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7화 (218/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이백 열 번째 과외 - 정자매, 그 달콤함에 대하여 1

피습피를 들고서 연신 '슈퍼로봇대전'을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 슈로대를 어느덧 몇 주동안 하다보니, 이러다가는 이 게임으로 일본어를 마스터할 기세였다.

[카카오톡 메세지가 도착했습니다. '오빠 지금 뭐해' - 정수정]

옆에서 귀찮게 울려되는 핸드폰 때문에, 잠시 게임을 일시정지를 시켜놓고 핸드폰에 뜬 화면을 확인했다. 많이 익숙한 진갈색의 메뉴바, 보나마나 카카오톡이였다.

수신자를 확인해보니, 그녀의 정체는 앞으로, 거꾸로해도 정수정냔이었다. 

"음? 수정이네."

[게임 중인데.]

지금 뭐하냐고 묻는 수정이의 문자에, 나는 간단하게 터치패드를 누르며 게임이나 하고 있다고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는 다시 피습피를 들고서 슈로대를 즐기려고 하려고 하는 데,

[카카오톡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보낸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다시 문자알림음이 뜨다니. 수정이의 메세지 보내는 속도가 너무나 진보된 듯 했다.

"아따, 그 놈의 가시나 문자 전송 속도하나만큼은 춘내나게 빠르네."

보내자마자, 폭풍답장. 정수정양이 벌이고 있는 그런 판타스틱한 위엄에 나는 핸드폰을 다시 쥐고서는 사투리를 내뱉었다. 다시 확인버튼을 누르니 카카오톡 어플 화면으로 바뀌면서, 수신자의 이름이 떠 있었다.

[카카오톡 메세지가 도착했습니다. '민시강 뭐행?' - 정수연]

정수정이라고 예상했건만, 이번에는 애교대란의 주원인 중 하나였던 정수연이라니. 정자매가 나란히 거의 동시간대에 문자를 보낸 게 조금 신기하게 느껴졌다.

"수, 수연이?!"

그리고 이유는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당황스러운 감도 있었고.

[게임 중임.]

수정이랑 별 다른 차이없이 거의 비슷한 문자를 보냈으니, 수연이에게도 마찬가지로 '게임 중' 이라고 문자를 보내는 나였다. 그리고는 다시 피습피를 들고 일시정지를 해제시키면서 핸드폰을 쳐다보고 있었다.

-띠링, 띠링.

젠장,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할 수 없이 피습피로 게임하는 것은 나중으로 미뤄두고, 피습피는 내 방 서랍에 고이 다시 넣은 채 핸드폰을 쥐고는 잠깐동안 폭풍카톡을 즐겨보기로 했다.

[카카오톡 메세지가 도착했습니다. '게임하지말고 락희카페로 와줘 놀자' - 정수정]

[카카오톡 메세지가 도착했습니다. '게임하지말고 락희카페로 왕 놀아줭' - 정수연]

수정이와 수연이 둘 다 모두 나보고 게임을 하지 말고, 자신이랑 놀아달라며 문자로 징징거리고 있었다. 특히 수연이, 쓸데없이 'ㅇ'자를 많이 넣으면서 은근슬쩍 애교를 부리고 있는데, 자꾸 그러면! …귀엽잖아.

'……수연이 요즘에 애교가 부쩍 늘었네.'

어차피, 도로 가든 모로 가든 시크릿 가든, 내가 저 카페로 갈 것 같은 예감은 곧 사실이 될 것 같으니 카톡을 보내기 전 미리 옷을 입고서는 주차장으로 내려가 오토바이의 시동을 걸고는 오토바이에 잠시 걸터앉아

"이거 어떻게 하지? 둘이 뭔데, 같은 카페로 와달라는 거야?생각을 해보자, 카카오톡으로 메세지를 보냈다는 것은 저 정자매들도 스마트폰이구만. 그룹채팅을 해보는거야."

내 생각에는 아무래도 둘은 스케쥴이 없고, 심심해서 나를 부르고 있다는 가능성이 꽤나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생각하니, 자매들끼리 오순도순 재미나게 쇼핑하면서 놀지, 무엇하러 자신을 소환하는 지 영문을 모르겠다.

[뭐야.]

정자매를 체크해놓고, 카톡 챗창에 소환을 하고 턴을 마치는 나. 턴을 마치기가 무섭게 그녀들의 답장이 쏟아졌다.

[어? 언니넹]

수정이는 단체 채팅이고, 단체 채팅에 자신만이 아닌 수연이도 있는 모습에 저런 메세지를 날린 듯 했다.

[민시가~ 안녕~]

수연이는 수정이와 달리, 수정이가 있든말든 신경을 쓰지 않은 채, 나한테 '안녕'이라고 인사할 뿐이었다.

