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23화 (224/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이백 열 여섯 번째 과외 - What a Girl Wants 完

"아, 대기실 찾고 있었어."

"대기실? 무슨 대기실? 오빠, 오늘 꽃다발 꽃미남 게스트로 출연해요, 하긴 그럴 외모가 되긴 하지만.. 출연해요?"

선화는 나보고 뜬금없이 출연하냐는 소리를 지껄이고 있었다. 아, 내가 막연하게 대기실을 찾고 있다는 이야기에, 내가 출연하는 걸로 이해하고 있나보다.

"아니, 지인 따라서 방송국 놀러온거야."

나는 그런 선화의 오해를 풀어주기 위해서 차마 '강지영과 한승연'을 따라서 방송국에 왔다는 말을 못하겠고, 그저 광범위하게 지인을 따라서 왔다고만 말했다.

"흠, 그럼 어디 대기실인가? 시크릿 대기실인가? 히힛…"

"장난 그만치고, 카라 대기실 어디야?"

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선화가 치는 말도 안 되는 드립에 무의식적으로 그 지인의 정체를 밝혀버렸고, 선화는 '오호?'라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다가 다시 웃더니 가르켜주려고 내 쪽으로 다가왔다.

"…카라? 저 끝에 있을걸요, 하여튼 오빠도 보면 은근히 인맥 넓어."

"어쩌다보니, 이렇게 넓어지게 되네."

"알았어요, 그럼 다음에 또 봐, 오빠!"

"그래."

선화는 내 옆에 나란히 서서 자신의 긴 팔로 끝방에 있는 대기실을 가리키며, 저기가 카라 대기실이라고만 말해주었다. 그리고는 나보고 인맥이 넓다고 내 어깨를 손으로 툭치며 말하는 선화다.

"선화는 존댓말하고 반말 섞어서 쓰는 건 그대로네."

그렇게 내 시야에서 사라지는 선화를 향해 손을 살랑살랑 흔들다가, 완전히 사라져서야 나도 발걸음을 카라가 있는 대기실로 옮길 수 있었다. 아, 이제 쯤 편안하게 쉬자.

"흠, 여긴가?"

-끼익..

문이 열리네요, 그대가 보이고 있죠. 그대는 그대인데 옷을 갈아입고 있는 지 상의를 탈의하는 그대를 보고 있죠. 아, 씨발!? 

"헐, 잘못 봤습니ㄷ…"

무언가 나에게 투척될 것이라는 것을 미리 감치한 나는 재빨리 문을 닫으려고 문고리를 내 쪽으로 확 잡아당기면서 발광을 떨었지만, 그녀의 반사신경이 더 빨랐고.

"꺄악!"

-휘익, 퍽!

"으어어억…"

워싱턴 내셔널스의 투수인 스트라스버그보다도 더 강력한 강속구로 휴지를 내 면상에 꽂아버리는 월등한 운동신경을 자랑해버리는 승연누나였다. 와, 이런 운동신경으로 왜 가수를 했대. 차라리 태릉선수촌에 가서 우리나라 국위선양에 이바지를 하지. 아, 지금도 일본에선 국위선양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승연누나의 깔끔한 직구 덕분에 나는 복도 바닥에 누워 편하게 누울 수 있었다. 아, 시리다….

"괜찮아…?"

문뜩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떠보니, 머리맡이 무지하게 편안하면서도 불편한 감이 있었다. 소파 손받침대에 머리를 배고 있나라고 생각해보았지만, 눈을 뜨자마자 바로 앞에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의 승연누나의 얼굴이 있는 걸로 봐서는 내가 승연누나의 무릎을 배고 있는 게 분명했다.

"푸훕… 오빠 괜찮아?"

지영이는 뭐가 그리 좋은 지, 아니면 통쾌한 건 지, 웃음을 참지 못한 채 싱글벙글 웃으면서 내게 괜찮냐고 물었다. 

"미안해서 어째…"

승연누나는 미안하다는 표정을 계속 지으며 오히려 내가 더 미안하게 만드는 감정을 심어주고 있었다. 이렇게 승연누나를 울려버린다면, 전건형을 비롯한 많은 카덕들이 나를 가만두지 않을 게 분명했다.

"아, 괜찮아…어?"

나는 승연누나와 눈을 마주치자, 괜스레 붉어진 얼굴을 애써 감추며 승연누나가 미안해하지 않도록 괜찮다고 말하고 승연누나의 무르맡에서 일어나려는 그 순간 누군가의 힘에 이끌려 머리가 또 어딘가에 안착했다.

