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8화 (219/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이백 열 한 번째 과외 - 정자매, 그 달콤함에 대하여 2

"노래방이나 피씨방같은 곳은 어때?"

정수연양의 '순서' 논란 이후, 나는 이런 난잡스럽고 카오스인 국면을 타파하기 위하여, 정말 그녀들의 경험에서는 꽤나 신선할 법한 장소를 추천했다. 물론 노래방은 뺴고.

"…오빠, 마이크에 피 한 번 묻혀볼래?"

나의 드립에 수정이는 주변에 마이크가 있는 지 한 번 찾아보다가, 도끼눈으로 날 째려보며 진짜 가만 안 둘 것 같은 눈빛으로 나에게 공포스러운 말을 내뱉었다.

"…민식아, 키보드를 빨갛게 도색하는 건 어때?"

수연이는 전에 나의 따귀를 칠 때의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기에 순간 그녀가 다시 한 번 나의 따귀를 치는 줄 알고 볼 근육이 경직되었으나, 다행히도 말 뿐이었다. 그래도 무서웠다.

"내 제안은 알아서 땅에 묻을게, 그래. 어디 갈래."

결국엔 내 솔깃한 제안은 바람따라 저 멀리 흘러갔고, 수정이와 수연이가 강력히 추천했던 루트로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쇼핑은 해야되니까, 일단 근처 백화점에 들리자."

수연이는 일단 제일 첫 루트인 쇼핑을 하기 위해, 근처에 있는 백화점에 가자고 내게 말했고 수정이도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백화점."

백화점이라, 과연 괜찮을련지. 현실로 딱히 다가올 일은 없겠지만, 내 지갑이 열리고 돈이 빠져나가는 그 사운드가 나의 정신을 지배하는 것만 같았다. 수연이와 수정이는 안 그럴 것이라고 믿고 싶지만, 그건 나의 바람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왜?"

나의 점점 암울해지는 표정에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던 수연이는 내가 왜 이렇게 표정이 변화된 게 궁금했는 지, 내게 짧게 물었다.

"하핫, 아니야. 오토바이 타고 왔으니까 오토바이 탈 준비나 해."

나는 열심히 혼자서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거렸다가, 어디선가 들리는 수연이의 말에 곧바로 절망상태를 회복한 채로 멋쩍은 웃음과 함께 그녀들을 오토바이가 있는 바깥 도로로 이끌었다.

"히잉, 헬멧 쓰면 머리 망가지는데."

오토바이가 있는 곳으로 가는 도중에, 수정이는 망가질 자신의 앞머리와 윗머리를 생각하는 듯 약간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그 걱정도 잠시였다.

"…오토바이 타는 거 위험하지 않아?"

수연이는 수정이보다는 머리걱정을 덜 하는 반면에, 대신 안전 걱정을 했다. 하기사, 메인 뉴스에서 오토바이로 사망사고나 부상사고를 접한 게 한 두 번이 아닐테니까. 하지만 난 여태껏 무사고운전을 해왔기 때문에 안전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전에 지은이 일 때는 조금 과속하기는 했지만.

"교통법규 잘 지키고, 폭주족처럼 나대지만 않으면 어느정도는 안전해."

나는 머리 걱정하는 수정이와 안전 걱정하는 수연이 두 명 모두에게, 헬멧을 꺼내주며 말했다. 머리 걱정해도 어쩔 수 없이 헬멧 쓸 수 밖에 없어. 벌금 내긴 싫거든.

"우와, 오토바이 멋지다!"

수정이는 내(사실은 수만옹이 구매해주신) 오토바이를 보고는 탄성을 내지르며 내 오토바이를 만지작만지작거리며 히죽히죽 웃었다. 그러다, 닳겠다, 마.

"수정이는 내 앞에 타고, 수연이는 내 뒤에 타."

나는 오토바이를 열심히 만지작거리고 있는 수정이의 등을 툭 치며, 손가락으로 수정이가 앉아야하는 곳을 가리켰다. 그러자, 신이 난 듯 바로 가리키는 곳에 앉는 수정이였다.

"난 왜 뒤에 타?"

수연이는 자신이 뒤에 타야하는 소리에, 안 그래도 안전이 중요하다고 느끼는 그녀인데, 자칫하다가는 수정이보다 더 위험해질 염려가 있지 않은가.

"뒤에서 내 허리 꽉 안고 있어. 그래야, 안 떨어지니까."

"헤헷, 알았쪄잉."