[님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분명히 바빠야 할 정자매들이 어째서 한가로이 나한테 카톡이나 보내고 있냐는게 지금 제일 궁금한 점이었다.

[왱]

[왜에?]

나의 말에 어쩜 저렇게 똑같이 반응할 수 있을까, 역시 자매는 달랐다. 

[왜 둘이 같이 있어? 그럴 바엔 그냥 한 명만 보내면 되지.]

그리고 어차피 두 명이 같이 붙어있으면, 한 명만 보내서 대충 확인하면 되지. 뭐하러 정자매 두 명이 동시에 나한테 보내는 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누구한테 문자보내나 해서.]

[누구한테 문자보내나 해서.]

아무래도 정자매 두 명이서 카페에 있긴 너무 심심한 나머지, 누구는 불러야겠고 하는데, 그 부르는 과정에서 생기게 된 내기인가보였다. 누구한테 문자를 보내든, 나는 먼저 문자 온 사람에게 보내므로, 만약 내기를 했다면 수정이가 이긴건가.

"동시에 치는 것 봐라, 지리겠네."

거기다가 짜놓은 것도 아닌데, 복붙(Ctrl+C -> Ctrl+V)을 한 것도 아닌데 완벽하게 같은 문장으로, 몇 초 사이에 동시에 보내는 정자매의 위엄에 하마터면 땀을 지릴 뻔 했다.

[알았어, 여튼 그 쪽으로 갈게.]

어느샌가, 방학이 얼마남지 않은 지금, 개강이 시작되면 막상 그녀들과 놀아줘야하는 시간이 줄어드므로 오늘은 정자매랑 놀고서, 내일은 개강준비를 해야할 것 같았다.

[ㅇㅇ]

요즘은 아무래도 수정이가 수연이보다 더 시크해진 것 같다. 하지만 나를 외부세력의 억압으로부터 막아주지 못한 다는 게 안타깝다. 수연이라면 그런 포스가 있지만.

[빨리왕~]

하지만 요즘은 망할 수영냔 때문에 애교에 쩔어버린 수연이는 아예 애교를 일상화하고 있었다.

[..언니 애교는 좀..]

수정이의 마지막 문자를 끝으로 더 이상 카카오톡의 대화창은 울리지 않았다.

"수정이가 수연이한테 털리고 있으려나…."

오토바이를 주차장에다 대고, 키는 문을 열기 전까지 흔들어두다가 자켓의 안주머니에 넣고는 카페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카페 안에서 정자매는 과연 적절하게 물리적 갈등을 빚고 있는 지도 궁금했고.

'…헐, 피터지는 자매의 전쟁이 있을 줄 알았는데, 저리도 평화롭다니.'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다르게 보여지는 화면은 폭력성이 난무해서 방통위에 징계를 먹을 위기에 처해있는 자매들의 막장 배틀을 생각했는데, 막상 카페 안에서 볼 수 있었던 정자매의 장면은 수연이 수정이의 품에 포옥 안기어 눈을 감고 있는 평화로운 여신들의 일상이 담겨져있었다.

"흐음? 둘이 뭐해…?"

나는 평화로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정자매에게 말을 건넸고, 내 말을 들은 그녀들은 서로에게 안겨있던 모습인 채로 멈춰있었다.

"잉? 민식이다! 그냥 기다리다가 졸려서 수정이 품에 안겨있었어."

수연이는 날 발견하고는 수정이에게 안겨있는 것을 풀며, 애교 듬뿍인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민시기 오빠앙-."

수정이는 긴 말 필요없이, 애교를 부리며 내게 팔을 뻗었고 나는 그 모습을 그냥 쳐다만 보고 있었다. 그러자, 약간 창피했는 지 팔을 거두는 수정이.. 는 개뿔 계속 팔을 뻗은 채 안아줄 때까지 저러고 있을 작정이었다.

"민시가앙-."

옆에 있던 수정이를 보고는, 똑같이 따라하는 수연이. 자매는 서로 닮는다더니, 둘이 점점 서로를 닮을 수록 왠지 내가 피곤해지는 것 같았다.

"…부담스럽게 왜들 이러세요…."

나는 아기새와 같은 그녀의 지저귐을 부담스러워하는 표정으로 거부했고, 정자매는 그제서야 내릴 줄을 모르고 뻗었던 팔을 거두었다.

"헤헷, 어쨌거나 민식이는 수연이 옆자리에 앉아."

팔을 거두니, 입을 놀리는 이 아이러닉한 경우. 입을 거두면 팔을 놀리는 이 아이러닉한 경우. 과연 둘 다 거두면 어떻게 될까, 괜스레 상상이 갔다.

"헤헷, 언니 무슨 소리? 수정이 옆자리에 앉아야지."

수정이는 수연의 말에 반발하고는 자신의 옆공간을 쫌 내며 빈 자리를 손으로 팡팡 쳐댔다. 수연의 눈빛이 아주 약간 예사롭지는 않았지만, 다행히도 수정이는 그 눈빛을 읽지 못한 듯 했다.