-휘익. 포옥-.

"헤헤, 오빠 이제 푹신해서 안 아프지?"

이번에는 눈 앞에서 승연누나는 보이지 않고, 강제적으로 눈이 가려진 것과, 손으로 눈을 가린 것과는 다른 너무나도 부드러운 감촉에 내 눈을 가리고 있는 이것은 도저히 손이라고 볼 수 없는 생각에 얼굴이 점점 붉어지려고 하고 있었고, 아랫도리가 점점 더 딱딱해졌다. 

"야! 니가 왜!"

"언니, 언니의 중딩같은 가슴보다는 내가 더 좋은 거 아냐?"

승연누나는 금방이라도 지영이와 싸울 기세였고, 지영이는 승연누나에게 자괴감을 주려는 지 씨익 웃더니 자신의 가슴과 승연누나의 가슴을 비교했다.

"이게! 가슴은 커 가지고!"

"내가 뭘 잘못했다고! 베에-"

충분히 여자로써 화가 날 수 있는 지영이의 말에 승연누나는 아까 나를 때렸던 것보다 훨씬 더 분노를 느끼며 금방이라도 지영이를 골로 보낼 기세의 눈빛으로 지영이와 투닥거리기 시작했다.

"넌 오늘 제삿날이다!"

그리고는 지영이를 덮치기 시작하는 승연누나. 그 덕분에 나는 다시 바닥으로 밀려나갔고, 승연누나는 지영이를 공격하는 데 여념이 없었고, 지영이는 승연누나의 공격을 막아내는 데 여념이 없었다.

'헐, 지영이 가슴 흔들리는 거 보소. 새우깡도 아니고, 아빠 지갑도 아닌데 자꾸 손이 가려고 하네.'

그리고 나는 매우 탄력적이고 알흠답게 움직이는 젤리같은 지영이의 가슴의 흔들림에 반해서는, 새우깡에 손이 가는 것처럼 지영이의 가슴을 만지려고 하는 일측일발의 그 순간에,

"한승연씨하고 강지영씨 촬영 준비해주세요."

다행히도 진행 스태프가 와서는 승연과 지영의 싸움을 어쩌다보니 중재하고, 하마터면 지영이에게 크게 미안해지고 부끄러워질 뻔한 일도 중재되었다. 

"이게! 아, 네!"

"메롱."

승연누나는 스태프의 목소리에 지영이에게 휘두르던 주먹을 거두고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옷 매무새를 정리하더니 문 밖으로 나갔다. 지영이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승연누나를 놀리려는 듯 혀를 내밀었고, 승연누나는 그 장면을 목격했다.

"넌 오늘 숙소에서 주거써!"

그리고는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며 가만두지 않겠다는 표정과 함께 손짓을 했고, 지영이는 맨날 있는 일이라는 듯 여전히 신나하는 표정으로 승연을 따라 나갔다.

"지영이가 세긴 좀 세다…"

소파에서 좀 쉬면서 에너지를 보충하려고 했더만, 지영이와 승연누나의 육탄전에 잠이 싹 가셨다. 나는 그저 내 옷에 묻은 먼지들만 털어내며 힘없는 걸음으로 대기실을 빠져나갔다.

"에휴…"

그리고 한숨을 쉬며 복도를 서성거리다가, 문뜩 익숙해보이는 뒷모습에 반가움을 느낀 나머지 나는 그 뒷모습을 가진 사람의 이름을 부르려고 입을 열었다.

"어, 현아야!"

"잉? 우아아아아앙!!"

그리고 외치는 한 마디. 그 한 마디에 그녀는 고개를 뒤돌아보며 날 쳐다보았고, 그리고 무언가 생각난 게 있었는 지 얼굴이 빨개진 채로 갑자기 도망을 가기 시작했다.

"야! 왜 도망가!"

"오지마마마마마마아아아!!"

나는 어이가 없었다. 내가 뭔 잘못을 했다고, 저리도 꽁무니도 안 비치고 도망을 가고 있냔 말이다. 내가 가까이오면 가까이 올 수록 더욱 더 소리를 지르며 얼굴이 빨개진 채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현아였다.

-꽈당!

그러다가, 결국에 코너를 도는 곳에서 중심을 못 잡고 현아는 철퍽 땅바닥에 엎어졌고, 나는 그 모습을 보자마자 현아가 넘어진 곳으로 달려가 현아를 일으켜주었다.

"흐잉…"

"현아야, 괜찮아?"