하지만 뒤에서 허리 꽉 안고 있는 채로 떨어지지말라고 부드럽게 말하니, 그 걱정은 언제 했냐는 듯 금새 자신이 내내 걱정하고 있던 걱정 따윈 청계천에 흘려버린 마냥 수정이보다 더 기분 좋게 웃고 있는 수연이였다. 이런 밝히는 뇨자 같으니라구.

"오빠, 나는? 나는 떨어지라고 앞에 타라고 한 거야? 그런거야?"

수연이의 걱정을 해결하니, 이번에는 수정이가 '!'를 띄우며 나에게 갑자기 안전 타령하며 삐질 듯한 기세로 말하고 있었다. 이 년, 사실은 백허그 하고 싶은 게 아니야!? 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빛으로 봐선 내 생각이 맞는 듯 보였다. 

"넌 내가 뒤에서 감싸주잖아, 너도 떨어질 걱정 별로 안 해도 돼."

"히힛, 알았엉."

수연이는 지가 백허그, 수정이는 내가 백허그(?) 라고 간략하게 말해줬더니, 수정이마저 안전을 완전히 포기한 듯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저 년들마저, 안전을 걱정하지 않는다면 애초에 안전을 중히 여겼던 내가 걱정해야지. 

"자, 여기 이건 수정이 헬멧."

수정이에게는 먼지 묻으면 쉽게 안 닦일 것처럼 보이는 새하얀 헬멧을 씌워주고, 나는 검은 헬멧을 한 손에 든 채로 분홍색 헬멧도 꺼냈다.

"내껀?"

"지금 줄려고 했어."

이럴 줄 알고, 미리 꺼낸 거 지롱. 수연이의 재촉에 미리 꺼내두었던 분홍색 헬멧을 수연이에게 건네주면서 말했다. 그러자, 헤헤 웃으며 씌워달라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억지로 웃으며 어금니를 꽉 깨문 채로 수연이에게 헬멧을 씌웠다. 이런 손이 많이 가는 여자같으니라고.

"이제 수연이는 내 허리 잘 잡고, 수정이는 내가 있으니까 안 떨어지게만 앉아."

나의 말에 수연이가 내 허리를 잡으려고 하는 지, 허리 쪽에서 누군가 감싸안는 듯한 느낌과 함께 등에서는 부드러운 순두부의 감촉이 났다. 하, 오토바이 운전에 힘 써야하는데 천국에 온 듯한 촉감이라니, 정신을 차려서 운전을 해야했다.

그리고 수정이는 침을 꿀꺽 삼키면서 나를 따라 오토바이 핸들을 잡으면서 내게 안 떨어지려고 엉덩이를 뒤로 뺐고, 덕분에 수연이만큼 만만치 않은 촉감이 느껴졌다.

"그럼 간다!"

그래, 씨발. 천국에 간다. 망할 정자매들의 부드러운 살결에 천국에 가는구나, 흐흑… 시발.. 우렁찬 오토바이의 소리와 함께 더 달라붙는 정자매 때문에 하마터면 진짜로 천국 갈 뻔 했다는 것은 비밀.

그렇게 정자매의 시련(?)을 어쩌다보니 통과하고, 이륜차 전용 주차장에 오토바이를 주차한 나는 양 손을 정자매들의 손을 잡은 채 백화점 안으로 입장했다. 그녀들이 제일 먼저 나를 끌고 간 곳은 다름 아닌 여성의류코너였다. 각종 유명 브랜드의 의류들이 즐비해있는 곳이고, 각 의상의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흐음…."

대충 훑어보는 가격표에서도 10만원, 15만원, 20만원 등. 다양한 가격의 의상이나 가방들이 가득했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모두 비싼 것이라서 괜스레 사주려고 하는데도 고민이 되고 있었다.

"왜 그래?"

수연이가 가격에 걱정하는 내 모습을 보더니, 궁금했는 지 내게 물어보았다. 나는 수연이의 말에 수연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가격이 너무…."

그리고는 주변을 다시 둘러봐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비싸기만한 옷들의 가격표를 보면서 약간 불평하듯 그녀의 질문에 대답했다.

"오빠, 괜찮아! 우리를 뭘로 보고!"

나의 그런 모습에, 수정이는 걱정 말라는 듯 자신의 가슴을 손바닥으로 탁탁 치며 당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약간 안심이 되었다는 것도 거짓말은 아니었다.

"그, 그래. 괜한 걱정 한 것 같ㄴ…."

괜히 내 지갑 걱정을 했나보다. 항상 내가 산다고만 생각했지, 그녀들이 산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였다.

'저 둘은 돈을 많이 버니깐.'

거기다가 소녀시대 데뷔 4년차에 접어들면서, 비록 소속사에서 많이 챙겨가긴 했지만 벌만큼 벌고 있는 수연이와, 최근 무서운 속도로 인기가 고공행진하고 있는 수정이가 아니던가. 

