러서 같이 애들 돌보는 날인데, 다른 사람들 다 바빠서 시간 남아보이는 너 부른거야."

"…아."

내가 요즘따라 그렇게 시간이 남아보였나? 이래뵈도, 오리엔테이션이 코앞이라 똥줄이 타려고 하는데.

하기사, 항상 그녀들이 부르면 숙소를 방문했던 나였으니깐 그렇게 보일 법도 했다. 

"방송이라고?"

"응, 방송이지. 카메라 보면 알잖아?"

"그럼 연예인 불러야지."

"어, 너 연예인이잖아."

"…엉?"

이건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설마, 나와 영혼을 교류하는 수만옹이 내게 준 생활비가 사실은 계약에 의거하여 지급하고 있는 주급이였던거야!?

설마, 네이버나 다음이나 네이트에 내 이름을 치면 내 사진과 이름과 함께 그 옆에 '연예인' 이라고 회색으로 써져있는 거야!? 그런거야!?

"…웃기는 소리 하지마, 내가 무슨 연예인이야?"

"민식오빠, 이거 봐요."

화영이가 어느샌가 넷북을 든 채로 내 어깨를 툭툭 쳐대고 있었다. 나는 어깨에 느껴지는 화영이의 손가락의 감촉에 화영이 내미는 넷북의 화면을 쳐다보고 있었다.

화영이가 보여준 넷북의 화면에는 '마성의 그 남자.'라는 카페명과 함께 내 사진이 포토샵 작업을 거쳐서 카페의 로고와 대문을 장식하고 있었다.

회원 수도 1000명 정도 있는 걸로 보이고, 설마 이것은…

"그거 니 팬카페잖아. 부럽다, 너 나랑 팬 수 비슷하다?"

말도 안 됩니다, 그럴 순 없습니다. 제가 뭘 한 게 있다고 이렇게 팬카페랍시고 이런 게 나온단 말입니까.

제게 주어진 것이라고는 먹고 살 수는 있는 외모와 어디서 주어들은 패션센스와 그녀들로 인해 향상된 노래방에서 자신있게 부를 수 있는 노래실력(무대 위에서는 완전 병신 보컬)과 유머감각과 그녀들이 키워준 잔근육과 여자를 다룰 수 있는 능력과 수만옹이 지급해주는 약간은 많은 돈이 다인데 말이죠.

아, 싸움실력 빼고 다 가진건가? 그래도 난 평범하게 살고 싶었는데! 아, 소녀시대 애들을 만나고 난 이후로 그렇게는 못 살게 되었지?

어쨌든 큐리누나가 자기 팬카페 회원 수랑 비슷하다며 부러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부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지 말라고! 으어어, 왠지 기분이 좋잖아… 헤헤.

"아무래도 내 사촌인 민식이가 청춘불패 따라 나오고, 아이유랑은 뭔 복이 있는 지 영웅호걸도 나오고, 그 때문에 얼굴 자주 비춰서 어느정도 네티즌들이 관심을 가졌나보다."

"잉? 설마 너도 여기 가입한 건 아니지?"

"난 횸티즌이니까, 사촌의 미래를 응원할 겸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지."

"……으아아악!"

연기로라도 사촌이라는 년(민식과 효민은 사촌 관계가 레알로 아닙니다)이 저러고 있다니, 미칠 노릇이었다. 따끔한 훈계로 니가 왜 이런 팬카페를 가지고 있느냐며, 방송 좀 그만 나오라고 말해야 할 녀석이 나를 사람들이 모르게 하지는 못 할 망정 네티즌들이 그득한 포털사이트의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고 있어?!

"흐아아아앙!"

"왜 소리 질러! 애가 울잖아!"

"너 맞을래? 메이빈 달래는 데 얼마나 힘들었는데!"

"…죄송합니다."

힘이 가득들어간 나의 괴성에 메이빈이라고 하는 꼬맹이는 은정누나의 품에서 나에게 맞서겠다는 듯 크게 울고 있었다. 

그러자 항상 사랑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몸으로든 말로든 표정으로든 애교를 부리며 쳐다보았던 은정누나가 어느새 나를 죽일 듯한 눈빛으로 매섭게 서슬이 퍼런 채로 노려보고 있었다.

헐, 저런 은정누나의 눈빛은 진짜 처음이다. 라고 느낀 나는 곧바로 화를 내는 은정누나에게 90도로 허리를 꺾으며 용서를 구했다. 그러자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는 은정누나, 아마도 나를 용서해주나보다.

아, 진심으로 고마워서 눈물이 다 나겠네.

"이제 괴성 지를 일도 없고, 딱히 할 말도 없지?"

"…? 왠 앞치마?"

문메이슨이란 꼬맹이에게 머리를 쥐어뜯기며 내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소연누나는 어느새 내게 다가와서는 여성스러운 느낌이 물씬 나는 분홍색 앞치마를 둘러주고 있었다.