현아는 아픈 듯 울먹거리려고 하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괜히 쫓아갔나, 라고 하는 생각에 괜스레 그녀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우씨, 몰라…! 그러니까 왜 따라오냐구!"

"알았으니까 얼른 일어나기나 해."

-퍽.

아파서 잠시동안 일어나지 못하는 현아의 모습에 나는 현아의 등을 팔로 감싸주며 내 힘으로 일으켜주려고 했고, 현아는 그 감촉이 부끄러운 듯 얼굴이 폭발할 것처럼 붉어지더니 이후 마하와 같은 속도로 부끄러운 현아의 머리는 내 인중에 작렬했다.

"아악! 내 코!"

"어, 오빠 괜찮아…?"

"오늘은 마가 꼈나, 왜 이렇게 다치지…"

도대체 오늘 몇 번이나 다쳤는 지 셀 수가 없다. 일단 승연누나에게 로킥으로 정강이를 수도 없이 까이고, 대기실을 들어가려다가 휴지가 면상에 꽂히고, 이번에는 현아의 머리가 내 인중에 꽂히고. 아주 다난한 하루다.

"미안해서 어뜩해…히잉…"

현아는 무척이나 미안하게 느껴졌는 지, 자신의 머리와 충돌한 내 코와 인중을 손가락으로 몇 번 매만지더니,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을 눈치채고는 또 움찔거리며 손을 자신의 등 뒤로 감추었다.

"괜찮으니까, 그만 울먹거려. 근데 그보다 현아야, 왜 도망갔어?"

그냥 이유를 물어보는 것 뿐인데, 또 얼굴이 빨개질 것 까지 있나. 

"…왜 그래?"

시도때도 없이 붉어졌다, 하얘졌다하는 현아의 얼굴에 나는 현아보고 왜 그러냐며 여전히 현아를 지그시 쳐다보았고, 현아는 고개를 숙이고 손가락을 부딪히더니 나지막히 말했다.

"그…그게 미안해서."

"응? 뭐가?"

"…뽀……뽀…"

뽀뽀가 부끄러웠다고? 그 정도야, 뭐 맨날 당하는 일이라서 별로 대수롭지 않ㅇ…이게 아니고, 뽀뽀를 한 게 뭐가 미안한데? 난 별 상관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내가 아는 후배들 중에 박신현이라는 현아 골수팬은 안아주기만 해도 정신을 놓아버렸을 게 분명했다.

"아, 푸훕…"

어쨌든 뽀뽀를 미안해했다는 현아의 이야기에 웃음이 터져버린 나는 입을 가린 채 잠시 고개를 돌리며 몇 번 소리를 내며 웃었다.

"웃지마!"

그런 모습이 싫다는 듯 현아는 다시 얼굴이 빨개지며 웃지말라고 내 어깨를 투닥투닥 고사리같은 주먹으로 쳐댔다. 그래봤자, 현아가 때린 건 맥아리가 없어서 안 아프다. 펀치를 꽂으려면 지연이한테 배워서 꽂아라. 걔가 펀치류 甲이니까.

"너 삼종셋 돋더라."

"흐잉?"

삼종세트? 그게 무슨 말이냐는 표정을 지으면서 괴상한 추임새를 넣은 채로 나를 쳐다보는 현아였다. 흠, 자세하게 설명해 줄 필요성이 있나?

"울다가 웃다가 스킨쉽에다 취침. 합해서 삼종세트."

"우씨! 말 걸지마, 이 변태 오빠야!"

몇 일전에 있는 일을 떠올려보자면, 술 먹고 꼬장부리면서 계속 울다가, 갑자기 얼빠진 사람처럼 바보같이 웃다가 난데없이 입술을 계속 부딪히지 않나, 거기다가 노래방에서 과감하게 숙면을 하지 않나. 그렇게 현아의 삼종세트가 탄생했다. 나중에 토크거리로 확실하게 써먹을 수 있긴 했지만, 키스라는 게 좀 걸려 얘기를 해줄 때도 중간은 생략하거나 대체해야할 것 같았다.

-퍽.

그렇게 내 머릿속으로 방송에 집어넣을 수 있을만하게 수위를 조절하여 편집을 하고 있는 찰나에, 이번에는 더욱 더 강력해진 '현아의 펀치 ver.2'가 내 팔에 작렬했고, 이건 잠시 내가 하고 있던 생각을 없애고 고통으로 머리를 뒤덮을 만큼 아픈 주먹이었다. 와, 앞에서 후린 주먹은 그냥 장난이었던가. 핵주먹 김현아 탄생이네.