둘의 수입만 합쳐도 아마 내가 한 달동안 버는 것보다 더 벌지도 몰랐다, 아니면 그 이상일지도.

"오빠가 요즘 돈 많이 받는 다는 거 다 알고 있어!"

라고, 수정이를 좋게 생각했건만 저건 또 어디서 들은 개드립이란말인가. 그녀가 그 드립을 치자마자, 걱정없이 환했던 내 얼굴이 썩창으로 바뀌면서 다시 둑 터지듯이 빠져나가는 내 현찰들의 모습에 아까 수연이가 걱정한 것보다 더 암울해진 채로, 속으로 수정이에게 욕을 했다.

"…?"

모른 척 해보지만, 수정이는 어디선가 그 사실을 들었을 터였다. 나의 소울프렌드인 수만옹이 함부로 내게 돈을 지급한다는 소리는 안 했을테고, 어떻게 인맥을 이용해 누군가 알아냈을 가능성이 큰 데, 문제는 그 누군가가 누구란 것이였다. 탱구? 유리? 설리? 에라잇, 모르겠다.

"응, 무슨 소리야? 수정아, 민식이 돈 받아?"

수정이의 말에 수연이는 못 들었다는 사실이라는 듯 솔깃한 표정으로 수정이를 쳐다보았다. 그런 수연이의 질문에 수정이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내 돈줄에 관한 비밀을 모두 풀어낼 작정인 것처럼 보였다.

"헐, 언니 몰랐어? 오빠, 사장님한테 주마다 돈 받잖아."

수정이는 자기가 알았던 솔깃한 정보를 수연이 모르고 있자, 약간 놀란듯하게 연기를 하더니 나에게 매주 지급되는 생활비의 출처를 필터링도 안 하고 그대로 밝혀버리는 수정이였다. 저렇게 태연하게 내 돈의 출처를 밝히다니, 아..

"진짜?"

수연이는 믿기지 않은 사실이라는 듯, 여전히 깜짝 놀란 모습으로 수정이와 나를 번갈아쳐다보고 있었다. 그만 쳐다봐라, 그렇게 쳐다본다고 돈이 나오는 건 아니다. 하지만 미인계를 쓰면 나올 것 같은 예감은 뭘까.

'…수정이 개갞끼!'

것보다, 순수했던 수연이에게 재물욕과 소유욕을 불타오르게 만든 수정이가 원망스러웠다. 수정이가 수연이와 대화를 하는 틈을 타서, 그녀를 불타오르는 눈빛으로 저주했지만 수정이는 보기좋게 무시하고 있었다. 하, 너란 여자, 나를 엿먹이는 여자.

"써니언니한테 들었는데, 언니는 못 들었나보구나앙. 히히, 괜히 말했네, 나만 뜯어먹을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는데에."

수정이의 입에서 '써니'라는 이름이 나왔다. 그리고 '써니언니한테 들었는데.' 라는 결정적 한 마디를 하고 있었다. 오호라, 수정이에게 내 재정의 비밀과 출처를 멋지게 밝힌 년이 순규란 말이지? 조만간, 순규를 엿먹일 작전을 생각해둬야겠다. 아니다, 시간은 충분하니 천천히 체계적으로 짜서 엿먹일까?

것보다, 지금은 눈빛이 초롱초롱한 채 천천히 구매욕을 상승시키고 있을 수연이를 말리는 게 중요했다. 순규 엿먹이는 건 나중에 천천히 생각할 일이였으니까.

'살려줘, 수연아….'

수연이에게 애절하고 불쌍한 눈빛을 열심히 보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나의 눈빛을 읽기 시작했는 지, 수연이가 수정이와 대화하다 말고 나를 쳐다보았다. 휴, 내 눈빛이 통한건가?

"나도 사줘어."

하지만 내 눈빛과 바람은 포대기에 싸인 채로 시궁창에 버려진 듯 보였다. 나의 눈빛스킬을 뛰어넘는 수연이의 사랑스러운 눈애교와 온 몸이 스르륵 녹아버릴듯한 그녀의 애교(에 도움을 준 멤버 : 이순규, 최수영)에 나는 어느새 속으로 나 자신을 욕하며 숨겨두었던 지갑을 꺼내고 있었다.

'…하, 씨바. 내 돈.'

지금 들리는 소리가 뭔 지 알아? 비축했던 내 생활비가 깨져서 쏟아지는 소리다, 이것들아. 그리고 다음으로 들리는 소리는 내 눈물이 얼굴을 타고 흐르는 소리고. 흐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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