"하핫, 니네 둘이 같이 앉아."

솔로몬에 빙의한 듯한 나의 판결에 서로의 옆자리 경쟁을 벌이다가 잠시 나를 쳐다보며 쫑알쫑알거리는 말을 멈추는 정자매였다.

"히잉, 알았쪄잉…"

그리고는 팡팡대는 소리를 거두고는 커피를 한 모금 빨대로 빨아마시며 입술을 삐죽 내미는 수정이였다.

"근데 둘 다 그렇게 메이크업으로 왔어? 알아보면 어쩌려고?"

나도 마실 것을 시키고 다시 정자매를 쳐다보며 느낀 것은, 아무리 화장을 연하게 했다지만 대중들이 알아볼만한 얼굴, 선글라스를 껴도 그 분위기가 조금은 연출되고 있었다.

"너무 대놓고 온 거아냐?"

나는 대중들이 혹시라도 그녀들을 알아보면 어떻게 될 것 같은 그런 걱정에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어보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아주 태연했다.

"괜찮아, 선글라스로 어느정도 가리고 돌아다닐거야."

수정이는 자신의 가방에서 선글라스 케이스를 꺼내고는 그 케이스를 열어 당당하게 선글라스를 끼며 말했다.

"오히려 이렇게 있는 게 사람들이 더 신경 안 써."

수연이도 수정이와 마찬가지로 앙큼한 흰 테의 선글라스를 끼고는 자신의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는 항상 손에 끼고 다니는 핸드폰으로 무언가를 하는 수연이였다.

"흠, 난 연예인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네. 근데 왜 날 소환했어, 게임 클리어가 코 앞이었는데…."

연예인인 그녀들 스스로가 괜찮다는데, 일반인인 내가 걱정해서 뭘 하겠는가. 어쨌든 그건 그렇고 정자매가 나랑 놀자는 그 숨겨진 목적이 궁금해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그녀들에게 물어보는 나였다.

"심심해서잉…."

그러자 수정이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애교를 부리면서 말했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고, 주부애 3개월 들으면 내성이 생긴다더니. 주부애 3개월 들은게 약간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멤버들이랑 놀면 되잖아."

나는 대수롭지 않게 수정이의 애교를 평범한 말로 받아치는 그러한 위엄(?)을 보여주고 있자, 수정이는 '이 오빠가 애교를 견디고 있어!' 라며 놀랍다는 표정으로 입을 벌리고 앉아있었다.

"그냥 수정이랑 너랑 놀다가 시간 되면 오랜만에 집에 좀 가려고."

수정이와는 달리 또박또박 분명하게 이유를 말하는 수연이의 말에 금방 이해가 가는 나였다. 봤지, 수정아. 애교만 부린다고 해서 모든 지 이해가는 것은 아니란다.

"…아, 그럼 뭐하고 놀려고?"

정자매에게 놀아야 되는 이유까지 들었으니, 이제는 카페에서 벗어나 놀 일만 남았다. 이동은 오늘같은 날을 위해서 옆에 오토바이 보조석을 달고 싶었지만, 세 명이서 불안불안하게 오토바이 하나에 타야했다. 나중에 따로 오토바이 개조해주는 곳으로 가서 보조석이라도 추가해야지. 그럼, 앞에는 누굴 앉히고, 허리는 누구보고 안으라고 해야되나.

"나! 나! 으음, 일단 밥 먹고, 그 다음에 쇼핑하고! 그 다음에 영화!"

아무래도 수정이를 앞에 앉히고, 수연이보고는 허리를 꽉 잡고 있으라고 해야겠다. 여튼, 오토바이 좌석문제는 해결되었고 이제는 노는 장소를 정하는 일만 남았는데, 역시나 수정이는 진부한 코스를 밟으며 나를 실망시키고 있었다.

"…"

"에이, 수정아 그건 너무 평범하잖아."

수연이는 수정이의 제안이 별로라는 표정을 지으며 그건 아니라고 고개를 휘이 젓고, 손도 따라 저었다. 잘한다, 정수연.

"히잉… 그런가?"

수정이는 수연이의 태클에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수긍을 했고, 다른 건 뭐 있을까. 하며 곰곰히 다시 생각하고 있을 때 쯤, 수연이 다시 입을 열었다.

"쇼핑한다음 밥 먹고 영화봐야, 좀 신선하게 놀았다고 하는거지."

"…뭐가 틀린데?"

"…뭐가 틀려, 언니?"

도대체 '밥->쇼핑->영화' 하고 '쇼핑->밥->영화'의 차이점은 무엇인 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표정으로 수연을 바라보고 있는 수정이와 나.

"순서."

하지만 우리의 정수연양은 당당하게 '순서'가 다르다고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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