"으억…아프잖아…"

"씨, 아프라고 때린거야!"

나의 팔을 잠깐이나마 쓰지 못하게 병신으로 만들어버린 현아는 화를 사랑스럽게 내며 성큼성큼 스튜디오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럼 이번에는 카라의 순서죠, 승연씨 나와주세요!"

현아를 따라, 승연누나의 사촌이라고 대충 얼버무리고 난 뒤 다행히도 무대 옆에서 촬영하는 현장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리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진행 스태프 한 명이 빈다며, 도와줄 수 없겠냐는 피디의 부탁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잠깐동안의 쉬는 시간에 연기자들에게 줄 물병을 든 채로 녹화를 쉬는 시간이 다가오길 무대 뒤 계단에서 기다리고 있는 나였다.

'어, 저 조명 왜 저래.'

-끼릭끼릭…

근데 뒤에서 볼 때 스튜디오의 천장에 불안하게 주변 조명장치에 비해 조금은 노쇠하고 작은 조명장치가 끊어질 것처럼 천천히 흔들리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데."

나는 옆에 있던 조명 스태프를 손으로 건드려서 부르며, 천장에 있는 조명장치를 보며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 같다며 이야기를 하자, 심각함을 눈치채고 피디한테 달려가는 조명 스태프였다.

-끼릭끼릭…뚝…끼이이익!!

하지만 조명스태프가 피디에게 말하기 직전, 조명장치는 그 선이 완전히 끊어져버려 떨어지고 있었다.

"꺄아아아악!"

"젠장, 씨발!!"

이미 앞으로 벌어질 상황이 미리 예견되었던 나는 카메라가 안 닿는 무대에 올라와 있었다가, 떨어지려고 하자마자 어차피 편집될 장면이니 욕짓거리를 내뱉고는 승연누나에게 뛰어갔다.

-텁!

그리고는 승연누나를 조명이 떨어지려고 하는 곳에서 있는 힘껏 밀쳐내고 나까지 피하려고 했으나, 너무 늦어버렸다.

"꺄아아악!"

-퍼억!

거의 쇠로 이루어져, 크기는 조그맣지만 그에 비해 육중한 조명장치는 내 등에 힘껏 부딪혔고, 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털썩 바닥으로 엎어졌다.

"아, 씨발…으윽…장난 아니게 아프네…"

"흐흑…조명 밑에 사람 깔렸어요! 흐윽…누가 좀 도와줘요!"

"아… 어지럽다."

그리고는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어지러움을 호소하다가 다시 눈을 감았다. 밀쳐진 그녀의 흐느낌을 들으면서 말이다.

'꿈인가…'

"흐으윽…흐아아앙…!"

"…아, 누나 몸 괜찮아…?"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날이 어두워지고 난 뒤였고, 내 팔이 조금 움직이는 데 제약이 있는 걸로 봐서는 링겔이 꽂혀있는 듯 했다. 그제서야 이 곳이 병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흐아아앙…바보야…흐윽…너 왜 그렇게 무모해…흐흑…"

"괜찮으니까, 울지마."

내가 다칠 때부터 울어댔는 지, 그녀의 얼굴은 이미 발갛게 부어있었다. 나는 부어버린 그녀의 얼굴을 매만지며 눈물을 닦아주며 난 괜찮다고 했다. 그래도 울음을 그칠 기색을 보이지 않고 더욱 더 펑펑 울어대기만 하는 승연누나였다.

"흐어엉…나 때문에…나 때문에 너 잘못되면…흐흑…어쩔려고…"

"안 다쳤잖아. 그럼 된 거야."

"흐흑…"

나는 나에가 가까이 와서는 계속해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으며 펑펑 우는 승연누나를 계속 괜찮다고, 괜찮다고 말하며 그녀를 감싸안았다. 

-쪽.

그렇게 그녀를 위로했나 싶었는 데, 승연누나는 무언가 마음 먹은 게 있는 듯 입술을 잠깐동안 깨물더니, 그대로 내게 다가왔다. 이윽고 내 입술에는 승연누나의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졌다.

"…엥!?"

"흐극…다행이야…흐윽…멀쩡해서…흐흑…"

"누나…이건 뭐ㅇ…"

"흐윽…답례야…나 화장실 갈래…흐흑…"

그녀는 나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여전히 붉어져있는 얼굴로 울먹거리는 것을 멈추지 않으며 병실 밖으로 빠져나갔고, 나는 다치지 않은 오른손으로 승연누나의 입술이 닿은 내 입술을 매만졌다.

- What a Girl Wants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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