나는 왠 앞치마냐고 나의 허리와 어깨에 앞치마를 메주고 있는 소연누나를 쳐다보며 물어보았지만, 소연누나는 그저 웃으면서 뒤로 돌아 앞치마 끈을 묶어서 내게 앞치마를 장착하게 하는 데 집중하고 있을 뿐이었다.

"요리 해."

"…."

"뭘 그렇게 멀뚱하게 서 있어, 어차피 나랑 같이 할 거야. 얼른 가자."

"…아, 네."

그래.. 소연누나는 이래야 소연누나답지, 아까 꼬맹이따위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던 소연누나는 내가 아는 소연누나가 아니었어.

근데, 왜 이렇게 슬프고 그녀의 조련을 당하는 내 스스로가 가련해지는 이유는 왜일까..? 

어쨌든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며 키 작고 아담한 그녀를 따라 간 곳은 조금은 넓직해보이는 주방이었다.

그 주방에 써져있는 것은 다른 건 필요없이 '문메이슨, 문메이든, 문메이빈' 세 꼬맹이들의 식단과 '엄마 밥'?

"엄마들 밥은 왜? 세 아이 키우시는 진짜 어머니한테 드리는 거야?"

"아니, 우리도 먹어야지. 만들어줄꺼지? 도와줄게."

"아, 예.."

왜 이렇게 소연누나의 말에 반론을 펼칠 수 없는 것일까. 아마도 그녀가 밤마다 보여줬던 화끈하고 두려웠던 모습 때문에 쉽사리 칠 수 없는 듯 했다.

뭐, 관계를 맺을 때도 다들 초반에 무섭긴 해도, 후반가면 다 내가 리드하니까. 아, 이 얘기를 하면 안 되는데, 어쨌든 다시 현실로 돌아오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는 다시 세 꼬맹이들의 식단을 보며 만들어야할 것들의 재료를 생각했다. 세 꼬맹이들이 같은 음식을 쳐드셨으면 좋으련만, 왜 각기 다르단 말인가..

거기다가 티아라 누나들의 밥까지 만들어줘야되고, 뭐 티아라 멤버들에게는 간단한 볶음밥만 냅다 던져주면 잘들 먹겠지.

일단은 꼬맹이들 음식부터 먼저 만들기 위해 도마를 꺼내놓고 갖가지 재료들을 아이들이 먹을 수 있게 잘게 썰기 시작했다.

"아빠아…"

"…헐."

열심히 다지기를 하는 데 여념이 없었는데, 문메이슨이라는 세 꼬맹이들 중 첫째가 내 바지자락을 잡아당기며 아빠라고 말하는 바람에 하마터면 내 손가락까지 잘게 썰어버릴 번 했다.

"메이슨 일루와-. 어? 여보 요리 빨리해줘요-."

은정누나는 주방으로 들어온 메이슨을 품에 안으며 말하다가, 나를 발견했는 지 흐뭇하게 웃으면서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내게 저런 말을 해댔다.

아, 왠지 은정누나랑 결혼하면 행복할 것 같은 그런 스멜이다. 하지만 은정누나가 치즈라면을 해준다고 주방으로 갈 때는 반드시 말려야겠지. (요구르트 라면 에피소드 참조)

"어, 소연누나 감자 어딨어?"

"감자?"

아이들의 음식을 만들고 있다가 필요한 감자가 없다는 것을 깨닫자, 옆에서 다른 아이의 요리를 만들고 있던 소연누나에게 감자가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응, 감자."

"여긴 없는데?"

그러자 감자가 없다며 고개를 양 옆으로 저으며 말하는 소연누나, 그 바람에 조금 헝클어진 머리를 다시 정리해주고는 요리에 집중하려다가 혹시 테라스에 있나 싶어 테라스로 가기로 했다.

"그래? 베란다 가보자."

나 혼자 가도 충분한 데, 소연누나는 왜 따라오는 지. 그리고 불안하게 카메라는 왜 안 따라오고 있는지..

"여기 감자 있네, 으잉?"

다행히도 테라스에선 감자가 담겨져있는 박스가 있었고, 그 곳에서 감자 몇 개를 꺼내고 허리를 일으키는 순간 바로 내 눈 앞에 있는 소연누나의 모습에 순간 당황해버려 들고 있던 감자를 바닥으로 떨구었다.

"뭐.. 뭐하시는 거에요.."

"시끄러, 여기 카메라도 없고, 아무도 안 보는데.."

으어, 위험하다. 소연누나의 눈빛이 카메라가 자신에게 다가왔을 때 보여줬던 그 평상시의 눈빛이 아니야. 이 눈빛은 마치, 밤에 활개치는 한 마리의 여우의 눈빛과 비슷하다.

"그.. 근데?"

"그런데는 무슨."

나는 위험을 감지하고 두려움이 느껴져서였는 지, 말을 더듬거리며 벗어나려고 했지만, 통행이 가능한 곳을 완벽하게 자신의 아담한 몸뚱아리로 차단해버리는 소연누나의 모습에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그 대신 나의 눈 앞으로 다가온 것은 소연누나의 아담하고 귀여워보이는 매력적인 핑크빛 입술이었다.

으아, 미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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